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과 전동하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는 전기섭도 모르는 사실이었다.전기섭은 전동하가 아직 소은정을 애타게 따라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그는 소은정을 이용해 전동하를 망하게 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들어오라고 해요.”소은정이 말했다.우연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은정의 말을 전하러 나갔다.곧이어 한껏 차려입은 전기섭이 소은정의 사무실로 들어왔다.그는 온몸으로 돈 많은 이의 우월감을 뽐냈다. 그야말로 정교한 악당이 따로 없었다.“은정 씨, 오랜만이네요.”소은정이 일어나 웃으며 그와 악수를 했고 곧이어 두 사람은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전 대표님, 오랜만이네요, 여기에서 지내는 거에 좀 익숙해지셨어요?”“저는 출장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라 익숙하지 않아도 익숙해지도록 해야죠.”전기섭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힘든 걸음 하셔서 제가 밥을 한 끼 사드렸어야 하는 건데 대표님 일하시는데 방해가 될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 제가 바쁘기도 해서 그럴 시간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소은정은 전기섭과 밥도 한 끼 먹기 싫다는 말을 돌려서 하고 있었다.“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저도 대표님 초대 없이 온 거잖습니까.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유는 소 대표님이랑 손을 잡고 일을 해봤으면 해서입니다, 상가들의 비즈니스가 이제 곧 중국까지 진출할 겁니다, 그럼 저희가 합작할 기회가 더욱 많아지겠죠.”전기섭은 미끼를 던져놓고 소은정의 반응을 살폈다.소은정은 그저 담담하게 웃더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그럼 기대해 볼만하겠네요.”상가와의 합작은 많은 기업에서 바라고 있는 기회였다.하지만 소은정은 말과는 달리 지나치게 담담했다.전기섭은 인내심이 없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저번에 제가 은정 씨한테 제의한 일에 대해서 좀 생각해 보셨어요? 저희 전 씨 집안에서는 전동하가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제 큰 형은 병에 걸리셔서 오늘 내일 하고 있고요. 마지막 모습을 보지
전기섭은 이 계약서를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법적 효력을 띠게 되면 그는 상업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중국에서 그는 미국에 있을 때처럼 자유롭게 굴 수 없었다.더 중요한 것은 전동하가 이 계약서를 손에 쥐는 순간, 그는 전동하에게 꼬투리가 잡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모두 소은정을 온실 속의 아가씨라고 불렀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신중했다.망설이는 전기섭을 본 소은정이 냉랭한 얼굴로 웃었다.“SC그룹이 파트너를 찾을 때,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것이 바로 성실함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자그마한 이익을 위해 그 점을 어기고 파트너를 해친다면 앞으로 사업을 못 할 겁니다. 그리고 전 대표님, 저희 항상 공과 사는 구분해야죠,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집안일에 저는 절대 손을 대지 않을 겁니다, 전동하가 어떤 선택을 하든 제가 질책할 입장이 못 되니까요.”소은정의 말을 듣던 전기섭의 안색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눈앞의 소은정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 속에 사나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얼굴도 예쁘고 분위기도 있었지만 소은정은 말을 듣지 않았다.그리고 전기섭의 옆에는 말을 듣지 않는 여자가 없었다.소은정 같은 아가씨를 그는 수도 없이 만나봤기에 여자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자기를 따라다니는 사람을 겉으로는 신경 쓰지 않는 척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 남자의 생활과 사업을 전부 손에 거머쥐기를 원했다.그리고 남자들의 세상을 어지럽힌 뒤, 조용히 사라지곤 했다.여자들은 이럴 때 최고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하지만 눈앞의 소은정은 온몸으로 부드러운 날카로움을 내뿜고 있었다, 마치 그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듯한 자태였다.그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전기섭은 알 수 없었다.소은정은 아무 말도 없는 전기섭을 보며 경고했다.“전 대표님, 죄송하지만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요.”자신을 내쫓으려는 소은정의 말을 들은 전기섭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덩달아 그의 호흡도 거칠어졌
