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선은 서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고, 그의 팔이 더욱 조여져 나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를 밀어내고 있던 내 손은 힘이 약해지다가 마침내 그의 허리를 붙잡았다. 난 그의 허리가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곧바로 그는 고개를 숙여 내 입술에 폭풍 같은 키스를 퍼부었다.나는 즉시 감전된 것처럼 힘이 풀려 몸을 가눌 수 없었다. 그는 내 머리를 잡고 더 깊이 키스했다. 나는 간신히 숨을 쉬면서 머릿속에 신호연과 신연아가 얽혀 있는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나를 이런 종류의 자극을 갈망하게 만들었다.술에 취한 탓인지, 아니면 오래만의 열정이 불타오른 탓인지, 혹은 일종의 복수심인지 모르겠다. 나는 그에게 딱 붙어서 그를 껴안고 폭풍 치는 열정적인 키스에 반응했다. 조금씩 그 이미지가 사라졌고, 난 앞에 있는 욕망이 지속되기를 원했으며,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았다.배현우는 마침내 나를 놓아주었다. 나는 강물의 냄새가 섞인 신선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해 술병을 집어 들고 다시 따르려고 했지만 그는 그것을 낚아챘다.“더 이상 마시면 안 돼요!”배현우의 목소리가 엄숙해졌다.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내 돈 주고 산 건데, 내가 돈 많은 줄 알아요?”내 혀는 약간 뻣뻣했고, 술에 많이 취해 있었다. 과거에는 술을 잘 마셨지만, 지금은 슬픔에 취해 마음이 쓰라리고 머리가 어지러웠으며 몸에 마비되어 있었다.“나는 과거와 작별하려고 술을 마시는 거예요!...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나는 솟구치는 강물을 향해 소리친 후 킥킥 웃으며 그의 품에 안겼다.“정신 차려요!” 그는 나를 일으켜 세우며 내 허리를 감싸고 나를 들어 올렸다.“내가 도와줄게요!”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지 못해 혼란스러웠고 머리가 멍해졌다.배현우가 나를 품에 안았을 때 나는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큰 보폭으로 앞으로 걸어갔다.나의 남은 의식은 이 남자에게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현우가 방에서 걸어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문 밖에서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쾅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고 그 사람은 다시 걸어왔다.“답답하지 않아요?”배현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고, 나는 숨을 쉴 수 없어 할 수 없이 천천히 이불 모서리를 들어 올렸다. 그는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맑은 미소는 유난히 잘생겨 보였다.이 사람은 내가 아는 웃지 않는 배현우가 맞을까?멍을 때리고 있는 나를 보고 그는 긴 팔을 뻗어 이불에 감싼 채로 나를 들어 올려 품에 안았다. 나는 무척 당황했다.“이봐요... 현우 씨, 뭐 하는 거예요?”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그의 숨결이 나를 감쌌고 그의 잘생긴 얼굴이 내 앞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와 나는 약간 숨이 막혔다.갑자기 어젯밤 강가에서 술에 취해 나눈 키스가 떠올랐다. 너무 난감했다. 다른 사람들이 술을 취하면 제정신이 아니라더니 이제 나는 그 말을 믿는다.그의 눈빛은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지아 씨는 걱정이 너무 많아요. 마음 놓아요! 나는 사람이 술에 취한 틈을 타 이용할 정도로 ‘배고프지’ 않아요! 지아 씨가 옷에 토해 냄새가 너무 심해서 옷을 벗겨서 씻겨준 거예요!”내 머리가 심하게 '윙윙'거렸고 난 극도로 부끄러워졌다. ‘어젯밤에 내가 뭘 했지? 울고불고한 거 나 맞아? 너무 믿음직스럽지 못한 상대에게 털어놓은 거 같은데.’“그... 옷을 입는 게 좋겠어요!” 나는 말을 더듬거리며 그의 품에서 몸부림쳤다.그는 팔을 꽉 조이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필요할 땐 쓰더니 필요 없으니까 나를 버려요?!”“현우 씨만큼 잘생긴 사람이 어디 있어요?”나는 별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 말이 내 입을 떠날 때 혀를 깨물 뻔했다.그는 실실 웃으며 뻔뻔하게 말했다.“맞는 말이에요.”하지만 그는 신사답게 나를 내려놓고 몸을 돌려 자신의 옷을 챙기고는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나는 부랴부랴 이불속에서 기어 나와 떨면서 옷을 입은 후 아무 이상이 없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했다.확
