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왔어요?”아람은 ‘왜 너야’라는 말을 삼켰다.윤유성은 검은색 정교한 정장을 입고 어두움 속에서 빛나는 말을 끌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중세의 궁전에서 걸어 나온 왕자처럼 우아했다.“아람 씨 보러 왔어요.”“몸은 어때요? 회복하려면 적어도 두 달은 있어야 해요. 팔에 석고는요?”아람은 그날 밤의 짜릿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부상을 걱정해 줬다.“그 말을 들으니, 몸이 부러져도 두렵지 않네요.”윤유성은 깊은 눈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 아람은 숨을 더듬거리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이번에 아람 씨를 보러 왔을 뿐만 아니라, 말도 데려왔어요. 저번에 급히 가느라 주지 못했네요.”“유성 씨, 말이 예뻐요, 고마워요. 하지만 너무 귀중해서 받지 않을게요.”아람은 담담하게 거절했다.“아람 씨, 저 때문에 화났어요? 그날 일 때문이에요?”“아니에요, 이미 지나간 일이에요. 저와 신경주 사이는 차단을 안 해도 한 것과 마찬가지예요.”아람은 가볍게 웃었다. 윤유성은 손을 움켜쥐며 눈을 가늘게 떴다.“이 말은 아람 씨를 위해 직접 고른 거예요. 해외에서 한 달 넘게 건너온 말이에요. 신씨 가문 몰래 신씨 그룹 경마장에서 키우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봤잖아요. 지금 둘째 형이 경마장을 책임지고 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그곳에서 키울 수 없어요. 하지만 집에 말을 키울 곳이 없어요. 그래서 대신 키워줄래요? 친구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그 말을 듣고 아람은 거절할 수 없었다. 친구의 부탁이니 들어줘야 했다.“그럼, 잠시 맡아줄게요. 키울 곳이 마련되면 바로 알려주세요. 제가 보내줄게요.”아람은 한혈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좋아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공로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네, 장소가 생기면 다시 가져갈게요.”윤유성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눈송이가 내리고 있었다.“아람 씨, 해문의 밤바람이 좀 서늘한데
대문이 닫히려는 순간 윤유성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차갑게 뒤를 돌아보았다. 창백한 입술은 차가운 달처럼 천천히 올리며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허, 겁쟁이.”...바로 이때, 경주는 홀로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담배를 연이어 피우고 있었다. 담배꽁초가 재떨이에 산처럼 싸이고 방에는 연기가 가득 차서 낙담한 표정을 흐리게 했다.경주는 기침을 했다. 가슴 전체가 블랙홀처럼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 눈앞에는 아람에게 이혼 합의서를 던지며 이혼을 강요한 날이 떠올랐다. 아람이 구윤의 차를 타고 관해 정원에서 떠났을 때도 같은 자리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경주는 화가 났었다. 하지만 왜 화가 났는지 몰랐다.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아쉬웠지 때문이다. 그 후 오랫동안 아람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맞았던 경주는 그저 아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증거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경주는 아람이 떠난 후에야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다. 기색을 드러내지 않은 건 뼈 속까지 있었기 때문이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경주가 한무의 이름을 보자 마음이 흔들려 담배를 끄고 전화 받았다.“여보세요.”“신 사장님 말씀대로 사모님 집 앞에 매복했는데 드디어 사모님의 얼굴을 봤어요!”한무는 임무를 완성했으니 안심해야 했지만 말투는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아, 어때?”경주는 숨을 죽이고 침울한 얼굴로 물었다.그날 밤 공원에서 아람이 윤유성을 부축하고 떠난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팠다. 삐진 듯 아람의 이름을 부르기 싫었다. 사랑하고 있지만 자존심이 없는 건 아니다.“신 사장님, 사진을 보내드릴게요. 꼭,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띵-한무는 사진 몇 장을 경주에게 보내주었다.경주는 눈을 내리깔고 사진을 열었다. 사진에서 윤유성이 아람의 몸에 기대어 있었다. 이 각도에서 보면 윤유성의 입술은 이미 아람의 얼굴에 닿았다. 너무 친밀해 보였다. 아람은 항상 경주를 저항하고 있었다. 매번 경주가 뻔뻔하게 다가갔었고, 매번 자존심을 짓밟혔다.경
