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라는 평생 평범하고 무능하며, 교만하고 자만하며, 능력이 모자라나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하지만 그녀는 배움을 통해 심강열과 같은 높이에 서기를 바랐다.감정에 있어서 그녀는 독실한 신도가 아니며 줄곧 즐거운 태도를 유지했다.하지만 마지막 순간은 아니었다. 그녀는 진심을 전해주었고 심강열의 마음도 가져갔다.만약 그녀가 안다면, 슬퍼하지 않을까?그녀가 목숨을 걸고 지켜준 남자는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녀를 찾으러 갔으니.심강열이 널 지켜주러 갔어, 한유라. 그의 이런 용기는 그들을 부끄럽게 하고 가슴 아프게 했다.먼 길도 마다않고 스위스에 온 게, 자신을 치유하려는 거였을까? 아니면 끝내고 싶었던 거였을까?소은정은 더 이상 생각을 계속할 수 없었다. 가슴에 무수한 가시가 찔린 듯이 숨이 막혔다.소은해가 두 사람을 잡고 아무 말도 없이 원래 왔던 방향으로 돌아갔다.따라온 사람들이 심강열을 들것에 들었다. 그들은 이렇게 한창인 청년이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했는지 잘 알지 못했다.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허황되고 천박한 사랑 때문에?남들이 보기에는 안타깝기만 했다.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는 약이라는데 왜 헤어 나올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을까?하지만 소은정은 잘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은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것을.그가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생각은 치명적인 흡인력을 가진 것처럼 그를 차근차근 그 길로 유인했을 것이다.그녀가 헤어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전동하가 돌아왔기때문이다.만약 전동하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이 나무 밑에 앉아 있는 사람이 어쩌면 그 자신이 될지도 몰랐다.그래서 그녀는 심강열의 선택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고통이 온몸을 덮칠 때 사실 반격할 힘도, 심지어 자신의 몸을 지배할 힘도 사라진다.다만 밀물처럼 밀려오다가 다시 바래지기를 기다릴 수 밖에.그런 느낌은 고통스럽지만 중독될 수도 있었다.이 일을 알게 된 전동하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며 말을 하지 않았다.소은정과 관련된 일을
소은정은 손을 내밀어 새봄이를 껴안았다. 목이 메어왔다.“우리 새봄이, 많은 사람들이 널 사랑해!”“당연하지!”“심강열 아저씨 아직도 기억해?”“심강열 오빠!”“너한테 선물 하나 남겨두셨단다.”“구워주신 옥수수가 맛있었어. 내가 크면 옥수수 구워드릴 거야!”새봄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소은정은 가슴이 아프고 안색이 창백해졌다.위층에서 내려오던 전동하가 이 광경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그가 다가와서 그녀의 어깨를 껴안았다.“어디 불편해요? 우리 병원 갈까요?”소은정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의 어깨에 기댔다.“아니요, 요 며칠 제대로 쉬지 못해서 그래요. 이틀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그 말에 전동하가 한숨을 쉬었다.그녀가 괴로워하는 것은 알지만 위로의 말은 너무 가식적인 것 같아서 할 수 없었다.그래서 조용히 옆에 같이 있어줬다.전동하는 또 새봄이와 문준서를 소 씨 저택으로 보냈다.소은정을 데리고 나가 기분전환을 하려는 타산이었다.어디 가서 기분전환하지?너무 멀면 안 된다. 수중에 일이 너무 많이 쌓여있으니까.그래서 와인바를 선택하게 되었다.와인바에 서있는 소은정은 약간 멍한 기분이 들었다.그 안의 소란스러움이 마치 자신과는 다른 세상인 것처럼 느껴졌다.이 분위기에 때론 녹아들기도 하고 때론 관심없기도 했다.전동하가 그녀를 끌고 시끌벅적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남유주가 다가와 빙그레 웃으면 그들과 인사했다.“오랜만이네요?”소은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동안 일이 좀 있었어요.”남유주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많이 야위였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엉망인 날들은 다 지나갈 거니까. 나 봐요, 애초에 그렇게 엉망이었지만 다 넘겨왔잖아요. 이 세상엔 넘기지 못할 고비는 없어요!”그녀의 몸에서 뚝심이 느껴졌으며 과거의 소은정과 너무 겹쳐보였다.수없이 실패하고도 일어날 수 있도록 지탱해 줄 수 있는 그런 용기가 보였다.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모르게 마음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남유주가 곁눈질로 전