나는 살짝 놀라서 사무실 문 앞에 서 있는 신호연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출장 가지 않았나? 지금쯤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텐데?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여보, 점심에 뭐 먹어?”“아직 생각 안 해봤어!” 나는 전혀 놀라지 않은 듯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어젯밤에 너무 늦게 출장 가게 되어서 급하게 떠났잖아. 당신이 걱정할까 봐 오늘 아침에 서둘러 돌아왔어. 그래서 아침을 먹을 시간도 없었어! 조금 있다가 점심 먹으러 갈 거니까 생각해 봐, 뭐 먹고 싶은지. 남편이 살게!”나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가 쇼하는 것을 지켜보았지만 전혀 화나지 않았고 전례 없는 즐거움을 느꼈다.“나도 아침을 먹지 못했어!”“당신 술 마셨어?” 그는 나와 너무 가까이 있어서 술 냄새를 맡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에 손님을 만났다던 그는 술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응!” 나는 가볍게 대답하고 갑자기 말했다.“그럼 골든 이글스 빌딩 건너편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가자!”그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여보가 말한 대로 해!”인생에는 항상 희극적인 장면이 있다. 우리가 레스토랑에 들어가자마자 도혜선을 만났다. 이 여자를 다시 만나게 된 나는 그녀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세련된 니트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일종의 우아함과 능숙함을 겸비한 걸 보니 보통 인물은 아닌 것 같았다.신연아의 천박함을 생각하자 나는 몰래 기뻐했다. 이 게임은 이미 승자와 패자를 보아낼 수 있었다.오늘 이 여자를 다시 보자 왠지 호감이 생겼다. 그녀가 나를 대신해 ‘싸워줄’ 수 있을 것 같았다.신호연은 오늘 소개를 마다하지 않았고 나는 겸손하고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다.각자 자리에 앉은 후 나는 신호연에게 물었다.“도혜선 씨는 매우 유능한 사람처럼 보이네! 훌륭해!”신호연은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여자가 너무 똑똑한 것은 장점이 아니야, 나는 마
나는 떨떠름해서 그에게 콩이도 데려왔으니 나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하지만 그는 이미 시어머니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예전에 나를 사교 모임에 데려가려고 하지 않았던 그의 태도가 매우 이상하게 느껴졌다.가는 길에 오늘 저녁 식사 자리가 천우 그룹을 위한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의 중에 조 대표님이 지난번에 발표를 맡은 매니저가 왜 이번에는 회의에 오지 않았는지 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신호연은 나를 저녁 식사 자리에 데려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몇 번이고 상기시켜 실수를 만회하려고 했다.나머지 세 그룹도 서울시에서 손꼽히는 그룹들인데, 각자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신흥 건재는 너무 규모가 작아 나머지 세 그룹과 같은 레벨에 있지 않았다.갑자기 신흥 건재가 땡잡았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이번에 오는 천우 그룹의 대표들 중에 배현우가 있었다.몇 시간 후 그를 다시 만났을 때 나는 다른 세상에 있는 느낌이 들었고 약간 긴장했다.그는 잘 생기고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와 웃지 않고 조 대표님의 뒤를 따랐다. 그는 들어왔을 때만 먼저 나에게 인사를 했다. 특별한 행동이 없었기에 드디어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사람이 많아서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식사 자리에서 배현우는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강철 창문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했는데, 나는 그가 신호연이 아니라 왜 나에게 묻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조 대표는 항상 큰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내가 매우 이상하게 느낀 것은 배현우는 그의 비서이지만 조 대표가 배현우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는 것을 보고 이 비서를 정말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신흥 건재의 알루미늄 강철 창문 프로젝트는 당시 내가 적극적으로 도입을 밀었던 것이었다. 신호연은 계속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매우 높은 비용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았었다. 그의 이유는 새로운 플라스틱 강철 창문이 가성비가 더 높고 수익성이 더 높다는 것이었다.나는
