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난…….”신효주는 눈에 눈물이 가득하고 어이가 없어 목이 메었다.“너 우리와 일부러 반대로 하는 거지? 우리가 백소아를 싫어하니까 기어코 그녀를 도와주는 거지? 머 제기 잠 남다른 티를 내려고.”신효린은 간드러진 얼굴을 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내 앞에서 아닌 척하지 말아! 바보 같은 거. 곽 도련님은 너를 좋아하지 않아. 그러니 꿈 깨!”“셋째 아씨! 왜 이러세요!”오씨 아줌마가 급히 뛰어들어 눈물투성이가 된 신효주를 품에 안았다.이런 일은 신씨네 집의 다른 하인들은 이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고 아무도 감히 신효린을 막지 못했다.그러나 오씨 아줌마는 신경주의 사람이고 경력이 많았고 곧은 마음씨를 가지고 그녀만이 감히 넨째 아씨를 위해 나서려고 하였다.“오씨 아줌마는 나가! 여긴 아줌마가 할 일이 없어!”신효린은 오씨 아줌마에게도 우호적이지 않았다.“내가 보기에 나가야 할 사람은 셋째 아씨인 것 같군요!”오씨 아줌마는 떨고 있는 넷째 아씨를 달래면서 경고의 눈빛으로 신효린을 훑어보았다.“점잖게 이 문을 나서면 난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으로 간주하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도련님이 돌아오시면 넷째 아씨를 괴롭힌 걸 일일이 고해바칠 테에요.”신효린은 벌벌 떨며 이를 악물었다.만약 신경주가 그녀가 집에서 어떤 몰골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면 반드시 이유희에게 전해질 것이다. 그들 둘은 바지 한 벌을 같이 입을 수 있는 사이다. 만약 신경주가 중간에서 방해를 한다면 그녀가 이유희를 쟁취하기 힘들어질 것이다.그걸 감안하면 신효린은 잠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아 떠날 때 심효주의 품에 든 곰을 빼앗아 팔을 휘두르며 창문밖으로 던졌다.“아! 내 곰돌이!”“무슨 넝마야, 정말 거슬려!”신효린은 차가운 콧방귀를 뀌며 긴 머리를 쓸어내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방을 떠났다.……신효주는 신발을 신을 겨를도 없이 맨발로 별장 밖으로 달려갔다.신경주가 관조장원으로 들어오다가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그날 저녁, 구씨네 세남매는 성주에서 해문으로 돌아왔다.두 도시는 거리가 멀지 않아 고속으로 가면 두 시간도 안 된다.성주는 전국의 경제중심지로서 자원이 풍부하고 발전전망이 밝아 군사가들이 반드시 쟁탈해야 할 곳이다.그러나 해문은 다르다. 해문은 100년 동안 구씨 가문에만 속해 있었다.구씨의 산업은 해문의 인구의 3분의 1을 먹여 살려 해문의 황제로 불린다.구씨가 없으면 해문은 평범한 2선도시로서 경제발전이 이렇게 빠를수 없다고 말할수 없었다.세 남매가 고색창연한 추성제를 찾았다.“아, 아가씨! 언제 돌아오셨어요?!”감격에 겨워 그들을 맞이하러 온 환갑 노인은 이곳의 관리인인 동 아저씨이다.그는 구만정의 유모의 막내아들로서 구회장과 어릴 때부터 같이 놀았기에 관계가 매우 좋았다.동 아저씨는 큰 뜻이 없었다. 비록 요 몇 년 동안 구회장의 운전기사조차도 매일 구회장과 통화하고 성주에서 세 채의 집을 샀지만 그는 벼슬길에 관심이 없었다. 결혼하지 않고 아들을 낳지 않고 외톨이가 되어 추성제를 지키며 종일 옥돌과 동반하여 앉아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동 아저씨, 요즘 몸은 어떠세요? 비 오는 날에 다리는 안 아요? 숨이 차는 병은 좀 낫는가요? 제가 얼마 전에 수해를 통해 보내 드린 약을 썼어요?”구아람은 맑은 눈동자를 굽혀 동 아저씨의 팔을 다정하게 잡았다.“난 괜찮아요…… 그치만 그게 뭐 중요해요? 중요한건 아가씨가 돌아왔다는 거죠!”동 아저씨는 기뻐서 눈물이 흐릿해졌다.“저는 사실 이번에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어요…….”구아람은 그윽하게 탄식하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나에게 좋은 친구가 하나 있는데 나에게 한 가지 선물을 주었어요. 그걸 내가 망가뜨렸어요. 그가 슬퍼 하지 않게 똑같은 거 만들어 줘요.”“무슨 물건이에요?”구아람은 붉은 입술을 가볍게 오므리고 복고적인 장신구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꺼내 안에서 옥팔찌 조각을 꺼냈다.“아이고! 이것은 정말 좋은 재료인데, 지금 천개를 깨도 이런게 하나도 나오지 않는데, 너무
