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내일도 그들을 만나러 가지 않을 거예요. 오늘 밤 하마터면...”문별은 여기까지 얘기하자 목이 메었다.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한참 지나자 문상훈은 태도를 바꿨다. 말투는 조금 온화해졌지만 더 상처를 주는 말이었다.“별아, 네가 곤란한 걸 알아. 하지만 문씨 가문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 넌 문씨 가문의 딸로서 가족을 위해 희생을 하는 것도 맞잖아? 네 동생도 요즘 북성 손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과 결혼할 예정이야. 문정이도 우리 가족을 위해 많은 희생을 했어!”문별은 순간 눈시울이 불어지고 또박또박 말했다.“그 두 남자가, 저에게 성희롱을 한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래요?”문상훈은 말문이 막혔다.“다 아시면서 만나라고 했어요? 이렇게 딸을 불덩이로 밀어 놓는 거예요?”문별은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을 글썽이며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 문밖에 서 있는 구진은 다른 말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이 말은 또렷하게 들렸다. 전에 들은 말과 결합하면 전체 이야기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자 가슴이 찢어진 듯 아팠다. 주먹은 무쇠처럼 굳게 쥐어졌으며, 격렬한 분노로 가득 찼다.‘무슨 악마 가족이야! 친 부모가 어떻게 딸에게 이런 일을 시켜?’얼마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방 안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 구진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숨을 죽이고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문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구진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문을 열었다.“문별아?”구진은 눈을 부릅뜨며 깜짝 놀랐다. 흰 깃털처럼 야위고 안색이 창백한 문별은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구진은 서둘러 다가가서 확인했다. 곧 문별이 심정지 상태라는 것을 알고 순식간에 공포가 사지에 퍼졌다.“버텨, 문별아!”구진은 심폐소생술을 하려고 양손으로 문별의 가슴을 눌렀지만 반응이 없었다.“문별아, 문별아.”구진은 문별의 창백한 입술을 보자 마음을 다잡고 깊게 입맞춤을 했다. 그들의 입술은 서로 단단히 밀착되어 있고 문별의 입
문별의 갑작스러운 심정지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구진은 여전히 아람을 병원으로 보내고 아람에게 알렸다. 구진은 아람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계속 숨지면 남매 관계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다음 날 아침 일찍, 아람은 해문에서 임수해와 함께 서둘로 문별이 있는 성주의 병원으로 갔다.“둘째 오빠! 도대체 무슨 일이야? 별이가 왜 심정지 되었어?”아람은 급한 마음에 눈물을 글썽거렸다.“의사 선생님은 문별의 체질이 약하고 심장병이 있지만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 했어.”‘심장병?’아람은 몸을 비틀거리자 임수해는 다가가서 부축해 주었다. 아람의 마음이 너무 아팠다. 문별은 아람의 제자일 뿐만 아니라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별 몸 상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정말 스승이 될 자격이 없어!’구진은 어젯밤 문별과 가족의 대화를 생각하자 주먹을 몰래 움켜쥐고 목소리가 쉬었다.“지나치게 감정이 겪해져서 심정지 되었어. 다행히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 아니면 상상도 할 수 없어.”어젯밤 문별을 병원에 보낸 후 구진은 아람에게 전화를 하고 두 사람이 마주친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문별과 가족 간의 갈등은 아람에게 말하지 않았다.“감정이 겪해져? 왜?”아람은 주변 사람들의 일에 대해 항상 끝까지 파고드는 것을 좋아했다. 아람의 기억 속에서 문별은 항상 성격이 쿨하고 털털했고 뒤끝이 없는 사람이었다.‘그런데 왜...’“아람아, 자세한 건 문별이 깨어나면 직접 들어.”구진은 그 키스를 떠올리자 얼굴이 뜨거워지고 정신이 황홀했다.“둘째 도련님, 어젯밤 내내 문별 씨와 함께 있었어요? 집으로 데려갔어요?”임수해는 호기심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아람의 궁금증도 활활 타올랐다.‘30년째 모태솔로인 둘째 오빠가, 여자를 집에 데려간 건 처음이야! 항상 여자에게 알레르기가 있었잖아!’“응.”구진은 솔직하게 인정했다.“어젯밤 상황이 긴박했어. 나쁜 사람들에게 또 괴롭힘을 당할까 봐 두려워서 집에 데려올 수밖에 없었어.”아람은 구진