다음날.나는 콩이를 데리고 고향행 비행기에 올랐고, 비행기에 탑승한 후에야 이미연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알렸다. 나는 그녀에게 몇 가지 일을 반드시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내 계획의 어느 단계에서도 틀려서는 안 된다.나는 이미연에게 이미 신호연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고, 그녀가 언제든지 나 대신 주의를 기울이도록 부탁했다.이미연과 통화를 마치고 나는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충동을 억누르고 결국 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껐다.나는 그 남자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안 된다.가는 길에 콩이는 매우 흥분했지만, 나는 계획서를 자세히 훑어봤다.왠지 그날 배현우가 나한테 정신 차리라고 하면서 날 도와준다는 말에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설마 이게 날 도와주는 건가?나는 그에게 묻고 싶지 않았다.고향의 늦가을은 좀 쌀쌀해서 나는 출발할 때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우리 걱정을 할까 봐 그랬다.나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타고 바로 만덕동 병원으로 갔다, 역시 부모님은 갑자기 우리 모녀가 나타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버지의 상태는 괜찮았다, 다만 입이 살짝 비뚤어졌고 말을 하는 것이 좀 불편했다.나는 아버지가 이렇게 된 것을 보고 가슴이 쓰리고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꼬박 2년 동안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 그의 머리카락은 이미 하얗게 변했고, 어머니도 그랬다, 나는 정말 만감이 교차했다.콩이는 조잘조잘 말을 이쁘게 하면서 외할아버지를 기쁘게 해 주었고, 의사에게 꼭 집에 돌아가겠다고 계속 소리쳤다.나는 의사에게 아버지의 병세에 대해 자세히 묻고 의견을 구했는데, 의사는 퇴원하는 데 동의했지만 약을 처방받았으니 반드시 제때 약을 복용할 것을 당부했다.그날 밤,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콩이는 지난번에 왔을 때의 기억이 없어서 모든 것이 낯설었고, 큰 눈을 깜박이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곧 익숙해져서 낯을 가리지도 않고 이것저것 계속 물
공장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경비원이 나를 막아섰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진사원을 만나러 왔다고 밝혔다.경비원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러더니 서늘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진 대표님께선 자리에 계시지 않습니다. 출장 가셨어요!”“혹시 어디로 출장 가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나는 다소 조급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울산에 더는 오래 머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저 같은 경비원이 그걸 어떻게 압니까!”경비원의 태도는 아주 나빴다.“그럼 혹시 연락처라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전 다른 지역에서 특별히 진 대표님을 만나러 여기까지 온 거든요. 그래서 연락이라도 하고 싶은데, 안 될까요?”4년 전의 일로 난 그들의 연락처조차 알지 못했다.“전 모릅니다!”경비원은 딱딱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이내 짜증 난다는 듯이 내게 물었다.“진 대표님을 무슨 일로 찾으시는 거죠?”“전 협력 제안을 하러 온 거예요!”나는 솔직하게 말했다.“협력은 마케팅 부서가 아닌 대표님을 찾아온 거죠? 당신 같은 사람 저도 많이 봤습니다. 얼른 가세요! 여기서 알짱거리지 말고!”경비원의 태도는 점점 더 거만해졌다. 이렇게 큰 공장에 이런 자질을 지닌 경비원이라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비는 점점 억세게 내리고, 날도 점점 추워졌다. 나는 느껴지는 추위에 몸을 살짝 떨었다.“그러지 마시고, 저도 멀리서 대표님을 만나 뵈러 온 거예요. 따듯한 물 한잔 얻어 마셔도 될까요? 물 한 잔만 주시면 바로 마시고 갈게요.”이미 경비실 책상 위에 있는 각 부서 연락처를 발견한 나는 하는 수 없이 굽신거리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마세요. 여긴 당신에게 줄 따듯한 물 따윈 없습니다! 얼른 가세요.”경비원은 바로 나를 끌고 공장 대문 밖까지 나왔다. 나는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지만, 경비원은 여전히 차갑고 무심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다 휙 돌아섰다. 그는 ‘쾅' 소리를 내며 대문을 닫았다.비는 억세게 내리고 내가 가져온 우산은 작았다. 몸은 이미 절반이나 빗물에 젖어 있었
