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주는 조심성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고귀한 상류층 여자들의 가식도 없었다.그녀의 입은 언제나 머리보다 빨랐다.박수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알고 있는 여자들 중에서 남유주는 산사태와도 같은 존재라고.순진하고 미련하다.하지만 그는 말을 내뱉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이 평가를 들었다면 아마도 이 자리에서 그의 얼굴에 술을 뿌렸을 거니까.그런 생각에 박수혁은 가슴이 철렁해났다. 더 크게 내다볼 필요가 있었다.그는 인내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조언했다.“위층에 드레스가 있으니, 가서 갈아입어요.”이것은 아무나 다 받을 수 있는 대우가 아니었다.그녀 자신이 남의 입에 오르내릴까 봐 두려운 것이지 결코 그녀가 싫어서가 아니었다.그녀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을 줄 알았다면, 이한석에게 그녀를 데리고 직접 가서 드레스를 고르라고 했을 것이다.이런 자리에서 그녀의 분장은 다소 말이 되지 않았다.남유주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하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다른 사람이 입던 드레스는 안 입어요.”“입어본 사람 없습니다.”브랜드 측에서 보내온 것인데 여주인이 없더라도 그들은 개의치 않고 매번 옷을 보내왔다.태한 그룹이 일년 내내 고객 관계 유지에 쓰는 돈은, 그들이 가장 좋은 물건을 보내오기에 충분했다.얼마나 많은 생각이 남유주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는지 모른다. 그녀가 말을 내뱉었다.“입어본 사람이 없다고요? 그럼 직접 소장하신 거네요. 그런 취향도 있었어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한순간 분위기가 싸늘해졌다.박수혁이 한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그녀를 욕하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돌아섰다.남유주:“......”자신이 미인 선발 대회에 온 것도 아니고, 자신의 울타리가 아닌 곳에 끼어들 관심도 없었다. 굳이 고귀한 드레스를 입고 어둡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감추면서 태평한 것처럼 꾸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설령 그녀가 가장 비싼 옷을 입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그녀를 우러러보는 것도 아니니까.참 개소리다!손에 잡히는
성미려는 순식간에 온몸이 굳어지더니 이내 벌벌 떨기 시작했다.박수혁의 말은 차갑고 무정했으며 한치의 여지도 없었다.CCTV를 확인하면 남유주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왜 그녀가 화를 낼까?사실 그녀는 남유주의 여우 짓에 화났다. 그녀는 남유주가 먼저 박수혁에게 억울함을 하소연할 줄 생각도 못 했다!게다가 박수혁이 진짜로 남유주를 위해 성미려에게 경고하다니?박수혁의 태도는 그녀에게 완전히 얼음 물을 끼얹은 듯 그녀의 위치를 철저하게 인식시켰다.그녀는 이곳에서 체면을 모두 잃었다.박수혁의 침묵이 모든 걸 설명해 주었고, 그는 하찮다는 듯 성미려를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복잡한 눈빛으로 남유주를 바라보았다. 사실 박수혁도 남유주의 연기를 꿰뚫어 보았고, 그녀는 일부러 성미려에게 도발했다.‘여자의 마음은 정말 알 수 없군.’비록 남유주는 박수혁을 이용했지만 박수혁은 그렇게 화가 나지 않았다.남유주의 표정은 아주 다양했고, 지금쯤 그녀는 아마도 속으로 환호를 지르고 있을 것이다.“옷 갈아입으라니까 옷도 안 갈아입고, 신발이라도 바꿔 신어요. 이 카펫이 얼마나 비싼지 알기나 해요?”남유주는 박수혁을 노려보았다.“저……”‘역시 쪼잔한 장사꾼이야.’“됐어요. 여기서 말썽 피우지 말고 시준이한테 가 봐요.”박수혁이 손을 휘젓자 남유주는 머리도 돌리지 않은 채 나가버렸다.성미려는 안색이 여러 번 변했고, 두 사람의 교류 방식에 그녀는 숨도 쉬기 힘들었다. 남유주를 감싸주고 포용해 주는 박수혁의 태도에 그녀는 질투와 위기감을 느꼈다.순간,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미려는 복잡한 생각 속에서 이성을 되찾으며 말했다.“제가 무례했어요, 유주 씨에게 그런 지적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직접 초대하셨으니 이런 규칙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겠죠. 그럼 전 다른 사람과 얘기 좀 나눌까요?”박수혁은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서류 속의 여자 중, 성미려가 가장 적합했다.성격이나 가문, 그리