그는 눈을 내리깔고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신경주라는 이름이 스크린에 떠올랐다.“신 사장님.”구윤은 싸늘하게 전화를 받았다.구진은 눈썹을 세게 비틀며 일어서서 귀를 기울여 들었다.“구 사장님, 저는 백소아를 찾습니다. 그녀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신경주의 목소리는 매우 낮고 초조함을 띠고 있었다.“소아는 지금 시간이 없습니다.”“그럼 그녀는 언제 시간이 있습니까?”“당신에게 그애는 언제나 시간이 없습니다.”구윤은 평소에 성격이 평온하고 예의가 바르며 절개가 있다.그러나 사람을 증오하면 그것도 정말 정곡을 찌르는 것이다.구진은 흥분해서 주먹을 쥐었다. 잘했어!“…….”저쪽에서 신경주의 얼굴은 어두컴컴한 것이 미사일에 폭격당한 것과 같았다.“우선 소아가 번호를 바꾼 이상 그애는 당신이 자기에게 연락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당신들이 아직 정식으로 이혼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여성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으로 그애를 거듭 괴롭혀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자선 경매에서 일어난 일은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신경주는 목이 갑자기 움츠러들었고 명치는 마치 가시가 촘촘한 덩굴이 가득 기어오른 것 같았다.구진은 마음속으로 탄복했다.이게 바로 그의 형님, 왼손은 자비롭고 오른손의 무서운 사람이다. 그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 세상의 절대다수의 일은 그가 화를 낼 가치가 없다. 가족을 제외하고는.“그 일은…….”“당신의 마지노선을 나는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은 나의 마지노선을 이미 밟았습니다.”구윤은 말이 매섭고 눈빛이 무거웠다.“나의 첫 마지노선은 소아이고 마지막 마지노선도 소아입니다. 이것은 내가 마지막으로 신 사장님의 전화를 받은 것이고 또한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약혼녀와 가족을 잘 관리하고 더 이상 소아를 찾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럼 안녕히.”이 말을 마치고 구윤은 과감하게 통화를 끝냈다.같은 시각 관해정원.신경주는 창문 앞에 서서 이미 꺼져 버린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휴대전화를 쥔 손을
구아름은 얇은 눈꺼풀을 들어 올렸고 물안개가 자욱한 살구 눈동자는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는 밤바람처럼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를 깊이 바라보았다.“내 여동생이 나를 버리려 한다면서?”그는 입술을 꼬집고 사납게 웃었다.“넷째 오빠…….”구아름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말랑말랑했다.“아름아, 네가 나를 오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으니 내 마음은 정말 내려놓은 셈이다.”구씨 집안 넷째 도련님은 기쁨의 눈초리를 날았고 평소에 검고 차가운 눈동자는 그녀를 위해 마치 빙설이 갓 녹고 새벽이 밝은것 같았다.그의 길고 튼튼한 팔은 여동생의 작은 허리를 껴안고 그녀를 팔굽이에 잡아당기고 다른 한 손은 트렌치코트 주머니에 들어가 초콜릿 한 조각을 만져 내고 이빨로 포장지를 찢어 구아름의 입술 옆에 가져다 댔다.“미국 특산이야, 네가 가장 좋아하는 거, 먹어봐.”“넷째 오빠!”구아름은 새가 숲에 던져지듯 그의 가슴에 뛰어들었는데 어쩐지 슬픈 정서가 솟아올라 뜨거운 눈물이 눈에 가득 고여 남자의 검은 셔츠에 스며들었다.이 눈물의 성분은 복잡했다. 오빠에 대한 그리움, 할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김은주에 대한 분노, 옥팔찌를 만들 수 없는 답답함…… 신경주에 대한 실망과 가슴앓이도 있었다.“아름아? 너…… 울었어?”넷째 오빠가 갑자기 놀라 큰 손으로 그녀의 뒷목을 가볍게 긁었다.“아니…….” 구아름은 울적거렸다.내 옷이 다 젖었는데도 아니라고?”“내가 안 울었다면 안 운거야!”구아름은 목이 메었지만 여전히 고집이 세고 입이 굳었다.넷째 오빠는 여동생이 자존심이 매우 강한 소녀라는 것을 알고 어려서부터 우는 회수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그녀를 들추어내지 않고 조용히 안아주고 달랬을 뿐 마음속으로는 찔끔찔끔 아팠다.아름아 넷째 오빠가 돌아왔다.신경주는 이제 끝! 장! 이! 야!이때 구윤과 구진은 어깨겯고 문밖에 서서 남매의 정이 깊은 장면을 바라보았다.구진은 시큰둥하게 이를 악물었다.“젠장, 저게 돌아왔으니 계속 같이 있으면서도 내 품에서 애교를
