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조은서는 유선우의 전화를 받았다. 밖에 비가 내리고 있어서 그의 목소리가 그리 선명하지 않고 약간 흐릿했다. “내일 오후 네 시에 별장으로 와, 우리 이혼에 관해 얘기하자.”조은서는 조금 당황했다. 비록 유선우의 약점을 잡고 그의 선택을 짐작했지만, 이혼이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유선우가 이렇게 쉽게 동의했다니, 잠깐 느껴지는 감정들이 복잡했다. 잠시 후,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럼 변호사 사무소로 가서 얘기해요.”유선우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 “우리의 결혼에 관해 다른 사람의 개입을 원치 않아. 별장으로 와서 얘기하자. 그렇게 못하겠다면 조은서... 이 얘기는 없던 거로 하자.”조은서는 시선을 내리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우리의 결혼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개입했어요. 선우 씨, 이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별장에서 얘기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죠. 시간에 맞춰서 갈게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고 조은서는 멍하니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았다......이튿날 오후, 조은서는 약속한 시각에 별장에 도착했다.별장의 고용인들은 아마도 일의 상황을 짐작한 듯 모두 침묵하고 있었으며 조은서를 2층으로 안내하면서 말했다. “주인님은 점심에 돌아오셔서는 계속 안방에 계셨습니다...” 조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용인도 더 말하지 않았다.2층에 도착하자 고용인은 먼저 내려갔고 조은서는 침실의 문을 가볍게 열었다. 안방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아 분위기가 어둡고 음울했다. 유선우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여전히 세 세트로 된 슈트를 입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외투조차 벗지 않고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 있는 커피 테이블 위에는 이혼합의서가 놓여 있었다. 조은서는 문을 닫고 맞은 켠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이혼합의서를 보려고 했지만, 유선우가 막았다. “이건 이따가 봐.”이혼 때문인지 그의 말투는 매우 부드러웠다.조은서는 시선을
유선우의 이런 마음을 조은서가 어찌 모를까? 그녀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선우 씨, 우리 한 번에 끝내요. 그게 서로에게 좋을 거예요.”유선우는 눈을 깜빡이면서 바로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창가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고는 반만 피우고 꺼버렸다. 담배를 끄면서 그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나를 이렇게까지 미워하는 거야? 마지막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건가? 그래, 좋아! 깨끗이 끝나는 것도 좋은 일이야.” 그들은 금액을 1800억에 합의를 봤다.두 채의 별장, 네 채의 아파트 그리고 1800억은 그가 그녀에게 주는 전부의 보상이었다.여기에 박연준이 조은혁의 사건을 맡는다는 위임 전환 계약서까지 주었다... 유선우는 그 조건들을 계약서에 추가하고 자신이 마음을 바꿀까 두려워하듯 빠르게 서명했다. 짙은 검은 잉크가 거의 얇은 종이를 뚫을 듯했다. 조은서가 서명할 때 그는 보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마침내 갈라섰다!그들의 결혼은 마침내 끝을 맺었다.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방이 어두워서 유선우는 불을 켰다. 빛이 눈이 부셔 그는 눈을 가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을 정해서 짐을 가지러 와. 전에 사용했던 그 액세서리들은 모두 가져가도 돼. 나중에 연회나 사교 모임에 참석할 때 쓸 일이 있을 거야!" “지금 싸갈게요. 그런 것들은 필요 없어요.”유선우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자신이 했던 말을 번복해서 말했다.“좋아, 오늘 바로 다 정리하자!”서명하고 나서 더는 부부가 아니므로 서로는 매우 평화로웠다.유선우는 거실에 앉아 있고 조은서는 안방으로 들어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져갈 것들은 많지 않았다... 평소에 입던 옷들과 자신이 산 몇 개의 액세서리들이 전부였다. 옷장은 그녀에게 가장 많은 추억이 담긴 곳이었다. 수많은 아침에 그녀는 여기서 유선우의 셔츠를 다리며 마음은 결혼 생활의 달콤함으로 가득 찼었다. 그 후에는 그가 수없이 H시로 백아현을 만나러 갔을 때 그녀는 한 번 또 한 번 실망했다... 조은서는 슬픔을