오늘 밤 구만복과 오빠들은 해외에 사업을 하러 가서 대부분 여성이었다.윤유성은 명목상 낯선 손님은 아니다. 늦은 밤, 모두 초연서를 지키고 있어 가족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 윤유성을 다방에 데려갔다. 하지만 구지아가 다방에서 혼자 차를 마시고 있었다.“언니, 아직도 안 잤어?”아람은 당황하더니 바로 소개해 주었다.“아, 이 분은 내 친구야, 윤...”“윤씨 가문 넷째 도련님 윤유성 씨. 지난번 연서 이모의 생일 연회에서 봤었어. 기억나.”구지아는 우아하게 차를 내려놓고 윤유성을 향해 웃었다.“우리 아람은 오빠들 외에 남사친을 둔 적이 없어요. 윤 도련님이 처음이에요.”“아람 씨가 저를 친구로 선택해 줘서 영광이에요.”윤유성이 웃으며 말하는 모습이 정성이 있어 보였다.“미래 S 국의 대통령 부인을 만날 기회가 있어서 더 영광이에요.”아람은 놀랐다. 윤유성이 말을 잘 할 줄 몰랐다. 구지아는 담담했다.“저는 아람의 언니일 뿐이에요. 남편은 S 국의 평범한 의원이고요. 그 말을 감당할 수 없어요.”윤유성은 입술을 꾹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아람아, 손님을 대접해, 방해하지 않을게.”구지아는 천천히 일어섰다.아람은 비록 웃고 있었지만 구지아와 윤유성 사이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구지아는 다방에서 나왔다. 문을 닫자마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재킷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조사하란 건, 어떻게 됐어?”“사모님, 조사했습니다. 윤유성에 관한 자료는 개인 이메일로 전송되었습니다.”“알았어.”...시간이 늦어 윤유성도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잠시 앉아 있다가 돌아갔다. 차에 돌아가자 우 비서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사장님, 구아람 씨가 사장님을 대하는 태도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요. 선물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집에 초대했네요.”윤유성은 안경을 밀며 표정이 밝지 않았다.“운전해.”아람은 윤유성의 선물을 받지도 않았고 주동적으로 초대하지도 않았다. 모든 것은 여전히 예전과 같았다. 윤유성이
우 비서가 핸드백에서 주사기가 들어 있는 비닐봉지를 꺼냈다.“CCTV를 확인한 결과, 확실히 둘째 도련님의 사람입니다.”윤유성은 눈을 반쯤 감고 눈빛으로 비아냥거렸다.“윤진수는 윤성우와 같아, 태어날 때부터 나쁜 자식들이 거든. 윤진수는 형을 조금도 따라갈 수 없어. 일을 깨끗하게 처리하지 못해. 이런 멍청한 놈은 상대할 가치도 없어.”“그래도 그냥 놔둘 수 없어요. 너무 초라하잖아요!”우 비서는 이를 악물었다.“당연하지.”윤유성은 우아하게 몸을 뒤로 젖히고 눈을 감으며 휴식을 취했다.“내 갈비뼈 하나를 부러뜨렸으니 난 세 개를 부러뜨릴 거야. 내 팔 하나를 부러뜨렸으니 다리 하나를 부러뜨려도 과하지 않지?”“그럼요, 절대 과하지 않아요!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형제애를 생각해서 봐주는 거예요!”‘형제? 무슨 자격으로?’윤유성은 가볍게 웃더니 손가락을 흔들었다.“그때 다친 사람이 아람이었으면, 윤진수가 아직까지 살아있겠어?”...아람은 샤워를 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성스럽게 스킨케어를 한 후 무거운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아람아, 자?”문밖에서 구지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 들어와!”구지아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람은 뺨을 토닥이며 돌아섰다. 하늘색 비단 잠옷을 입고 맑은 눈망울로 웃고 있고 피부가 촉촉한 구지아는 투명한 아쿠아마린 같았다.“어머, 가장 아름다운 퍼스트레이디가 왔어!”“아람아, 어디서 가져온 말이야? 마당의 불빛보다 더 밝은 황금빛이네. 눈이 너무 부셔.”구지아는 궁금했다.“아, 윤유성의 말이야.”아람은 절세미인답게 얼굴 마사지를 계속했다.“윤유성의 말? 아니면 너한테 선물한 말이야?”“윤유성의 것이야. 나한테 주고 싶었지만 내가 거절했어.”“네가 제일 좋아하는 동물이 말이잖아. 한혈마를 선물했는데 유혹을 견뎠네. 네가 정말 윤유성과 선 긋고 싶었구나.”구지아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그럼 안심할 수 있겠네.”뜻밖에도 아람의 귀가 밝아서 들었다.“언니, 뭐라고
