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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Penulis: 류한나
그녀를 걱정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그건 이미 지난 일인데 왜 여전히 이런 표정인 거지?

“언젠가는 알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빨리 알았네.”

“그때 여기로 한 번 돌아왔었어.”

민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너무 빨리 다시 돌아가는 바람에 너 만날 시간도 없었네.”

“괜찮아. 우리가 그때 그렇게 많이 친했던 사이도 아니었잖아.”

민우는 그 말에 그저 웃어 보였다.

“너는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지. 솔직히 지금 돌이켜보면 후회되기도 해. 그때 해외로 가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네가 위험에 처했을 때 내가 널 지켜줬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면 인질로 잡힌 게 네가 아니라 나였을 수도 있고.”

“됐어. 이제 괜찮으니까 위로 안 해줘도 돼.”

지유는 그가 실없는 농담을 한다 생각해 그저 웃어넘겼다.

“아저씨한테 들었어. 너 그 사건 이후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왔었다며? 거의 반년 가까이 치료했다고 하던데 많이 힘들었지?”

그 사건은 하필이면 그가 출국하고 얼마 안 있어 벌어졌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녀가 제일 힘들어할 때 그는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

민우가 다시 돌아왔을 때 지유는 어느새 쾌차해 이름있는 명문고에 들어갔다.

그녀는 그런 일을 겪고도 씩씩하게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갔다.

물론 그녀가 사건 당일 자신을 구해준 누군가를 떠올리며 극복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민우는 가끔 만약 그때 그녀를 구해준 사람이 자신이었다면 많은 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10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리지도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당시 그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더 멋있어져서 그녀 앞에 서고 싶었으니까.

“이미 지난 일이야. 지금은 괜찮아.”

지유가 미소를 지었다.

“그보다 네가 나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알고 있을 줄은 몰랐네. 나한테 벌어진 일도 그렇고 내 취미를 알고 있는 것도 그렇고. 누가 보면 나만 계속 보고 있는 줄 알겠어.”

“아저씨랑 얘기하다가 알게 된 거야.”