“하하…… 둘째 너 누가 얘기 안 해줬어, 걸음걸이가 크며 바지 가랑이가 찢어질 수 있다고? 그러니 분수에 맞춰서 해야지!”백정인이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평소 비밀 정보원의 혹독하고 신중한 근무 분위기 속에서 그는 이미 오랫동안 이렇게 웃지 못했다.구윤은 한쪽에 서서 두 동생의 장난치는 모습을 보고 자애로운 아버지처럼 상냥하고 부드러운 눈빛을 보였고 그의 기억은 어릴 적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참, 말한 김에 내가 아람에게 준비한 선물 보여줄 게.”백정인은 눈을 번쩍이며 은백색의 정밀한 장방형 손가방을 흥미진진하게 가져왔다.번잡한 비밀번호를 열고 안에 물건을 본 순간 구윤의 얼굴표정은 어두워지고 구진은 숨을 들이켰다.“이 총은 우리 비밀 정보원 본부에서 새로 개발한 것이야, 절반은 총알이고 절반은 마취제, 만약 위험에 부딪히면 총알을 돌려. 왼쪽으로 돌리면 3일째는 잘 수 있고 오른쪽이면 평생 자게 할 수 있어.”“이 라이터는 소형 수류탄으로 휴대하기 편하고 살상력이 커서 건물 한 채는 쉽게 날아갈 수 있어, 한 층은 그저 껌이고.”“아아, 그리고 이거!”남자는 죽을 때까지 소년이라고 하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백정인은 장난감을 자랑하듯 의기양양하게 소개하였다.“아람아, 너 액세서리에 관심있지? 내가 널 위해 반지를 주문했는데 어때, 마음에 들어?”호기심이 많은 구진은 반지를 잡고 보려고 하였는데 백정인이 갑자기 그의 손목을 잡았다.“조심해, 이 반지에 독이 들어있어.”구윤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머리를 숙였다.“하느님이 너를 용서해 주시기를 바란다, 아멘.”구진은 그저 오싹할 뿐이다.“아람이 너 같은 오빠가 있다니,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몰라!”“뭘 알아, 내 선물 사용가치가 얼마나 큰데.”백정인이 눈을 가늘게 하고 차갑게 말했다.“신경주 그 개자식 우리 동생을 괴롭혀, 내 이거 나 걔를 위해 준비한 거야. 어떻게 죽일 가는 아람이 정하면 되고.”구진은 그냥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넷째 너 이번 언제까지 집에
구아람은 낙성재에서 3일 동안 머물렀다.그녀는 할아버지가 그녀에게 준 팔찌랑 똑같이 생긴 팔찌를 만들기 위해서 3일 동안 잠도 못 잤다.오빠들은 그녀에게 쫓겨나 각자 할일을 하고 저녁에는 돌아와서 그녀와 같이 저녁 먹었다.오빠들은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를 준비했지만 그녀는 입맛이 없었다.그들은 매우 걱정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다 남자라서 액세서리에 대해 잘 몰랐다."아가씨." 동 아저씨가 갑자기 말했다.그는 상자 하나를 꺼냈다."아저씨, 이건…….""열어보세요."구아람은 눈살을 찌푸리며 상자를 열었다.구아람은 그 안에 있는 영롱한 팔찌를 보며 깜짝 놀랐다.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할아버지가 그녀에게 준 팔찌와 아주 비슷하다.“이것은 우리 스승님이 남겨준 팔찌입니다. 스승님은 이 팔찌를 사모님에게 주고 싶어셨는데 안타깝게도 끝까지 못 주셨어요.”"사모님? 소 대사님은 노총각잖아요" 구진은 고기를 먹으면서 물었다.동 아저씨는 그를 힐끗 보았다."짝사랑이죠!""어허, 저는 소 대사님은 돌만 좋아하신 줄 알았어요."백정비는 술을 한 모금 마셨다."왜 못 주셨나요? 부끄러워서?""스승님과 사모님은 동문인데 원래 스승님은 사모님을 싫어했고 놀리고 다니셨습니다. 그러나 20년이 지나고 나서 스승님은 자기도 모르게 사모님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후에 사모님은 다른 사람과 결혼했는데 스승님은 사모님에게 이 팔찌를 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모님은 결혼식 당일에 교통사고가 나서 돌아가셨습니다.”"그 이후에 스승님은 모든 감정을 옥돌에 바쳤습니다.”"아주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네요. 세상에서 소 대사님만큼 정이 깊은 남자가 참 드물네."구아람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이게 자업자득이잖아요. 소 대사님은 자기 마음도 모르고……."다들은 이 말 듣고 백정비를 째려보았고 백정비는 입을 삐쭉거리며 난처해서 계속 술을 마셨다.구아람의 마음은 씁쓸했다.대사님처럼 박정한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셨네. 나와 신경주