잠시 공기가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살을 에이는 것처럼 차가웠다.구경하려고 했던 두 사람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전동하마저 거북할 정도였다. 갑자기 박수혁한테 동정심이 느껴졌다.박수혁의 얼굴빛이 어두워서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의 온몸에 짙은 한기가 감도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그 음침한 모습이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남유주 또한 자신이 말실수를 한 것을 느끼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원만하게 수습하려고 애썼다.그런데 박수혁이 침울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 번 쏘아보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그 순간, 남유주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혹시 잘못 본 것이 아닐까.남자의 눈시울이 빨개져 있었다. 운 것 같았다.......순간 그가 너무 가엽게 느껴졌다.그녀는 입구에서 사라진 그를 보다가 소은정과 전동하를 쳐다보았다.갑자기 마음이 불편해졌다.“미안해요 은정 씨, 은정 씨와 전 대표님을 말하려던 게 아닌데.”전동하가 손사래를 치며 조금도 개의치 않음을 표시했다.그래도 그 정도의 매너는 있었다.소은정이 웃었다.“괜찮아요. 다만 박 대표가 충격받은 것 같던데. 혹시 예전에 박 대표에게 미움을 샀나요?”눈치 빠른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박수혁의 자존심이 꺾였다는걸.남유주가 한숨을 내쉬었다.“미움을 샀다기보다는 좀 신세 진 게 있거든요. 에이, 지금 찾아가서 사과할게요!”그녀는 더 지체하면 박수혁이 내일 자신의 와인바를 문 닫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어쨌든 박수혁처럼 돈 있고 빽있는 사람들은 그들을 밟아 죽이는 게 개미 한 마리 죽이는 것만큼 쉬우니까.소은정이 전동하를 쳐다보며 자기 생각을 고민하듯이 털어놓았다.“박수혁의 고질병이 또 도졌네요.”“어떤 고질병이요?”“잘난 체하는 거요.”소은정의 말이 끝나자 전동하가 아주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이 방금 나눈 짧은 대화 몇 마디로, 한 명은 오해를 하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남유주는 오해를
박시준의 생일파티는 박수혁이 제안해서 다시 하는 것이었다.그에게 이 소식을 말했을 때, 박시준은 눈에 띄게 좋아했다.파티 장소는 아주 큰 별장으로 선택했다.그것 또한 박수혁의 부동산이었다.그는 박시준에게 친구들을 초대하라고 했다. 몇 명이든 상관없이.박시준이 제일 먼저 초대한 사람이 소지혁이고 그 다음이 남유주였다.나머지 사람들은 이한석이 알아서 초대했다.다음날, 남유주는 박수혁의 통지를 기다리면 될 줄 알았다.그래서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정리를 했고 와인 입출고 수량도 확인하고 장부까지 맞췄다.남유주는 이번 달 이윤이 뜻밖에도 지난달의 두 배라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자신이 장사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이 추세라면 그녀가 곧 지점도 열 수 있을 것이다.점심때가 되었는데도 휴대폰은 조용하기만 했다. 그래서 그녀는 친구와 샤브샤브 먹으러 갔다.남유주는 이런 삶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과거의 지옥 모드가 드디어 끝났다.오후 3시반, 박수혁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박수혁이 빗발치듯 그녀에게 질문해댔다.“왜 아직도 안 오는 겁니까. 다들 도착했는데, 참 비싸게 노네. 모두가 그쪽이 올때까지 기다리라는 겁니까?”남유주는 온몸이 굳어지며 멍해졌다.“나한테 주소가 어디라고 알려주지 않았잖아요.”상대방이 한참 침묵했다.그러다가 말을 내뱉는데 어투가 여전히 좋지 않았다.“물어보면 되지 않습니까?”남유주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젠장 가고 싶지 않아.무슨 개같은 남자가 이렇게 억지로 우겨대?그녀는 이를 악물었다.“입이 없어서 물을 줄 몰라요.”그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항상 머리보다 행동이 빨랐다.화가 난 박수혁의 얼굴색이 검게 변했다.그녀는 가지 않기로 결심을 굳혔다. 어쨌든 자신은 그냥 손님일 뿐, 그것도 별로 중요한 손님도 아니니까.그녀를 기다리느라 파티를 시작하지도 못했다고? 그녀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라고 일부러 그런 말을 했을 게 분명했다. 그녀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박수혁은 일그
