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무렵, 연미혜는 시간을 내어 김태훈에게 아침에 있었던 일을 설명했고, 덧붙였다.“이번 일은 갈등의 초점을 좀 돌릴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김태훈은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웃으며 말했다.“좋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아.”그 말이 끝나자마자, 곧 임지유에게서 걸려 왔다.김태훈은 피식 웃으며 무심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임지유가 난감해하며 말했다.“오늘 아침 있었던 일... 혹시 김 대표님도 들으셨나요?”김태훈은 굳이 예의를 따질 생각도 없는 듯, 날카롭게 허를 찔렀다.“아침에
임지유는 김태훈과의 통화를 마친 후, 손수희와 이금자, 손아림 등과 함께 고급 식당의 룸에서 식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손수희가 물었다.“무슨 일이야? 김태훈 대표가 뭐라고 했는데?”임지유는 휴대폰을 꽉 쥔 채 대답했다.“김태훈 대표가 우리랑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해요. 그리고 명예 훼손에 대한 손해배상까지 요구했어요.”“뭐라고?”손수희뿐만 아니라 이금자와 손아림도 놀란 표정이었다.손아림은 당장 언성을 높였다.“아침에 그 자리에서 사과도 했잖아. 연미혜! 그 나쁜 년이 김태훈 대표한테
임지유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하지만... 이번 일의 시작은 분명 우리 쪽이 잘못했으니까...’경민준 앞에서 임지유는 늘 좋은 인상을 유지해 왔다. 그래서 경민준이 이번 일을 알게 된 후 혹시나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연미혜를 몰아붙였다고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됐다.손수희는 그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미지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특히 남자의 마음을 오랫동안 붙잡아두기 위해선 보여지는 것들, 매너와 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이금자 또한 경민준이 임지유를 특별하게 여기는 건 임지
그날 오후, 연미혜가 넥스 그룹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민준의 전화가 걸려 왔다.세인티와의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세인티 입장에선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전화 수신창에 ‘경민준’이라는 이름이 뜨는 순간, 연미혜는 그가 왜 전화했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하지만 경민준은 포기하지 않았다. 연달아 두 통의 전화를 더 걸어봤지만 연미혜가 끝까지 받지 않자, 결국엔 김태훈에게까지 연락을 돌렸다.김태훈은 그 역시도 그 목적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전화를 받았다.그리고 통화가 연결되자
“몇 분 전에 저한테 먼저 전화 왔었어요.”김태훈이 코웃음을 쳤다.“비겁한 자식, 역시 너한테 먼저 연락했었구나...”임지유가 경민준에게 도움을 청했을 가능성, 그리고 그 일로 연씨 가문까지 건드릴 수도 있다는 건 김태훈과 연미혜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반대로 경민준도 그들이 넥스 그룹과 경문 그룹의 협력 프로젝트를 카드로 꺼낼 거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먼저 연미혜에게 연락해 틈을 보려 했지만 연미혜가 전혀 여지를 주지 않자 방향을 바꿔 김태훈을 택한 거였다.애초에 이 문제를 김태훈이 직접 나선 것도, 겉으로
손아림은 눈이 동그래진 채 얼어붙었다.경민준이 직접 나섰음에도 해결되지 않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손아림은 다급히 말했다.“전 아직도 이해가 안 돼요. 그날 일은 그냥... 그냥 소소한 해프닝 아니었나요? 그걸로 진짜 계약 해지를 걸 수 있다는 게 말이 돼요?”임지유는 차분하게 설명했다.“세인티가 넥스 그룹이랑 계약할 때 쓴 계약서는 변호사를 통해서 다시 확인했어. 거기에 빼도 박도 못하게 명시돼 있었어. 어느 한쪽이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을 경우, 피해자 측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손아림은 납득이 되지
‘출장 중이었구나...’임지유가 생각을 정리하던 그때 구진원이 담담하게 물었다.“나한테 다른 볼일 있어?”임지유는 고개를 저은 뒤, 어색한 웃음과 함께 말을 건넸다.“넥스 그룹에서 일하게 된 지도 꽤 됐지? 잘 적응하고 있어? 어려운 점은 없고?”“난 잘 지내.”구진원이 짧게 대답하고는 말을 이었다.“다른 일 없으시면, 난 먼저 올라가 볼게. 출근 시간이라...”그 말과 함께 구진원은 인사도 없이 곧장 등을 돌려 걸어갔다.머뭇거림 없이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임지유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그녀는 예전에 구
연미혜가 아이리스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 9시가 넘어 있었다.오늘은 그녀의 생일이었다. 휴대폰을 켜자마자 동료들과 친구들에게서 온 생일 축하 메시지가 한가득 쌓여 있었지만, 정작 경민준에게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연미혜의 미소도 씁쓸한 표정으로 바뀌었다.저택에 도착했을 땐 벌써 10시가 넘은 늦은 밤이었다.유순자는 갑자기 나타난 그녀를 보곤 순간 멈칫했다.“사모님, 말도 없이... 어쩐 일이세요?”“민준 씨랑 솜이는요?”“대표님은 아직 안 들어오셨고 다솜 아가씨는 방에서 놀고 계세요.”연미혜는 짐을 유순자에게
‘출장 중이었구나...’임지유가 생각을 정리하던 그때 구진원이 담담하게 물었다.“나한테 다른 볼일 있어?”임지유는 고개를 저은 뒤, 어색한 웃음과 함께 말을 건넸다.“넥스 그룹에서 일하게 된 지도 꽤 됐지? 잘 적응하고 있어? 어려운 점은 없고?”“난 잘 지내.”구진원이 짧게 대답하고는 말을 이었다.“다른 일 없으시면, 난 먼저 올라가 볼게. 출근 시간이라...”그 말과 함께 구진원은 인사도 없이 곧장 등을 돌려 걸어갔다.머뭇거림 없이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임지유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그녀는 예전에 구
