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두 사람의 결혼한 3년 동안 매일 경주 곁에 있어서 너도 잘 알잖아. 아람이 잃은 3년은 경주가 평생 갚아야 해.”한무는 충격을 받았다. 신씨 가문에서 불쌍하지만 경주 곁을 떠나지 않는 아람을 떠올리자 눈물이 흘렸다. ‘신 사장님이 고생이 많아. 하지만 사모님이 더 괴로웠겠네.’...한무는 경주가 밤에 일어나면 모를까 봐 옷도 갈아입지 않고 방 소파에서 잤다. 이튿날 아침 깨어나서 자연스럽게 경주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침대는 비었고 경주가 사라졌다.“사장님, 사장님?”한무는 당황하여 벌떡 일어나 집에서 경주를 찾았다. 이때 욕실의 문이 열렸다. 경주는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고 안에서 걸어 나왔다. 정교하고 반듯한 슈트, 손목시계, 넥타이, 라펠 핀. 액세서리도 모두 있었다. 강하고 차가운 카리스마도 있어 아픈 흔적도 없었다. 한무는 경주의 허약한 모습을 잊을 것 같았다.“내 얼굴이 무슨 문제가 있어?”경주는 손을 들고 단추를 채웠다. 목소리는 여전히 쉬었다. 허약한 느낌이 있지만 티가 나지 않았다.“사장님, 왜, 왜 일어났어요? 푹 쉬어야 해요!”한무는 경주의 건강이 걱정되었다.“오늘 그룹에 중요한 전략 회의가 있어서 꼭 참석해야 해.”경주는 눈썹을 찌푸리고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을 지었다.“젠장, 까먹었네!”한무는 이마를 치며 돌아서서 충고했다.“사장님, 지금 몸이 안 좋은 게, 오늘의 회의는 가지 마요. 억지로 버티지 마세요!”경주의 얼굴은 창백하고 손을 들어 조용하라는 신호를 보냈다.“괜찮아, 차 준비해.”...아침 10시,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신씨 그룹 건물 앞에 나타났다. 성A 9999의 번호판이 등장하자마자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9999! 성주의 차 번호야! 흔하지 않아!”사람들은 의론했다.“이 번호판은 경매에 나왔었어. 마지막에 40억 넘게 경매되어서 뉴스에 나왔었어!”“헐, 번호판 하나가 40억? 가난은 상상력을 제한하네!”“너무 궁금해, 차 주인이 누구지?”“왜 물어봐? 당연
임수해가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서 내려왔다. 오늘 구윤을 따르며 다시 KS 그룹 사장 비서로 돌아왔다. 고급스러운 슈트에 날카로운 눈빛을 더하니 흠잡을 데 없이 잘생겼다. 주위의 여직원은 흠모하는 눈빛으로 보았다. 임수해는 무시하고 뒷문을 열어 공손하게 인사했다.“구 사장님.”구윤의 침울한 얼굴은 감정이 보이지 않았고 마치 완벽한 조각상 같았다. 구윤은 긴 다리로 차를 내렸다. 나타나는 순간 여자들은 소리를 질렀다.“세상에, 너무 잘생겼어. 오늘 밤 꿈에 나오겠네!”“욕심이 많네, 꿈이 신 사장님이 있는데 또 추가할 거야?”“그렇게 잘생겼어? 신 사장님보다 못한 것 같아.”“정말 안목이 없네. 신 사장님과 다른 스타일이잖아. 신 사장님은 매우 치명적이고 이 분은 매혹적이야. 네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아서 더 도발적이잖아!”“하지만 이 도련님은 누구지? 왜 우리 신씨 그룹 앞에 왔어? 사람을 찾으러 왔나?”구윤은 안색이 어두운 채로 신씨 그룹에 들어갔다. 임수해는 뒤를 따랐다. 두 사람밖에 없지만 위풍당당하여 악박감을 주었다. 두 사람은 프런트에 도착하자 안내원이 당황한 기색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신셩주 사장님을 뵈러 왔습니다.”임수해가 먼저 냉정하게 말했다.“신, 신 사장님이요?”안내원은 멍해졌다. 경주는 큰 인물이라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다. 예약한 손님도 비서 한무가 직접 안내했다. 이렇게 찾아온 사람은 없었다.“예약을 하셨어요?”안내원은 공적으로 물었다.“아니요.”“죄송하지만 예약을 하지 않으시면 신 사장님을 뵐 수 없습니다. 먼저 한 비서님께 연락을...”“신경주에게 알려요. 아니면 비서한테 알려요.”침묵하던 구윤은 차갑게 말했다.“만나자고 한 사람이 KS 그룹 사장 구윤이라고.”‘구윤, 구윤?’안내원은 멍해 있었다. 잠시 생각을 하더니 바로 한무에게 전화를 했다....구윤은 한무를 기다리지 않고 임수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의실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경호원들이 그들을 막았다.“신 사장
