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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네 방

갑자기 나타난 거구의 사내의 모습에 아주머니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누... 누구세요?”

하지만 최성문은 그 질문은 깔끔하게 무시한 채 옆으로 물러섰다.

“아가씨, 들어가시죠...”

본가의 스파이 역할을 해왔던 아주머니와 회포를 풀 생각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었던 소은정은 무표정한 얼굴로 집 안으로 들어섰다.

왠지 분위기가 바뀐 사모의 모습에 아주머니도 잔뜩 긴장한 얼굴로 침을 삼켰다.

거실로 들어선 소은정의 시야에 그레이톤의 홈웨어를 입은 박수혁의 얼굴이 들어왔다. 살짝 야위어서인지 더욱 선명해진 턱선과 콧날... 휠체어에 앉아서인지 평소의 포스는 줄어들고 묘한 병약미까지 더해져 왠지 모르게 모성애를 자극하는 모습이었다.

“드디어 돌아왔네?”

그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던 소은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구, 인테리어 소품들까지 3년 전과 그대로인 모습에 소은정의 얼굴이 어색하게 굳었다.

“짐은 손님방에 풀게.”

“아, 아주머니한테 부탁해.”

박수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간병인이란 명목으로 소은정을 다시 집으로 불러들이긴 했지만 다시 그녀와 함께 살게 된 이상, 이번에는 손에 물 하나 묻히지 않게 할 생각이었다.

달라진 소은정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던 아주머니가 부랴부랴 다가가 최성문의 손에 들린 트렁크 손잡이를 잡았다.

“네, 제가 할게요. 사모님 방은 제가 깔끔하게 청소해 뒀습니다.”

하지만 최성문은 아가씨 짐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듯 아주머니를 노려보았다.

소은정은 어색한 미소로 그녀의 눈치를 살피는 아주머니를 무시하고 박수혁에게 물었다.

“뭐야? 내가 지내던 방에서 지내라고?”

“아, 워낙 급하게 들어오느라 손님 방은 아직 정리가 덜 끝나서. 당분간이라도 그 방에서 지내.”

“휴, 그래.”

소은정이 어깨를 으쓱했다. 어느 방을 쓰느냐로 의미 없는 기싸움에 힘을 빼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길어봐야 몇 달일 테니까.

생각보다 쉽게 한발 물러서는 소은정의 모습에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박수혁을 뒤로하고 소은정이 계단을 올랐고 최성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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