"너한테 다시 연락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걔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잘했어, 걔 같은 사람은 쉽게 나를 만나지 못하지. 난 KS 그룹 사장의 여자야.""그래, 네가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여자야."구윤은 웃으면서 말했다."오빠, 핸드폰."구아람은 손을 흔들었다.구윤은 그녀에게 핸드폰을 주었다."비밀번호는 네 생일이야.""알아."구아람은 연락처를 열어 신경주의 번호를 차단했다."정말 잘했어." 구윤은 웃으면서 말했다."화근을 철저히 없애야지. 이렇게 해야 걔가 정신 차리지."구아람은 차갑게 말했다.*요 며칠 동안 신경주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못 잤다,그와 백소아의 연락은 완전히 끊어졌다.백소아를 찾지 못해서 할아버지는 맨날 그에게 전화하며 욕했다."사장님, 아니면 신고할까요?"한무가 말했다.“실종신고를 하죠! 사모님과 아직 이혼 안 하셨잖아요. 아직 부부니까 경찰한테 신고하세요.”"이게 말이야 방구야?" 신경주는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럼 어떡하죠? 사모님은 핸드폰도 없고 친구도 없는데 구 사장도 이제 연락이 안됐잖아요."신경주는 실눈을 뜨면서 한무를 때리고 싶었다.어젯밤에, 그는 구윤한테 전화했지만 자기가 차단 당하는 것을 알았다.신경주는 처음으로 차단 당했다. 그는 충격받아 10여분 동안 멍때렸다.남에게 모욕당하는 느낌이다.그는 벌떡 일어나 양복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차 준비해, KS WORLD 호텔로 가자!"……구아람은 해문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일하기 시작했다.요 며칠은 임수해가 그녀를 대신 회의를 했다.이제 아가씨가 돌아왔으니까 그도 안심해졌다.최근 호텔의 고객수가 20% 증가했다. 놀라운 성과가 아니지만 칭찬해야 할만 성과다.구아람은 호텔의 레서피를 다시 만들었고 요리대회 같은 행사도 개최했다.그래서 요즘 식사하러 온 손님도 많아졌고 호텔의 수익도 늘어났다.하지만 구아람은 이걸로 만족하지 않았다.그녀는 야심만만한 여자다. 그녀는 KS WORLD를 발전시켜 신씨
호텔 로비에는 이미 구경꾼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손님, 진정하세요…… 신분 높으신 아가씨께서 여기서 소란을 피우시면 체면을 구기는 일이 되지 않겠어요? 우리 장소를 옮겨서 천천히 얘기하면 안 될까요?”호텔 담당자는 진땀을 뻘뻘 흘리며 신효린을 달랬다.“당신 말 대로 신분이 높은 제 물건도 훔치는 호텔인데 이 호텔에서는 신분이 없는 사람은 아주 개무시를 당할 게 뻔하네요.”신효린은 한 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프런트를 세게 두드리며 담당자를 노려보았다.주위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신효린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다.신씨 가문의 귀한 딸이라 미디어에 얼굴이 노출되는 경우도 적었다. 그런데 이렇게 불같이 화내는 모습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저…… 저는 물건을 훔치지 않았어요…….”여직원이 고개를 숙인 채 벌벌 떨고 있었다.“아직도 변명해?”신효린은 선홍색 손끝으로 날카롭게 여직원의 얼굴을 찔렀고 담당자가 말리지 않았다면 여직원은 크게 다칠 뻔했다.“그럼 내가 멀쩡하게 세면대에 올려 둔 목걸이가 저절로 발이 달려서 도망이라도 갔다는 거야?”“제가 방을 청소하러 들어간 건 맞습니다만…… 방안에는 저 혼자가 아니었어요…….”여직원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지만, 여전히 자신을 변호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 우릴 의심하는 거예요?”신효린의 친구 A 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우릴 봐봐요. 이딴 목걸이를 훔칠 사람으로 보여요? 당신처럼 거지 같은 사람들이야 말로 목걸이에 목숨 걸고 훔치겠죠. 저희 같은 사람들이 그딴 짓을 할 것 같아요?”“허, 구씨 가문의 호텔이라고 해서 뭐 얼마나 대단하지 보려고 했더니만 서비스가 아주 개판이네요. 우리 신가의 호텔에 비하면 발끝도 오지 못하겠어요.”신효린이 팔짱을 끼고 그들을 깔보듯 말했다.그 말에 호텔 담당자의 얼굴빛이 회색이 되었다.KS 호텔은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호텔이었다. 이런 막무가내인 손님은 처음이었다.“손님, 사건의 전말을 알아내기 전까지 호텔의 명성