민우가 웃으며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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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민우는 귀국한 지 얼마 되지도 않기에 이 단기간에 그녀를 좋아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지유와 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학교 밖 도로 옆을 거닐었다.민우는 둘이서 산책하는 지금 이 시간이 무척이나 소중했다. 그는 길을 걷다가도 그녀 쪽을 보고는 한 번씩 미소를 지었다.모든 게 평화로운 그때 한 차량이 뒤에서 시끄러운 경적을 울리며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민우는 그 소리에 너무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길 안쪽으로 세웠다.그리고 그 모습을 두 사람 조금 앞에 있던 차 안의 한 남자가 전부 목격해버렸다.이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사이드미러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지유는 민우와 함께 있는 시간이 편한 것인지 언뜻언뜻 미소도 지으며 얼굴을 마주하며 얘기를 나눴다.이현은 그 모습이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대체 이게 몇 번째지?그리고 변우석이라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 아니었나?이현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녀가 말한 변우석이라는 남자도 신경 쓰였고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는 나민우도 신경 쓰였다.마치 심장을 누가 꾹 짓누르는 듯한 그런 답답한 기분이었다.“대표님, 뒤에 지유 씨가 있네요. 그 옆에는 한 남성분도 보이고요.”진호도 사이드미러로 그들을 확인하고는 이현에게 얘기했다.이현의 싸늘한 시선이 이번에는 그에게로 향했다.그 시선을 그대로 받은 진호는 그제야 자신이 쓸데없는 얘기를 했다는 것을 눈치챘다.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세상 그 어떤 남자가 좋아할 수 있을까.그걸 눈치도 없이 입 밖으로 꺼냈으니 한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진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지금 내리시겠습니까?”이현의 시선이 다시 사이드미러로 향했다. 남녀 둘이서 걸어오는 모습이 마치 연인을 보는 것 같았다.그는 지유를 보는 민우의 눈빛에서 꿀이 뚝뚝 흐르는 것을 보고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온 비서 오늘 월차라도 냈습니까?”진호는 확신할 수 없는 말투로 답했다.“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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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만약 그 몇 번이 정말 다 우연이라고 하면 그때는 그걸 우연이라고 칭할 수 없게 된다.게다가 매번 둘이 같이 있는 걸 볼 때면 지유는 항상 즐겁게 웃고 있다.“여 대표님!”그때 학교 안에서 서승만이 걸어 나와 그를 불렀다. 그는 세 사람 사이의 묘한 분위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그저 싱글벙글 웃으며 그에게로 다가가 인사했다.“마침 다 모인 것 같으니 이제 식사하러 갈까요?”이현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몇 번의 만남으로 서승만도 여이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그의 태도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민우는 이현을 보며 말했다.“가시죠. 여 대표님.”이현은 아무 말 없이 차에 올라탔다.차에 타기 전 그는 일부러 지유에게 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어느 차량에 타는지 보려는 심산이었다.진호는 지유를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지유 씨, 대표님 옆에 앉으세요.”그는 이현의 기분이 안 좋은 걸 이미 알고 있기에 더 이상 화를 키우지 않게 지유에게 언질을 줬다.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서승만도 민우도 자신이 이현의 비서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지금은 이쪽에 타는 것이 맞았다.진호는 두 사람을 태우고 심호흡을 한번 하고 나서 운전석에 앉았다.이현은 지유가 옆에 앉자마자 이죽거렸다.“월차까지 써서 친구 만나러 온 건데 그 친구분 차에 앉지 그래요, 온 비서?”지유는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돌려 이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태도는 무척이나 날이 서 있었고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선생님은 내가 대표님 비서라는 거 아세요. 대표님 차에 앉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하실 거예요.”“온 비서가 나민우 씨와 친구 사이라는 거 알지 않나?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이현이 되물었다.지유는 자신에게 화가 난듯한 그를 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차 문을 잡고 말했다.“그럼 민우 차에 탈게요.”그 말에 이현의 얼굴이 더 세게 일그러졌다.다행히 눈치 빠른 진호가 얼른 차 문을 잠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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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을 마친 문지원은 주주들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먼저 회의실을 빠져나왔고 이번엔 지난번처럼 속이 답답하지 않았다.비서 역시 속이 시원하다는 듯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방금 주주들 표정 보셨어요? 정말 볼만하더라고요!”문지원은 가볍게 웃음을 지었고 비서는 다시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근데 저 사람들이 이대로 회사 권력을 쉽게 포기할까요?”문지원은 이미 예상한 듯 여유롭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어쨌든 회사 결정권은 나에게 있으니까 앞으로 천천히 저 사람들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를 하나씩 회수하면 돼요. 그러다 보면 결국 버티고 싶어도 버틸 수 없게 될 테니까요.”그들이 회사 지분에 그렇게 집착하는 이유는 결국 당장의 이익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 눈앞의 이익을 없애 버리면 더는 그녀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회사 내부의 일은 해결하기가 아주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간단한 것도 아니었다. 일이 많다 보니 문지원이 지쳐 있는 모습을 지석훈이 보고 마음이 쓰였다.“요즘 아주 바쁜가 봐. 다크서클도 생겼네.”문지원은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눈 밑을 만지며 물었다.“진짜예요?”곧바로 거울을 찾으려고 하자 지석훈은 그녀를 잡아당기며 부드럽게 타일렀다.“이러다가 진짜 생기겠어. 얼른 쉬어.”“뭐야. 지금 저를 놀린 거예요?”문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그와 가볍게 장난을 쳤다. 두 사람이 확실한 관계를 맺은 이후로는 이전처럼 어색하거나 긴장하지 않고 자주 웃으며 서로 장난을 쳤다.지석훈 역시 그녀와 함께할 때면 눈에 띄게 편안해 보였다.“그만해. 넘어지겠어.”지석훈은 문지원이 자신을 간지럽히려고 하자 그녀의 손을 잡아 제지했다. 그제야 문지원은 자신이 지석훈의 다리 위에 엎드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순간 문지원의 얼굴이 새빨개졌다.급히 일어나려고 했지만 지석훈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의 허리를 눌러 꼼짝 못 하게 했다.문지원은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고 속삭였다.“뭐 하는 거예요. 빨리 일어나게 해줘요. 누가 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15화

