조은서는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못난 모습을 곁눈질했다.두 사람은 몸이 바싹 맞닿아 있었다.실크 치맛자락 아래, 가늘고 긴 다리가 그의 몸 양쪽에 놓여 있고 유선우의 짙은 색 양복바지는 그녀의 피부를 더욱 희고 고귀하게 만들어 보기만 해도 애타게 만들었다.조은서는 눈을 가늘게 떨었다.“그럴 기분 아니에요.”그녀는 다소 애원 섞인 말투로 물었다.“다음에 하는 게 어때요?”유선우는 나른하게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그녀를 흘겨보았다. 툭 튀어나온 목젖은 남성적인 매력을 뽐내며 위아래로 움직였다... 조은서는 몸을 약간 뒤로 기울였다. 유선우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물었다.“무서워?”그는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의 뒷덜미를 잡고 끌어안았다. 조은서는 그가 키스하고 싶어 하는 줄 알고 먼저 다가가 입술을 내밀며 그를 받아들이려 했다.유선우는 손바닥에 살짝 힘을 주었다. 조은서는 멈칫하더니 그를 올려다보았다...유선우의 눈빛은 예측할 수 없는 상위자가 장악하고 있는 금욕감을 가지고 있었다... 솔직히 이런 유선우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조은서는 그가 먼저 대시한다면 많은 여자가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어떤 일이든지!그녀의 머리는 그에 의해 눌려져 목에 대여 있었고, 붉은 입술은 그의 튀여나온 목젖에 대고 있었다. 목젖은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조은서도 이제 성숙한 어른이다.그녀는 그가 그녀에게 무엇을 시키려고 하는지 눈치맞혔다. 그는 대가를 지불하고 차씨 가문과 사이가 틀어졌는데 돌아가서 유 대표 사모님이 되려면 그가 원하는 것은 절대 꽃병따위가 아니라 동등한 가치다.그의 비위를 맞추고 잘해주는 것이 바로 그녀의 가치다.조은서는 이런 일을 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천천히 다가가 부드러운 입술을 튀어나온 그의 목젖에 대고, 그녀가 상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를 기쁘게 하였다...그녀는 굴욕스럽고 수치스러웠다. 그녀는 끝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고 그의 눈을 피했다. 머리카락이 잡히자 그녀의 머리는 강제로 들렸고
관계 후, 두 사람은 침묵에 빠졌다. 아마 이젠 부부가 아니라서 거나 오랜만에 하지 않아서 그런지 서로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조은서는 옷을 걸치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몸이 약간 끈적해요. 샤워하고 싶어요.”분위기는 더욱 미묘해졌다. 조금 전에 서둘렀던 탓에 유선우는 콘돔을 착용하지 않았다. 남자는 그렇게 편했겠지만 여자는 정리하려면 무척 귀찮았다. 유선우는 가볍게 기침하더니 말했다. “밖에서 기다릴게.”그는 말하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엉망으로 된 침대는 어차피 내일이면 청소원이 처리할 것이다. 유선우는 남자로서 신경 쓰지 않겠지만 조은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시트를 갈아 씌웠고 낡은 것은 가방에 넣고 진 비서가 세탁 맡길 것이라고 메모를 적어 놓은 후에야 샤워하러 들어갔다. 따뜻한 물이 몸에 떨어질 때 그녀는 방금 서로 뜨겁게 얽혔던 순간을 회상했다. 유선우는 많이 부드러워진 듯했다. 아마 누구랑 비교하는가가 문제인듯하다. 하지만 조은서는 이 모든 게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 사이에 이젠 섹스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목욕을 마치고 나서 그녀는 올 때 입었던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유선우는 소파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가늘고 기다란 손가락에 흰 담배를 낀 채 우아한 자태로 있었다. 보기에 마치 한 폭의 보기 좋은 풍경 같았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후, 자기의 정장 외투를 그녀에게 던지며 말했다. “걸쳐. 병원까지 데려다줄게.”조은서는 거절하지 않았다....차에 탄 후, 유선우는 몸을 옆으로 기울이고 말했다. “뭐라도 좀 먹을까?”조은서는 그의 괴롭힘에 몇 번이나 시달려 피곤했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병원에 식당이 있어요. 한 끼 정도 대충 때우면 되죠. 이따가 지나가다가 약국이 보이면 차 좀 세워주세요. 약 좀 사려고요.”유선우는 핸들을 가볍게 돌리며 말했다. “사후 피임약?”조은서는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이 밝아졌는데도 임지혜는 여전히 조용히 누워 있었다...조은서는 얼굴을 그녀의 손바닥에 파묻으며 혼잣말했다.“지혜야, 너 꼭 일어나야 해. 앞으로 널 괴롭히는 사람이 없으니까 당당하게 웃으며 살아가도 돼. 