효정은 입을 막았다.‘방금 내가 뭘 한 거야! 유희 오빠는 나랑 사귀고 나서 다른 여자를 만난 적도 없는데. 내가 다른 남자를 안았어! 내가 실수했나? 유희 오빠에게 미안한 짓을 했나?”“죄, 죄송해요.”한참 지나서 효정은 결국 실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도현에게 사과하는지 유희에게 사과하는지 몰랐다.“효정 아가씨가 뭘 잘못했어요? 오히려 제가 사과해야죠. 너무 바빠서 사흘 동안 샤워도 못했어요. 더러워서 실례했을 수도 있겠어요.”도현은 효정이 엉뚱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사모님!”소란을 듣고 황급히 달려온 정연은 도현을 보자 깜짝 놀랐다.“구, 구도현 도련님?”도현은 항상 겸손하여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유희가 정연에게 사적으로 얘기한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다. 아니면 신우가 갑자기 찾아온 날이 또 반복됐을 것이다.“아람과 신경주 있어요?”도현은 집안을 살펴보았다. 집안일에 대해 들은 도현은 며칠 동안 아람을 만나지 못해 보고 싶었다.“구아람 씨와 신 사장님이 외출하셨어요.”정연은 망설이더니 공손하게 몸을 돌렸다.“들어와서 기다리세요.”도현도 자신을 외부인 취급하지 않고 거실로 곧장 들어와 털털하게 소파에 앉았다. 그러고 진주에 관한 서류를 테이블에 놓았다. 진주의 사건이 곧 재판을 열 것이다. 아람과 경주가 검토해야 할 서류가 많았기 때문에 아람이 도현을 이곳에 불렀다.“집이 좋네요. 우리 집보다 느낌이 있어요.”도현은 심심하여 주위를 살펴보았다. 아람이 가출을 한 후 이곳에 살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경주가 푸대접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지난번에 어떤 남자가 왔을 때도 똑같은 말을 했어요. 옆집을 사서 이웃으로 살고 싶다고 했어요.”정연은 웃는 듯 마는 듯했다.“누구요?”“구씨 가문 백신우 도련님이요.”그 말을 듣자 도현은 웃었다.“응, 참 신우 형 답네요. 손이 커요. 제 연봉으로는 화장실만 살 수 있을 거예요.”그때 효정이 불안하게 어깨를 움츠리고 불쌍하게 구석에 앉은 모습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건 윤정용의 인정을 받고 당당하게 그 자리에 오르는 거야.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당하는 불효자가 아니라.”유성은 턱을 치켜들며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윤성우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자기 자리야. 내가 직접 윤성우를 끌어내리고 밟을 수 있다면 그것이 윤성우에게 가장 잔인한 복수가 될 거야.”“하하, 늙은이가 윤성우를 싫어하기 시작했어요. 그날을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거예요!”우 비서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유성은 눈을 감고 해일처럼 밀려오는 서운함을 가슴에 품었다.“구만복은 나와 아람의 일을 계속 의심하고 있어.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 내가 윤씨 그룹에서 지위가 없고 주식도 지분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아람을 나한테 완전히 맡길 수 없어.”“그래서 빨리 윤씨 그룹을 가지고 윤씨 가문의 사람과 선을 그어 구만복에게 성의를 보여야 해. 그래야 아람과 나에게 기회가 있을 거야. 아람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야. 그때 윤씨 그룹은 내가 아람에게 준 선물이야.”이때 우 비서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눈을 내리깔고 보더니 조급하게 말했다.“윤 사장님, 우리 사람들이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구만복은 이미 구아람 씨를 찾으러 가셨다고 해요.”..오늘 밤 유희는 이상철에게 불려 갔다. 아람과 경주도 외출해서 집에는 효정과 정연만 남았다. 효정은 유희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화실에 앉아 있었다. 정연은 조용히 옆에 서서 붓을 잡은 효정의 손이 능숙하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여름이 한창인 정원의 아람다움이 종이 위로 그려지가 정연은 감탄했다.“사모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 그림은 마치 사진 같아요.”“그 정도 아니에요. 연이 언니, 너무 칭찬하지 마세요.”효정은 부끄러워 입을 오물거리며 얼굴을 붉혔다.“아니에요, 사모님. 저는 사모님과 도련님께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정연은 웃으며 진심으로 말했다.“사모님이 도련님 곁에 있는 건 도련님께서 복 받으신 거예요. 고마워요.”효정은 고개를 흔들
