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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커플 다 죽어버려

혐오 섞인 얼굴로 손은하를 훑어보던 박수혁은 한 발 뒤로 물러서더니 바로 돌아섰다.

하지만 손은하가 다시 한발 다가섰다.

“박 대표님, 그래도 여기까지 오셨는데 들어갔다 가시죠.”

손은하의 손끝이 박수혁의 소매를 스치려했지만 박수혁은 마치 쓰레기라도 잡는 듯 팔을 홱 뽑아냈다.

“손은하 씨, 연예계 생활 똑바로 하고 싶으면 가만히 있어요.”

박수혁의 차가운 경고에 손은하의 머리를 자리잡았던 추잡한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성큼성큼 멀어지는 박수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손은하가 아쉽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됐어. 어차피 소은해가 있으니까!”

오피스텔에서 나온 박수혁은 소은정의 본가로 달려가다 갓길에 끼익 차를 세웠다.

소은정의 그 맑은 눈동자를 보면, 진실을 정말 알게 되면 진짜로 무너질 것만 같았다.

박수혁의 집.

소은정이 없는 집은 유난히 차갑고 휑하게 느껴졌다. 코트를 아무렇게나 소파에 벗어둔 박수혁은 털썩 주저앉아 마음을 눅잦혔다.

터벅터벅

이때 2층에서 무거운 발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표님, 오셨어요?”

오한진 특유의 깐족거리는 목소리에 박수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오 집사가 왜 아직도 집에 있는 거죠?”

박수혁의 질문에 오한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전 당연히 여기 있어야죠...”

내가 박 대표님 집사인데 어딜 가라는 거지?

“은정이 연애하는 거... 나한테 숨겼던데요? 오 집사 아이디어죠?”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라고 병문안까지 보냈는데 감쪽같이 날 속여?

박수혁의 차가운 표정에 오한진의 얼굴이 바로 창백해지더니 조심스레 다가갔다.

“대표님, 한석이 너무 꾸짖지 마세요. 한석이 걔 성격 아시죠? 걔는 감히 대표님 속일 생각도 못해요!”

오한진의 설명에도 박수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오한진은 말을 이어갔다.

“제가... 제가 숨기라고 한 거 맞습니다. 어차피 이미 사귀게 된 거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그때 말씀드리려고...”

“시간이 더 지나면? 어느 정도로 지나면? 결혼하고 애까지 낳은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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