박수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는 건 아주 좋은 신호였다.박수혁은 바깥 사람들을 힐끗 보고는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자신의 덤덤함을 감추었다.박수혁과 오정민이 웃으면서 말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의외로 부러워했다.오정민도 이런 부러운 시선을 받으니 조금 우쭐해졌다.며칠 전의 어두운 그림자를 쓸어버리고 마침내 상류사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박수혁이 다른 사람과 일 얘기를 할때, 많은 사람들이 오정민을 둘러쌌다.“오정민 씨, 박 대표님께서 오정민 씨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은데요?”“그러게요, 듣자니 오경 그룹 사건을 박 대표님께서 도와서 해결했다면서요?”“오정민 씨, 언제면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거죠?”모두가 치켜세워주자 오정민은 마음이 들떴다.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떠들썩하죠?”뒤늦게 성미려가 사람들이 오정민을 둘러싸고 비위를 맞추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그녀는 주위를 한 바퀴 쭉 휘둘러보더니 얼굴에 적당한 옅은 미소를 띠었다. 타고난 기세부터, 돈만 있고 속없는 엄친딸들과는 달랐다.다들 얼마 전에 성미려와 박수혁이 가까워졌음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말한다면 입장이 난처하게 될 것 같아서 다들 입을 다물고 있었다.그러나 항상 예외는 있는 법이다. 입 관리를 잘 못하는 몇몇 사람들 중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이렇게 많은 여자들한테 눈길 한번 안 주시던 박 대표께서 유독 오정민 씨한테만은 다르게 대하셨거든요. 어쩌면 박 대표 사모님 자리가 결정된 것 같네요!”오정민이 고개를 숙이고 겸연쩍게 웃었다.“아직 확실하지도 않는데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모두들 참지 못하고 웃었다.성미려의 표정이 약간 굳었으나 곧 침착해졌다.“그래요? 오경 그룹 사건, 설마 해결되었나요?”오정민이 잠깐 어리둥절하더니 급히 성미려를 한쪽으로 끌고 갔다.파산할 뻔한 오경 그룹 사건을 발설하는 건 그다지 보기 좋은 일은 아니니까.오정민이 낮은 소리가 입을 열었
남유주는 조심성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고귀한 상류층 여자들의 가식도 없었다.그녀의 입은 언제나 머리보다 빨랐다.박수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알고 있는 여자들 중에서 남유주는 산사태와도 같은 존재라고.순진하고 미련하다.하지만 그는 말을 내뱉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이 평가를 들었다면 아마도 이 자리에서 그의 얼굴에 술을 뿌렸을 거니까.그런 생각에 박수혁은 가슴이 철렁해났다. 더 크게 내다볼 필요가 있었다.그는 인내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조언했다.“위층에 드레스가 있으니, 가서 갈아입어요.”이것은 아무나 다 받을 수 있는 대우가 아니었다.그녀 자신이 남의 입에 오르내릴까 봐 두려운 것이지 결코 그녀가 싫어서가 아니었다.그녀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을 줄 알았다면, 이한석에게 그녀를 데리고 직접 가서 드레스를 고르라고 했을 것이다.이런 자리에서 그녀의 분장은 다소 말이 되지 않았다.남유주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하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다른 사람이 입던 드레스는 안 입어요.”“입어본 사람 없습니다.”브랜드 측에서 보내온 것인데 여주인이 없더라도 그들은 개의치 않고 매번 옷을 보내왔다.태한 그룹이 일년 내내 고객 관계 유지에 쓰는 돈은, 그들이 가장 좋은 물건을 보내오기에 충분했다.얼마나 많은 생각이 남유주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는지 모른다. 그녀가 말을 내뱉었다.“입어본 사람이 없다고요? 그럼 직접 소장하신 거네요. 그런 취향도 있었어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한순간 분위기가 싸늘해졌다.박수혁이 한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그녀를 욕하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돌아섰다.남유주:“......”자신이 미인 선발 대회에 온 것도 아니고, 자신의 울타리가 아닌 곳에 끼어들 관심도 없었다. 굳이 고귀한 드레스를 입고 어둡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감추면서 태평한 것처럼 꾸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설령 그녀가 가장 비싼 옷을 입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그녀를 우러러보는 것도 아니니까.참 개소리다!손에 잡히는
