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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그러자 그는 왼팔로 안전벨트를 천천히 끌어당겨 매어 주었다.

구아람은 이를 악물고 손을 확 걷었다. 마치 더러운 물건을 만진 것 같았다.

“어디로 가는 거야?”

“오늘 우리 집에 물건 찾으러 가겠다고 약속했잖아.”

신경주는 그녀를 놓아주고 여유롭게 핸들을 잡았다.

“오늘 꼭 갈 거야, 그럴 필요 없어!”

“거짓말.”

신경주는 시동을 걸고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네가 사람을 잘 속이잖아. 3년 전 결혼해서 지금까지 날 몇 번이나 속였었어, 나에게 솔직하게 말 한 적은 있어?”

“있었나?”

구아람은 냉소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네가 없다면 없는 걸로 하자. 상관없어.”

순간 신경주의 마음이 아파나며 씁쓸해졌다.

때때로 그녀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러면 그가 한 모든 일을 돌이켜볼 때 마음이 편할 수 있다.

페라리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아름다운 풍경들을 지나쳤다.

도망갈 수도 없으니 구아람은 아예 의자 등받이를 조절하고 팔짱을 끼고 편하게 앉아 눈을 감았다.

“그 일은, 미안했어.”

신경주는 핸들을 꽉 잡았다.

“무슨 일.”

이혼 후 이 남자가 점점 이상해진 것 같았다. 예전에는 늘 퉁명스러웠는데 지금은 걸핏하면 잘못을 인정한다.

‘김은주가 그를 교육했나?’

“구윤이가 너희 오빠라는 걸 몰랐어.”

“아, 그럴 수도 있지, 용서해 줄게.”

구아람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근데 왜…… 해명하지 않았어?”

신경주는 그녀의 예쁜 옆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때 내가 구윤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해명했으면 믿어줄 거야?”

구아람은 고개를 저었다.

“이 세상은 여자들에게 늘 악의로 가득 차 있어, 만약 내가 구윤의 동생이 아니라면, 만약 내가 백소아라면, 너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날 염치없고 허영심이 가득해 부잣집 도련님을 꼬시는 년으로 생각하겠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아끼는 사람 외에는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보는지 신경도 안 써.”

신경주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핸들을 너무 세게 잡아 삐걱대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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