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주와 임수해는 서로 대치하고 있고 곧 일촉즉발의 형세였다.“신 사장님, 여기서 만나다니 참 의외네요.”임수해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구아람이 안에 있어요?”신경주는 눈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물었다.이 이름을 들은 김은주는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아가씨가 계시면 안 되는 겁니까?”임수해는 피식 웃었다. 그의 말속에는 가시가 돋쳤다.“신 사장님께서 이곳을 청부 맡았나요?”“우리 신 사장님께서 그냥 물어본 것뿐인데! 왜 계속 말대꾸를 하는 겁니까!”한무는 참다못해 그에게 대들었다.“그냥 물어본 거라고요? 이 말을 하기 부끄럽지 않아요? 제가 듣기도 거북한데.”임수해는 눈썹을 찌푸리며 경멸하는 말투로 말했다.“저기요!”“그만해, 한무야.”신경주가 짜증을 내면서 말하더니 곧 침착하게 말했다.“구아람이 여기에 뭘 하러 왔어요?”임수해는 신경주에게 살포시 기대어 있는 김은주를 차갑게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우리 아가씨가 온 이유는 아마 신 사장님과 같을 겁니다.”신경주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역시, 구아람도 장미꽃밭에 관심이 있네,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 양보하지 않겠어!’……이때, 구아람은 치맛자락을 들고 꽃밭으로 들어갔다. 예쁜 노을에 비친 그녀는 마치 꽃밭의 요정처럼 신나게 돌아다녔다.질퍽질퍽한 꽃밭에 쭈그리고 앉아 섬세한 작은 손으로 흙을 주무르고 장미의 꽃줄기와 꽃잎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핸드폰에 자세히 기록했다.다른 여자애들은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으러 온 것이지만 아가씨는 마치 보물과 금을 캐러 온 것 같았다.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낭만적인 감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프래그머티즘과 비즈니스를 추구하고 오직 사업만 하고 돈을 벌려고 한다는 것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욕심이 많은 여자는 너무 사랑스러워 보인다.윤유성은 뒤짐을 짚고 지긋하게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눈웃음을 지으며 사랑스럽게 그녀를 바라보더니 중얼거렸다.“아람아, 넌 아직 어렸을 때랑 똑같아서 좋네.
구아람은 바로 이런 사람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유난히 몰두하고 그 안으로 완전히 몰입하며 시간마저 잊어버린다.그녀는 그제야 윤유성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구아람은 급히 돌아서서 보니 그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지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손에는 아름다운 분홍색 장미꽃이 꽂혀있는 짚으로 엮은 꽃바구니를 들고 있었다.너무 아름다운 모습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쉼보르스카의 말이 떠올랐다.“오직 장미만이 장미로 피어날 수 있다.”“구아람 씨.”윤유성은 꽃바구니를 들고 그녀를 부르며 다가갔다.“들어오지 마세요! 옷이 더러워져요!”구아람은 그가 너무 깨끗하게 차려입은 것을 보고 급하게 말렸다.그러나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직 그녀의 곁으로 가고 싶은 마음에 곧장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갔다.구아람은 미안한 마음에 입술을 오므렸다.“구아람 씨, 받아요.”윤유성은 다정한 눈빛으로 꽃바구니를 그녀에게 주었다.“도련님, 너무 고맙지만 마음만 받을게요, 이 꽃은 받을 수 없어요.”구아람은 가볍게 웃으며 거절했다.비록 꽃바구니일 뿐이지만, 장미의 꽃말이 애매하여 받으면 안 될 것 같았다.그녀가 거절할 것을 예상한 윤유성은 말을 돌렸다.“물론 아름다운 꽃은 미인과 잘 어울리죠, 하지만 그 뜻뿐만 아니에요. 구아람 씨가 장미에 관심이 많아 보여서 연구해 보라고 선물해 주는 거예요. 밑에 이곳의 흙도 깔려 있으니, 가져가서 마당에 옮겨 심어 봐요. 잘 돌봐주면 항상 피어져 있을 거예요.”그가 이렇게 말하자 구아람은 더 이상 거절할 이유가 없어져 머뭇거리다가 손을 뻗어 꽃바구니를 받았다.“그럼…… 선물해 주셔서 고마워요.”윤유성은 갑자기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뒷짐을 집고 그녀에게 몸을 기울였다.잘생긴 얼굴이 갑자기 가까이 오니 구아람은 순간 눈을 부릅뜨고 숨을 머금고 눈만 깜빡거렸다.“왜요? 제 얼굴에 뭐 있나요?”“네.”윤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어디요?”구아람은 어리둥절해져 손을 들고 얼굴을 닦더니 또 진흙 한