병실에서 문별은 침대 옆에 힘없이 기대어 링거를 맞고 있었다. 이른 아침 햇살이 문별의 창백한 얼굴에 내려앉아 여전히 아름다워 보였다.“별아.”아람은 눈시울을 붉히며 부드럽게 불렀다. 잠시 동안, 눈앞에 있는 야윈 여자가 항상 털털하고 해맑던 제자라는 걸 감히 알아차리지 못했다.“사, 사부님?”문별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어 바늘을 꽂은 손을 이불 속으로 감추었다.“어떻게 된 거야?”아람은 침대 옆에 앉아 문별의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도대체 누가 널 괴롭힌 거야?”문별은 입을 꼭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빨리 말해, 사부님이 복수해 줄게!”“저혈당 때문에 어지러워서 그래요, 괜찮아요.”“아직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아? 심장병이 있다는 걸 몰랐어? 언제까지 나한테 숨기고 싶었어?”아람은 화가 나서 하얀 얼굴이 불덩이처럼 붉어졌고 문별의 손을 아프도록 잡았다. “둘째 오빠가 네가 어젯밤에 전화를 받고 감정이 격해져서 쓰러졌다고 했어. 도대체 누구 전화야? 무슨 말을 했어? 어젯밤 클럽에서 생긴 일은 뭐야?”예민한 아람은 아픈 질문만 했다. 문별은 눈썹을 떨며 손가락이 아람의 손바닥에서 움찔했다.“사부님, 일부러 숨긴 건 아니에요. 그저 제게 사적인 공간을 허락해 줬으면 좋겠어요. 저만의 비밀을 가질 수 있게 해주세요.”“안 돼! 안 돼! 안 돼!”아람은 화를 내며 눈시울을 붉혔다.“무슨 비밀? 분명 괴롭힘을 당했다는 걸 내가 알기를 원하지 않고, 내가 대신 나서는 게 싫어서 그러는 거야. 나 구아람의 원칙 중 하나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거야. 내 사람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백배 더 갚게 해야 해. 네가 이렇게 괴롭힘을 당했는데, 사부님으로서 가만히 있어야 해?”“사무님이 상관할 수 없어요!”문별은 갑자기 감정이 격렬해졌다. 이렇게 격렬한 말투로 아람에게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부탁할게요. 제 일에 참견하지 마세요. 제발요!”아람은 깜짝 놀라더니 눈에 빛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병실
“뭐?”아람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구진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사생아? 문씨 가문의 사생아?”“그래서 너한테 정체를 숨겼을 거야. 이해할 수 있어.”문별의 자료들을 보자 구진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 슬픔과 불행을 드러내는 사람들에 비해 이렇게 모든 것을 마음속에 숨긴 문별이 오히려 더 가슴이 아팠다.“별이는 정말 멍청이네.”아람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고 숨쉬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어젯밤 문별과 술을 마신 두 외국인은 외국 건설 회사의 임원이야. 문씨 가문과 비즈니스 거래가 있어. 어젯밤 문별과 아버지의 대화를 결합해 보면, 아마 문씨 가문이 준비한 것일 거야.”“말도 안 돼! 비즈니스를 위해 딸을 술자리로 보내? 문상훈이 짐승 같은 사람, 머리에 구멍 났어?”아람은 테이블을 내리치자 커피가 쏟아졌다. 눈에는 악기를 품었다.“오빠, 이 일은 내가 해결할게. 나한테 한 가지만 약속해. 문별 곁에 있어 줘. 다 나을 때까지.”구진은 멍해졌다. 바로 대답하지는 않았다.“약속해 줄 거야?”아람은 구진을 째려보았다.“그럼, 네가 해달라고 하면 당연히 해야지, 약속할게.”구진은 동의했다.“왜? 문별이 사생아라서, 둘째 도련님이 문별의 출신을 싫어해?”“지금 오빠를 욕하는 거야? 내가 그런 속물이야?”구진은 얼굴을 붉히며 약간 화를 냈다. 이때 구윤이 아람에게 전화 쳤다.“아람아, 오늘 밤 신경주가 비즈니스 리셉션에 참석할 거야. 그때 만나.”“알았어.”아람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람아, 사실 사적으로 만나자고 해도 돼.”구윤은 머뭇거리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비록 부부도, 친구도 될 수 없지만, 얼굴까지 안 볼 사이는 아니야.”“잠깐 마주치기만 하면 돼. 사적으로 만나기 싫어.”아람은 왠지 모르게 마음속으로 경주를 만나는 것이 조금 두려웠다.“오빠. 그저 유지운이 신경주와 만나게 해서 치료 일정을 잡고 싶을 뿐이야. 신경주가 완전히 회복되면 다시는 안 봐도 돼.”...구진은 병실로 돌아왔을