조은서가 계단을 내려올 때 진 비서를 만났다.진 비서는 로비의 소파에 앉아 있었고 얼굴에는 약간 피로한 기색이 있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기다렸던 것 같다. 조은서가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보고 진 비서는 일어서며 말했다. “사모님!”조은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방금 선우 씨와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습니다. 이제부터 저는 사모님이 아닙니다.”진 비서는 아쉬워했다.그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말을 꺼냈다. “사실 대표님께서 사모님을 매우 신경 쓰고 있어요. 대표님과 백아현 사이에는 실질적인 남녀 관계가 없었습니다. 조은서 씨,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는 없을까요? 두 분이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어려웠는데요...”조은서는 팔에 감긴 붕대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맞아요. 저도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어려웠는데요. 하지만 결국 모든 게 망가졌어요.”진 비서가 슬퍼할 동안 조은서는 이미 밖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조은서는 매우 단호하게 걸어갔다.그녀가 말했듯이, 유선우의 약이 되고 싶지 않았다! 진 비서는 로비에서 그녀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 바라보다가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2층은 불빛은 밝았고 긴 복도는 마치 끝이 없는 것처럼 그녀를 억누르는 듯했다. 진 비서는 거실에서 유선우를 만났다. 그는 소파에 기대어 있었고 잘생긴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검은 눈동자는 탁자 위의 이혼 합의서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진 비서가 들어온 것을 알아차렸는지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이 합의서는 조 변호사에게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달라고 해. 그리고 주식 이전 서류도 함께 등록하고, 내일 주주총회에서 필요한 서류야." 그는 매우 차분해 보였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쓸쓸함이 있었다.진 비서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대표님!” 유선우는 고개를 살짝 들고 소파에 기대었다.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목소리는 마치 뜨거운 모래를 입에 물고 있는 것처럼 거칠었다. “나는 조은서가 이렇게 완전히 빠져나가게 한
조은서는 눈에 눈물이 맺혔다. 유선우는 핸들을 잡고 있었지만, 차에 시동을 걸지 않고 오랫동안 그대로 있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그는 마침내 고개를 돌려 낮게 말했다. “며칠 동안, 설리가 계속 너를 찾았어!”조은서는 얼굴을 반대쪽으로 돌렸다. “출발해요!”유선우는 시선을 돌려 정면만 바라보다가 대략 5초 후에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매우 천천히 운전했고 고급스러운 검은색 벤틀리는 그 작은 눈송이들을 통과해 길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며 그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을 보여주었다.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3년 동안 두 사람은 너무 많은 것을 놓쳤다. 이제는 헤어지면서 과거를 회상해보아도 달콤한 기억을 떠올리기 어려웠다... 남은 것은 상처뿐이었다. 20분 정도의 거리를 유선우는 한 시간 동안 운전했다. 하지만 아무리 천천히 가도 길에는 끝이 있고 마침내 차는 그녀가 사는 아파트 앞에 멈췄다. 유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다 왔어.”조은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서 내렸다. 핸들을 잡고 있던 유선우의 손가락이 살짝 구부러졌지만 결국 그녀를 막지 않았다. 그는 조은서가 차에서 내려서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는 것을 보고 그녀의 뒷모습이 엘리베이터 문에 사라지는 것까지 보고 있었다.차의 앞 유리에서 와이퍼가 좌우로 흔들리며 그의 눈을 흐리게 했다.