윤진수가 잡혔다는 소식은 오늘 밤 전국에 큰 충격을 주었다. 윤민주가 실검에서 사라지려는 방법은 자신보다 더 충격적인 인물이 문제가 터지는 것이다. 하지만 윤씨 그룹보다 더 비참한 건 없었다. 윤씨 가문 남매의 죄악이 폭로된 건 이미 윤씨 그룹을 완전히 절정으로 몰아넣었다. 체포된 것도 모자라 윤진수는 신체 부위까지 노출하여 사람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윤씨 가문 조상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무덤에서 뛰쳐나올 것이다. 뉴스를 본 윤정용은 심장 박동이 멈출 것 같았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뒤로 넘어졌다.“아버지!”윤성우 앞으로 달려가 윤정용을 부축하고 싶었지만 유성이 더 가까이 있어 기회를 뺏겼다.“아버지, 앉아서 숨을 크게 쉬세요.”유성은 윤종용을 소파에 앉도록 도와주며 불안한 눈빛으로 윤성우를 바라보았다.“형, 뭐 하고 있어? 빨리 가서 의사 선생님을 불러!”윤성우는 얼굴이 분노로 빨갛게 부어올랐다. 당장 달려들어 유성의 혀를 뽑아내고 싶었다.“유성이 너.”“형, 나한테 항상 의견이 있다는 거 알아. 지금까지 난 형과 직접적으로 맞서는 것을 피했고, 형을 건드리지 않았어.”“하지만 지금 집안이 이렇게 됐고, 아버지도 몸이 좋지 않아. 지금 아버지의 건강만 걱정될 뿐이야. 형이랑 싸우기 싫어!”유성는 조급하게 말했지만 윤성우를 노리고 있는 어두운 눈빛에 억압적인 힘이 가득했다. 윤유성은 화가 나서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윤정용이 소리를 질렀다.“윤성우. 이 쓸모없는 놈. 당장 꺼져. 꺼져!”공기가 얼어붙는 것 같았고 극도의 억압감이 느껴졌다. 윤성우는 이를 악물었다. 휘몰아치는 분노에 안색이 어두워지며 관자놀이가 심하게 욱신거렸다. 하지만 지금 유성은 윤정용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억지로 건들이면 좋은 점이 없다. 그래서 그저 화를 참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아버지, 형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유성은 너그러운 태도를 보였지만 윤정용의 감정을 자극했다.“생각해 보세요. 형은 지금까지 그룹을 관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진수 형과 민주
윤성우는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혔고 안색이 먹물을 짜낼 정도로 어두워졌다. 어렸을 때부터 윤씨 그룹의 후계자로 키워졌다. 오랜 세월 동안 권력을 잡고 있었고 이렇게 어리석은 패배를 당하거나 억울함을 겪은 적이 없었다.‘윤유성, 너 정말!’“유성아, 이미 생각이 있으면, 언제 실행할 예정이야?”윤정용은 마음이 급했다.“아버지, 제가 도와드릴 수 있지만, 제가 어떤 자격으로 나서야 해요?”유성은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제가 그룹에 지분이 하나도 없어요. 그건 괜찮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책도 없다는 거예요. 제가 S 국 임원을 만나러 가면 어떻게 자기소개를 해야 해요? 윤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라고 해야 해요?”“이건 간단해!”윤정용은 큰 손으로 유성의 어깨를 잡았다.“내일 공식적으로 문서를 발행할게. 네가 그룹의 전무 이사로 임명하여 고위급 의사 결정 회의에 참석할 거야. 네가 S 국의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해 준다면, 민주의 지분 전부를 너에게 양도하고 5% 더 줄게!”윤성우는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마치 벼락을 맞은 듯했다. 하지만 지금 유성은 윤정용의 약점을 정확히 잡았다. 유성이 그룹을 도와 곤경에서 벗어나게 한다면 윤정용은 모든 것을 들어줄 것이다. 유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따뜻하게 웃었다.“승진하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아버지.”말이 마치자 윤정용의 비서가 부랴부랴 달려오며 소리를 질렀다.“윤 회장님, 큰일 났어요. 진수, 진수 도련님이 경찰에 잡혀갔어요!”“뭐?”윤정용과 윤성우는 깜짝 놀랐다. 두 사람 뒤에 서 있던 유성만 비아냥거리듯 입꼬리를 올렸다....윤진수는 체포 당시에도 젊은 모델들과 파티를 했다. 술과 마약을 하여 정신이 흥분한 상태였다. 심지어 경찰을 때리며 자신이 황제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윤진수는 경찰관 폭행죄가 추가되었다. 윤민주와 마찬가지로 미친 사람 같았다. 윤진수가 체포되었을 때 삼각 속옷만 입고 있었다. 경찰은 전혀 봐주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윤씨 가문에서 데리고 나갔다.