바로 이때, 창밖에서 강소연의 은은한 소리가 들려왔다.“이랴! 하하하하!”아람은 이마를 잡았다.“그래, 어르신이 행복하면 되지.”구지아는 천천히 소파에 앉아 입을 오물거리며 머뭇거렸다.“언니, 늦은 시간에 나를 찾은 건, 할 말이 있는 거지?”아람은 가까이 다가와 다정하게 구지아의 팔짱을 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윤유성과 관련 있어?”“어릴 때 윤 도련님이 우리 집에 손님으로 왔던 게 기억나, 너와 친해 보이네.”구지아는 담담하게 물었다.“응,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어.”아람은 눈을 가늘게 뜨며 추억에 빠졌다.“그 당시 윤유성은 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어. 내가 도와줘서 고마운 마음에 나를 껌딱지처럼 따라다녔어. 어렸을 때 가족사 때문에 반 친구들 중 누구도 나와 함께 놀지 않았고 나를 소외시켰어. 그래서 윤유성과 어울리며 친구가 될 수밖에 없었어. 솔직히 말하면, 그 어린 시절은 정말 행복했어. 나중에 윤유성은 사모님과 함께 S 국으로 갔어. 15년 동안 연락이 없었어.”“15년 동안 연락이 끊겼으니, 다시 나타나면 완전히 낯선 사람과 마찬가지야.”구지아는 눈빛이 점점 깊어지며 생각에 잠겼다.“맞아, 첫눈에 만날 때 알아보지도 못했어. 전에는 어린 소녀처럼 하얗고 부드러웠어. 지금은 키도 크고 잘생겨서 여자들의 이상형이 됐네.”“그럼 윤유성이 잘 생겼어, 신 사장님이 잘 생겼어?”구지아는 장난스럽게 윙크를 했다.“언니, 신 사장님한테서 뇌물을 받았어? 왜 계속 그 사람 얘기를 해? 재수 없어!”아람은 가슴이 찔리더니 답답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아람아, 언니는 친구 사귀는 거 반대 안 해. 윤 회장님과 아버지는 친한 친구잖아. 그러니 윤유성은 절대 널 괴롭히지 않을 거야. 그냥...”구지아는 조사하라고 보낸 윤유성의 파일을 떠올리며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이 윤 도련님은 보이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아. 내가 사적으로 배경을 조사해 봤는데, S 국에서 한 사업이 매우 크고 복잡하게 얽혀 있었어. S 국의 사회는 여기
차 세 대의 문이 동시에 열리더니 이소희와 고상아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할아버지!”구레나룻이 하얀 이상철이 우아한 검은색 옷을 걸치고 금빛 독수리 지팡이에 기대어 이소희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렸다.“아버지, 천천히 내려오세요.”고상아도 맞이하느라 바빴다.이상철은 차가운 눈빛으로 신씨 가문의 별장을 바라보며 숨을 헐떡였다.“지난번 신씨 가문과 혼담을 얘기할 때, 신씨 가문 그 녀석이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고?”고상아는 입술을 꽉 깨물며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네.”“왜 그렇게 쓸모없어?”이소희도 고상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듯 입을 삐쭉거렸다.“신씨 그룹 둘째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지 들었을 겁니다. 싫다고 하면 신 회장님이 나서도 소용이 없어요. 진주는 계모라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고상아는 부들부들 떨며 나지막하게 해명했다. 남편이 돌아간 후 이 집은 항상 이유희가 지탱하고 있었다. 이유희가 없었다면 고상아는 이상철의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넌 소희의 엄마야, 딸이 괴롭힘을 당했는데 화낼 능력도 없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이상철은 화가 나서 지팡이로 땅을 쳤다.“우리 이씨 가문도 성주에서 일류 가문이야, 감히 누구도 건드릴 수 없어. 지금 나쁜 자식 하나 때문에 내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해? 이게 너희가 내한테 효도하는 거야?”“아버지, 제 잘못이에요. 제가 쓸모없어요.”“할아버지, 엄마도 최선을 다했어요. 엄마를 원망하지 마세요.”이소희는 이상철의 팔짱을 끼며 얌전하게 고상아 대신 말해주었다.“신경주 그 자식, 너무 건방져, 사람을 안중에 두지도 않아!”이상철의 눈에는 불길이 치솟고 핏줄도 불끈했다.“요즘 저놈이 하는 짓은 우리 이씨 가문을 전혀 안중에 놓지 않았다는 거야. 정신차리고 소희랑 결혼해. 그렇지 않으면 우리 이씨 가문은 신씨 가문의 평생의 적이야!”...클럽의 룸에는 퇴폐적이고 음탕했다. 신효린은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고 있었고, 거의 나체인 두 명의 남자 모델과 춤을 추고 있었다. 사
신광구와 진주가 집에 있었다. 신광구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며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신경주와 이소희의 스캔들은 국내 최고 홍보팀을 찾아 대응했지만, 지금까지도 소문은 멈추지 않고 있다.경주는 신씨 그룹 사장으로서 나타나지도 않고, 입장을 밝히지도 않고, 해명도 하지 않아 외부의 추측만 더 부추기고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반면 진주는 매년 2억 이상 투자해 정성껏 관리한 긴 머리를 화장대 앞에 앉아서 손질했다. 당시 신광구를 꼬시기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했다. 침대에서 욕망이 가득 찰때 신광구가 계속 쓰다듬고 좋아했던 것이 바로 진주의 머리카락이었다.“오빠, 이리 와.”진주는 몸을 비틀어 신광구에게 손가락을 들이댔다.“무슨 일이야?”