그러나 발걸음 소리는 뒤에서 멈췄고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소은정이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 마침 익숙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도대체 뭘 보고 있기에 이렇게 집중해서 보고 있는 거예요?”소은정이 멍하니 뒤돌아보니 커다란 키에 멋진 몸매를 소유한 전동하가 뒤에 서있었다.“어떻게 오셨어요?”전동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사랑하는 내 여자친구가 보고 싶어서요.”그는 두 팔을 벌리고 제자리에 서서 그녀에게 눈길을 보냈다.소은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설마 안아주려고?이런 동작은 너무 명백했다.전동하가 여러 차례 선을 넘는 것에 그녀는 더 이상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를 만날 때마다 그녀는 거부감이 없었고 몸에서 풍기는 나무 향은 그녀를 빠져들게 만들었다.소은정은 이를 악물고 묵묵히 걸어가 그의 품에 기대었다.그의 가슴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듣고 소은정의 얼굴은 갑자기 붉어지면서 뜨거워졌다.그녀가 벗어나려 하는 순간 그가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그녀를 품에 가뒀다.그의 힘이 느껴졌지만 부드러웠다.전동하의 손은 그녀의 허리에 멈추고는 그녀가 보았던 방향을 쳐다보면서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너무나도 예쁘시구나…”깃털이 가슴을 스치듯 소은정의 가슴은 마치 전류가 흐르는 듯 한순간 짜릿했다.그녀한테 한 말이었지만 그녀는 그의 말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가 몸부림치자 전동하는 눈치껏 손을 풀어줬다.그도 너무 지나치는 행동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오늘의 사랑 표현은 이미 충분했다.소은정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서서 창가에 있는 등나무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오늘은 왜 마이크를 안 데리고 왔어요?”전동하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우리한테 방해가 될까 봐 하녀와 경호원과 함께 도서관에서 저녁까지 공부하게 했어요, 혹시 그가 보고 싶어요?”소은정은 입술을 오므리면서 맞은편 등나무 의자를 가리켰다.전동하가 의자에 앉자 햇빛이 그를 내리쬐었고 그림자는 마치
잠시 침묵하다가 전동하는 문득 얼굴을 들면서 여느 때처럼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박 대표님이 꽃을 선사했다면서요?”커피를 들었던 소은정의 손이 살짝 굳어졌다.이 일을 그가 다 알고 있다고?정말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 옆에 간첩이라도 파견한 듯싶었다.그는 눈을 깜박이면서 말했다.“이 비서가 보내왔어요, 이미 우연준한테 넘겼어요.”번거로움을 덜기 위해서였다.전동하는 웃으며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우 비서가 골치 아프게 되었네요.”소은정은 마지못해 어깨를 으쓱거렸다.그녀는 꽃 때문에 박수혁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모두가 평화로운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동하는 그녀의 고운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말했다.“걱정 말아요, 내가 가서 얘기할게요. 소은정씨를 난처하게 안 할게요.”사실 그들이 함께 있을 때부터 모두 소은정이 박수혁을 상대했다.어쩌면 소은정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지만 전동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오히려 박수혁의 함정에 빠져들기 때문이었다.만약 그가 계속 소은정의 뒤에 숨는다면 박수혁은 그를 더 경멸할 것이었다.전동하는 박수혁이 자신을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소은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녀는 “얘기할 게 뭐가 있어요? 그와 아무 상관 없어요.”라고 말했다.그것은 그녀의 생각이었으며 이미 수없이 말했다.전동하는“자랑하러 갈래요, 그를 약 올려야지…”라며 말했다.소은정은 "당신이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라고 말했다.두 사람은 오랜 시간 동안 웃으면서 떠들어댔고 저녁도 우연준이 시켜준 음식이었다.우연준은 사무실에서 데이트하는 커플은 처음 보았다.정말 이해가 안 되었다!마이크는 도서관에서 잠을 자고 깨어나 전동하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를 데리러 오라고 했다.전동하는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그는 옷을 집어 들고 소은정을 돌아보며 말했다.“같이 갈래요?”소은정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오늘 저녁에 아버지가 요리를 하셔서 집으로 돌아가야 돼요.”전동하