지금 대화하고 있는 사람이 구반복의 둘째 아들, 아람의 둘째 오빠라는 것을 알면 문상훈은 아마도 후회하고 죽을 마음도 생길 것이다.“지금 소리 지를 필요 없어요. 또다시 문별을 건드리면 제가 어떻게 할지 기대하세요.”구진은 턱을 치켜들고 차갑게 웃었다. 오만함에 있어서 구씨 가문의 사람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너, 너!”문상훈은 너무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너 도대체 누구야?”구진은 마른침을 삼켰다. 갑자기 용기를 내어 큰 손으로 문의 가늘고 매끈한 어깨를 감싸고 품에 안았다. 갑자기 안긴 문별은 잠시 동안 움직일 수 없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문별의 남자친구예요.”말을 마친 후 구진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문상훈에게 말을 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갑자기 공기까지 조용해졌다.“컥, 오해하지 마. 그저 해본 말이야.”구진은 서둘러 자신의 마음을 설명했다.“오해하지 않았어.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득을 본 거네.”문별은 쓴웃음을 지었다. 구진은 아람을 대신해 자신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구씨 가문 도련님이 자신을 마음에 품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만큼 주제넘지 않았다. 망상증은 없었다. 게다가 문씨 가문 사생아라는 신분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다. 구씨 가문처럼 힘 있는 가문이 문씨 가문을 안중에 두지 않을 거고, 얼굴도 드러낼 수 없는 사생아를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구진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문별을 깊이 바라보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어젯밤, 우리...”“어젯밤은 고마웠어. 네가 제때 구해주지 않았다면, 난 아마 죽었을 거야.”문별은 진심으로 구진에게 감사를 표했다.“아니, 내 말은, 우리, 그. 정말 기억이 안 나?”구진은 불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물었다.“뭐?”문별은 의아한 표정으로 구진을 바라보았다.‘정말 기억이 나지 않나 보네.’이용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에헴, 그, 이제 좀 놓아줄 수 있어?”문별은 부드러운 입술을 오물거리며 구진의 품에서 몸을 움
저녁 7시.리셉션 장소는 여전히 신씨 호텔로 정했다. 비즈니스 미팅이 끝난 후 성주의 비즈니스 거물들과 업계 엘리트들이 행사에 계속 참여하기 위해 서둘러 이곳으로 왔다.아람은 검은색 부가티를 몰고 왔다. 유지운은 조수석에 앉아 차 문을 붙잡고 멍하니 앞만 바라보며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한 마디라도 더 하면 어제 먹었던 음식까지 목구멍에서 나올 것 같았다. 드디어 호텔에 도착했다. 아람은 멋진 드리프트를 하며 안정적으로 주차를 했다.“내려요.”아람은 안전벨트를 풀었다. 유지운은 얼굴이 종이처럼 하얗게 질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아람은 눈을 깜빡이며 손을 흔들었다.“저기요, 왜 그래요? 굳어졌어요?”“토, 토하고 싶어요.”유지운의 얼굴색은 보라색으로 질렸고 몸이 안 좋았다. 아람은 소리를 지르며 유지운을 발로 차 버렸다.“토하려면 내려가서 토해요, 제 차에 토하지 마세요!”차 문을 여는 순간 유지운은 바로 토했다. 학자 집안의 귀공자로 태어난 유지운은 이렇게 토한 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구윤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죽고 싶었을 것이다. 토를 다하고 유지운은 허약하게 문을 잡고 헐떡이며 아람을 노려보았다.“구씨 가문 사람들은 다 미쳤어요? 차를 비행기처럼 몰아요?”“상남자가 무슨 멀미를 해요?”아람은 팔짱을 끼고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제 운전 실력은 레이싱 수준이에요. 엄청 안정적이에요. 적응을 못한 당신의 문제죠.”말을 하며 아람은 유지운에게 물을 주며 챙겨주었다. 유지운은 입을 헹구고 물을 마신 후 잠시 진정했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저기요, 약속한 거 잊지 마세요.”“기억하고 있어요.”아람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신경주를 치료해 주면 백신을 만나게 해줄게요. 약속해요.”‘유지운이 자신을 놀리고 있는 이 눈앞의 여자가 우상 백신이라는 것을 알면 기분이 어떨까? 손해 봤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바로 이때,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그들 앞을 지나갔다. 아람은 차량 번호를 보고 왠지 모르게 익숙했다
