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조은서는 유선우의 전화를 받았다. 밖에 비가 내리고 있어서 그의 목소리가 그리 선명하지 않고 약간 흐릿했다. “내일 오후 네 시에 별장으로 와, 우리 이혼에 관해 얘기하자.”조은서는 조금 당황했다. 비록 유선우의 약점을 잡고 그의 선택을 짐작했지만, 이혼이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유선우가 이렇게 쉽게 동의했다니, 잠깐 느껴지는 감정들이 복잡했다. 잠시 후,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럼 변호사 사무소로 가서 얘기해요.”유선우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 “우리의 결혼에 관해 다른 사람의 개입을 원치 않아. 별장으로 와서 얘기하자. 그렇게 못하겠다면 조은서... 이 얘기는 없던 거로 하자.”조은서는 시선을 내리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우리의 결혼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개입했어요. 선우 씨, 이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별장에서 얘기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죠. 시간에 맞춰서 갈게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고 조은서는 멍하니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았다......이튿날 오후, 조은서는 약속한 시각에 별장에 도착했다.별장의 고용인들은 아마도 일의 상황을 짐작한 듯 모두 침묵하고 있었으며 조은서를 2층으로 안내하면서 말했다. “주인님은 점심에 돌아오셔서는 계속 안방에 계셨습니다...” 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용인도 더 말하지 않았다.2층에 도착하자 고용인은 먼저 내려갔고 조은서는 침실의 문을 가볍게 열었다. 안방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아 분위기가 어둡고 음울했다. 유선우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여전히 세 세트로 된 슈트를 입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외투조차 벗지 않고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 있는 커피 테이블 위에는 이혼합의서가 놓여 있었다. 조은서는 문을 닫고 맞은 켠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이혼합의서를 보려고 했지만, 유선우가 막았다. “이건 이따가 봐.”이혼 때문인지 그의 말투는 매우 부드러웠다.조은서는 시선을
유선우의 이런 마음을 조은서가 어찌 모를까? 그녀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선우 씨, 우리 한 번에 끝내요. 그게 서로에게 좋을 거예요.”유선우는 눈을 깜빡이면서 바로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창가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고는 반만 피우고 꺼버렸다. 담배를 끄면서 그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나를 이렇게까지 미워하는 거야? 마지막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건가? 그래, 좋아! 깨끗이 끝나는 것도 좋은 일이야.” 그들은 금액을 1800억에 합의를 봤다.두 채의 별장, 네 채의 아파트 그리고 1800억은 그가 그녀에게 주는 전부의 보상이었다.여기에 박연준이 조은혁의 사건을 맡는다는 위임 전환 계약서까지 주었다... 유선우는 그 조건들을 계약서에 추가하고 자신이 마음을 바꿀까 두려워하듯 빠르게 서명했다. 짙은 검은 잉크가 거의 얇은 종이를 뚫을 듯했다. 조은서가 서명할 때 그는 보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마침내 갈라섰다!그들의 결혼은 마침내 끝을 맺었다.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방이 어두워서 유선우는 불을 켰다. 빛이 눈이 부셔 그는 눈을 가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을 정해서 짐을 가지러 와. 전에 사용했던 그 액세서리들은 모두 가져가도 돼. 나중에 연회나 사교 모임에 참석할 때 쓸 일이 있을 거야!" “지금 싸갈게요. 그런 것들은 필요 없어요.”유선우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자신이 했던 말을 번복해서 말했다.“좋아, 오늘 바로 다 정리하자!”서명하고 나서 더는 부부가 아니므로 서로는 매우 평화로웠다.유선우는 거실에 앉아 있고 조은서는 안방으로 들어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져갈 것들은 많지 않았다... 평소에 입던 옷들과 자신이 산 몇 개의 액세서리들이 전부였다. 옷장은 그녀에게 가장 많은 추억이 담긴 곳이었다. 수많은 아침에 그녀는 여기서 유선우의 셔츠를 다리며 마음은 결혼 생활의 달콤함으로 가득 찼었다. 그 후에는 그가 수없이 H시로 백아현을 만나러 갔을 때 그녀는 한 번 또 한 번 실망했다... 조은서는 슬픔을