    문지원은 아버지가 이런 결정을 내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물론 아버지가 자신을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고 있었고 언젠가 유언장에 자신의 지분이 있을 거란 건 당연히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높은 비율일 줄은 몰랐다. 게다가 아버지의 건강은 이제 막 회복된 상태가 아니던가.“아빠, 이러지 마세요.”문지원은 아버지가 회사 내의 헛소문들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아닐지 걱정했다.“사람들이 하는 말은 전 전혀 신경 안 써요.”문용석은 딸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그런 말 때문이 아니야. 원래 진작 너한테 넘겨야 했을 것을 아빠가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네가 고생만 했구나.”문지원은 순간 울컥했다.회사에서 주주들의 뻔뻔한 비난을 들었을 때도 그녀는 그다지 억울하거나 분하지 않았고 심지어 이상한 소문이 돌아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하지만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하자 가슴 속에서 갑자기 견딜 수 없는 서운함이 밀려왔다.지금껏 억눌렀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했고 자신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지고 오빠는 연락조차 닿지 않아 혼자서 회사를 짊어지고 파산 위기를 막아냈다. 빚을 갚고 다시 회사를 상장시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던가.그런데 결국 자신이 이뤄낸 성과와 노력은 단지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평가절하되고 있었으니 어찌 억울하지 않을 수 있을까.“아빠는 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다 알아.”문용석의 머리카락은 이미 희끗해져 있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여전히 어린 시절의 문지원을 바라보던 따뜻하고 자애로운 그대로였다.“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신경 쓰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아빠가 전부 네 편이 되어줄 테니까.”그날 이후 회사에서 사람들이 어떤 소란을 피워도 문지원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회의실에서 유 이사 일파는 다시 한번 문지원을 비난하며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압박했다.하지만 문지원은 덤덤히 듣기만 하다가 비서에게 무언가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비서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유 이사는 그녀의 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14화

    더욱이 그들이 보기에 문지원은 그저 딸일 뿐이었다. 딸이 아무리 잘난들 뭘 하겠는가. 결국엔 결혼해서 남이 될 운명인데 말이다.그렇게 급하게 권력을 넘기게 될 바에야 차라리 지금 일찌감치 그녀 손에 쥔 권력을 회수해서 자기들 손에 넘기는 게 더 나았다.문지원은 의기양양한 유 이사가 너무 일찍 기뻐한다고 생각했다.“유 이사님, 이 문제에 대해 혹시 저희 아버지께 직접 여쭤보기나 하셨나요?”유 이사가 순간 얼어붙었고 그 모습을 보자 문지원은 더욱 냉소가 나왔다.“설마 제가 물러나라는 얘기를 제 입으로 직접 아버지께 전하라는 건 아니겠죠? 뭐예요? 다들 직접 가서 말씀드릴 용기가 없으신가요?”이 말은 정확히 그들의 약점을 찔렀고 그들은 당연히 문용석에게 가서 직접 얘기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비록 문용석이 한 번 위기를 겪긴 했지만 이들 원로들 사이에서 그의 위상은 여전히 높았다.그런 문용석 앞에서 그의 딸을 회사에서 몰아내자고 말한다면 아마 문용석은 빗자루라도 들어 그들을 당장 내쫓을지 모른다.“정말 제가 아버지께 권한을 돌려드리길 원하신다면... 좋습니다.”그녀는 그들이 숨을 돌리기도 전에 말을 이었다.“단, 그 이야기는 직접 아버지께 가서 하세요. 전 절대 하지 않을 거니까요.”주주들이 분노를 터뜨리기 전에 문지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왔다.비서가 급히 뒤를 따르며 몹시 화를 냈다.“진짜 저 늙은 사람들 너무 뻔뻔한 거 아니에요? 조금 지분 있다고 회사 일은 하나도 안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만 나타나서 참견이나 하고. 대표님이 아무 말 없이 놔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판인데 오히려 대표님한테 불만이라니... 정말 얼굴도 두껍지!”그러나 문지원은 오히려 차분했다.“원래 어떤 사람들은 그래. 한 번 쓴맛을 보지 않으면 자꾸만 기어오르려고 하는 법이지.”“그럼 대표님, 어떻게 하실 건가요?”“신경 안 써.”문지원은 비서를 향해 가볍게 웃었다.“설마 내 아버지가 누군지 잊은 건 아니겠죠?”비서는 그녀와 오래 지냈기에 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13화