예전에 있었던 일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져 업신여김을 당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앞으로 또 아이가 생길 거야. 그러니까 제발 일어나, 응? 제발, 이렇게 빌게. 이 모든 것이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해줘!”희망이 없는 기다림은 사람을 절망하게 했다.이른 아침, 의사가 어두운 얼굴로 임지혜의 상황이 그렇게 좋은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만약 4시간이 지나도 임지혜가 깨어나지 않는다면 그녀는 영원히 깨어나지 못한다고, 다시 말해 식물인간이 될 수 있다고 했다.영원히 깨어나지 못한다니...조은서는 가슴이 비수에 꽂힌 듯이 아팠다.그녀는 갑자기 화장실로 뛰어가더니 세면대를 붙잡고 담즙이 나올 때까지 구토했다. 그리고 온몸에 힘이 쭉 빠져 무기력하게 벽에 기댄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녀는 천천히 몸을 웅크리고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지혜야, 임지혜!”그 순간 슬픔의 무게는 조은서의 세상을 무너뜨릴 듯했다.병실 안에서.임지혜의 검지와 연결되어 있던 모니터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약하게 울리는 기계음과 함께 임지혜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은서가 울고 있는 거 아니야? 울지마! 은서야 울지마, 내가 텀블링 보여줄까?’“은서야... 은서야...”임지혜는 미약한 목소리로 조은서의 이름을 반복해서 불렀다.그녀는 혼수상태인 와중에도 조은서의 슬픔과 괴로움이 느껴졌다.고통만 안겨주는 이 세상을 떠나고 싶었지만 그녀에게는 아직 조은서가 있었다. 자신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조은서가 걱정이 되었다.의사가 깜짝 놀라 멈칫했다. 곧이어 그는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사실 방금 조은서에게 ‘4시간’이 남아 있다고 한 것도 그녀를 위한 위로였다.그의 의학적 소견으로 임지혜는 사실 4시간도 버티기 어려웠는데, 임지혜가 기적적으로 깨
조은서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임지혜를 바라보더니 울면서, 또 웃으면서 말했다.“왜 그럴 가치가 없겠어? 너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얼른 나아!”임지혜의 눈가에는 눈물이 예속 흘러내렸다.조은서는 그녀를 꼭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 그동안 어떻게 버텼는지 알아?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고!”임지혜는 몸이 허약했지만 있는 힘껏 손을 들고는 조은서를 꼭 안았다....음식을 조금 먹고 난 뒤 의사는 임지혜의 몸 상태를 체크하기 시작했고 조은서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했다.병실을 나선 그녀는 긴 복도 끝으로 나가 창밖의 햇살을 가만히 지켜봤다.이제야 그녀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지혜가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지혜가 자포자기하지 않고 아직 살아갈 용기가 있다는것도 다행이야.’하지만 조은서는 그 아이를 떠올리면 코끝이 찡하고 마음이 괴로웠다.앞으로 다른 의학적 수단으로 임지혜가 다시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해도 이미 세상을 뜬 그 아이는 아닐 것이니 말이다.“은서 씨.”갑자기 그녀 뒤에서 차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조은서가 몸을 돌리고는 한참 동안 조용히 그를 쳐다보다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여긴 왜 왔죠?”차준호는 손에 든 서류봉투를 흔들며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그 사람이 깼다면서요. 얼굴 보는 김에 호텔 양도 계약서를 주려고 해요. 은서 씨, 내가 한 번 만나봐도 될까요?”조은서는 살짝 고개를 들더니 겨우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지혜가 깨어나기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알아요? 준호 씨, 지혜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감정이 남아있다면 다시는 지혜 앞에서 얼쩡거리지 마세요. 지혜는 준호 씨도, 그리고 준호 씨의 잘난 아내도 감당할 여력이 없거든요.”차준호가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은서 씨, 딱 얼굴 한 번 보고 서류를 넘겨주는 것뿐이에요.”조은서는 동의하지도 거절하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몸을 돌려 섰다.그녀 뒤에서