신광구의 눈은 핸드폰에서 떠나지 않았다.“오빠, 이리 와서 내 머리를 만져봐. 오빠를 위해 매일 잘 보살펴 왔어.”진주의 목소리는 끈적거렸고 눈빛으로 매력을 발산했다.“만져봐, 아직도 전과 똑같아?”“진주야.”신광구는 잠시 멈칫하며 마음속에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초연서의 일과 관련 있냐는 질문을 끝내 말하지 못했다. 그러자 화제를 돌렸다.“지난번 나와 아버지의 앞서서 유희가 효정에게 고백했어.”“뭐? 언제?”진주는 벌떡 일어나며 깜짝 놀라 표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얼마 전 경주가 입원했을 때, 효정과 함께 경주를 보러 왔었어.”“좋은 일이네!”진주는 너무 기뻐서 손뼉을 쳤다.“아버지는 무슨 태도야? 이 도련님을 어렸을 때부터 봐왔잖아. 두 가문은 서로 잘 알고 있고 사이도 좋아. 집안 형편도 비슷하니 어르신께서 동의하시겠지?”“전에 효린과 이 도련님을 엮으며 효정의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잖아. 지금은 왜 지지하는 거야?”신광구는 담담하게 물었다.진주는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효정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고 있잖아. 효정도 내 핏줄이야, 어떻게 안 아프겠어. 그냥 효린의 성격은 이 도련님과 맞지 않고 인연도 없어. 이 도련님이 효정을 좋
진주는 차갑게 웃었다.“그 당시 구아람과 이혼할 때 이미 큰 상처를 주었어. 이번에 이소희와 이런 일이 생겼는데, 구아람의 경직된 성격을 받아 줄 것 같아? 죽어도 안 돼.”‘죽어도 안 돼.’신광구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입을 열기도 전에 노크 소리와 함께 집사의 긴장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신 회장님, 사모님. 이씨 가문의 사람이 오셨습니다.“없다고 해.”신광구는 눈썹을 꼬집으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신 회장님, 이씨 그룹 회장님도 오셨습니다. 정말 나가서 보시지 않겠습니까?”신광구는 가슴이 내려앉았다.“오빠, 봐봐.”진주는 팔짱을 끼며 입꼬리를 올렸다.“경주와 이소희의 결혼이 결정되지 않으면, 우리 가족은 평화롭게 살 수 없어. 이씨 어르신까지 경동했어. 계속되면 수습하기 어려워.”...이상철은 지팡이 꼭대기에 있는 독수리 머리에 손을 얹고 소파에 위엄 있게 앉아 있었다. 그 기운이 너무 강렬해서 신씨 가문의 사람들이 감히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어르신, 오실 때 미리 말씀해 주시면 제가 맞이할 수 있잖아요.”신광구는 미소를 지으며 부인 진주와 함께 걸어갔다. 거실에는 검은색 옷을 입은 이씨 그룹 사람들이 서 있었다. 분위기는 위압적이었으며 방문객들의 표정도 좋지 않았신광구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며 웃었다.“어르신, 제가 맞이하지 못해서 기분이 안 좋으신 건가요?”“기분이 안 좋은 건 사실이야. 그 이유는 신 회장님도 잘 알 거야.”이상철은 눈썹을 찌푸리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신씨 가문 사람이 참 대범하네. 우리 며느리가 직접 왔는데 얼굴도 안 내밀었어. 내가 직접 와야 네 아들이 나타날 거야?”이소희는 고상아의 품에 안겨 가볍게 흐느끼더니 손수건을 들고 눈물을 닦았다. 동글하고 억울한 얼굴은 불쌍해 보였다. 신광구가 입을 열려고 하자 진주가 먼저 나섰다.“어르신,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경주는 예의를 모르는 아이가 아니에요. 그날 마침 집에 없었어요. 있었으면 왜 보러 오지 않겠어요?”“당
유희는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방으로 들어온다. 효정의 꿈을 방해할까 봐 문 앞에 도착하기 직전에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고 들어갔다. 넓고 편안한 침대 위에서 효정은 가느다란 작은 몸을 이불 속에 웅크려 작은 머리만 드러냈다. 검은색 긴 머리가 느슨하게 풀려졌다. 마치 새하얀 도화지 위에 스친 선명한 먹선 같았다.유희는 침대 옆에 앉아 효정의 잠든 얼굴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손끝으로 뺨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떼주었다. 한때 바람둥이이던 유희는 이제 오직 효정만을 바라보고 있다.“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네.”유희의 거친 손끝이 효정의 예쁜 얼굴과 앵두 같은 입술, 예쁜 쇠골을 계속 만졌다.“이 세상에 널 그리워하는 남자는 나뿐인 줄 알았어. 이제 보내 우리 와이프의 매력이 생각보다 큰 것 같아. 앞으로는 널 데리고 나가지 못하겠네.”“만약 누군가가 널 좋아하게 되면 어떡해? 그거 알아? 오늘 밤 일을 듣고 참을 수 없었어. 그 자식이 네 새언니의 친오빠가 아니었더라면 자루를 씌워서 때렸을 거야!”유희는 저도 모르게 손끝에 힘을 주었다. 효정의 속눈썹이 떨리더니 가볍게 낑낑거렸다. 당황한 유희는 효정을 깨울까 봐 급히 손을 거두었다. 바로 이때, 효정이 몸을 뒤집고 이불을 걷어차면서 뜨거운 몸을 드러냈다.