    문지원은 한동안 멍하게 있다가 직원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고는 순간 너무 창피해서 땅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어젯밤 지석훈에게 그렇게 제멋대로 하게 두지 말아야 했다. 덕분에 아침부터 이렇게 난감한 상황에 부닥치고 말았으니 말이다.그나마 다행인 건 직원이 아직 어리고 남자 친구도 없어서 그 자국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모르는 것 같았다.문지원은 화장실에 들어가 한참이나 목에 난 흔적을 감추려고 화장을 수정한 후에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대표님, 30분 뒤에 정기 회의 있으십니다.”비서가 하품하며 서류를 건넸고 문지원은 서둘러 자료를 검토했다.“참, 화진 그룹 프로젝트는 누구한테 넘겼죠?”비서가 프로젝트 책임자의 이름을 말했다.문지원은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고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놓았다.회사는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빴다.문지원은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고 30분쯤 지나 곧바로 회의실로 향했다.회의실에는 이미 몇몇 주주들이 앉아 있었고 비서는 문지원 뒤에서 회의 내용을 기록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때 한 나이 지긋한 주주가 갑자기 불편한 표정으로 문지원에게 날카롭게 말했다.“회의하자고 해놓고 대표님께서 이렇게 늦게 오셔서야 쓰겠습니까? 우리 같은 노인네들이 언제까지 여기 앉아서 기다려야 합니까. 정말 대단한 권위네요!”“요즘 젊은 사람들은 참 시간관념이라고는 하나도 없네요. 어디 옛날 대표님 같습니까.”문지원은 그의 말을 금세 알아들었다.자신이 아버지인 이전 대표만 못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하지만 이전 대표는 자기 아버지였으니 부녀 사이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유 이사님,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솔직하게 하세요.”문지원이 차분히 말했다.“이렇게 빙빙 돌려서 말씀하시니 듣는 저도 힘들고 여기 계신 분들도 저희 아버지와 함께 고생해 온 분들로 나이가 있으시니 그런 말을 잘 못 알아듣습니다.”“너!”상대는 그녀의 똑 부러지는 말에 말문이 막혀 버렸고 문지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12화