차준호는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그는 힘껏 임지혜를 안으며 그녀가 더 말하지 못하게, 떠나지 못하게 했다. 잠시라도 그는 다시 임지혜의 품을 탐닉하고 싶었다. ...임지혜는 그가 준 호텔 서류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서류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는 차준호더러 꺼지라고 했다.그에 대한 사랑은 더는 남지 않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으니 원한도 당연히 없다는 말 한마디 더 남겨둔 채 말이다.차준호가 병실을 나설 때 눈에는 초점을 잃었다. 셔츠는 피범벅이 되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등골이 오싹하게 했다.문밖에는 정우연이 서 있었다.병실에서 나오는 차준호를 보더니 정우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또 저 여우 년 생각나서 보러 온 거죠? 준호 씨, 저년을 해친 건 다른 사람이 아닌 준호 씨예요. 저 여우 년을 계속 생각하지 않았...”차준호가 그녀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곧이어 그는 정우연의 목을 꽉 조르면서 벽으로 밀어붙였다.숨이 막혀 얼굴이 시퍼레진 정우연은 차준호의 손을 잡고는 퍽퍽 내리쳤지만 끝까지 자존심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했다.“내가 저년보다 못한 데가 어디 있어요? 나는 정씨 가문의 아가씨예요. 하지만 임지혜 저년은 몸을 파는 걸레라고요!”차준호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눈가가 벌게진 채로 또 그녀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지혜한테 한 번이라도 손을 더 대면 내가 장담하는데 너를 꼭 죽여버릴 거야. 맹세해.”정우연은 얼빠진 얼굴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차준호는 절대 농담으로 이 말을 뱉은 게 아니었다. 만약 임지혜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는 정말 상대를 죽일 수도 있었다...정우연은 멍한 채 있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면서 입꼬리를 씩 올렸다.“준호 씨, 저년을 그렇게 사랑한다면 왜 그때 결혼하지 않았어요? 왜 저년이 아닌 나랑 결혼했냐고요.”‘그러게. 내가 왜 그랬지?’차준호 본인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몰랐다....일주일 후.임지혜가 퇴원한 후 조은서는 그녀를 데리고 묘원으로 향했다.
회사가 매우 바빴지만 유선우는 그래도 허니문이라는 명목하에 조은서를 데리고 일주일 동안 여행을 다녔다.B시에 돌아온 후 유선우는 그 프로젝트 때문에 많이 바빠 거의 매일 야근했다. 심지어 회사에서 밤을 새우고 집에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주말, 유선우는 간만에 제시간에 돌아왔다.검은색 롤스로이스 팬텀이 천천히 별장에 들어오더니 주황색 노을을 받게 되자 더 반짝반짝 빛나게 되었다.하인이 다가와서 문을 열고는 그에게 정성스럽게 저녁 메뉴를 전했다.유선우가 긴 다리로 차에서 내리고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느긋하게 물었다.“은서는 돌아왔어요?”고용인이 웃음을 머금은 채 대답했다.“사모님께서 집을 나서지 않으셨습니다. 온 오후 위층에서 뭔가를 하고 계시던데요.”유선우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긴장을 풀고 미소를 짓는 그의 얼굴은 너무나도 잘생겨 나이 든 고용인마저 저도 모르게 그에게 눈길이 갔다.요즘 유선우는 너무 바빴지만 그래도 기분이 많이 좋아 보였다. 아무래도 조은서가 돌아왔으니 말이다.위층으로 올라가며 얇은 코트를 벗어던진 유선우는 지금 흰 셔츠에 정장 바지 차림이었다.그가 침실 문을 열자 카펫 위에 무릎 꿇고 앉아 수많은 선물과 박스를 정리하고 있는 조은서를 발견했다.그는 코트를 소파 위로 던진 후 그녀의 뒤에 앉더니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으며 머리를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모레 새로 가게를 오픈할 때 사모님들에게 줄 선물이야?”유선우가 손으로 선물을 헤집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조은서는 워낙 안목이 좋은지 선물은 모두 정교하고 실용적이었다.스카프며 럭셔리 브랜드 커피잔이며 모두 근사한 선물이었다.유선우가 또 그녀에게 말했다.“나중에 쇼핑할 때 내 옷 좀 대신 사줄래?”조은서가 알겠다고 대답했다.다른 사람에게 있어서 두 사람의 재혼은 그렇게 놀라운 소식이 아니었다.조은서은 일부러 그를 냉대하지 않으려 했기에 유선우의 요구라면 그녀는 최대한 들어주기로 했다.어차피 남은 평생을 같이 살아가야 하