남유주는 웃음기를 거두고 박시준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뚱뚱한 아이를 바라보았다.아무리 보아도 전혀 호감이 가지 않았고, 이제 보니 모든 아이가 천진하게 귀여운 것은 아니다.어떤 아이들은 천진하다는 가죽을 쓰고 악랄한 행동을 해도 쉽게 용서받는다.남자아이는 거리낌 없이 웃었다.“너 새엄마가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겉으로는 착한 척해도 정작 네 아빠와 결혼하면 널 학대할 거야. 그러고 결국 널 버릴 걸……”박시준은 점점 표정이 굳어지며 두 눈을 내리깔더니 다시 미소를 지으며 소지혁을 바라보았다.“우리 아줌마랑 방에 가서 놀래?”소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박시준은 남유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우리 갈까요?”남유주는 미소를 지었고, 무시당한 뚱뚱한 아이는 화가 났다.“너 예의는 밥 말아먹었어? 네 생일 축하해 주러 왔는데 우리만 이렇게 버려두고 메이드와 논다고? 나 너희 아빠한테 다 일러바쳐서 널 혼나게 할 거야!”남유주는 그 말을 듣자 참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굳이 어린아이에게 따지고 싶지 않았지만 이 아이는 성미려보다 더 밉상이다!게다가 박시준처럼 어리고 귀여운 아이를 괴롭히고 있다니! 남유주는 갑자기 동정심이 생겼다.그녀는 더는 참을 수 없어 박시준을 자신의 뒤로 당겨오더니 쌀쌀한 눈빛으로 뚱뚱한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야, 뚱보. 예의 밥 말아 먹은 사람이 누군데? 박수혁 대표님한테 네가 박시준 괴롭힌다고 일러바칠까?”남자아이는 멈칫하더니 대수롭지 않은 듯 웃어 보였다.“메이드 말을 누가 믿어요? 늙은 아줌마, 아줌마가 뭔데요?”남유주는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고, 팔짱을 끼고 차갑게 말했다.“야, 뚱보. 너 집에서 그렇게 가르쳤어? 왜 이렇게 무례한 거야? 내가 메이드라고?아무리 메이드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거 몰라? 너 나한테 혼나고 싶어?”남자아이는 화가 나서 그녀를 노려보더니 이내 눈물을 터뜨리며 달려갔다.“엄마, 아빠. 저 사람이 나 괴롭혔어요……”남유주는 어이가 없었다.‘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막
여자는 고개를 숙여 아들의 머리를 만지며 중얼거렸다.“제까짓 게 뭐라고 이래라 저래라야. 자기가 이 집안 주인이라도 돼?”여자는 중얼거리며 아들을 데리고 돌아섰다.하지만 두 걸음도 걷지 못하고, 별장 2층의 베란다로 담배꽁초 하나가 그녀의 앞에 떨어졌다.다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고, 그곳에는 박수혁과 강서진, 그리고 약간 뚱뚱한 남자가 서 있었다.뚱뚱한 남자는 창백한 얼굴로 박수혁의 눈치를 살피더니 여자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여자는 순간 사색이 되어 제자리에 얼어붙어 꼼짝도 하지 못했다.뒤에서 호박씨를 까다가 들켜버린 것이다. 여자는 박수혁에게 이런 상황을 들켜버릴 줄 생각도 못 했다.남유주도 깜짝 놀란 표정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박수혁을 발견하고는, 이내 박시준의 손을 잡고 흥분하며 말했다.“박수혁 씨, 여기 누가 당신 아들 괴롭히는데 모르는 척할래요? 바로 이 뚱땡이 아줌마예요!”그녀의 거침없는 말은 얼어붙어 있던 정적을 완전히 깨버렸다.여자는 창백한 얼굴로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박 대표님……”하지만 그 여자의 옆에 있던 아들이 참지 못하고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엄마,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박시준 엄마 살인범 맞아요. 박시준도 나중에 살인범이 될 거라 박시준 아빠도 인정하지 않은 아이예요! 그러다가 박시준 아빠가 결혼해서 박시준의 동생이 생기면 박시준은 버려지잖아요!”여자는 황급히 아이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늦었다.박수혁의 얼굴은 굳어져 버렸고 그의 눈빛은 사람도 얼려 죽일 수 있을 만큼 차가워졌다.박수혁 옆에 있는 뚱뚱한 남자가 바로 여자의 남편이었고, 그 말에 남자는 아이에게 호통을 쳤다. “그 입 닥쳐!”남자는 박수혁에게 투자를 청하려고 했고, 겨우 그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는데 하필 이런 장면을 보게 되다니. 남자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박 대표님, 아이가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말이라 악의는 없습니다. 집에 돌아가 제가 단단히 혼을 내겠습니다!”남자는 아래층의 아