전동하의 공손한 질문에 이한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잠시만요….”그렇게 말하고 그는 문을 두드리며 박수혁의 사무실로 들어갔다.박수혁은 차갑고 엄숙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쳐다보며 회의 중이었다.업무 중에 방해를 받은 그는 매우 불쾌했다.싸늘한 눈빛으로 이한석을 훑어보았다.이한석은 눈치를 보며 입모양으로 “전동하”라고 말했다.순간 박수혁의 눈이 움츠러들었다.그는 회의를 프랑스어로 간단히 끝내고 아예 컴퓨터를 꺼버렸다.“말해.”이한석은 한숨을 돌렸다. ““전 대표님이 대표님 스케줄을 여쭤봅니다.”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박수혁은 기꺼이 상대를 기다리게 했을 것이다.하지만 전동하는 달랐다, 1분만 기다리라고 해도 그는 가버렸을 것이다.박수혁의 눈은 차가웠다.그는 손을 뻗어 탁자 위의 담뱃갑을 집어 들고 불을 붙였다.담배를 물고 자세를 고치더니 말했다. “들여보내.”이한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다.어쩐지 박수혁은 갈수록 담배에 중독되는 것 같았다.전동하는 항상 온화하고 겸손했다, 누구를 상대하든 한결같았다.그래서 박수혁이 어떻게 자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든, 화를 내든 전동하는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유지했다.“대표님, 오래만입니다”박수혁은 셔츠의 첫 단추를 거칠게 풀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손안의 담배를 껐다.“감히 저를 만나러 올 줄은 몰랐습니다만?”전동하가 소은정에게 가까이 다가갈 때 박수혁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뜻대로 되지 않아 아쉬웠다.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았다.전동하는 평온한 얼굴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보니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어색했다.“전, 여자친구를 대신해 그녀의 마음을 전하려고 온 겁니다, 꽃다발 같은 거 그만 보내라고 하더군요, 다른 사람 오해하게 만들지 말라고, 서로 불편하니까.”전동하는 차분하게 말을 마치고 험상궂은 박수혁을 바라보았다.“누구를 대신한다고요?”그의 목소리는 대단히 차가웠다.마치 질문에 대한 답을 잘못하기라도 한다면 바로 지옥으로 보내 버릴 기세였다.공기가 무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일촉즉발이라 할 정도로 차갑고 딱딱했다.전동하도 웃음을 거두었다.“절 건드린다고요? 그럼 은정씨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요?” 지난번에 SNS에서 이미 소란을 피웠다, 그래서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의 관계가 틀어질 뻔했다.박수혁의 검은 눈이 움츠러들었고 차가워졌다.“알고 있습니다, 전기섭이 당신을 찾아와 나에 관한 모든 것을 말해준 것을.”“그거 때문에 여기에 온 것이었군요.” 수혁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박수혁은 갑자기 깨달았다.전기섭은 확실히 그를 찾아왔다.전인 그룹을 탐내지 않는 사람은 없다.그는 전인 그룹의 세력이 두려웠다, 그러나 전기섭을 마주하고 그가 얼마나 멍청한지를 알게 되었다, 그는 똑똑한 전동하와 완전히 달랐다.그가 자진해서 집에 오겠다고 했고 박수혁은 당연히 그것을 막을 이유가 없었다.몇 마디 말로 전기섭을 통찰했다, 정말이지, 이런 자가 어떻게 그 자리에 앉아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생각은 없었지만 독하긴 했다.간단하게 말하자면 전기섭은 척을 잘했다.박수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전동하를 바라보다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소은정에게 그쪽이 어머니를 죽였다고 말할까 봐 겁이라도 나는 겁니까? 누가 알까 봐? 당신의 추악한 면모를 더 이상 감추지 못할까 봐?” 그는 한바탕 비웃으며 차갑게 말했다.전동하는 안색이 굳어지더니 다시 웃었다. “전기섭이 꽤 많은 것을 얘기했군요.”“그것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위층에서 밀어버렸고 그래서 당신은 쫓겨났고 더 이상 상속권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죠. 전 대표님, 진짜 몰라보겠어요, 어떻게 이렇게 태연하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을 하는 것입니까?”박수혁은 이 일을 알게 된 후 소은정이 전동하에게 완전히 속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는 빨리 그녀에게 전동하의 진짜 얼굴을 알려주고 싶었다.하지만 오한진은 때가 아니라며 말렸다.이 일들은 그가 보낸 사람들이 조사하지 못한 일들이며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저 멍청한 전기섭은 모든 것을
