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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내가 이렇게 빌게

소은정은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왜 거머리처럼 떨어지지 않는 걸까?

정말 미쳤냐고 욕설이라도 내뱉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목을 굳게 잡고 있는 박수혁의 모습에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네가 믿을진 모르겠지만 나 정말 후회하고 있어. 나한테... 나한테 기회를 한번만 더 주면...”

“박수혁, 나 요즘 매일 악몽 꾸는 거 알아? 잊고 지냈던 옛날 일들이 자꾸 떠올라. 당신을 만나고 나서 단 하루도 행복한 적 없어. 하지만 당신을 구한 걸 후회하진 않아. 그러니까... 제발 지난 일은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둬.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소은정이 박수혁의 말을 잘랐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는 상처가 가득 담겨있었다.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물속에서 죽을 뻔했던 그 순간보다 박수혁의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그리고 박수혁 본인에게 받았던 멸시와 냉대가 더 큰 상처였다.

소은정의 떨리는 목소리에 박수혁의 눈동자도 흔들렸다. 슬픈 그녀의 눈동자를 통해 소은정이 느꼈던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해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 고통은 분명 그가 준 것이겠지...

소은정은 박수혁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선명한 턱선, 곧게 뻗은 콧날, 완벽한 이목구비는 마치 조각상처럼 아름다웠다. 그녀가 한때 미칠 듯이 사랑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그저 그에게서 멀리 도망치고 싶을 뿐이었다.

소은정은 눈동자의 슬픔을 숨기고 먼 산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미안해 하지 마. 후회도 하지 마. 그냥 다 잊고 잘 살아. 나도 잘 살 테니까.”

수영장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죄책감이 더해진 걸까? 박수혁은 그녀가 왜 그를 불법 격투장에서 구했는지 그 이유조차 모르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영원히 말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지나간 일 따위는 묻어버리는 게 맞으니까...

소은정은 다시 덤덤한 표정으로 차에 올라탔다. 그녀를 향해 다가가고 싶었지만 두 다리는 바닥에 박힌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한테 은정이를 잡을 자격 같은 게 있을까?

박수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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