따사로운 날씨와, 상쾌한 공기.박수혁은 그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그는 강서진의 말을 다소 못마땅하게 생각했다.욕을 한다는 건 예의가 없다는 것이고, 융통성이 없다는 건 멍청하다는 뜻이며 예쁜데 순진해 보이는 건 자신을 지킬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괜찮은 것 같다고?자기 자신도 지키지 못하고 힘들어하던 남유주를 박수혁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다.박수혁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직도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지속하다가 결국 참을 수 없어서 살인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박수혁은 어린양을 구하는 하나님이 아니었고, 그녀에게 동정심이 별로 없었다.그저 이제야 점점 정체가 드러나는 남유주의 본 모습에 호기심이 생길 뿐이었다. 그녀는 실패한 결혼 때문에 자기 자신을 나약한 모습으로 만들었다.강서진은 무덤덤한 박수혁의 표정에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리고 아이들이 하는 말은 전부 어른들에게서 들은 말이야. 그런데도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네가 시준이를 아끼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사람들이 시준이를 괴롭히게 놔둘 수는 없잖아.시준이가 엄청 철이 들었던데, 그런 모욕을 당했는데도 참고만 있다니. 저 여자가 아니었으면 시준이는 아마 평생 너한테 일러바치지 않았을 거야.왜인 줄 알아?”박수혁은 멈칫하더니 무거운 눈빛으로 강서진을 바라보며 되물었다.“왜인데?”강서진은 한숨을 내쉬며 진지하게 말했다.“일러바칠 줄 아는 애들은 모두 믿는 구석이 있어서야. 자기가 일러바치면 누군가 대신 나서줄 걸 아니까.하지만 일러바치지 않는 아이는 어차피 일러바쳐 봐야 도와줄 사람도 없고 오히려 혼날 것만 같아서 그래.수혁아, 아이와 사업은 달라. 먹고 입는 것만 충족해서 되는 게 아니야.소씨 가문의 큰아들 소지혁 좀 봐봐. 말수도 적어서 조용한 성격이지만 당하고만 있는 성격은 아니잖아.아까 그 뚱뚱한 애가 모래 좀 집어던졌다고 소지혁 그 아이는 바로 돌을 던졌어.그러니 뚱뚱한 아이도 감히 소지혁을 괴롭히지 못했지. 이
남유주의 말에 박수혁은 멈칫했지만 이내 그녀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갑자기, 누군가 물에 뛰어드는 소리가 들렸다.그제야 박수혁은 찌푸렸던 미간을 풀고 남유주의 손을 놓아주었다.박수혁이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남유주는 이미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녀는 뭔가……오해한 것 같다.박수혁은 마음이 초조해졌지만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래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도련님이 물에 빠졌어요—”누군가 소리를 질러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고, 안에서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도 전부 밖으로 나왔다.박수혁이 밖으로 나왔을 때, 성미려는 박시준을 품에 안고 힘겹게 수영장에서 나왔다.두 사람은 흠뻑 젖은 채 추위에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흠뻑 젖은 성미려의 머리카락에서 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화장도 다 지워졌다.박수혁이 수영장을 향해 걸어갔을 때, 마침 성미려가 수영장의 마지막 계단을 딛고 올라고 있었다. 그녀는 한발 늦은 남유주와 눈을 마주쳤다.성미려의 눈빛은 평온하고 만족스러워 보였다.하지만 남유주는 그녀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다급히 달려가 외투를 벗어 온몸을 떨고 있는 박시준의 몸을 감쌌다.가을 날씨는 쌀쌀했다. 수영장의 물을 따뜻한 물로 교체하지 않았으니 물은 매우 차가웠다. 성미려는 불편한 것을 참으며 박시준의 상태를 걱정했다.“도련님 어때요? 괜찮은 거죠?”박시준의 호흡은 정상이지만 물을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남유주는 즉각 응급조치를 취했다. 가슴을 몇 번 누르니 박시준은 물을 뱉으며 심하게 기침을 했다.창백한 얼굴의 아이는 너무 가여웠다.남유주도 너무 놀라 온몸이 떨려왔다.왠지 모르게, 그녀는 너무 무서웠고, 눈앞에서 이 아이가 목숨을 잃을까 봐 두려웠다. 그녀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함께 맛있는 것을 먹자던 박시준이었기에…성미려는 입술을 꽉 깨물고 박수혁을 향해 말했다.“박 대표님, 우선 의사 선생님부터 찾아주세요. 아이한테 별일 없었으면 좋겠네요.”말을 끝낸 그녀는 기침을 하며 온몸을 떨었다.하지만 박수혁은 전혀 외투를 벗
