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과 전동하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는 전기섭도 모르는 사실이었다.전기섭은 전동하가 아직 소은정을 애타게 따라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그는 소은정을 이용해 전동하를 망하게 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들어오라고 해요.”소은정이 말했다.우연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은정의 말을 전하러 나갔다.곧이어 한껏 차려입은 전기섭이 소은정의 사무실로 들어왔다.그는 온몸으로 돈 많은 이의 우월감을 뽐냈다. 그야말로 정교한 악당이 따로 없었다.“은정 씨, 오랜만이네요.”소은정이 일어나 웃으며 그와 악수를 했고 곧이어 두 사람은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전 대표님, 오랜만이네요, 여기에서 지내는 거에 좀 익숙해지셨어요?”“저는 출장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라 익숙하지 않아도 익숙해지도록 해야죠.”전기섭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힘든 걸음 하셔서 제가 밥을 한 끼 사드렸어야 하는 건데 대표님 일하시는데 방해가 될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 제가 바쁘기도 해서 그럴 시간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소은정은 전기섭과 밥도 한 끼 먹기 싫다는 말을 돌려서 하고 있었다.“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저도 대표님 초대 없이 온 거잖습니까.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유는 소 대표님이랑 손을 잡고 일을 해봤으면 해서입니다, 상가들의 비즈니스가 이제 곧 중국까지 진출할 겁니다, 그럼 저희가 합작할 기회가 더욱 많아지겠죠.”전기섭은 미끼를 던져놓고 소은정의 반응을 살폈다.소은정은 그저 담담하게 웃더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그럼 기대해 볼만하겠네요.”상가와의 합작은 많은 기업에서 바라고 있는 기회였다.하지만 소은정은 말과는 달리 지나치게 담담했다.전기섭은 인내심이 없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저번에 제가 은정 씨한테 제의한 일에 대해서 좀 생각해 보셨어요? 저희 전 씨 집안에서는 전동하가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제 큰 형은 병에 걸리셔서 오늘 내일 하고 있고요. 마지막 모습을 보지
전기섭은 이 계약서를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법적 효력을 띠게 되면 그는 상업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중국에서 그는 미국에 있을 때처럼 자유롭게 굴 수 없었다.더 중요한 것은 전동하가 이 계약서를 손에 쥐는 순간, 그는 전동하에게 꼬투리가 잡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모두 소은정을 온실 속의 아가씨라고 불렀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신중했다.망설이는 전기섭을 본 소은정이 냉랭한 얼굴로 웃었다.“SC그룹이 파트너를 찾을 때,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것이 바로 성실함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자그마한 이익을 위해 그 점을 어기고 파트너를 해친다면 앞으로 사업을 못 할 겁니다. 그리고 전 대표님, 저희 항상 공과 사는 구분해야죠,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집안일에 저는 절대 손을 대지 않을 겁니다, 전동하가 어떤 선택을 하든 제가 질책할 입장이 못 되니까요.”소은정의 말을 듣던 전기섭의 안색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눈앞의 소은정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 속에 사나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얼굴도 예쁘고 분위기도 있었지만 소은정은 말을 듣지 않았다.그리고 전기섭의 옆에는 말을 듣지 않는 여자가 없었다.소은정 같은 아가씨를 그는 수도 없이 만나봤기에 여자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자기를 따라다니는 사람을 겉으로는 신경 쓰지 않는 척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 남자의 생활과 사업을 전부 손에 거머쥐기를 원했다.그리고 남자들의 세상을 어지럽힌 뒤, 조용히 사라지곤 했다.여자들은 이럴 때 최고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하지만 눈앞의 소은정은 온몸으로 부드러운 날카로움을 내뿜고 있었다, 마치 그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듯한 자태였다.그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전기섭은 알 수 없었다.소은정은 아무 말도 없는 전기섭을 보며 경고했다.“전 대표님, 죄송하지만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요.”자신을 내쫓으려는 소은정의 말을 들은 전기섭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덩달아 그의 호흡도 거칠어졌