조은서가 계단을 내려올 때 진 비서를 만났다.진 비서는 로비의 소파에 앉아 있었고 얼굴에는 약간 피로한 기색이 있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기다렸던 것 같다. 조은서가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보고 진 비서는 일어서며 말했다. “사모님!”조은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방금 선우 씨와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습니다. 이제부터 저는 사모님이 아닙니다.”진 비서는 아쉬워했다.그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말을 꺼냈다. “사실 대표님께서 사모님을 매우 신경 쓰고 있어요. 대표님과 백아현 사이에는 실질적인 남녀 관계가 없었습니다. 조은서 씨,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는 없을까요? 두 분이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어려웠는데요...”조은서는 팔에 감긴 붕대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맞아요. 저도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어려웠는데요. 하지만 결국 모든 게 망가졌어요.”진 비서가 슬퍼할 동안 조은서는 이미 밖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조은서는 매우 단호하게 걸어갔다.그녀가 말했듯이, 유선우의 약이 되고 싶지 않았다! 진 비서는 로비에서 그녀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 바라보다가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2층은 불빛은 밝았고 긴 복도는 마치 끝이 없는 것처럼 그녀를 억누르는 듯했다. 진 비서는 거실에서 유선우를 만났다. 그는 소파에 기대어 있었고 잘생긴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검은 눈동자는 탁자 위의 이혼 합의서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진 비서가 들어온 것을 알아차렸는지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이 합의서는 조 변호사에게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달라고 해. 그리고 주식 이전 서류도 함께 등록하고, 내일 주주총회에서 필요한 서류야." 그는 매우 차분해 보였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쓸쓸함이 있었다.진 비서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대표님!” 유선우는 고개를 살짝 들고 소파에 기대었다.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목소리는 마치 뜨거운 모래를 입에 물고 있는 것처럼 거칠었다. “나는 조은서가 이렇게 완전히 빠져나가게 한
조은서는 눈에 눈물이 맺혔다. 유선우는 핸들을 잡고 있었지만, 차에 시동을 걸지 않고 오랫동안 그대로 있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그는 마침내 고개를 돌려 낮게 말했다. “며칠 동안, 설리가 계속 너를 찾았어!”조은서는 얼굴을 반대쪽으로 돌렸다. “출발해요!”유선우는 시선을 돌려 정면만 바라보다가 대략 5초 후에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매우 천천히 운전했고 고급스러운 검은색 벤틀리는 그 작은 눈송이들을 통과해 길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며 그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을 보여주었다.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3년 동안 두 사람은 너무 많은 것을 놓쳤다. 이제는 헤어지면서 과거를 회상해보아도 달콤한 기억을 떠올리기 어려웠다... 남은 것은 상처뿐이었다. 20분 정도의 거리를 유선우는 한 시간 동안 운전했다. 하지만 아무리 천천히 가도 길에는 끝이 있고 마침내 차는 그녀가 사는 아파트 앞에 멈췄다. 유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다 왔어.”조은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서 내렸다. 핸들을 잡고 있던 유선우의 손가락이 살짝 구부러졌지만 결국 그녀를 막지 않았다. 그는 조은서가 차에서 내려서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는 것을 보고 그녀의 뒷모습이 엘리베이터 문에 사라지는 것까지 보고 있었다.차의 앞 유리에서 와이퍼가 좌우로 흔들리며 그의 눈을 흐리게 했다.