방을 하나 잡고 얼른 방으로 올라온 나는 젖은 옷을 벗어 던지고 온풍기를 틀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로 몸을 적셨다. 조금 전까지 얼어버릴 것 같던 내 몸은 샤워기를 한참 틀고 나서야 조금씩 몸이 녹는 느낌이었다.나는 갈아입을 옷을 챙겨오지 않아 후회가 되었다.몸에 이불을 두른 채 미리 켜두었던 전기 포트를 들고 컵이 깨끗한지 아닌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얼른 뜨거운 물을 따랐다. 뜨거운 물만 몇 잔 연거푸 마시고 나니 살짝 뭔가가 아쉬웠다.‘아, 생강 한 조각만 있었으면 좋겠네.'어느새 난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머릿속으로 어떻게 해야 진사원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다.손을 뻗어 아까 그 견본책을 들었다. 연락처를 찾자마자 휴대폰을 들고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무리 연락을 해봐도 받지를 않았다. 정말이지 대기업은 역시 대기업이었다. 대표님 만나기도 이렇게나 어렵다니.모든 희망을 아까 그 남자에게 거는 수밖에 없었다. 밤새 동안 그 남자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는 연락에 점차 실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다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에 빠지게 되었다. 한참 졸고 있던 와중에 열이 나더니 서서히 추위를 느끼고 있었고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윗니와 아랫니는 어느새 서로 부딪치며 달달 소리를 내고 있었다. 비몽사몽 한 채로 뜨거운 물을 따라 부어 마시려고 했지만, 눈이 떠지지 않았고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심지어 악몽까지 꾸게 되었다.다음 날 오전, 나는 안간힘을 쓰며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 혹여라도 신호연이 나에게 연락을 할까 두려웠던 나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숙박업소 근처에 있던 편의점으로 갔다. 나는 편의점 앞에서 영상통화를 걸어 내가 본가로 왔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려고 했다. 편의점은 가장 무난한 장소였고 들킬 위험성도 낮은 곳이었다. 대충 몇 마디를 하고 난 뒤 나는 얼른 전화를 끊어버렸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머리에 정신을 붙잡고 있기가 힘들었으니까.약국에 들러 감기약을 사
지금 들어온 건 그 누구도 아닌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진사원이었다. 그 옆에는 며칠 전 나를 태워줬던 진씨 성을 가진 남자가 있었다. 진사원과 나는 오랫동안 서로 눈을 마주쳤다. 4년이라는 시간, 진사원은 많이 늙어버렸다. 새까맣던 머리도 이제는 흰머리로 덮여있었고 얼굴도 매우 핼쑥해져 있었다. 진사원도 나를 빤히 바라보고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정말로 당신이네요, 한지아씨.”“네, 저예요. 진 사장님, 저 한지아 맞아요. 정말 오랜만이에요!”반가움도 잠시 지금 몰골에 나는 약간의 부끄럼을 느꼈다.“얼른 다시 누우세요!” 진사원은 성큼 내 침대 쪽으로 다가왔고 배천우는 빨리 옆으로 비켜드렸다. 진사원은 얼른 내 침대 옆 의자에 착석하며 말했다.“지아씨, 오래 기다리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저 때문에 이렇게...”배현우는 같이 들어온 진씨 성을 한 남자한테 눈짓하더니 둘이서 같이 밖으로 나갔다. 이제 방안에는 나와 진사원 둘만 남겨졌다.나는 격앙된 목소리로 진사원에게 얘기했다.“사장님, 무슨 말씀이세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요! 저야말로 아무런 언질도 없이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죄송해요. 사장님 연락처를 몰라서 어떻게 연락 드려야 하나 골머리를 앓고 있었거든요!”“이거 참... 무엇을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지... 사실은 회사가...! 아니, 이 말은 넣어두기로 하고, 여기까진 무슨 일로...?”진사원이 말을 망설이는 걸 보니 뭔가 말할 수 없는 속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나도 더는 묻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그를 찾아온 이유에 관해서 얘기를 꺼냈다. 물론 이걸 성사시키기 위해 천우그룹 얘기도 함께 꺼냈다.진사원은 내 얘기가 끝날 때까지 말을 끊지 않았을뿐더러 예전에 계약한 서령과의 얘기와 이제 와서 제품을 바꾸려는 이유 등을 세세히 물어봤다. 나는 쓸데없는 겉치레는 던지고 그에게 솔직하게 내가 지금 처한 상황과 아직 날 의탁할 만한 회사를 못 찾은 일까지 다 얘기했다. 그리고 진사원한테 나에게 기회 한 번만 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