비록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지만 잠버릇이 안 좋아 치마가 엉망이었다. 하얀 어깨와 작고 귀여운 가슴의 절반을 드러내며 잠을 잤다. 유희의 눈은 점점 욕망이 찼고 참고 있어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이번에는 정말 못 참을 것 같았다.“음, 정말 제 그림이 마음에 들어요?”효정은 잠꼬대를 했다. 조용한 방에서 유희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정말 그림이 마음에 드냐고? 효정아, 나한테 묻는 거 아니잖아. 누구한테 묻는 거야?’“도현 오빠.”유희의 몸이 순간 뜨거워 나며 머릿속이 텅 비었다. 그러자 유희는 큰 몸으로 효정의 부드러운 몸을 누르며 사납고 악랄하게 효정의 부드러운 입술에 키스했다. 이 충격으로 효
하지만 아람은 유성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이다. 아람을 망쳐버릴 수 없었다.[이제 어떻게 할지 생각했어요?]남자의 나른한 목소리에서 압박이 느껴졌다.“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유성의 안색은 점점 창백해지며 살벌한 기운을 발산했다. 마치 진옥의 끝에서 악마에게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것 같았다.“연구소에서 지금 사람을 즉시 심장 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약을 개발하고 있잖아요. 혹시, 하나 보내주실 수 있어요?”[네? 그건 왜요?]남자는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설마 자신에게 주사하려는 건 아니죠? 윤 사장님은 정말 겁도 없네요. 지난 몇 년 동안 자신에게 주사한 게 아직도 부족해요? 그 약은 아직 임상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서 매우 위험해요.”“알아요. 하지만 이건 최후의 수단이에요. 이 약에 모든 것을 걸 거예요.”유성의 눈이 충혈되며 이성마저 무너지고 있다.[어휴, 몸이 건강하고 능력이 있으면 절대 실패할 수 없어요. 그저 여자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남자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게다가 지금 당신은 구아람 눈에서 최악이에요. 만약 사고가 생기면 얼마나 기뻐하겠어요.]“저한테 쓰지 않아요.”[그래요?]“동정심과 죄책감은 인간 본성에서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약점이에요.”유성의 눈빛은 어두웠다.“아람은 착한 여자예요. 평상 저한테 빚을 지게 할 거예요. 이래야 제가 아람을 곁에 둘 수 있어요.”...이야기를 나눈 후 아람과 경주는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유희는 이 시간에 효정이 이미 잠들었다는 것을 알고 서재로 향해 밀린 공무를 처리하고 잘 생각이었다. 유희는 변했다. 예전에 지구가 파괴되어도 유희의 잠을 방해할 수 없었다. 이제 그룹 업무를 다 하기 전에는 한숨도 잘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은 효정에게 행복한 미래를 주기 위한 것이다.“도련님.”정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유희는 뒤를 돌아보았다.“아직 안 잤어? 날 신경 쓰지 말고 효정을 지켜. 혹시 목이 말라서 깨
구만복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기 비서를 바라보았다.“보아하니 신경주를 많이 좋아하네?”기 비서는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오해예요. 그냥 사실을 말씀드린 거예요. 제가 아가씨를 어렸을 때부터 봐왔어요. 아가씨가 상처를 받으면 저도 가슴이 아파요.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인생을 보냈으면 좋겠어요.”“이 말도 신경주를 칭찬하고 있는 거잖아!”기 비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구만복은 걸음을 멈추고 창문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기 비서도 의아해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 각도에서 해장원 문 앞이 보였다. 유성은 아람에게 주려던 딤섬을 바닥에 내려쳤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아서 발로 두 번 차며 딤섬을 산산조각 냈다.“허, 성질도 좋은 편은 아니네.”구만복은 경멸의 눈빛으로 비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기 비서는 다른 사람으로 변한 유성을 바라보자 아람이 유성을 선택 안 한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예전에 구만복의 냉대를 받고 거절을 당하여 해장원 문앞에 서 있는 사람은 오직 경주였다. 하지만 유성은 자신도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승부욕이 강하고 자존심이 강한 유성에게는 심장을 찌르는 것 같고 큰 수치였다.