성미려는 순식간에 온몸이 굳어지더니 이내 벌벌 떨기 시작했다.박수혁의 말은 차갑고 무정했으며 한치의 여지도 없었다.CCTV를 확인하면 남유주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왜 그녀가 화를 낼까?사실 그녀는 남유주의 여우 짓에 화났다. 그녀는 남유주가 먼저 박수혁에게 억울함을 하소연할 줄 생각도 못 했다!게다가 박수혁이 진짜로 남유주를 위해 성미려에게 경고하다니?박수혁의 태도는 그녀에게 완전히 얼음 물을 끼얹은 듯 그녀의 위치를 철저하게 인식시켰다.그녀는 이곳에서 체면을 모두 잃었다.박수혁의 침묵이 모든 걸 설명해 주었고, 그는 하찮다는 듯 성미려를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복잡한 눈빛으로 남유주를 바라보았다. 사실 박수혁도 남유주의 연기를 꿰뚫어 보았고, 그녀는 일부러 성미려에게 도발했다.‘여자의 마음은 정말 알 수 없군.’비록 남유주는 박수혁을 이용했지만 박수혁은 그렇게 화가 나지 않았다.남유주의 표정은 아주 다양했고, 지금쯤 그녀는 아마도 속으로 환호를 지르고 있을 것이다.“옷 갈아입으라니까 옷도 안 갈아입고, 신발이라도 바꿔 신어요. 이 카펫이 얼마나 비싼지 알기나 해요?”남유주는 박수혁을 노려보았다.“저……”‘역시 쪼잔한 장사꾼이야.’“됐어요. 여기서 말썽 피우지 말고 시준이한테 가 봐요.”박수혁이 손을 휘젓자 남유주는 머리도 돌리지 않은 채 나가버렸다.성미려는 안색이 여러 번 변했고, 두 사람의 교류 방식에 그녀는 숨도 쉬기 힘들었다. 남유주를 감싸주고 포용해 주는 박수혁의 태도에 그녀는 질투와 위기감을 느꼈다.순간,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미려는 복잡한 생각 속에서 이성을 되찾으며 말했다.“제가 무례했어요, 유주 씨에게 그런 지적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직접 초대하셨으니 이런 규칙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겠죠. 그럼 전 다른 사람과 얘기 좀 나눌까요?”박수혁은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서류 속의 여자 중, 성미려가 가장 적합했다.성격이나 가문, 그리
남유주는 웃음기를 거두고 박시준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뚱뚱한 아이를 바라보았다.아무리 보아도 전혀 호감이 가지 않았고, 이제 보니 모든 아이가 천진하게 귀여운 것은 아니다.어떤 아이들은 천진하다는 가죽을 쓰고 악랄한 행동을 해도 쉽게 용서받는다.남자아이는 거리낌 없이 웃었다.“너 새엄마가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겉으로는 착한 척해도 정작 네 아빠와 결혼하면 널 학대할 거야. 그러고 결국 널 버릴 걸……”박시준은 점점 표정이 굳어지며 두 눈을 내리깔더니 다시 미소를 지으며 소지혁을 바라보았다.“우리 아줌마랑 방에 가서 놀래?”소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박시준은 남유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우리 갈까요?”남유주는 미소를 지었고, 무시당한 뚱뚱한 아이는 화가 났다.“너 예의는 밥 말아먹었어? 네 생일 축하해 주러 왔는데 우리만 이렇게 버려두고 메이드와 논다고? 나 너희 아빠한테 다 일러바쳐서 널 혼나게 할 거야!”남유주는 그 말을 듣자 참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굳이 어린아이에게 따지고 싶지 않았지만 이 아이는 성미려보다 더 밉상이다!게다가 박시준처럼 어리고 귀여운 아이를 괴롭히고 있다니! 남유주는 갑자기 동정심이 생겼다.그녀는 더는 참을 수 없어 박시준을 자신의 뒤로 당겨오더니 쌀쌀한 눈빛으로 뚱뚱한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야, 뚱보. 예의 밥 말아 먹은 사람이 누군데? 박수혁 대표님한테 네가 박시준 괴롭힌다고 일러바칠까?”남자아이는 멈칫하더니 대수롭지 않은 듯 웃어 보였다.“메이드 말을 누가 믿어요? 늙은 아줌마, 아줌마가 뭔데요?”남유주는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고, 팔짱을 끼고 차갑게 말했다.“야, 뚱보. 너 집에서 그렇게 가르쳤어? 왜 이렇게 무례한 거야? 내가 메이드라고?아무리 메이드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거 몰라? 너 나한테 혼나고 싶어?”남자아이는 화가 나서 그녀를 노려보더니 이내 눈물을 터뜨리며 달려갔다.“엄마, 아빠. 저 사람이 나 괴롭혔어요……”남유주는 어이가 없었다.‘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막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