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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대문이 닫히려는 순간 윤유성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차갑게 뒤를 돌아보았다. 창백한 입술은 차가운 달처럼 천천히 올리며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허, 겁쟁이.”

...

바로 이때, 경주는 홀로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담배를 연이어 피우고 있었다. 담배꽁초가 재떨이에 산처럼 싸이고 방에는 연기가 가득 차서 낙담한 표정을 흐리게 했다.

경주는 기침을 했다. 가슴 전체가 블랙홀처럼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 눈앞에는 아람에게 이혼 합의서를 던지며 이혼을 강요한 날이 떠올랐다. 아람이 구윤의 차를 타고 관해 정원에서 떠났을 때도 같은 자리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경주는 화가 났었다. 하지만 왜 화가 났는지 몰랐다.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아쉬웠지 때문이다. 그 후 오랫동안 아람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맞았던 경주는 그저 아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증거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경주는 아람이 떠난 후에야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다. 기색을 드러내지 않은 건 뼈 속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경주가 한무의 이름을 보자 마음이 흔들려 담배를 끄고 전화 받았다.

“여보세요.”

“신 사장님 말씀대로 사모님 집 앞에 매복했는데 드디어 사모님의 얼굴을 봤어요!”

한무는 임무를 완성했으니 안심해야 했지만 말투는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

“아, 어때?”

경주는 숨을 죽이고 침울한 얼굴로 물었다.

그날 밤 공원에서 아람이 윤유성을 부축하고 떠난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팠다. 삐진 듯 아람의 이름을 부르기 싫었다. 사랑하고 있지만 자존심이 없는 건 아니다.

“신 사장님, 사진을 보내드릴게요. 꼭,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띵-

한무는 사진 몇 장을 경주에게 보내주었다.

경주는 눈을 내리깔고 사진을 열었다. 사진에서 윤유성이 아람의 몸에 기대어 있었다. 이 각도에서 보면 윤유성의 입술은 이미 아람의 얼굴에 닿았다. 너무 친밀해 보였다.

아람은 항상 경주를 저항하고 있었다. 매번 경주가 뻔뻔하게 다가갔었고, 매번 자존심을 짓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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