“윤, 윤 사장님. 진정하세요!”우 비서는 몸을 숙여 바닥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며 겁에 질린 채 위로했다.“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구 회장님은 항상 사장님을 좋아하셨어요. 갑자기 싫어할 수는 없어요. 우린 그래도 신경주 그 자식보다 나아요!”“오늘 밤 구아람 씨가 구 회장님을 화나게 했을 거예요. 화풀이할 곳이 없었는데 마침 사장님을 만나서 화내는 거예요. 화가 풀리면 구 회장님은 사장님을 생각하실 거예요.”“이번에는 달라.”유성의 충혈된 눈은 사람을 산 채로 찢어버릴 수 있는 듯했다. “구만복은 이미 아람과 신경주를 허락한 것 같아.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거고, 나를 도와주지도 않을 거야.”구만복은 현재 두 사람의 관계에 가장 타격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지난번 소희를 이
이 말을 듣자 유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비록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만복의 모든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느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분노가 창백한 얼굴을 태웠다.“아저씨, 신경주가 하는 짓은 모두 아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예요. 아람을 속이는 거라고요!”유성은 주먹을 움켜쥐고 손가락이 살에 파고들 것 같았다. 순간 경주를 죽여버리고 싶었다.“만약 진심으로 아람을 사랑한다면, 3년의 결혼 생활을 할 때 계속 곁에 있어 주었겠죠. 정상적인 남자라면 아람처럼 예쁘고 훌륭한 여자를 왜 좋아하지 않겠어요?”“하지만 신경주는 무자비하게 아람을 버렸어요. 신경주는 아람에게 진심이 아니에요. 사랑이 아니에요!”“사랑이 아니야?”구만복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 신경주가 언제부터 아람을 좋아하게 됐는지. 이혼 후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던 아내가 KS의 아가씨라는 것을 알고 시작한 거잖아요.”“모두가 알다시피, 신경주는 신 회장님 본처의 아들이 아니에요. 신경주의 어머니는 명예스럽지 않아요. 신경주는 사생아와 마찬가지예요. 신 회장님 장남의 건강이 좋았더라면 신경주에게 신씨 그룹을 맡기겠어요?”“지금 아람에게 집착을 하는 게 목적이 없이 순수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사심이 없을까요? 구씨 가문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곤란한 상황을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요?”유성은 마음이 급해 입이 닳도록 말을 했다.“신경주가 아람을 강요하여 이혼을 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려고 했어요. 이미 엄청 비겁한 짓을 했어요. 한 번 있으면 두 번이 있고, 세 번이 있을 거 같지 않아요? 정말 소중한 딸 아람으로 신경주의 선을 넘어보실 거예요?”옆에서 듣고 있던 기 비서는 눈썹을 찌푸리며 유성을 노려보았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이 윤 도련님은 정말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하네. 저 입으로 나쁜 사람을 도와주고 사실을 뒤집으면 꽤 타격이 크겠네.’“윤 도련님. 우리 딸에 대해 이 아버지보다 더 잘 알고 있네.”
‘아. 너무 멋있어! 너무 매력적이고 남자다워. 너무 섹시해! 구아람 씨가 무슨 안목이야. 왜 우리 윤 사장님처럼 훌륭한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이때 저 멀리서 목표물이 천천히 움직였다. 가까이 다가오자 그 목표물은 경주의 사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유성이 연속으로 쏜 세 발은 정확히 경주의 머리를 조준했다.“너무 대단하세요! 윤 사장님의 사격 수준은 정말 신과 같아요. 한 발도 놓치지 않으셨어요!”우 비서는 바로 박수 치며 아부를 했다.“아쉽네.”유성은 총을 거두며 창백한 입술을 열었다.“아쉬워요?”“사진일 뿐 실제 사람이 아니잖아.”유성은 우 비서를 보지 않고 슈트 바지 주머니에서 네모난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총을 닦았다.“무슨 일이야?”“윤 사장님, 구 회장님을 미행하던 사람이 소식을 전해왔어요. 구 회장님께서 오늘 밤 구아람 씨와 신경주를 찾으러 갔는데, 구아람 씨를 데려가지 않았어요.”이 말을 하자 우 비서는 식은땀을 흘렸다. 역시 유성의 눈빛도 점차 어두워졌다.“아람을 데려가지 않았어? 그럼 아람은 아직도 신경주와 함께 이유희 집에 있다는 거야?”“네.”우 비서의 목소리까지 떨렸다. 유성의 눈빛이 사나워지며 갑자기 총알을 장전하더니 바닥을 향해 몇 발을 쏘아댔다. 총알은 우 비서의 발 아래에 터지자 겁에 질려 혼비백산했지만 감히 소리도 내지 못했다. 총알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유성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시울을 붉혔다.