한참 지난 후, 유선우는 자신의 옷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열었다. 그 안에는 조은서가 착용했던 결혼반지가 들어 있었고... 그의 손가락에 낀 반지와 함께 반짝였다.그렇다, 이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결혼반지를 끼고 있었다.유선우는 오랫동안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보관함 안에 두었던 휴대폰이 울렸다. 진 비서가 전화한 것이었고 그녀의 말투는 매우 사무적이었다. “대표님, 프로젝트 회의가 30분 후에 시작됩니다!" 유선우는 휴대전화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알았어!"...YS 그룹의 새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시작되어 큰 이익을 냈고 많은 회사가 부러워
“너 은서 씨가 딴 놈하고 붙어먹었을까 봐 그러는구나?!”“헐... 그러니까 너 왜 이혼했어? 내가 너면 절대 이혼 안 해 줘. 내가 진짜 사랑하는 게 맞다면, 죽을 때까지라도 안 놓아줬을 거란 말이야! 비겁한 새끼, 와이프 대신 회사를 선택해 놓고 이제 와서 뭔 사랑꾼 코스프레야!”......이지훈은 신랄하게 욕을 뱉었다.때마침 유선우의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도착했다.유선우는 차 안에 있는 비상용 망치를 꺼내 들고 다시 컬리넌 옆으로 다가가 팔을 들어 내리치며 부수기 시작했다.급해 난 이지훈은 얼른 차 안에 있는 여자애를 데리고 나왔다.그러나 이지훈은 유선우를 막아서지 않고 그의 미친 짓거리를 차갑게 바라보며 멀쩡한 차가 폐차되는 과정을 구경하고 있었다.“너 그러고도 은서 씨 사랑 안 한다고 발뺌할 거야? 야,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 찌질이 같은 놈, 술 먹고만 행패지? 넌 술 먹어야 자신한테 솔직해질 수 있어? 너 그 여자 없으면 안 되잖아, 그 여자가 떠나니까 이렇게 미친 또라이가 돼버리는 거잖아!”그리고 그는 이어 진유라한테도 말을 걸었다.“저 또라이 잡을 놈은 은서 씨밖에 없는데, 진 비서님도 참 힘들겠어요.” 진유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내일 이 대표님 회사로 수표가 전달될 겁니다.”이지훈은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차갑게 웃더니 여자애를 데리고 떠났다.진유라는 앞으로 나가 비틀거리는 유선우를 부축했다.차와 몇 발짝 거리 둔 그는 지금 긴 코트 차림으로 손에 망치를 들고 자신의 손에서 고철 더미로 탈바꿈한 컬리넌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그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로 말했다.“걔가 남아서 내 약이 되기가 싫대......”보다 못한 진유라가 그를 말리려고 하는 순간, 그녀는 먼발치에서 이쪽을 향해 보고 있는 그룹 관리층들을 발견했다.그들은 모두 놀랍고 흥미진진한 눈길로 내일 회사 메신저 창의 일면을 장식하게 될 대표님의 가십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듯했다.기존 유선우의 이혼 사유에
어느덧 새해가 밝아오고 있었다.섣달그믐날 밤, 심정희는 만두와 떡국과 각종 나물 반찬으로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렸다. 바쁜 와중에 임지혜도 부르라고 주방에서 소리 질렀다.“걔가 친척 하나 없는데, 우리랑 같이 설을 쇠 야지. 얼른 전화해.”조은서는 손으로 만두 하나를 슬쩍 집어 입에 넣었다.“이미 얘기했어요! 이따 올 거예요!”심정희가 주방에서 나오며 힐끗 보더니만 음식을 향해 쭉 뻗은 조은서의 손을 탁 치며 꾸지람했다.“이따 같이 먹어! 게걸스럽게, 참.”조은서는 헤헤하며 웃었다.심정희는 나쁜 기억에서 오래 뒹굴지 않고 빠져나온 듯한 조은서가 정말 고마웠다. 뭐라고 말하려던 참인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어보니 임지혜가 와있었다.두 손에는 사 온 물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조승철 부부한테 사 온 영양제 한가득과 조은서한테 선물 할 비싼 명품 스카프까지. 스타일이 딱 마음에 들었지만 조은서는 입버릇처럼 한마디 했다.“또 돈 막 쓰지.”임지혜는 그 스카프를 조은서의 목에 둘러보며 말했다.“예쁘잖아. 네 피부색에 너무 잘 어울린다.”조은서도 그녀한테 설 선물을 준비했다. 리미티드 에디션의 명품 가방이었다.임지혜는 보자마자 꺄악 소리를 질렀다.“넌 뭐 나한테 돈을 막 쓴다더니... 이 가방, 최소 사오천은 하지 않냐? 와, 히말라야 악어가죽이잖아!”조은서가 짐짓 시큰둥해하며 물었다.“싫으면 갖다 물릴까?”그 말에 누가 뺏어갈 것처럼 임지혜는 가방을 품속에 꼭 안다.“안돼. 줬다가 뺏는 거 제일 치사한 거야, 너.”그녀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모습이 참 오랜만이라 심정희는 그저 반갑기만 하여 빙그레 웃으며 남편을 식사하라고 불렀다.조승철은 요즘 컨디션이 좀 많이 나아졌다. 그는 방에서 나오며 손에 든 세뱃돈 봉투를 임지혜한테 쑥 내밀었다.그걸 보자 매우 겸연쩍어하는 임지혜다.“이거 참... 와서 공짜로 먹고 돈까지 챙기면...”조은서는 그녀한테 반찬을 집어 주며 말했다.“여기가 네 집인데 뭘. 집안