전동하는 웃는 얼굴에 싸늘한 빛을 띠었다.다행히 숨을 돌렸다, 목적은 달성했으니 가도 될 것 같았다.그는 느릿느릿 일어서서 말했다.“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은정씨가 걱정하고 있을 겁니다.”그는 박수혁의 살인적인 시선을 무시하고 일어섰다.그를 향해 천천히 웃었다.박수혁은 이 말에 자극받아 눈썹이 심하게 떨렸고 눈동자에 살기가 띄었다.전동하는 겁도 없이 자신의 한계를 건드리고 있었다.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몸의 피가 역류하여 분노가 극에 달했다.탁자를 사이에 두고 전동하의 멱살을 졸라매고 앞으로 잡아당기더니 주먹을 휘둘렀다.“전동하, 기다려, 절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전동하의 입가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그는 손을 뻗어 입가의 피를 가볍게 닦으며 박수혁을 향해 웃었다.전동하는 화가 나지도 않았고, 반격하고 싶지도 않았다.이렇게 나올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안녕히 계세요, 대표님.”전동하는 박수혁을 한 번 보고 돌아서서 분위기가 가라앉은 사무실을 떠났다.전동하의 뒤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이한석은 얼굴이 부은 전동하가 담담하게 걸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전동하가 눈가에 웃음을 머금고 있는 것 같았다.마음이 불편했다.맞았는데 저렇게 아무렇지 않다고?문득 그의 머릿속에 두 글자가 스쳐 지나갔다.계책?저택.소은정이 저택으로 들어왔고 깜짝 놀랐다.한시연이 온 건가?소은해는 고분고분하게 집사의 뒤를 따라다녔다.소은정이 들어가자 소찬식은 그녀를 불렀다.“왜 이제 돌아온 것이냐?”모두가 그녀에게 웃으며 반기자 소은정은 이상했지만 이내 반갑게 한시연에게 인사를 했다.“시연 선배가 왔다고 미리 알려라도 주시지, 빈손으로 왔는데…” 한시연은 웃으며 말했다. “별말씀을, 선물 챙기러 온 것도 아닌데.”소은호가 그녀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걱정 마, 네 몫은 셋째가 챙긴 거로 할 테니.”소은해가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나왔다.“너무 한거 아니야?”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두 사람은 어렵게 이 자리까지 왔다. 한유라의 사건만 제쳐두고 보면 두 사람은 그야말로 천생연분이었다. 그녀는 소은호의 여동생이다. 그녀는 소은호를 항상 1순위로 생각한다.그가 좋아하고 기뻐하는 일이라면 두 손들고 찬성했다.소은호는 한시연을 어쩔 수 없다는 눈길로 쳐다보았다. 약혼식은 한시연의 뜻인 것 같다.소찬식은 소은정의 말을 찬성했다. “그러니까, 나도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안에 이렇게 기쁜 일이 얼마만인지 모르겠구나. 결혼식을 올리면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도 내가 다 해줄 수 있어!”소찬식은 자신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말했다.고개를 숙이고 웃는 한시연은 쑥스러운 듯 눈썹을 조금 아래로 내려뜨렸다.“결혼은 급하지 않아요.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도 많아요. 결혼식을 올리려면 시간도 많이 들고, 일을 잠시 쉬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급한 일을 마무리하고 결혼 준비를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한시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투와 몸짓 하나하나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마치 봄바람을 맞는 기분이었다.소은호가 왜 한시연에게 만 푹 빠졌는지 알 것 같았다.이것이 바로 운명인가?소찬식은 미간을 찌푸리며 설득할 말을 생각하고 있다…소은정이 웃으며 소찬식의 팔짱을 꼈다. 한시연을 도와 말했다.“아빠, 언니 일이 바쁜 것이 아니라 아마 오빠 업무가 바빠서 그래요. 회사 업무를 저 혼자 처리해도 괜찮겠어요? 저도 급하게 처리해야 되는 업무도 있어 오빠 도움이 없으면 안 돼요. 만약 오빠의 결혼식을 망치면 저 언니 얼굴 미안해서 어떻게 봐요…”한시연은 결혼식을 미루는 원인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소찬식은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그녀를 설득할 것이다.소은정은 결혼식을 꼭 해야 되는 원인을 찾지 못해 한시연을 도와준 것이다.한시연은 그녀를 향해 고맙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소은호가 기침을 하며 쐐기를 박았다.“그러니까, 우리 동생 빨리 업무에 더 힘써줘.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