“구 사장님, 오신 건 환영하지만 우리 신씨 그룹의 사람을 때린 건 아니지 않아요?”“신경주가 나올 거야, 아니면 내가 들어갈까?”구윤은 한무의 말을 무시한 채 물었다. 한무는 화가 나서 안색이 어두워졌다.“죄송합니다, 신 사장님께서 회의 중이라 만날 수 없습니다. 이만 돌아가십시오!”구윤은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천천히 다가갔다. 한무는 경계심을 올리며 말을 뻗어 막으려 했다.“아!”그 순간 구윤이 재빠르게 손을 댔다. 한무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볼 겨를도 없이 팔이 뒤로 꺾여 격렬하게 휘둘렸다. 한무는 팔이 탈골된 채 바닥에 쓰러졌다. 고통에 이를 악물고 식은땀을 흘리며 구윤과 임수해가 회의실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회의실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경주의 훤칠한 몸은 황제처럼 회의 테이블 맨 끝에 꼿꼿이 앉아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고위원들은 숨을 죽이고 경주의 업무 계획을 전달받고 있었다. 하지만 문이 부서지는 큰 소리에 모든 시선이 구윤과 임수해에게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자리에서 구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경주는 그들이 온 것을 알지만 무시하고 손에 든 보고서를 읽었다.“신경주, 얘기 좀 해.”구윤은 차갑게 말했다. 사람들의 앞에서 이름을 부르며 체면을 지켜주지 않았다. 경주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눈을 들어 구윤과 마주쳤다.“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다시 해요. 그럼 이만.”고위 임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눈 깜짝할 사이에 회의실에 세 사람만 남았다. 분위기는 너무 안 좋았다.“구 사장님, 할 말이 있으시면 지금 하셔도 돼요.”경주는 구윤을 바라보며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구윤은 이미 화가 난 상태이다. 경주의 아무렇지 않는 모습을 보자 화가 점점 치밀어 올랐다. 아픈 경주가 억지로 버티며 회의를 하고 있다는 건 모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버틴 건 모두 약 때문이다. 몸은 너무 허약했고 아직 등에서 식은땀이 나고 있었다.“신경주, 내 동생을 건드렸어.”구윤의 목소리는
구윤은 경주를 향해 다가가며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신경주, 넌 죽어야 해.”순간 구윤은 몸을 앞으로 숙이며 의자에 앉아 있던 경주를 덮였다. 두 사람은 바닥에 쓰러졌고, 임수해는 당황하여 소리쳤다.“구 사장님, 조심하세요!”경주의 등이 심하게 부딪혀 내상을 건드렸다. 갑자기 눈앞에 차가운 기운이 번쩍였다. 구윤은 악랄하게 경주를 노려보았다. 손에 든 날카로운 십자 단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마치 잔인한 천벌을 내리려는 듯 경주의 눈을 조준하고 있었다.“구 사장님, 안 돼요!”임수해는 당황해서 소리쳤다. 구윤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비록 경주를 원망하고 아람을 건드린 것이 싫었지만, 정말 경주를 죽인다면 구윤도 곤경에 빠질 뿐만 아니라 아람도 깊은 자책감에 빠질 것이다.‘이건 아가씨가 원하는 것이 아니야. 구 사장님과 같은 고귀한 분은 이런 나쁜 남자 때문에 손을 더럽히면 안 돼.’칼끝이 눈을 찌르려는 것을 본 경주는 꼼짝도 하지 않고 비참할 정도로 가만히 있었다.“구윤! 그만해!”때마침 도착한 이유희가 구윤을 덮여 모든 힘을 다해 바닥에 내려쳤다. 날카로운 칼끝은 방향이 바뀌었다. 경주는 갑자기 목에 한기가 느껴지고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목을 찌른 칼은 얇은 상처를 내어 피가 나왔다.바닥에 누워있는 경주는 손을 들어 목을 만졌다. 손바닥의 촉감이 끈적했지만 마음이 후련했다. 이유희가 1초만 더 늦었다면 날카로운 칼이 눈을 관통했을 것이다. 구윤은 쉽게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손을 대면 상대방이 평생 구윤을 기억하게 되고 원망하게 된다. 구윤은 눈을 부릅뜨고 칼을 이유희를 향했다.“비켜, 참견하지 마!”“참견할 거야!”이유희는 숨을 헐떡이며 이를 악물고 가슴을 가리켰다.“네가 정말 대단하면 날 죽여, 여기를 찔러! 아람과 경주의 일은 내 탓이야. 내가 엮은 거야. 모두 내 잘못이야. 제발 경주를 해치지 마. 죽이려면 날 죽여! 하지만 아람을 생각해 봤어? 아람이 원하는 장면이야? 제일 사랑하는 오빠가 피투성이가