입구에는 설리의 장난감과 사료, 간식들이 담긴 작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유선우가 설리를 여기에 버리고 간 것이다.조은서는 작은 상자를 안으로 들여오며 나지막한 소리로 얘기했다.“그 사람이 금방 큰 프로젝트를 따내서 기분이 하늘로 올라갔을 텐데, 뭐 어쩌려고 온 건 아닐 거야. 이제 설리는... 내가 키울 거야.”새까만 눈망울로 설리는 그녀를 간절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작은 머리를 그녀의 품에 파묻으며 애틋해하는 모습이었다.임지혜가 시무룩해하며 말했다.“에이그, 정들었네, 정들었어.”그때, 조은서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보나 마나 유선우였다.조은서는 테라스에 가서 전화를 받았다.휴대전화 너머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더불어 남자의 가벼운 숨결이 들려왔다.서로 잠시 할 말을 잃었는지 침묵이 흘렀다.나지막한 목소리로 유선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은서야, 새해 복 많이 받아!”마음속에 난 생채기가 너무 깊게 파여 아직 채 아물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인사도 못 받아줄 만큼 너무 얼굴 붉힐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했다.“유선우 씨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잠시 말을 멈췄다가 그녀는 이어나갔다.“내가 설리를 키워도 되지만, 앞으로 설리 보겠다고 찾아오지 마세요. 사진 찍어달라 하지도 말고요. 당신이 여기에 버린거니까, 이젠 내 강아지예요.”유선우의 약간 쉰 목소리가 다소 다급하게 울렸다.“난 버린 게 아니야!”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난 그냥... 엄마 따라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거야.”“유선우 씨!”먼 곳에서 현란하게 터져버리는 불꽃을 바라보며 조은서는 살짝 목이 멘 채 말을 했다.그녀의 목소리가 이처럼 까마득할 수가 없었다.“앞으로 전화도 하지 말고, 그런 애매모호한 말도 다신 꺼내지 말아요. 유선우 씨, 우리 이혼했어요!”한치의 주저도 없이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마음은 여전히 저릿하게 아팠다.한 번의 결혼으로 그녀는 가슴에 상처들만 남았다. 그녀의 팔처럼, 흐린 날씨만 만나면 욱신욱신 아파져 왔다
순간 유선우의 눈빛은 어두워졌다.유 대표님?그녀가 부르는 호칭이 맘에 들지 않았다.둘의 시선이 맞물리며 한참을 얽혀있었다.유선우의 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두 사람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유선우 쪽으로 상체를 들이밀며 물었다.“내가 자리 좀 비켜줘요? 선우 씨?”그녀는 친근하게 선우 씨라 부르며 테이블에 걸친 유선우의 팔 위에 손을 살짝 얹었다. 마치 그와의 친분을 과시하듯이.유선우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을 피하려다가 미세하게 떨리는 조은서의 속눈썹을 보고는, 피하기는커녕 더 다정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아니에요.”그가 대답하는 사이, 조은서는 곁을 스쳐 지나 예약한 좌석으로 가서 앉았다.유선우는 시선을 내리깔며 팔 위에 얹혀 있는 손을 주시했다.손의 주인은 뻘쭘하게 다시 손을 거둬들였다.방금 유선우의 마음을 테스트해 보려던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기뻤지만, 조은서가 지나간 후 유선우의 무덤덤한 반응을 보고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오늘 매우 정성껏 꾸미고 나왔다. 손짓 하나, 눈길 하나, 모두 계산된 것처럼 완벽했다. 긴 머리칼을 살짝 쓸어 넘기며 고개를 15도 각도로 숙이고는 식사 중인 것처럼 하다가 부드럽게 물었다.“아직도 많이 신경 쓰이나 봐요?”그 말에 유선우는 입맛이 뚝 떨어졌다.그는 손에 든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을 쓱 닦고, 몸을 뒤로 물려 명품 셔츠로 감싼 탄탄한 상체를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처음부터 그의 시선은 오직 한쪽에만 고정되어 있었다.몇 테이블 밖에 있는 조은서는 입었던 코트를 벗어 연보라색 롱드레스를 입은 매끈한 몸매를 드러냈다.그 드레스는 그녀의 몸에 착 감겨 여성미를 물씬 풍겼고 곱슬곱슬한 검은색 웨이브는 어깨 위에서 찰랑이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녀를 바라보는 유선우의 눈빛은 비록 이혼 후라고 해도 여전히 강한 소유욕과 성인 남자의 갈증 한 스푼이 담겨있었다. 오히려 이혼 때문에 한동안 여자와 깊은 관계가 없었던 탓인지 굶주린 사자의 애잔하면서도 찜해놓은 먹잇감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