이때, 신경주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그러나 구아람은 그처럼 복잡하게 생각을 하지 않았고, 단지 재수 없다고 생각했다.‘이런 로맨틱한 곳에서 신경주를 만난 건 장미꽃 한 송이가 똥 위에 떨어지는 것처럼 분위기를 깨네, 다음부터 운세를 보면서 다녀야겠어.’찰떡처럼 신경주의 몸에 달라붙은 김은주는 그냥 미세먼지에 불과했다. 구아람은 그녀를 보기만 해도 눈이 시렸다. 이때, 윤유성의 훤칠한 몸이 그녀에게로 기울어지더니 가볍게 웃었다.“괜찮아요, 당황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구아람은 의아해하며 속으로 비아냥거렸다.‘이게 무슨 당황할 일인가? 편하게 상대하면 되는데.’“구아람 씨,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요.”김은주는 평소 날카롭게 맞서던 모습을 거두고 부드럽게 말했다.“이 분은 새로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예요? 너무 잘 어울리네요.”구아람은 그녀를 상대하기 싫어 보였다.그러자 윤유성이 웃으며 말했다.“칭찬해 주셔서 고마워요, 하지만 전 아직 구아람 씨의 남자친구가 아니에요.”데면데면한 구아람은 이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오히려 신경주가 듣고 주먹을 움켜쥐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아직 아니면 언젠가는 남자친구가 될 거라는 말이야? 이렇게 말하는 건 날 도발하고 있는 거야? 아니면 구아람과의 사이가 이미 사귀기 직전까지 발전했다는 거야?’김은주는 신경주가 눈썹을 찌푸리고 근육이 굳어진 것을 보니 그가 아직도 구아람을 잊지 못했다는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녀에게 이미 새로운 인연이 나타났으니 김은주는 마음을 살짝 놓을 수 있었다. 적어도 그들 중 한 명이 3년 동안의 결혼에 대해 완전히 단념해야 한다.‘구아람은 인기가 참 많네, 이건 또 어느 가문의 도련님이지? 품위가 있고 얼굴도 잘 생겼네.’“신 사장님께서는 약혼녀를 모시고 꽃구경을 하러 온 겁니까?”윤유성은 입꼬리를 올리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나 정원은 곧 문을 닫을 것이니 서둘러야 합니다.”“저는 두 분과 같은 취미는 없습니다.”신경주는 매서운 눈빛을 하며 그와
신씨 그룹의 사람들은 놀라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한무도 순간 눈앞이 캄캄해져 벼락을 맞은 느낌이 들었다.신경주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김은주는 마음을 잘 헤아리는 척하며 말했다.“오빠, 괜찮아. 그냥 꽃밭일 뿐이잖아, 다른 곳에도 많아. 다시 연락해 보면 돼.”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경주는 그녀의 품에서 팔을 힘껏 빼버렸다.큰 힘에 의해 그녀가 뒤로 비틀거리는 모습이 너무 창피해 보였다.“저희도 이만 갈까요, 윤 사장님.”구아람은 그들을 보기도 싫었다. 그녀는 윤유성에게만 온화하고 예의 있게 웃었다.“그래요, 식당도 이미 예약했으니 언제든지 갈 수 있어요.”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며 웃는 모습을 본 신경주는 마치 목이 졸린 듯 숨이 막혔다.그는 앞으로 다가가 윤유성을 붙잡았다.“윤 사장님, 따로 얘기하시죠.”그의 말투는 여전히 강력했다. 협상이 실패하였다 해도 나약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프로젝트 때문이라면,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윤유성은 그와 시간 낭비를 하기 싫었다.“그럼, 다른 일이라면요?”그러자 신경주는 구아람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윤유성은 신경주를 데리고 장미 정원의 유럽식 정자로 갔다.그들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주위에 꽃들이 화려하게 피어져 있었지만 이곳은 마치 얼음장처럼 느껴졌다.“신 사장님, 간단히 얘기합시다, 제가 구아람 씨와 데이트를 해야 돼요.”윤유성은 손목시계를 보더니 초조해 보였다.“데이트요?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었어요?”신경주는 아무리 뒤떨어져도 늘 최선을 다한다. 특히 구아람에 관한 일에서 그는 본능적으로 이 남자가 우세를 차지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아마 이것은 윤 사장님의 일방적인 생각일 겁니다, 구아람은 저랑 결혼생활을 3년 동안 했어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제가 당신보다 훨씬 잘 알고 있아요.”“그래요?”윤유성은 대수롭지 않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비웃었다.“겨우 3년인데, 그리고 결혼생활이 유명무실하잖아요. 신 사장님은 무