손아림은 눈이 동그래진 채 얼어붙었다.경민준이 직접 나섰음에도 해결되지 않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손아림은 다급히 말했다.“전 아직도 이해가 안 돼요. 그날 일은 그냥... 그냥 소소한 해프닝 아니었나요? 그걸로 진짜 계약 해지를 걸 수 있다는 게 말이 돼요?”임지유는 차분하게 설명했다.“세인티가 넥스 그룹이랑 계약할 때 쓴 계약서는 변호사를 통해서 다시 확인했어. 거기에 빼도 박도 못하게 명시돼 있었어. 어느 한쪽이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을 경우, 피해자 측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손아림은 납득이 되지
“몇 분 전에 저한테 먼저 전화 왔었어요.”김태훈이 코웃음을 쳤다.“비겁한 자식, 역시 너한테 먼저 연락했었구나...”임지유가 경민준에게 도움을 청했을 가능성, 그리고 그 일로 연씨 가문까지 건드릴 수도 있다는 건 김태훈과 연미혜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반대로 경민준도 그들이 넥스 그룹과 경문 그룹의 협력 프로젝트를 카드로 꺼낼 거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먼저 연미혜에게 연락해 틈을 보려 했지만 연미혜가 전혀 여지를 주지 않자 방향을 바꿔 김태훈을 택한 거였다.애초에 이 문제를 김태훈이 직접 나선 것도, 겉으로
그날 오후, 연미혜가 넥스 그룹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민준의 전화가 걸려 왔다.세인티와의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세인티 입장에선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전화 수신창에 ‘경민준’이라는 이름이 뜨는 순간, 연미혜는 그가 왜 전화했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하지만 경민준은 포기하지 않았다. 연달아 두 통의 전화를 더 걸어봤지만 연미혜가 끝까지 받지 않자, 결국엔 김태훈에게까지 연락을 돌렸다.김태훈은 그 역시도 그 목적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전화를 받았다.그리고 통화가 연결되자
임지유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하지만... 이번 일의 시작은 분명 우리 쪽이 잘못했으니까...’경민준 앞에서 임지유는 늘 좋은 인상을 유지해 왔다. 그래서 경민준이 이번 일을 알게 된 후 혹시나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연미혜를 몰아붙였다고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됐다.손수희는 그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미지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특히 남자의 마음을 오랫동안 붙잡아두기 위해선 보여지는 것들, 매너와 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이금자 또한 경민준이 임지유를 특별하게 여기는 건 임지
임지유는 김태훈과의 통화를 마친 후, 손수희와 이금자, 손아림 등과 함께 고급 식당의 룸에서 식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손수희가 물었다.“무슨 일이야? 김태훈 대표가 뭐라고 했는데?”임지유는 휴대폰을 꽉 쥔 채 대답했다.“김태훈 대표가 우리랑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해요. 그리고 명예 훼손에 대한 손해배상까지 요구했어요.”“뭐라고?”손수희뿐만 아니라 이금자와 손아림도 놀란 표정이었다.손아림은 당장 언성을 높였다.“아침에 그 자리에서 사과도 했잖아. 연미혜! 그 나쁜 년이 김태훈 대표한테
점심 무렵, 연미혜는 시간을 내어 김태훈에게 아침에 있었던 일을 설명했고, 덧붙였다.“이번 일은 갈등의 초점을 좀 돌릴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김태훈은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웃으며 말했다.“좋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아.”그 말이 끝나자마자, 곧 임지유에게서 걸려 왔다.김태훈은 피식 웃으며 무심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임지유가 난감해하며 말했다.“오늘 아침 있었던 일... 혹시 김 대표님도 들으셨나요?”김태훈은 굳이 예의를 따질 생각도 없는 듯, 날카롭게 허를 찔렀다.“아침에
손수희와 임지유는 그 말을 듣고 미묘하게 얼굴빛이 변했다.평소 같았으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불필요하게 일이 커져 자신들의 이미지에 타격이 가지 않도록 손아림에게 당장 사과하라고 혼을 냈을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연미혜가 먼저 넥스 그룹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면 계약을 해지해도 좋다고 말한 순간부터, 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연미혜가 넥스 그룹의 실질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에 쏠리게 되었다.속으로는 손아림이 잘못한 건 맞지만, 당장은 연미혜와 신경전을 벌여보고 나서 사과할지 말지를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고, 그 금액만 제대로 지급된다면 연미혜는 세인티와의 계약을 끝내는 데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연미혜! 네가 그렇게 말하면 다 되는 줄 알아?”손아림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로는 계약 해지를 추진할 권한이 없었다. 설령 임지유 대신 넥스 그룹과의 계약을 끊을 수 있다고 해도, 넥스 그룹의 뒷배가 김태훈이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임지유뿐만 아니라 임씨 가문 사람들, 그리고 손씨 가문 사람들까지 모두가 김태훈과 잘 지내길 원하고 있었다.그런 상황에서 손아림이 독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