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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복수야

4년 전의 박수혁에게 우연히 구해준 얼굴 모를 여자보다는 서민영이 훨씬 더 소중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슬픈 눈동자로 소은정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박수혁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미안해...”

지금 그가 느끼는 후회, 죄책감, 미안함, 무력감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미안해 밖에 없다는 게 한스러웠다.

“그래. 당연히 미안해야지. 당신을 불법 격투장에서 구하기로 결정한 내 괜한 오지랖 때문에 그런 일을 당했으니까. 그날 당신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갔던 그 테러리스트들이 당신을 구해준 그 여자에게 복수를 하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지?”

쿠궁!

소은정의 말에 박수혁은 거대한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뭐라고?”

박수혁은 살짝 상기된 얼굴로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뭐야? 그 놀란 얼굴은.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전부 다 말해줄게. 내가 왜 당신을 용서할 수 없는지. 우리가 왜 다시 시작할 수 없는지. 이제 당신도 이해가 갈 거야.

“그날 테러리스트들이 나한테 물고문을 했었거든. 수영장 물을 아주 원 없이 마셨지. 그래서 물이라면 이제 소름이 끼쳐.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야. 그래서 수영은 절대 안 배울 거야. 아니 못 배워. 이 정도 이유면 충분하지?”

소은정은 마치 남의 얘기를 하듯 덤덤한 말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 사고를 겪고 나서도, 평생 안고 가야 할 트라우마를 얻었음에도 소은정은 그날 격투장에서 박수혁을 구했던 걸 후회하지 않았다.

아니, 적어도 3년 전에는 이것이 박수혁이 그녀의 운명의 상대임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박수혁에 대한 사랑도, 집착도 남아있지 않은 지금도 그 선택이 후회되진 않았다. 그를 구한 것도 불쑥 나타나 헌혈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결혼을 제안한 것도 모두 그녀의 선택이었으니까.

한편, 소은정의 말에 박수혁의 표정은 충격에서 분노로 또다시 증오로 바뀌었다.

그날 이후로 부대를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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