한참 지난 후, 유선우는 자신의 옷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열었다. 그 안에는 조은서가 착용했던 결혼반지가 들어 있었고... 그의 손가락에 낀 반지와 함께 반짝였다.그렇다, 이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결혼반지를 끼고 있었다.유선우는 오랫동안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보관함 안에 두었던 휴대폰이 울렸다. 진 비서가 전화한 것이었고 그녀의 말투는 매우 사무적이었다. “대표님, 프로젝트 회의가 30분 후에 시작됩니다!" 유선우는 휴대전화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알았어!"...YS 그룹의 새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시작되어 큰 이익을 냈고 많은 회사가 부러워
“너 은서 씨가 딴 놈하고 붙어먹었을까 봐 그러는구나?!”“헐... 그러니까 너 왜 이혼했어? 내가 너면 절대 이혼 안 해 줘. 내가 진짜 사랑하는 게 맞다면, 죽을 때까지라도 안 놓아줬을 거란 말이야! 비겁한 새끼, 와이프 대신 회사를 선택해 놓고 이제 와서 뭔 사랑꾼 코스프레야!”......이지훈은 신랄하게 욕을 뱉었다.때마침 유선우의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도착했다.유선우는 차 안에 있는 비상용 망치를 꺼내 들고 다시 컬리넌 옆으로 다가가 팔을 들어 내리치며 부수기 시작했다.급해 난 이지훈은 얼른 차 안에 있는 여자애를 데리고 나왔다.그러나 이지훈은 유선우를 막아서지 않고 그의 미친 짓거리를 차갑게 바라보며 멀쩡한 차가 폐차되는 과정을 구경하고 있었다.“너 그러고도 은서 씨 사랑 안 한다고 발뺌할 거야? 야,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 찌질이 같은 놈, 술 먹고만 행패지? 넌 술 먹어야 자신한테 솔직해질 수 있어? 너 그 여자 없으면 안 되잖아, 그 여자가 떠나니까 이렇게 미친 또라이가 돼버리는 거잖아!”그리고 그는 이어 진유라한테도 말을 걸었다.“저 또라이 잡을 놈은 은서 씨밖에 없는데, 진 비서님도 참 힘들겠어요.” 진유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내일 이 대표님 회사로 수표가 전달될 겁니다.”이지훈은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차갑게 웃더니 여자애를 데리고 떠났다.진유라는 앞으로 나가 비틀거리는 유선우를 부축했다.차와 몇 발짝 거리 둔 그는 지금 긴 코트 차림으로 손에 망치를 들고 자신의 손에서 고철 더미로 탈바꿈한 컬리넌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그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로 말했다.“걔가 남아서 내 약이 되기가 싫대......”보다 못한 진유라가 그를 말리려고 하는 순간, 그녀는 먼발치에서 이쪽을 향해 보고 있는 그룹 관리층들을 발견했다.그들은 모두 놀랍고 흥미진진한 눈길로 내일 회사 메신저 창의 일면을 장식하게 될 대표님의 가십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듯했다.기존 유선우의 이혼 사유에
어느덧 새해가 밝아오고 있었다.섣달그믐날 밤, 심정희는 만두와 떡국과 각종 나물 반찬으로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렸다. 바쁜 와중에 임지혜도 부르라고 주방에서 소리 질렀다.“걔가 친척 하나 없는데, 우리랑 같이 설을 쇠 야지. 얼른 전화해.”조은서는 손으로 만두 하나를 슬쩍 집어 입에 넣었다.“이미 얘기했어요! 이따 올 거예요!”심정희가 주방에서 나오며 힐끗 보더니만 음식을 향해 쭉 뻗은 조은서의 손을 탁 치며 꾸지람했다.“이따 같이 먹어! 게걸스럽게, 참.”조은서는 헤헤하며 웃었다.심정희는 나쁜 기억에서 오래 뒹굴지 않고 빠져나온 듯한 조은서가 정말 고마웠다. 뭐라고 말하려던 참인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문을 열어보니 임지혜가 와있었다.두 손에는 사 온 물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조승철 부부한테 사 온 영양제 한가득과 조은서한테 선물 할 비싼 명품 스카프까지. 스타일이 딱 마음에 들었지만 조은서는 입버릇처럼 한마디 했다.“또 돈 막 쓰지.”임지혜는 그 스카프를 조은서의 목에 둘러보며 말했다.“예쁘잖아. 네 피부색에 너무 잘 어울린다.”조은서도 그녀한테 설 선물을 준비했다. 리미티드 에디션의 명품 가방이었다.임지혜는 보자마자 꺄악 소리를 질렀다.“넌 뭐 나한테 돈을 막 쓴다더니... 이 가방, 최소 사오천은 하지 않냐? 와, 히말라야 악어가죽이잖아!”조은서가 짐짓 시큰둥해하며 물었다.“싫으면 갖다 물릴까?”그 말에 누가 뺏어갈 것처럼 임지혜는 가방을 품속에 꼭 안다.“안돼. 줬다가 뺏는 거 제일 치사한 거야, 너.”그녀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모습이 참 오랜만이라 심정희는 그저 반갑기만 하여 빙그레 웃으며 남편을 식사하라고 불렀다.조승철은 요즘 컨디션이 좀 많이 나아졌다. 그는 방에서 나오며 손에 든 세뱃돈 봉투를 임지혜한테 쑥 내밀었다.그걸 보자 매우 겸연쩍어하는 임지혜다.“이거 참... 와서 공짜로 먹고 돈까지 챙기면...”조은서는 그녀한테 반찬을 집어 주며 말했다.“여기가 네 집인데 뭘. 집안