관광객들은 하나둘씩 장미 정원에서 떠나자 끝없이 넓게 펼쳐진 꽃밭에는 오직 구아람과 김은주만이 남아 있었다.주위의 빛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지만 민낯으로 있는 구아람의 얼굴은 밝은 달처럼 하얗고 빛나 김은주의 부러움과 질투를 불러일으켰다.원한을 떠나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구아람이 엄청 드문 팔방미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그녀의 남자와 결혼생활을 3년이나 했다. 설령 유명무실하더라도 마음이 불안하고 원망스러웠다.그래서 김은주는 이를 악물고 긴 머리를 넘기며 구아람을 향해 다가갔다. 신경주 앞에서의 여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승리자처럼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벌써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거야? 수단이 참 대단해. 진작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경주 오빠에게 아무리 매달려도 그는 더 이상 너를 쳐다보지 않을 거야.”구아람은 정신병자를 보듯 그녀를 흘겨보았다.“내가 왜 신경주를 쳐다봐? 꼬실 것도 아닌데.”김은주는 짜증이나 속으로 욕설을 퍼붓더니 승부수를 띄웠다.“만난 김에 기쁜 소식을 알려 줄게, 나랑 경주 오빠는 곧 약혼식을 올릴 거야. 날짜는 내 생일날로 정했어.”“그래? 축하해. 하지만 난 너에게 줄 축의금이 없어.”구아람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나른한 말투로 말했다.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자 김은주는 기분이 상한 것 같아 화가 치밀어 올랐다.“허, 넌 입만 살았네, 마음속으로는 엄청 화가 나겠지. 근데 무슨 소용이 있겠어? 결국 오빠는 내 사람인데, 넌 성주의 웃음거리일 뿐이야!”“어휴, 김은주. 넌 나를 만날 때마다 신경주의 마음을 얻겠다고 아우성치지 않으면 둘의 사랑이 단단하다고 자랑을 하고 있네. 너의 인생은 이렇게 무미건조해? 재혼남 말고는 더 이상 내세울 것이 없지?”구아람은 지루한 듯 한숨을 쉬었다. 그녀와 말하면 자신의 등급이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그러나 이런 독선적인 나쁜 여자를 디스 하지 않으면 양심에 걸리는 것 같다.“뭐라고?”김은주는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고
“성형도 할 수 있고 이름도 바꿀 수 있지만 했던 짓들은 아무리 지워봐도 흔적이 남아 있어서 자세히 조사해 보면 찾아낼 수 있어. 내가 말하지 않는 건 착해서가 아니라 나랑 상관이 없고 귀찮아서 그러는 거야. 하지만 네가 또 날 건드린다면, 내가 모든 것을 까밝혀도 날 원망하지 마.”김은주는 마치 구아람이 그녀의 피를 모두 빼 버린 것처럼 온몸이 차가워지고 소름이 돋았다.……신경주가 장미 정원에서 나왔을 때, 구아람과 윤유성은 이미 떠나버렸다.그 남자와 얘기를 하고 나서 그는 화석처럼 홀로 찬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었다.이때, 날은 이미 저물었다.신경주는 김은주를 병원으로 데려다주라고 명령한 후, 한무와 함께 관해 정원으로 갔다.가는 길에 한무는 초조하여 식은땀을 뻘뻘 흘리더니 슈트를 흠뻑 적셨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끊임없이 신경주에게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무슨 처벌을 주시든 흔쾌히 받겠습니다! 다 제 탓입니다, 제가 사전 조사를 제대로 못해서 그 담당자가 윤씨 가문의 사람인지 몰랐어요, 모두 제 탓입니다.”말을 마치자, 사나이인 한무는 갑자기 울컥하였다.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던 신경주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싸늘하게 비웃었다.“몇 살인데 이런 일 때문에 눈물까지 흘려?”“이게 작은 일은 아니잖아요.”“윤유성 쪽 사람들은 이미 십여 년 동안 국내에 있지 않았어. 조사를 못해낸 것도 정상이야.”신경주는 다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네가 조사해 보아도 결과는 똑같아, 그들은 우리와 협력하지 않을 거야. 국내에 비슷한 장미 정원이 몇 개 더 있던데, 계속 연락해 보면 공급자를 찾을 수 있을 거야.”“네, 내일 바로 알아볼게요!”한무는 눈을 비비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 윤 도련님은 사모님에게 정말 너그럽네요, 그렇게 큰 프로젝트를 바로 주다니, 보통 사업가들은 여러 곳과 비교를 해보면서 신중히 고려하지 않아요?”이 말은 마치 가시처럼 신경주의 마음에 깊이 박혔다.그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한
