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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죽여버릴 거야

소은정의 말에 이한석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때 죽은 듯이 침대에 누워있던 박수혁이 입을 열었다.

“뭐야? 지금 당장 화장이라도 해주려는 건가?”

화가 난 건지 숨이 막히는 건지 박수혁의 가슴이 급박하게 움직였다.

교통사고로 죽었다 살아날 뻔했지만 눈을 뜬 순간 소은정이 그를 얼마나 걱정했는지 생동하게 말해주는 이한석의 모습에 욱신거리는 몸뚱어리가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기뻤다.

실망감으로 잿더미가 되어버린 가슴에 희망의 불꽃이 피어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소은정이 병실로 들어왔을 때 일부러 죽은 척 가만히 누워있었던 그였다.

소은정이 그를 걱정해 주는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서... 어쩌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런데? 납골당이나 알아보라고?

기가 막혀 눈을 번쩍 뜬 박수혁의 시야에 담담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는 소은정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 아직 안 죽었네?”

상실감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저 아쉽다는 표정은 뭐지?

도대체 뭘 바라고 몸을 던졌나 싶어 억울하고 속상했다. 입술을 꾹 깨문 채 말없이 소은정을 바라보는 박수혁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그 모습에 역시 마음이 약해진 소은정이 고개를 돌린 채 중얼거렸다.

“당신이 살아서... 기뻐. 진심이야.”

소은정의 말에 방금 전까지 박수혁의 얼굴에 깊게 드리웠던 우울감이 눈 녹 듯 사라졌다.

그래, 바로 이런 기분이야.

박수혁은 손을 뻗어 소은정의 손목을 잡았다. 다친 사람이 힘은 어찌나 센지... 소은정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박수혁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박수혁의 몸에서 풍기는 박하향이 소은정의 코끝을 자극했다. 힘 있게 뛰는 박수혁의 심장소리는 지금 그녀가 안긴 남자가... 허상이 아닌 진짜 살아있는 사람임을 실감 나게 해주었다.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원망하고 저주했던 남자인데...

정작 멀쩡하게 살아있는 모습을 보니 안도감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박수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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