“주인공은 중요하지 않아요. 신 사장님께서 좋아하는 게 중요해요.”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아람은 구하영의 말이 또렷하게 들려서 눈썹을 찌푸렸다. 유지운은 구하영의 가식적인 모습을 보자 억지로 참았던 구역질이 다시 조금씩 올라왔다.“우리 딸, 잘해 봐. 신 사장님을 잘 챙겨줘. 그럼 신 사장님도 흔들릴 거야.”구해진은 이때도 아람을 비아냥거렸다. “우리 딸은 구아람 그 중고품보다 훨씬 나아. 딸, 자신감을 가져. 구아람보다 못하지 않아. 신 사장님과 인연이 조금 없을 뿐이야. 하지만 이건 중요하지 않아. 인연은 만들 수 있어. 구아람 그 계집애와 신 사장님이야말로 인연이 없어. 아니면 왜 이혼까지 했겠어?”아람은 침착하게 조용히 부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차가운 얼굴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유지운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뜨며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구해진과 구하영을 바라보았다.“신경주가 당신 전 남편이에요?”“네, 진작에 말씀드렸어야 했어요. 어차피 비밀이 아니에요.”안색이 차가운 아람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정말 모범적인 전처네요.”유지운은 아람을 놀렸다.“이혼한 사람들은 서로 목을 졸라 죽이고 싶어 하던데, 구아람 씨는 이혼했는데도 전 남편을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네요. 미련이 남은 거예요, 아니면 약점을 잡힌 거예요?”“전 제 마음을 편하게 하고 싶은 거예요. 가요.”아람은 아무런 표정 없이 호텔로 걸어갔다. 유지운은 떠나는 아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단호하고 냉정한 20대 초반의 소녀인데 성난 폭풍을 가르는 날카로운 칼처럼 위엄이 있었다. 유지운은 입꼬리를 올렸다.“구아람, 점점 재밌어지네.”...구해진이 상장의 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구하영은 먼저 연회장 문앞에 도착했다. 거만하게 초대장을 꺼내 문앞에 있는 직원에게 건넸다.“구하영 씨, 어서 오세요.”“감사합니다.”구하영이 긴 머리를 쓸어넘기며 들어가려는 순간, 뒤에서 다소 위압적인 하이힐 소리가 들렸다. 구하영은 의아하며 돌아보자 눈을 부릅떴다. 그제야
“무슨 말이야, 언니는 겸손하잖아.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는 절대 참석하지 않았어.”“그래? 그럼 천천히 익숙해져야겠네.”아람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구하린을 바라보았다.“앞으로 공식 석상에 자주 올 거야. 우리 두 자매가 자주 만나서 친해져야 할 것 같아.”구하영의 얼굴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지만 가슴은 분노로 가득했다.“아가씨, 초대장을 보여주세요.”직원은 아람에게 정중하게 물었다.“초대장이 없어요.”아람은 담담하게 말했다.“풉!”구하영은 입을 가리고 조롱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드디어 아람을 이길 기회를 찾은 것 같았다.“언니, 이런 고급 행사에 참여한 지 너무 오래됐지? 초대장이 있어야 입장할 수 있는 거 몰라? 이러면 직원들한테 얼마나 민폐야.”직원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죄송합니다, 아가씨. 초대장 없이는 입장할 수 없습니다.”“구아람입니다.”아람은 담담하게 이 한 마디만 했다.구아람이라는 세 단어는 천둥처럼 두 직원을 놀라게 했다. 예전 같았으면 아람은 편하게 행동하기 위해 아버지가 구만복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성주에서 온 도시를 뒤흔들 정도로 큰 소동을 거듭했다. 이름만으로도 충분하여 아버지의 성함을 밝힐 필요가 없었다.“구, 구씨 가문 아가씨였군요. 죄송합니다. 실례했어요!”“괜찮아요. 제가 갑자기 일이 있어서 신 사장님을 뵙고 싶어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아람은 오히려 겸손하게 웃었다.“초대장이 없어서 들어가기 불편하네요. 죄송하지만 두 분이 들어가서 전해주시면 고맙겠어요.”“그럴 필요 없어요! 아가씨, 들어가시죠!”직원은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 방금 구하영을 대하는 태도와는 전혀 달랐다.“감사합니다. 유지운 씨는 제 친구예요. 같이 들어가도 될까요?”아람은 웃으며 물었다.“물론이죠, 어서 오세요!”아람과 유지운은 정중하게 연회장으로 안내되었다. 혼자 남겨진 구하영은 너무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지고 발을 세차게 쿵쿵 쳤다. 어렸을 때부터 언제 어디서든, 아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