그러나 발걸음 소리는 뒤에서 멈췄고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소은정이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 마침 익숙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도대체 뭘 보고 있기에 이렇게 집중해서 보고 있는 거예요?”소은정이 멍하니 뒤돌아보니 커다란 키에 멋진 몸매를 소유한 전동하가 뒤에 서있었다.“어떻게 오셨어요?”전동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사랑하는 내 여자친구가 보고 싶어서요.”그는 두 팔을 벌리고 제자리에 서서 그녀에게 눈길을 보냈다.소은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설마 안아주려고?이런 동작은 너무 명백했다.전동하가 여러 차례 선을 넘는 것에 그녀는 더 이상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를 만날 때마다 그녀는 거부감이 없었고 몸에서 풍기는 나무 향은 그녀를 빠져들게 만들었다.소은정은 이를 악물고 묵묵히 걸어가 그의 품에 기대었다.그의 가슴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듣고 소은정의 얼굴은 갑자기 붉어지면서 뜨거워졌다.그녀가 벗어나려 하는 순간 그가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그녀를 품에 가뒀다.그의 힘이 느껴졌지만 부드러웠다.전동하의 손은 그녀의 허리에 멈추고는 그녀가 보았던 방향을 쳐다보면서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너무나도 예쁘시구나…”깃털이 가슴을 스치듯 소은정의 가슴은 마치 전류가 흐르는 듯 한순간 짜릿했다.그녀한테 한 말이었지만 그녀는 그의 말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가 몸부림치자 전동하는 눈치껏 손을 풀어줬다.그도 너무 지나치는 행동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오늘의 사랑 표현은 이미 충분했다.소은정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서서 창가에 있는 등나무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오늘은 왜 마이크를 안 데리고 왔어요?”전동하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우리한테 방해가 될까 봐 하녀와 경호원과 함께 도서관에서 저녁까지 공부하게 했어요, 혹시 그가 보고 싶어요?”소은정은 입술을 오므리면서 맞은편 등나무 의자를 가리켰다.전동하가 의자에 앉자 햇빛이 그를 내리쬐었고 그림자는 마치
잠시 침묵하다가 전동하는 문득 얼굴을 들면서 여느 때처럼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박 대표님이 꽃을 선사했다면서요?”커피를 들었던 소은정의 손이 살짝 굳어졌다.이 일을 그가 다 알고 있다고?정말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 옆에 간첩이라도 파견한 듯싶었다.그는 눈을 깜박이면서 말했다.“이 비서가 보내왔어요, 이미 우연준한테 넘겼어요.”번거로움을 덜기 위해서였다.전동하는 웃으며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우 비서가 골치 아프게 되었네요.”소은정은 마지못해 어깨를 으쓱거렸다.그녀는 꽃 때문에 박수혁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모두가 평화로운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동하는 그녀의 고운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말했다.“걱정 말아요, 내가 가서 얘기할게요. 소은정씨를 난처하게 안 할게요.”사실 그들이 함께 있을 때부터 모두 소은정이 박수혁을 상대했다.어쩌면 소은정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지만 전동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오히려 박수혁의 함정에 빠져들기 때문이었다.만약 그가 계속 소은정의 뒤에 숨는다면 박수혁은 그를 더 경멸할 것이었다.전동하는 박수혁이 자신을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소은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녀는 “얘기할 게 뭐가 있어요? 그와 아무 상관 없어요.”라고 말했다.그것은 그녀의 생각이었으며 이미 수없이 말했다.전동하는“자랑하러 갈래요, 그를 약 올려야지…”라며 말했다.소은정은 "당신이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라고 말했다.두 사람은 오랜 시간 동안 웃으면서 떠들어댔고 저녁도 우연준이 시켜준 음식이었다.우연준은 사무실에서 데이트하는 커플은 처음 보았다.정말 이해가 안 되었다!마이크는 도서관에서 잠을 자고 깨어나 전동하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를 데리러 오라고 했다.전동하는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그는 옷을 집어 들고 소은정을 돌아보며 말했다.“같이 갈래요?”소은정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오늘 저녁에 아버지가 요리를 하셔서 집으로 돌아가야 돼요.”전동하
