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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미친 자식

널찍한 타타미는 일하다 피곤할 때면 잠깐 쉴 수 있도록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다.

뭐야? 쉬고 싶은 거면 안방으로 갈 것이지. 왜 서재로 온 거래?

소은정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휠체어를 밀고 갔다.

“또 뭐 어떻게 해줄까?”

퉁명스러운 소은정의 말투에 박수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계속 여기 앉을 수는 없잖아? 휠체어 불편해. 저쪽에 앉고 싶단 말이야.”

“나 당신 저기까지 못 옮겨.”

이 남자가 정말 두 다리 다 부러지고 싶나? 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그런대?

소은정의 단호한 말투에 깊은 한숨을 푹 내쉰 박수혁이 왼쪽 다리에 중심을 둔 채 천천히 일어섰다. 조금 조금씩 발을 옮기자 고통으로 일그러진 박수혁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순간, 박수혁이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자 소은정은 무의식적으로 박수혁을 부축했다.

박수혁의 체중이 그녀의 여리여리한 몸에 쏠렸다. 순간 숨이 막히는 느낌에 짜증이 치밀었지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듯한 눈빛에 결국 참을 수밖에 없었다.

박수혁이 이렇게 된 건 온전히 그녀의 탓이었으니까... 평소 쌓인 감정이 아무리 많아도 이런 일로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그렇게 소은정은 조심스럽게 박수혁을 부축했다. 산뜻한 박하향이 소은정의 코끝을 자극했다.

오른쪽 다리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박수혁을 조심스럽게 타타미에 앉히고 나니 두 사람 모두 땀벅벅이 되고 말았다.

창백한 얼굴로 한숨 돌리던 박수혁이 싱긋 미소 지었다.

“무슨 파일 볼 거야? 노트북은? 한 번에 다 말해. 사람 왔다 갔다 하게 만들지 말고.”

괜시레 퉁명스러운 말투로 툭 뱉곤 돌아서는 소은정의 손목을 박수혁이 낚아챘다.

“일하려고 들어온 거 아닌데? 같이 영화나 봐.”

박수혁이 리모컨을 누르자 서재의 불빛이 전부 꺼지고 커튼도 자동으로 닫히더니 큰 스크린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하,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겨우 앉혔더니? 뭐? 영화를 봐?

소은정이 박수혁을 노려보았다.

“당신 정말 어디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소은정의 말에 박수혁은 불쌍한 얼굴로 다리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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