“차 준비해!”...구만복이 해장원에 돌아올 때 이미 새벽 12시가 되었다. 아람을 찾으러 갈 때 안색이 엄청 어두웠지만, 지금은 이미 생각을 마친 것 같았다. 아람이 경주의 보살핌을 받아 살진 모습을 생각하자 걱정되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심지어 약간의 후회도 있었다. 당시 아람을 강력하게 감금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람도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에 창문을 뛰어내려 탈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두근거리네. 만약에 아람이 뛰어내리다가 큰 사고가 나면 나도
유희도 마른침을 삼켰다. 순간 욕망이 불타오르며 오늘 밤 효정과 어떻게 사랑을 나눌지 생각을 마쳤다.“이 변태야!”아람은 입술을 깨물고 팔꿈치로 경주의 갈비뼈를 힘껏 때렸다. 세 사람은 거실로 돌아와 앉았다. 이 시간 효정은 이미 티비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정연은 효정을 챙겨주고 아람과 경주, 유희에게 차를 준비해 주었다. 유희를 바라보며 말할지 말지 고민했다. 아직 보고할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았다.“본가에 갔었어.”유희는 눈을 내리깔고 차를 한 모금 하셨다. 말투는 나지막하고 죄책감이 가득 찼다.“경주야, 아람아. 우선 먼저 사과하고 싶어. 할아버지가 결국 이소희를 꺼냈어.”이 이름을 듣자 경주의 눈빛은 순간 차가워졌다. “정말 큰 잘못을 저질렀어. 하지만 유죄 판결을 받을 정도는 아니야. 열흘 정도 구속되면 풀려날 거야. 이미 예상했어.”아람은 감정 기복이 없었고 오히려 침착했다.“하지만 풀려도 이소희가 국내에서 이미 얼굴을 들지 못할 거야. 스캔들 때문에 명예를 완전히 잃을 거야.”“이소희 그 계집애의 얼굴을 내밀고 불빛 아래 서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어 하던 꿈은 완전히 깨졌어. 이씨 가문 출신이라도 이미 공식적으로 차단 되었어.”“공식 생사, 방송국, 심지어 라이브에도 나타나면 안 돼. 피아니스트가 되는 건 말할 것도 없어. 성주에서 악명이 높은 두 여자, 진주랑 이소희. 둘 다 오래도록 유명해질 거야.” “부족해. 너무 부족해.”경주의 눈에는 모든 것을 재로 만들 듯 분노의 불김이 잠재웠다. 손에 힘을 주자 아람의 손까지 아프게 했다.“아람에게 준 상처는 목숨으로 죄를 치러도 과분하지 않아. 이런 벌은 너무 부족해. 법이 이소희를 풀어주었다고 해도 난 그러지 않을 거야. 이소희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아람의 가슴이 잔잔히 떨리며 경주의 어깨에 기대었다. 왠지 모르게 안도감이 느껴졌다.“어휴, 경주야, 넌 나설 기회도 없을 거야. 내가 이미 보내버렸어.”유희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며 눈썹을 찌푸렸다.“할
도현의 가벼운 말 한마디가 곧바로 분위기를 살벌하게 했다. 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온몸의 신경이 예민하게 긴장했다. ‘유희 오빠는 효정이만 부를 수 있는 애칭인데, 이 자식이 갑자기 왜 이렇게 불러?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집까지 쳐들어왔어?’“오빠, 아직 안 갔어?”대치를 할 때 아람과 경주가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다가왔다. 날카로운 아람은 두 남자가 상대하는 모습을 보자 의심하는 듯한 눈빛으로 봤다.“아, 내가 문을 못 열었어. 마침 유희 도련님이 돌아와서 문을 열어줬어. 지금 갈 거야.”도현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람을 향해 활짝 웃었다.“아람아, 오빠가 바쁜 일정을 마치면 같이 여행이나 가자. 맨날 같은 남자랑 붙어있지 마. 심심하잖아.”경주는 말문이 막혔다. 농담이라는 것을 알고, 친오빠라는 것도 알지만 질투하기 시작했다. 도현이 떠난 후에도 유희는 침착하지 못하고 경계했다. 집에 없는 동안 도현이 효정을 만났고, 교류가 있었다고 생각했다.“유희야, 왜 그래. 안색이 안 좋아.”경주는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아.”유희는 답답한 듯 숨을 내쉬었다.“미안해. 내가 오빠보고 자료를 가져오라고 했어. 너한테 미리 말하지 못했네.”아람처럼 예리한 사람은 바로 유희의 마음을 알아채고 주동적으로 사과했다.“넌 경주랑 친구잖아. 하지만 여긴 너와 효정의 집이야. 우린 잠깐 있는 건데, 외부인을 들여보낸 건 확실히 실례였어. 다음부터 그러지 않을게.”경주는 깜짝 놀라 아람의 허리를 안고 급히 유희 대신 해명했다.“아람아,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유희가 그렇게 쪼잔한 사람은 아니야.”유희는 눈을 부릅뜨고 손을 흔들었다.“형수님, 그런 말을 하는 건 날 깎아내리는 거잖아. 네가 와서 지내는 건 나도 기쁘고 경주도 기뻐. 우리 와이프도 좋아해. 네가 온 후로 효정의 기분이 엄청 좋아. 말도 많아졌어. 너희들이 쭉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 난 절대 반대하지 않아!”아람은 경주의 품에 안기며 다정하게 눈을 마주쳤다.“이렇게