전동하의 공손한 질문에 이한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잠시만요….”그렇게 말하고 그는 문을 두드리며 박수혁의 사무실로 들어갔다.박수혁은 차갑고 엄숙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쳐다보며 회의 중이었다.업무 중에 방해를 받은 그는 매우 불쾌했다.싸늘한 눈빛으로 이한석을 훑어보았다.이한석은 눈치를 보며 입모양으로 “전동하”라고 말했다.순간 박수혁의 눈이 움츠러들었다.그는 회의를 프랑스어로 간단히 끝내고 아예 컴퓨터를 꺼버렸다.“말해.”이한석은 한숨을 돌렸다. ““전 대표님이 대표님 스케줄을 여쭤봅니다.”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박수혁은 기꺼이 상대를 기다리게 했을 것이다.하지만 전동하는 달랐다, 1분만 기다리라고 해도 그는 가버렸을 것이다.박수혁의 눈은 차가웠다.그는 손을 뻗어 탁자 위의 담뱃갑을 집어 들고 불을 붙였다.담배를 물고 자세를 고치더니 말했다. “들여보내.”이한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다.어쩐지 박수혁은 갈수록 담배에 중독되는 것 같았다.전동하는 항상 온화하고 겸손했다, 누구를 상대하든 한결같았다.그래서 박수혁이 어떻게 자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든, 화를 내든 전동하는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유지했다.“대표님, 오래만입니다”박수혁은 셔츠의 첫 단추를 거칠게 풀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손안의 담배를 껐다.“감히 저를 만나러 올 줄은 몰랐습니다만?”전동하가 소은정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 박수혁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뜻대로 되지 않아 아쉬웠다.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았다.전동하는 평온한 얼굴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보니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어색했다.“전, 여자친구를 대신해 그녀의 마음을 전하려고 온 겁니다, 꽃다발 같은 거 그만 보내라고 하더군요, 다른 사람 오해하게 만들지 말라고, 서로 불편하니까.”전동하는 차분하게 말을 마치고 험상궂은 박수혁을 바라보았다.“누구를 대신한다고요?”그의 목소리는 대단히 차가웠다.마치 질문에 대한 답을 잘못하기라도 한다면 바로 지옥으로 보내 버릴 기세였다.공기가 무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일촉즉발이라 할 정도로 차갑고 딱딱했다.전동하도 웃음을 거두었다.“절 건드린다고요? 그럼 은정씨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요?” 지난번에 SNS에서 이미 소란을 피웠다, 그래서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의 관계가 틀어질 뻔했다.박수혁의 검은 눈이 움츠러들었고 차가워졌다.“알고 있습니다, 전기섭이 당신을 찾아와 나에 관한 모든 것을 말해준 것을.”“그거 때문에 여기에 온 것이었군요.” 수혁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박수혁은 갑자기 깨달았다.전기섭은 확실히 그를 찾아왔다.전인 그룹을 탐내지 않는 사람은 없다.그는 전인 그룹의 세력이 두려웠다, 그러나 전기섭을 마주하고 그가 얼마나 멍청한지를 알게 되었다, 그는 똑똑한 전동하와 완전히 달랐다.그가 자진해서 집에 오겠다고 했고 박수혁은 당연히 그것을 막을 이유가 없었다.몇 마디 말로 전기섭을 통찰했다, 정말이지, 이런 자가 어떻게 그 자리에 앉아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생각은 없었지만 독하긴 했다.간단하게 말하자면 전기섭은 척을 잘했다.박수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전동하를 바라보다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소은정에게 그쪽이 어머니를 죽였다고 말할까 봐 겁이라도 나는 겁니까? 누가 알까 봐? 당신의 추악한 면모를 더 이상 감추지 못할까 봐?” 그는 한바탕 비웃으며 차갑게 말했다.전동하는 안색이 굳어지더니 다시 웃었다. “전기섭이 꽤 많은 것을 얘기했군요.”“그것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위층에서 밀어버렸고 그래서 당신은 쫓겨났고 더 이상 상속권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죠. 전 대표님, 진짜 몰라보겠어요, 어떻게 이렇게 태연하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을 하는 것입니까?”박수혁은 이 일을 알게 된 후 소은정이 전동하에게 완전히 속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는 빨리 그녀에게 전동하의 진짜 얼굴을 알려주고 싶었다.하지만 오한진은 때가 아니라며 말렸다.이 일들은 그가 보낸 사람들이 조사하지 못한 일들이며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저 멍청한 전기섭은 모든 것을