    지석훈은 품 안에 문지원을 안고 부드럽게 말했다.“필요한 것도 받았으니 우리도 가자. 밥은 먹었어? 같이 가서 먹자.”문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아까 그 사람은 누구예요?”“얼마 전에 그 친구한테 약을 좀 부탁했어. 네가 생리통이 심하다고 했잖아.”지석훈은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히 말했다.“그 친구의 교수님이 업계에서 유명한 분인데 최근에 생리통 치료 약을 개발하고 계시거든. 아직 연구 단계라 완벽한 건 아니지만 효과가 있을지도 몰라서 미리 좀 얻어 본 거야.”문지원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럼 이렇게 늦은 밤에 나온 이유가... 단지 그 약을 받기 위해서였어요?”지석훈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는 이해했다는 듯 웃었다.“그럼 너는 뭐라고 생각한 거야?”그의 표정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장난기 어린 눈빛이라 문지원은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고 창피해 죽을 것 같았다.질투심 가득한 표정으로 현장을 덮치듯 찾아왔는데 알고 보니 완전히 헛다리였다.“미안해. 괜히 걱정하게 만들어서.”지석훈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그녀의 손을 천천히 꼭 잡았다.“내가 너한테 믿음을 제대로 못 줘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이젠 확실한 관계로 만들어 줄래?”문지원이 순간적으로 멍해졌다.오늘 밤 너무 많은 감정의 기복을 겪어서인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멍하게 있는 그녀를 보며 지석훈이 다정하게 웃으며 덧붙였다.“정확히 말하면 공식적으로 내 여자가 되어 달라는 거야.”문지원의 얼굴이 더 붉어졌지만 사실 이건 그녀가 오랫동안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결국 그녀는 지석훈의 다정한 눈빛에 이끌려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집에 돌아온 이후로 둘 다 문지원이 처음 왜 그렇게 갑자기 찾아왔는지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문지원은 너무 부끄러워서 말하지 않았고 지석훈 역시 그녀가 난처할까 봐 일부러 말을 꺼내지 않았다.이렇게 마무리된 것이 문지원에겐 충분히 좋은 결과였다.그런데도 그녀의 마음 한구석엔 여전히 조금의 서운함이 남았다.결국 지석훈과 강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11화

    문지원은 더 이상 이런 문제로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당장 어디로 찾아갈지도 모르는 마당에 지금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그래서 결국 병원으로 향했다.“지금 날 보러 온 이유가 그거야?”여울은 이쑤시개에 꽂은 사과 조각을 입에 물며 투덜거렸다.“언니 진짜 답답하다니까.”문지원은 사과를 깎던 손을 멈췄다.“지금이라도 최주하 다시 불러줄까?”“아니야, 미안. 내가 답답하지. 내가.”여울은 급히 말을 바꿨다.평소였다면 문지원이 이 상황을 놓치지 않고 여울을 놀렸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서로 입장 차이가 없으니 누가 누구를 탓할 상황이 아니었다.“그럼 언니 계속 모르는 척만 할 거야?”여울이 다시 묻자 문지원은 침묵했다.모르는 척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정확히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렇게 행동했던 것뿐이었다. 그렇다고 당장 지석훈에게 직접 따지기도 애매했다.“당연히 직접 물어봐야지!”여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문지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물어보지 않으면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알아? 그리고 내가 볼 때 지석훈 씨는 양다리 걸칠 사람 같진 않아. 분명히 뭔가 오해가 있을 거야.”문지원이 조금 흔들리는 듯하자 여울이 급히 덧붙였다.“게다가 언니가 전에 말했잖아. 석훈 씨가 언니랑 강윤슬 문제에 직접 개입한 적 있다고. 그럼 이미 강윤슬과 언니 사이에서 언니를 택한 거 아냐? 그러니 뭐가 겁날 게 있어?”여울의 말이 문지원의 머릿속을 환하게 밝혀주었다.문지원은 들고 있던 사과칼을 내려놓고 바로 옆에 둔 가방을 집어 들더니 벌떡 일어나 병실 문을 향했다.“어디 가? 날 줄 사과 아직 채 못 깎았잖아!”여울이 외쳤지만 문지원은 이미 병실을 나섰고 그녀는 들뜬 기분으로 병원을 나와 지석훈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어느새 거리는 어두워졌고 도로 위엔 차들이 오가고 있었다.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가운데 잠시 후 통화가 연결되었다.지석훈의 목소리는 여전히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10화