“다른 건 다 괜찮아. 엄마가 뭘 원하는지 몰랐다고 말하는 아람의 말에 좀 상처받았어.”구만복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불빛 아래 비추어진 처량한 속눈썹이 촉촉해졌다.“이 혼탁한 세상에서 나 말고 누가 도연을 잘 알겠어.”“구 회장님, 아가씨는 혈기 왕성해요. 예전에 많은 일을 경험하지 못해서 잘 모를 거예요.”기 비서는 한숨을 쉬었다.“나중에 사모님에 대해 모든 것을 알 기회가 있다면, 아가씨도 회장님의 좋은 의도를 이해할 거예요.”...구만복을 배웅하고 정연은 효정을 위층으로 데려가 쉬게 했다. 아람, 경주 그리고 도현이 거식에 앉아 얘기를 했다.“아람아, 맹세해. 내가 말한 거 아니야!”도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맹세하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알아, 우리 구씨 가문 자식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야. 경주에게 가장 적대적인 백진 오빠도 아빠를 이용해 우리에게 압박을 주지 않아. 그런 비겁한 짓을 하지 않을 거야.”아람은 눈을 가늘게 뜨며 가족을 무조건 믿었다. “그동안 계속 여기 살았는데, 소식을 알고 있었으면 아빠는 진작에 찾아왔어. 무조건 누가 말을 했어. 너희들이 잘 지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야!”도현은 의아한 듯 턱을 쓰다듬었다.“음, 누굴까.”“윤유성 그 나쁜 자식이겠지.”아람은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요즘 답답해서 경주에게 함께 산책하러 가자고 했었어. 성주에 윤유성의 사람이 많아. 우리의 행방을 발견하고 따라와서 아빠에게 일렀을 거야.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이 엄청 커.”유성을 의심하는 건 점점 자연스러웠다. 유성은 아람의 마음속에서 이미 나쁜 사람으로 찍혔다.“젠장, 윤유성 그 자식이 그렇게 한가해? 소질이 없네.”도현은 혀를 차며 이를 악물었다.“상관없어. 그런 수단이 좋으면 쓰라고 해. 나랑 경주가 여기 있으면 아무렇지 않아.”아람은 경주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경주는 다정하게 바라보며 곁에 있는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키스를 했다. 그녀는 키스해달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경주는 늘 적극적이었다.
저녁 식사는 놀랍도록 평화로웠다. 구만복과 아람은 마음이 통하여 아무도 서로를 불쾌하게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헐, 몰래 밥을 먹어? 이게 사람이 할 짓이야?”돌아다니다 지친 도현은 배도 고파서 식탁으로 달려가 앉았다.“아람아, 넌 의리가 없네.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날 부르지 않아? 내가 많이 먹어도 구진 형보다 하겠어? 내가 네 밥을 뺏어 먹을까 봐 그래?”구만복과 아람은 도현을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아, 널 잊었네.”...저녁 식사를 마친 구만복은 떠날 준비를 했다. 아람은 계단에 서서 구만복과 기 비서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경주는 실례를 할까 봐 구만복을 차까지 배웅했다. 차에 타기 전 구만복의 훤칠한 몸은 갑자기 멈칫거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경주를 바라보았다.“득의양양하지 마. 오늘 밤 내가 남은 건 우리 딸이 보고 싶어서야. 아람과 오래 있고 싶어. 내가 널 인정하지 않았고, 용서하지도 않았어.” 경주는 자연스럽게 행동을 했지만 목은 쉬었고 씁쓸하게 느껴졌다.“알아요. 제가 너무 못난 거. 그래서 회장님의 용서를 바라지도 않았어요. 그저 저에게 아람에게 잘해줄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어요. 전혀 아깝지 않아요.”구만복은 깜짝 놀라며 차갑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신경주, 네가 아람 앞에서 어떻게 하든 그건 네 일이야. 하지만 내 앞에서 깊은 애정이 있는 척할 필요 없어.”“난 가족 외에 누구한테도 차갑게 굴어. 네가 내 딸을 위해 목숨을 포기해도 싫어. 여전히 네가 싫어. 너희들 사이를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결국 네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이고, 그때 후회해도 소용이 없어.”“제 인생에서 후회되는 건 딱 한 가지예요.”경주의 눈시울이 서서히 붉어지며 입을 떨며 말했다.“처음부터 제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아람을 소중히 여기지 못한 거예요. 마지막까지 아람과 좋은 결과가 없어도 평생 지켜줄 거예요. 제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요.”구만복은 경주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