전동하는 웃는 얼굴에 싸늘한 빛을 띠었다.다행히 숨을 돌렸다, 목적은 달성했으니 가도 될 것 같았다.그는 느릿느릿 일어서서 말했다.“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은정씨가 걱정하고 있을 겁니다.”그는 박수혁의 살인적인 시선을 무시하고 일어섰다.그를 향해 천천히 웃었다.박수혁은 이 말에 자극받아 눈썹이 심하게 떨렸고 눈동자에 살기가 띄었다.전동하는 겁도 없이 자신의 한계를 건드리고 있었다.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몸의 피가 역류하여 분노가 극에 달했다.탁자를 사이에 두고 전동하의 멱살을 졸라매고 앞으로 잡아당기더니 주먹을 휘둘렀다.“전동하, 기다려, 절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전동하의 입가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그는 손을 뻗어 입가의 피를 가볍게 닦으며 박수혁을 향해 웃었다.전동하는 화가 나지도 않았고, 반격하고 싶지도 않았다.이렇게 나올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안녕히 계세요, 대표님.”전동하는 박수혁을 한 번 보고 돌아서서 분위기가 가라앉은 사무실을 떠났다.전동하의 뒤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이한석은 얼굴이 부은 전동하가 담담하게 걸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전동하가 눈가에 웃음을 머금고 있는 것 같았다.마음이 불편했다.맞았는데 저렇게 아무렇지 않다고?문득 그의 머릿속에 두 글자가 스쳐 지나갔다.계책?저택.소은정이 저택으로 들어왔고 깜짝 놀랐다.한시연이 온 건가?소은해는 고분고분하게 집사의 뒤를 따라다녔다.소은정이 들어가자 소찬식은 그녀를 불렀다.“왜 이제 돌아온 것이냐?”모두가 그녀에게 웃으며 반기자 소은정은 이상했지만 이내 반갑게 한시연에게 인사를 했다.“시연 선배가 왔다고 미리 알려라도 주시지, 빈손으로 왔는데…” 한시연은 웃으며 말했다. “별말씀을, 선물 챙기러 온 것도 아닌데.”소은호가 그녀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걱정 마, 네 몫은 셋째가 챙긴 거로 할 테니.”소은해가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나왔다.“너무 한거 아니야?”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두 사람은 어렵게 이 자리까지 왔다. 한유라의 사건만 제쳐두고 보면 두 사람은 그야말로 천생연분이었다. 그녀는 소은호의 여동생이다. 그녀는 소은호를 항상 1순위로 생각한다.그가 좋아하고 기뻐하는 일이라면 두 손들고 찬성했다.소은호는 한시연을 어쩔 수 없다는 눈길로 쳐다보았다. 약혼식은 한시연의 뜻인 것 같다.소찬식은 소은정의 말을 찬성했다. “그러니까, 나도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안에 이렇게 기쁜 일이 얼마만인지 모르겠구나. 결혼식을 올리면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도 내가 다 해줄 수 있어!”소찬식은 자신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말했다.고개를 숙이고 웃는 한시연은 쑥스러운 듯 눈썹을 조금 아래로 내려뜨렸다.“결혼은 급하지 않아요.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도 많아요. 결혼식을 올리려면 시간도 많이 들고, 일을 잠시 쉬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급한 일을 마무리하고 결혼 준비를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한시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투와 몸짓 하나하나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마치 봄바람을 맞는 기분이었다.소은호가 왜 한시연에게 만 푹 빠졌는지 알 것 같았다.이것이 바로 운명인가?소찬식은 미간을 찌푸리며 설득할 말을 생각하고 있다…소은정이 웃으며 소찬식의 팔짱을 꼈다. 한시연을 도와 말했다.“아빠, 언니 일이 바쁜 것이 아니라 아마 오빠 업무가 바빠서 그래요. 회사 업무를 저 혼자 처리해도 괜찮겠어요? 저도 급하게 처리해야 되는 업무도 있어 오빠 도움이 없으면 안 돼요. 만약 오빠의 결혼식을 망치면 저 언니 얼굴 미안해서 어떻게 봐요…”한시연은 결혼식을 미루는 원인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소찬식은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그녀를 설득할 것이다.소은정은 결혼식을 꼭 해야 되는 원인을 찾지 못해 한시연을 도와준 것이다.한시연은 그녀를 향해 고맙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소은호가 기침을 하며 쐐기를 박았다.“그러니까, 우리 동생 빨리 업무에 더 힘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