구윤과 임수해는 위엄 있게 자리를 떴다. 하지만 KS 그룹 사장의 갑작스러운 방문 소식은 빛의 속도로 그룹에서 퍼져나갔다.이유희는 경주를 사무실로 부축했다. 한무도 걱정되어 따라왔다. 팔이 탈골되어 식은땀은 옷을 흠뻑 젖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유희가 한무의 상태를 눈치채고 억지로 병원에 데려갔다. “평소 구윤은 예의 바른 것 같은데, 정말 미친놈이네.”이유희는 한숨을 쉬며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너무 무서웠다.“모두 동생을 위한 거잖아. 이해해.”경주는 무력하게 소파에 앉아 목을 뒤로 젖히고 온몸이 피곤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아람을 괴롭혔다면 아마 구윤보다 더 미친 짓을 했을 것이다. 구윤이 떠날 때 한 말을 생각하자 숨이 막히고 피가 얼어붙은 것 같았다.“그래, 효정이라면 나도 진정할 수 없어.”이유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경주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상처가 깊지는 않지만 하얀 셔츠를 빨갛게 물들였다.“병원에 가서 치료하자.”“괜찮아.”경주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구윤이 갑자기 왜 너한테 그러는 거야?”이유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아람과의 일을 이미 알고 있어.”“구윤의 눈에 아람은 동생이 아니라 딸이야. 이건 아빠 같은 오빠네. 다행히 총을 들고 들어오지 않았어. 너 이 자식, 운이 좋았네.”이유희는 일부러 농담했다.“내가 잘못한 거 맞아. 이혼했는데 아람을 건드리지 말아야 했어.”경주는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한숨을 내뱉었다.“하지만 유희야, 자제할 수 없어. 생각을 통제할 수 없고 몸을 통제할 수 없어. 나한테 너무 치명적인 유혹이야. 머릿속에 오직 아람을 원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아람을 소유하고 채우고 원했다. 이유희는 신효정의 말을 떠올리자 가슴이 아팠다.“경주야, 잘 생각해 봐. 구윤이 널 죽이려는 것도 맞아. 그 당시 네가 아람한테 한 짓이 정말 나빴어.”“무슨 말이야?”경주는 멍하니 바라보았다.“2년 전에 이미 아람과 잤어. 2년 전부터 네 여자야. 어떻게 기억이 없을 수 있어? 네
‘바보야, 구아람 왜 이렇게 멍청해!’“효정이 증인이야. 다른 사람을 못 믿어도 효정은 믿어야 해. 정말 놀랐어. 여자랑 잤는데 아무런 기억도 없어? 너무 이상하잖아!”“몰랐어, 정말 몰랐어.”경주는 가슴을 찌르는 듯한 고통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충격을 먹었다.“그날 어머니 기일이었어. 기분이 좋지 않아서 술을 많이 마셨어. 그 후로 가끔씩 침대에서 아람과 같이 있는 꿈을 꾸곤 했어. 꿈인 줄 알았어. 같이 잔 줄 상상도 못했어.”“2년 전, 김은주와 엮이고 있었잖아. 그 당시 앞으로 김은주와 꼭 다시 만날 거고, 반드시 아람과 이혼하겠다고 했어. 네 마음속에 아람의 자리가 없었어. 맞아? 신경주, 이 말도 되지 않는 것들이 네가 직접 한 말이 맞지?”이유희의 말은 경주의 가슴을 찔렀다. 수많은 뺨을 맞은 것 같았다. 경주는 멍하니 앉아 있었고, 머릿속에는 온통 자신을 바라보던 아람의 증오와 눈물이 담긴 눈이다.‘2년 전 그날 밤, 아람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당시 날 얼마나 사랑했을까? 나한테 괴롭힘을 당하고도 날 따라다녀? 난 죽을죄를 졌어. 구윤이 단검으로 더 깊게 찔러야 했어.’“경주야, 사실 넌 예전부터 아람에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 그저 네가 사랑이 뭔지 모르고, 어떻게 사랑할지 모르는 것 같아. 어린 시절 목숨을 구해준 김은주에게 조종당해왔기 때문에 아람을 받아들이지 못한 거야. 자신의 마음을 몰랐어.”이유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친구인 경주가 어이없고 마음이 아팠다.“이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왔어. 아람을 포기하지 말라고 하려고 했어. 어떻게 되든 포기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어. 끝까지 집착했으면 좋겠어. 하지만 오늘 구윤이 너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경주야. 어쩌면 엇갈린 것도 운명이야. 너희들이 정말 인연이 아닐 수도 있어. 억지로 만나는 건 서로에게 고통만 줄 거야. 게다가 아람은 가족을 중시해. 구윤의 태도로 널 받아주지 않을 거야. 구씨 가문은 널 받아주지 않을 거야. 아람의 마음속에 네가 있더라도, 너희들이 다시 만난
백소아는 테이블 위에 놓인 합의이혼서를 바라보았다. 서류엔 이미 남자의 이름이 사인되어 있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젖은 눈동자 속에 비친, 신경주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거두곤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차갑고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뒷모습은 마치 어서 빨리 합의서에 사인하라고 재촉하고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가 사인을 끝냈으니 당신도 어서 하세요. 은주가 돌아오기 전에, 저는 당신과의 모든 법적 절차를 끝내고 싶어요.”