조은서가 살짝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씻는다고 하지 않았어요?”유선우는 또 한참 그녀에게 키스를 퍼붓고 나서야 침대에서 내려가 샤워하러 갔다.욕실에 들어선 순간 미소를 머금던 그의 얼굴은 곧바로 굳어졌다.사실 여자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바로 잠자리를 가지는 것이었다.조은서는 편안해 보였지만 이 모든 걸 즐길 여유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있었다.가장 사랑이 고플 때도 그녀는 침대 시트를 꼭 잡을 뿐 소리를 내지 않았다.그녀는 더는 예전처럼 그의 목을 끌어안거나 낮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속삭이지 않았다.몇 분 후, 유선우는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자 이미 침대에서 일어난 조은서를 발견했다.실크 이너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검은 긴 머리가 목뒤로 늘어져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분위기를 풍겼다.그녀는 통유리 앞에 서서 가만히 서 있었는데 유리창은 온도 차 때문에 물기가 가득 찼다.조은서는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저도 모르게 그 위로 글자를 썼다.확실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민우’라는 이름이 쓰인 것 같았다.욕실 밖에서 가만히 이 모든 걸 지켜보던 유선우는 마음이 복잡했다.방금까지 두 사람은 잠자리를 가졌는데도 조은서는 지금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만약 예전이었다면 유선우는 절대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조은서를 침대에 밀어붙이며 몸으로 그녀를 정복함으로써 다시는 그 사람을 생각하지 못하게, 그리고 오직 그만을 사랑한다고 말하게 강요했을 것이다.하지만 지난번에 유선우는 이미 그녀에게 강요를 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었다.조은서가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자 유선우를 발견하고는 살며시 쓰던 글을 지웠다.분위기는 삽시에 미묘해졌다.유선우가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옷 갈아입고 내려가서 밥 먹자.”조은서는 그가 떠난 후 또 글을 적어 내리기 시작했다.[민들레꽃이 지면.]이 일이 있고 난 뒤로 분위기는 한껏 가라앉았다. 하지만 유선우는 여전히 그녀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깊은 밤, 유선우는 침실로 돌아갔다.어두컴컴한 침실에서 조은서는 고른 숨을 내뱉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잠이 든 모양이다.그는 옷을 벗고 그녀의 뒤로 누웠다.그녀의 따뜻한 목덜미에 얼굴을 대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의 몸을 가볍게 건드리며 일부러 깨우려고 했다.한참 후, 조은서는 점점 정신이 들었다.유선우는 그녀가 깬 걸 알고는 얇은 입술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나 아직 사랑한다고 말해.”조은서가 천천히 눈을 떴다.하지만 그녀는 유선우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그녀는 유선우의 아내인 척 모임에 가고 그와 잠자리를 가질 수 있었고, 또 그의 일상생활의 모든 걸 챙길 수 있었지만 양심을 어기며 거짓말할 수는 없었다.그들 사이에는 거래가 있지 않았던가? 사랑과는 전혀 무관한 거래 말이다.조은서가 한참 침묵하자 유선우의 얼굴색은 점점 어두워졌다.그는 조은서를 몸 아래로 다시 눕힌 후 달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봤다.“선우 씨, 왜 그래요?”조은서는 그와 한참 눈을 마주친 후 물었다.그녀의 빨간 입술에서 성숙한 여인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몸을 일으킨 조은서는 그의 부드러운 입술을 어루만졌다.하지만 유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은서는 그런 반응을 살피더니 몸을 돌려 협탁 서랍에서 작은 박스 하나 꺼냈다. 그리고 또 입술에 가까이 대고는 물었다.“잠이 안 오니까 다른 거라도 할래요?”유선우의 얼굴색이 더 어두워졌다.조은서는 그와 잠자리를 가지더라도 절대 그를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거짓말로도 할 수 없었다.유선우는 갑자기 그녀의 두 손목을 한 손으로 쥐고는 침대 위로 세게 눌렀다.조은서는 어쩔 수 없이 허리를 튕겨 올렸다.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힘없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선우 씨!”유선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며 애간장을 태우게 했다.어둠 속에서 보인 그의 얼굴에는 바람기가 더해졌는데 그들이 처음 결혼했을 때보다도 훨씬 매혹적으로 느껴졌다.그는 그윽한 눈으로 조은서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