윤유성은 구아람을 위해 오마카세를 준비했다. 이것은 그녀의 엉뚱한 성격과 참 잘 어울렸다.공수해 온 참다랑어는 신선하고 맛있으며 덴푸라는 겉바속촉이 느껴졌고 참돔도 너무 신선하고 부드러웠다. 음식들은 어느 하나 빠짐없이 다 맛있었다.아가씨가 음식도 맛있게 먹고 술도 조금 마시더니 점점 기분이 좋아져 수다쟁이로 되었다.윤유성과 구아람은 모두 견문이 넓은 사람이어서 그들은 문학, 음악,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하지만 그녀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그들은 같은 해외의 비대칭 서바이벌 게임을 놀고 있었고 두 사람 다 백정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게임 얘기가 나오자 구아람은 더욱 싱글벙글해져 청순한 작은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손놀림을 하며 말할수록 점점 더 신났다.윤유성도 그녀의 말을 끊지 않고 적절하게 리액션을 해주면서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배불리 먹은 두 사람은 나란히 식당에서 걸어 나왔다.식사를 하는 동안 비록 즐거웠지만 윤유성이 협력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잡담만 해서 구아람을 난감하게 했다.곧 헤어질 것 같아 그녀가 얘기를 꺼내려고 하는 순간 윤유성은 그녀의 마음을 읽은 듯 먼저 말했다.“구아람 씨, 프로젝트의 기획안이 준비되면 언제든지 저에게 보내도 줘도 돼요. 절차만 밟으면 정식으로 계약할 수 있어요.”“도련님.”구아람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부드럽게 말했다.“오늘 신씨 그룹을 선택하지 않고 저와 협력한 것은 아마 저 대신 화풀이를 해주고 싶어 신경주를 난감하게 하려고 했던 것 같네요.”윤유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러나 비즈니스는 장난이 아니라 모두 이익을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도련님이 신중하게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사적인 친분 때문에 판단이 어긋나면 안 돼요. 비록 신경주와 사이가 좋지 않지만, 저는 아무 이유 없이 그를 괴롭히고 싶지 않아요. 그도 협력을 하고 싶어 하니 공평하게 그의 기획안도 잘 검토해 보시고 더 훌륭한 쪽을 선택했으면 좋겠어요.”구아람은
부가티는 어둠 속에서 점점 멀어졌다.윤유성은 안경을 치켜 올리며 미소를 지었고 가슴이 계속 두근거렸다.……부가티 라 부아튀르 느와르는 길 위에서 질주를 하고 있다.구아람은 차창을 내려 지나가는 밤바람을 즐겼고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아가씨, 벌써 윤 도련님과 친해진 거예요?”임수해는 핸들을 움켜주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마도, 말은 잘 통했어.”“그가 아가씨를 구한 적은 있지만, 몰래 별장까지 뒤 따라온 사람이에요. 마음 놓고 그 사람과 만나면 안 돼요.”임수해는 화가 나서 중얼거렸다.“아마 날 알아보고 궁금해서 그랬을 거야. 만나보니 사람이 괜찮더라고, 그냥 말이 이상하게 들릴 때가 있었어, S 국이 개방적이어서 그런가?”구아람은 순간 눈이 반짝 겼다.“제일 중요한 건, 그가 나랑 같은 게임을 좋아하더라고! 그래서 게임을 같이 하기로 약속했어!”임수해는 들을수록 마음이 아파났다.그는 입술을 오므리고 한참 머뭇거리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아가씨는 이제 막 알게 된 남자에게 이렇게 너그럽게 대한 적이 없었어요, 혹시…… 그를 좋아합니까?”“와, 넌 눈이 삐었구나, 아예 그 눈을 파 버려.”구아람은 어이없다는 듯 임수해를 째려보았다.“만약 좋아하더라도 그가 나를 좋아하는 거야, 내가 할 짓이 없어서 남자를 좋아하겠어? 흥, 남자는 그냥 나에게 민폐가 될 뿐이야!”임수해는 웃음을 금치 못하였고 우울했던 마음도 사라졌다.‘다행이네, 아가씨가 윤 도련님에게 마음이 없다니, 정말 다행이네.’이때, 차가 과속방지턱을 지나자 꽃바구니에서 카드 한 장이 떨어져 나왔다.“응?”구아람은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숙였다.카드를 열어보니 윤유성이 예쁜 손글씨로 그녀에게 편지를 남겼다.‘청춘에 머무른 우리는 좋은 시절을 헛되게 하지 말자.’구아람은 눈을 가늘게 떴다.‘참 재밌는 사람이네.’“정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또 김은주를 만났네요, 이상한 말을 하며 대들진 않았어요?”임수해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