입구에는 설리의 장난감과 사료, 간식들이 담긴 작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유선우가 설리를 여기에 버리고 간 것이다.조은서는 작은 상자를 안으로 들여오며 나지막한 소리로 얘기했다.“그 사람이 금방 큰 프로젝트를 따내서 기분이 하늘로 올라갔을 텐데, 뭐 어쩌려고 온 건 아닐 거야. 이제 설리는... 내가 키울 거야.”새까만 눈망울로 설리는 그녀를 간절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작은 머리를 그녀의 품에 파묻으며 애틋해하는 모습이었다.임지혜가 시무룩해하며 말했다.“에이그, 정들었네, 정들었어.”그때, 조은서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보나 마나 유선우였다.조은서는 테라스에 가서 전화를 받았다.휴대전화 너머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더불어 남자의 가벼운 숨결이 들려왔다.서로 잠시 할 말을 잃었는지 침묵이 흘렀다.나지막한 목소리로 유선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은서야, 새해 복 많이 받아!”마음속에 난 생채기가 너무 깊게 파여 아직 채 아물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인사도 못 받아줄 만큼 너무 얼굴 붉힐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했다.“유선우 씨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잠시 말을 멈췄다가 그녀는 이어나갔다.“내가 설리를 키워도 되지만, 앞으로 설리 보겠다고 찾아오지 마세요. 사진 찍어달라 하지도 말고요. 당신이 여기에 버린거니까, 이젠 내 강아지예요.”유선우의 약간 쉰 목소리가 다소 다급하게 울렸다.“난 버린 게 아니야!”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난 그냥... 엄마 따라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거야.”“유선우 씨!”먼 곳에서 현란하게 터져버리는 불꽃을 바라보며 조은서는 살짝 목이 멘 채 말을 했다.그녀의 목소리가 이처럼 까마득할 수가 없었다.“앞으로 전화도 하지 말고, 그런 애매모호한 말도 다신 꺼내지 말아요. 유선우 씨, 우리 이혼했어요!”한치의 주저도 없이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마음은 여전히 저릿하게 아팠다.한 번의 결혼으로 그녀는 가슴에 상처들만 남았다. 그녀의 팔처럼, 흐린 날씨만 만나면 욱신욱신 아파져 왔다
순간 유선우의 눈빛은 어두워졌다.유 대표님?그녀가 부르는 호칭이 맘에 들지 않았다.둘의 시선이 맞물리며 한참을 얽혀있었다.유선우의 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두 사람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유선우 쪽으로 상체를 들이밀며 물었다.“내가 자리 좀 비켜줘요? 선우 씨?”그녀는 친근하게 선우 씨라 부르며 테이블에 걸친 유선우의 팔 위에 손을 살짝 얹었다. 마치 그와의 친분을 과시하듯이.유선우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을 피하려다가 미세하게 떨리는 조은서의 속눈썹을 보고는, 피하기는커녕 더 다정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아니에요.”그가 대답하는 사이, 조은서는 곁을 스쳐 지나 예약한 좌석으로 가서 앉았다.유선우는 시선을 내리깔며 팔 위에 얹혀 있는 손을 주시했다.손의 주인은 뻘쭘하게 다시 손을 거둬들였다.방금 유선우의 마음을 테스트해 보려던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기뻤지만, 조은서가 지나간 후 유선우의 무덤덤한 반응을 보고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오늘 매우 정성껏 꾸미고 나왔다. 손짓 하나, 눈길 하나, 모두 계산된 것처럼 완벽했다. 긴 머리칼을 살짝 쓸어 넘기며 고개를 15도 각도로 숙이고는 식사 중인 것처럼 하다가 부드럽게 물었다.“아직도 많이 신경 쓰이나 봐요?”그 말에 유선우는 입맛이 뚝 떨어졌다.그는 손에 든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을 쓱 닦고, 몸을 뒤로 물려 명품 셔츠로 감싼 탄탄한 상체를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처음부터 그의 시선은 오직 한쪽에만 고정되어 있었다.몇 테이블 밖에 있는 조은서는 입었던 코트를 벗어 연보라색 롱드레스를 입은 매끈한 몸매를 드러냈다.그 드레스는 그녀의 몸에 착 감겨 여성미를 물씬 풍겼고 곱슬곱슬한 검은색 웨이브는 어깨 위에서 찰랑이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녀를 바라보는 유선우의 눈빛은 비록 이혼 후라고 해도 여전히 강한 소유욕과 성인 남자의 갈증 한 스푼이 담겨있었다. 오히려 이혼 때문에 한동안 여자와 깊은 관계가 없었던 탓인지 굶주린 사자의 애잔하면서도 찜해놓은 먹잇감 앞에서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