신경주는 양손을 등 뒤에 짊어진 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결혼 전에 이미 재산 공증을 했기 때문에 재산 분할을 할 필요는 없지만, 소아 씨 당신한테는 그간 정이 있으니 40억 상당의 서부의 별장 한 채를 더 넘겨줄게요. 어쨌든 당신이, 이 집을 나가야 하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 할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을 것 같아서요.”그의 말에 백소아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눈앞이 번쩍였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이 저랑 이혼하려는 건 아세요?”“모르면 뭐 어때요. 그게 제 결정에 영향을 미칠 꺼라 생각해요?”그녀는 여윈 몸으로 서 있지도 못하고 책상에 겨우 몸을 지탱한 채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경주 씨……, 우리 꼭 이렇게까지 이혼을 해야 해요?”그 말에 마침내 신경주는 돌아서서 짜증 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그녀를 쳐다보는 남자의 뚜렷한 이목구비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가슴 떨리게 했다.“왜요? 이 결혼이 행복하다고 생각해요??”“왜냐하면……, 전 여전히 경주 씨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백소아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사랑한다구요, 경주 씨. 전 경주 씨의 아내로 그냥 있고 싶어요. 당신이 저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더라도 그냥 옆에만 있게 해주세요…….”“전 이제 지긋지긋해요. 사랑도 없는 이 결혼생활 저에게 일분일초가 지옥 같아요.”신경주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그녀의 말을 계속 들어줄 인내심조차 없었다.
저녁 식사 시간, 김은주는 신씨 가문의 사람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화목한 분위기 속, 신경주 한 사람만은 굳은 표정으로 음식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백소아는 구윤의 차를 타고 그 사람과 함께 떠났다.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하고 말이다. 40억 원에 달하는 별장을 포함한 어떤 것도 가져가지 않았다.“소아는? 왜 아직도 밥 먹으러 안 오는 거니?”신 회장이 의아한 듯 물었다.“저희는 이미 이혼하기로 결정했고, 합의서에 이미 사인했습니다.”신경주가 담담하게 말했다.“곧 법원에 서류를 제출할 예정입니다.”“뭐? 이혼? 왜?”신 회장이 말했다.“아이고, 여보. 제가 진작에 말했잖아요. 우리 경주랑 소아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두 사람은 어르신께서 억지로 결혼시키신 거잖아요.”진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아이는 3년이나 힘들게 참으면서 지냈어요. 이제야 소아가 경주와 이별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어찌 보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을 수도 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경주가 사랑하는 사람은 은주잖아요.”“경주야, 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하물며 그 아이는 말이야…….”“아버지, 이미 이혼 합의서도 다 썼고, 그 사람도 이곳을 떠났어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맨몸으로 집을 나갔어요.”신경주는 답답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허, 그렇게 안 봤는데 꽤 고집 있네?”신효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 바깥에 가서 우리 신씨 가문이 자신을 푸대접했다고 함부로 말하면 어떡해요?”신경주는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난 기색이 역력했다.“경주야, 이번에는 네가 경솔하게 행동한 듯하구나. 할아버지는 아직 입원 중이셔. 이 일을 할아버지께 어떻게 설명할 거야?”신회장은 이 일로 어르신의 노여움을 살까 봐 초조함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다음 달에 결혼 소식을 알리고, 은주를 정식으로 제 아내로 맞이할 거예요.”김은주는 잘생긴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감동 어린 눈빛을 하고 있었다.“헛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