하지만 윤성우는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윤정용에게 병원으로 불렸다. VIP 병동에서 윤정용은 그룹의 자산이 불과 며칠 만에 4000억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화가 난 윤정용은 병실의 모든 물건을 부숴버렸다. 돈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부정적인 폭풍이 윤씨 그룹이 S 국에서 시작하려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어 중단이 되었다. S 국 각 부서는 그룹의 계정과 자격을 철저히 조사해야 하며 이는 가장 큰 타격이었다.“아버지, 진정하세요. 화내는 건 건강에 안 좋아요.”윤성우의 머리가 기름지고 면도도 하지 않아 얼굴이 너무 초췌해 보였다. 화가 나서 목소리까지 쉬었다.“돈을 잃으면 벌 수 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우리 윤씨 그룹에 영향을 줄 거예요.”“돈을 잃으면 벌 수 있다고? 참 쉽게 얘기하네!”윤정용은 엉망으로 된 방에 서서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6000억이야. 해외에서 중단된 프로젝트와 함께 거의 1조 넘어 손해를 보았어. 말해봐, 네 능력으로 언제 다 벌어올 거야?”윤성우의 안색이 굳어지며 말문이 막혔다.“아버지, 진정하세요.”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윤유성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유성이 우아하게 병동으로 들어섰다. 절묘하게 아름답고 다소 예쁜 얼굴에는 조금의 걱정도 보이지 않았으며 여전히 담담하게 웃었다.“S 국의 프로젝트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모든 것을 원활하게 할 방법이 있어요.”“유성아, 네가 방법이 있어?”윤정용은 깜짝 놀랐다. 윤성우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지만 눈빛은 사납게 유성을 노려보며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이 빌어먹을 자식이! 고대였으면 황제 곁에 있는 쓸모없는 개야!’“아버지, 제가 그동안 해외에 쭉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인맥도 꽤 많이 쌓았어요.”유성은 윤정용의 곁에 다가가 다정하게 손을 들고 등을 토닥였다.“잊으셨어요? 제가 S 국에서 15년 동안 살았어요. 여러 인맥을 통해 우리 프로젝트를 시작
경주의 눈빛이 흔들리며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경주의 따뜻한 손바닥이 아람의 목뒤를 살짝 누르며 뜨거운 키스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졌다. 노점 주인인 할머니는 돌아서서 설거지를 했다. 이런 장면을 너무 잘 이해했다.그리고 이 달콤한 키스는 무자비하게 유성의 눈과 심장을 찔렀고 오장육부를 꿰뚫었다. 마치 피가 담긴 날카로운 칼이 유성의 가슴을 잔인하게 찌르고 있고 피가 비참하게 흐르는 것 같았다. 물론 우 비서도 그 장면을 보았고 답답함에 한숨을 쉬었다.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이 노력과 수작으로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유독 감정은 제외이다. 유성은 아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피눈물을 흘리지만 아람은 여전히 경주에게 다가갔다. ‘정말 구아람이 더 아깝네!’아람은 천천히 경주의 뜨거운 입술을 떠나며 눈시울을 붉히며 울컥했다.“경주야, 고생했어. 다행히 모든 게 지나갔어. 앞으로 우리를 기다리는 건 좋은 날일 뿐이야.”“네가 내 곁에 있어서 매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인 것 같아.”경주는 사랑하는 아람을 품에 꼭 앉았다. 눈에는 남은 삶 동안 좋은 삶에 대한 갈망이 가득했다. 경주는 로맨틱을 잘 모르고 낭만적인 말을 잘 못한다. 하지만 아람을 위해 기꺼이 처음부터 조금씩 배워나갔다. 아람은 경주의 품에 앉아 경주의 강력한 심장 박동을 듣고 있었다. 눈물이 고여 저도 모르게 코를 벌름거렸다.“아람아, 울어?”경주는 깜짝 놀랐다.“다 네 탓이야.”아람은 코끝을 경주의 가슴에 대고 비비며 중얼거렸다. 경주도 순간 코가 찡해나 눈을 내리깔고 물었다.“왜, 나 때문에 가슴이 아파?”아람은 부끄러워 말을 하지 못했지만 눈에 반짝이는 눈물이 대신 대답했다.“바보야, 왜 울어. 네 남자는 강한 남자고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아. 오히려 역경을 직면하는 것이 좋아. 그게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경주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미안하고 죄책감에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이 통하여 흐뭇하고 기쁜 감정도 있었다.“아람아, 그거 알아? 어렸을
그건 바로 아람과 경주였다. 명문가 출신으로 항상 오만하고 자존심이 강했던 억만장자 사장 경주가 자세를 낮추고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포장마차에서 밥을 먹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평소 탄수화물만 먹던 경주가 야식을 정신없이 먹고 있다. 아람이 경주에게 양꼬치를 먹여주며 기름진 음식을 먹고 있다. 누가 봐도 허황하고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것이다.“맛있어?”아람은 꽃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냅킨을 들고 경주의 입술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경주는 입을 닦자마자 참지 못하고 아람의 부드러운 입술에 키스를 한다.“맛있어. 너랑 뭘 먹든 다 맛있어.”키스 소리가 매우 커서 아람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라면을 만들고 있는 할머니마저 그 모습을 보자 흐뭇하게 웃었다. 