    “뭘 보고 있었어?”문지원은 살짝 긴장해 하며 미소를 지었다.“그냥 회사 문서들을 봤어요.”“늦었는데 일 그만해.”지석훈은 전혀 의심하는 기색이 없었다.문지원은 안도하고 더 이상 몰래 훔쳐보는 것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워낙 예민한 성격의 지석훈이기에 만약 들키기라도 하면 너무 난감했을 것이다.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을 굳이 건드리고 싶어 한다.깊은 밤, 문지원은 지석훈이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테이블에 손을 올려 살금살금 이동했는데 끝내 그녀가 눈독을 들였던 휴대폰에 손이 닿았다.그런데 마침 그 찰나에 지석훈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고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왜 잠이 안 와? 설마 하고 싶어?”순간 문지원은 몸이 경직되었다.만약 지석훈이 지금 정신을 차렸다면 분명 그녀가 뭘 하려고 했는지 알아챘을 것인데 다행히 그건 아니어서 문지원은 간신히 안도하며 뻗었던 손을 거두고 가만히 있지 않는 지석훈의 손을 밀어내면서 거절 의사를 전했다.“안 돼요. 내일 회사에 나가봐야 해요.”지석훈은 곧바로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녀의 이마에 뽀뽀하고 말했다.“그럼 빨리 자. 안 그러면 나 더 참을 수 없어.”문지원은 서둘러 눈을 감았는데 마음속에 일이 있으니 쉽게 잠이 들 수 없었다.역시나 그녀는 결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다음 날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긴 채로 집을 나가게 되었다.다행히 나가기 전에 파운데이션으로 가려서 아무도 그녀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대표님께서 확인하셔야 하는 서류들입니다.”“알았어요. 거기 두세요.”문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비서가 나가려고 할 때 문지원이 그녀를 부르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화진 그룹에서는 오늘도 아무 소식 없어요?”비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걸 본 문지원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나가보라고 했다.문지원은 본인이 너무 예민한 거라고 생각했다.강윤슬이 직접 지석훈과 끝났다고 했기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그런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09화

    의사가 수술실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문지원이 잽싸게 다가가서 물었다.“제 친구의 상태는 지금 어떤가요?”의사가 마스크를 벗고 말했다.“환자는 간이 칼에 찔려서 내출혈이 있었습니다만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서 생명의 위험은 없습니다. 이제 잘 휴식을 취하면서 회복하시면 됩니다.”문지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옆에 있던 최주하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미간은 조금 전보다 펴진 것 같았다.여울은 마취가 덜 풀려 계속 혼수 상태였고 문지원은 병실에 들어가서 보다가 다시 나왔다.그때 최주하가 부하에게 지시하고 있었다.“합의는 없다고 하고 변호사를 찾아서 살인 미수로 신고해.”부하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살인 미수는 너무 무겁지 않을까요?”“그 정도가 뭐가 무거워?”최주하가 코웃음을 지었다.여울이를 다치게 했는데 살려 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라는 눈치였다.문지원이 병실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얘기하던 최주하가 고개를 돌렸는데 그의 얼굴에는 차가운 기운이 가시지 않았다.다만 두 사람은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에 최주하는 먼저 말을 건네지 않았다.“최 대표님.”문지원이 앞으로 다가가며 최주하를 불렀다.부하를 보내고 최주하가 말했다.“무슨 일이죠?”“최 대표님 때문에 다친 건데 들어가서 보지 않을 거예요?”최주하의 태도에 문지원은 화를 억지로 참고 물었다.여울이와 최주하의 일은 우연히 조금 들었는데 문지원은 최주하가 사람도 아닌 것 같았다.게다가 지금의 최주하를 봤을 때 더욱더 못마땅했다.여울이가 최주하 때문에 다쳐서 꼼짝 못 하고 누워있는데 병실에 들어가려 하질 않으니 말이다.최주하가 이마를 찌푸린 채 병실 쪽을 보는 모습을 보며 문지원이 또 말했다.“최 대표님, 잘 생각하고 선택하세요. 오늘 들어가지 않을 거면 앞으로도 절대 들어가지 마시고 다시는 여울이를 만나지도 말아요.”최주하는 문지원이 무언가 오해를 하고 있다고 느꼈지만, 워낙 사람들에게 해명하지 않는 성격이라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문지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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