선남선녀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쳇, 내 체면을 봐서 맛있다고 하는 것 같아.”아람은 삐진 척하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싫다면 말해. 네가 나한테 잘 보이기 위해 싫어하는 것을 하는 게 싫어. 다음부터 너랑 안 올 거야.”경주의 깃털 같은 속눈썹이 떨리더니 긴 팔로 아람을 가로질러 식탁 맨 왼쪽에서 조미료 병 두 개를 가져왔다. 하나는 후추고 하나는 식초였다. 그리고 아람의 라면에 정성껏 넣고 다시 비벼주며 다정하게 재촉했다.“빨리 먹어봐.”아람은 눈을 깜빡이며 젓가락을 들고 면을 먹고 숟가락으로 국물까지 마셨다. 순간 아람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뜨며 경주를 바라보았다. 하얗고 작은 손이 허공에서 휘날렸다.“우와, 맛있어. 너무 맛있어. 간단한 조미료만 넣었을 뿐인데 맛이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갔어. 너 왜 이렇게 재능이 있어?”경주는 깊이 바라보며 소년처럼 웃었다.“아람아, 내가 널 맞춰주기 위해서 맛있다고 한다고 생각하면, 네 생각이 틀렸어. 내가 신씨 가문에 가기 전에 이런 포장마차들은 나와 엄마한테 고급 레스토랑과 마찬가지였어.”아람은 순간 가슴이 찡하고 숨이 턱턱 막혔다. 오정숙한테서 경주의 알려지지 않은 과거에 대해
우 비서는 떠보듯이 물었다.“윤 사장님, 그 미친 여자가 협력할 의향이 있어요?”“내가 나서는데, 어떻게 안 될 수가 있겠어?”유성은 거만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눈엣가시를 하나 더 제거한 것을 미리 축하드려요!”우 비서는 아첨하며 웃었다.“윤진수가 무너지면, 윤성우도 곧 무너질 거예요. 그때 늙은이가 쓸사람이 없으면 사장님께 희망을 걸 수밖에 없어요. 그럼 윤씨 가문 전체가 사장님의 손에 들어올 거예요.”“그러길 바라네.”유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을 들어 어두컴컴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회장님은 나에게 새 생명을 준 은인이야. 난 그저 희망에 부응할 수 있기를 바라.”“참, 사장님. 방금 소식을 받았는데, 헬기가 이미 준비되었다고 해요.”“조금 오래 걸렸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네.”유성은 손끝으로 금테 안경을 부드럽게 올리며 차갑게 바라보았다.“라이언에게 연락해서 알려줘.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언제든 라이언과 형제들을 보낼 준비가 되었다고.”...유성의 리무진은 천세당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유성은 앞으로 일어날 일련의 큰 사건들과, 웅장하고 위압적인 미래를 생각하자 은근한 흥분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모든 것이 유성의 통제하에 있다. ‘오직 아람만이 없네.’이 생각을 하자 유성은 주먹을 불끈 쥐고 나지막하게 말했다.“구씨 가문을 감시하라고 했잖아. 최근에 무슨 소식이 있어?”우 비서는 이마를 치며 급히 보고했다.“우리의 사람한테서 소식을 받았는데, 구아람 씨가 구씨 가문에서 가출한 것 같아요. 지금 구 회장님께서 사람을 동원하여 구아람 씨를 찾기 위해 주변을 수색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구아람 씨를 찾지 못했어요!”“뭐? 아람이 가출했어?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유성은 눈을 부릅뜨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사, 사장님, 진정하세요. 구씨 가문의 비밀 조치는 항상 극도로 엄격해요. 우리 사람들은 밤낮으로 잠도 자지 않고 지켜봐서 얻은 소식이에요!”우 비서는 가
윤민주의 표정이 점점 끔찍해지며 유성의 정교하고 악독한 얼굴을 노려보았다.“도와줘, 하하, 저들도 짐승인데, 윤유성 넌 다를 것 같아? 그래, 넌 달라. 넌 악독한 뱀이야. 아빠와 오빠들보다 더 독해!”유성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대신 미소를 지었다.“난 신사로 간주될 수는 없어. 하지만 짐승도 정이 있어. 가족한테는 잔인하게 손을 댈 수 없어. 그래서 누나를 도와주고 싶어.”“게다가 지금 나 말고 누가 누나를 생각해 주고 있어? 빛도 보지 못하는 캄캄한 감옥에 갔는데, 아직도 누나가 윤씨 가문 사람인 것 같아?”윤민주가 유성의 도움에 저항하는 것을 보자 유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누나, 잘 생각해 봐. 누나와 매형이 비참한 상황에 처하게 된 건 누구 탓일까?”윤민주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구씨 가문이야. 구씨 가문이 날 복수하고 있어. 구아람 그 계집애 탓이야!”유성의 창백한 입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네가 건드린 건 구만복의 친딸이야. 어르신께서 널 죽이지 않은 것도 두 가문의 몇십 년의 정을 봐서 그런 거야.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윤진수 때문에 일어난 거잖아?”“윤진수.”윤민주의 머릿속이 윙윙거렸다. 그동안 구씨 가문만 생각하느라 윤진수를 잊을 뻔했다.“모두 윤진수의 사주를 받아서 구씨 가문에게 보복을 당한 거잖아. 처음부터 쓰레기 짓을 하지 않고, 제멋대로 나서지 않았더라면 누나와 매형은 고귀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을 거야.”“이제 윤진수가 모든 것을 망쳤어. 기자회견부터 누나가 감옥에 들어갈 때까지 윤진수가 누나 대신 나선 적이 있어? 그저 범죄를 누나한테 뒤집어씌워 책임을 떠넘겼잖아.”“윤진수는 윤씨 가문의 보호를 받아 무사하게 도련님 생활을 누리고 있어. 이 억울함을 참을 수 있어? 나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아, 누나.”유성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흔들렸다. 윤민주는 조용해졌다. 이미 생각에 잠긴 것 같았지만 원망스러울수록 눈시울이 붉어졌다.“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