주위 사람들은 복잡한 눈빛으로 성미려를 바라보았다.성미려도 더는 침착할 수 없었다.송호연의 폭로는 그녀를 당황하게 했고, 이는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완전히 일그러졌다.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녀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다.그러니 이런 풍파도 겪어봤을 것이고, 이런 상황에 크게 겁먹지 않았다.당황하고 혼란스러웠지만 그녀는 추위를 참고 벌벌 떨며 일어나더니 두려움과 당황함을 숨기고 가여운 눈빛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박 대표님, 이게 목적이었다면 도달하셨네요. 이 여자의 헛소리는 오직 바보만이 믿을 거예요. 이 여자를 어디서 찾아왔는지, 그리고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저는 전혀 알 수가 없어요.하지만 제가 시준 도련님을 구했다는 건 변함이 없어요. 만약 박 대표님이 저 여자의 말만 믿는다면 저도 굳이 할 말은 없네요.오늘은 그저 시준 도련님의 생일 파티라 참석한 것뿐이에요. 이런 해프닝이 생겨서 죄송하게 생각해요. 이렇게 된 이상 저도 더는 머무를 이유가 없겠네요. 만약 충분한 증거가 있으시다면 신고하셔도 좋아요. 저 여자 말만 듣지 마시고요.”성미려는 싸늘한 눈빛으로 송호연을 바라보았다.송호연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고, 그녀는 조마조마했다. 그녀는 성미려가 무서웠지만, 박수혁이 더 무서운 존재였다. 턱에서 전해지는 고통은 그녀의 모든 신경을 자극했다.이렇게 된 이상 그녀도 굳이 성미려를 위해 입을 다물고 있을 수만은 없다. 미안하지만 사실을 말해야 했다.성미려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이만하면 됐다고 판단해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당장 이곳을 떠나고 싶다 해도 이런 몰골로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반드시 옷을 갈아입고 당당하게 여기서 나가야 한다.아니면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 된다.사람들은 서로 눈치 보기 바빴다.이한석은 자연스럽게 박수혁을 쳐다보았고 박수혁은 싸늘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 박수혁은 지금 기분이 아주 더러웠다. 이미 밝혀진 사실 앞에서, 만약 성미려가 고분고분
남유주의 눈빛에는 거부감과 복잡한 감정이 오갔다.그녀는 이 말들을 줄곧 마음속에 두었다가 결국 내뱉었다.아무리 박수혁이 박시준을 소홀하게 생각해도 마음속에는 아들의 존재가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하지만 오늘 그녀의 생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박수혁은 자신의 아들이 물속에서 몸부림치는 것을 직접 보았고, 아무 상관 없는 남유주도 차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아이를 구하려고 하는데 아버지라는 사람은 그녀를 막았다.‘이 남자에게 정말 감정이란 게 존재할까?’그녀는 박수혁이라는 사람에게 의심을 품었다.자기 아들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을까?박수혁의 행동은 그녀를 두렵게 했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처럼 낯설었다.하지만 사실은 눈앞에 펼쳐져 있다.자신을 속이려 해도 그럴만한 근거가 없다.하지만 그녀는 박시준을 위해 논쟁할 자격이 없다, 그녀는 그저 아무 상관 없는 남일 뿐이니까. 그녀는 추웠고, 이곳을 빨리 떠나고 싶었다.박수혁은 눈빛이 점차 식어가더니 가슴속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온몸으로 치솟았다.“남유주 씨가 뭘 안다고 그래요? 이게 최선이었어요. 그렇다고 시준이 옆에 시한폭탄을 그대로 놔둬요?”한시라도 빨리 시한폭탄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대체 뭘 안다고 날 비난해? 무슨 근거로?’“시한폭탄이요? 박수혁 씨가 아들에게 골라준 새엄마 아니었어요? 박수혁 씨가 데려온 사람 아닌가요?”남유주의 말은 찬물처럼 박수혁의 머리에 끼얹었고, 그 추위는 뼛속까지 스며들었다.“그래서 가여운 아이를 이용해 시한폭탄을 제거했다고요? 박수혁 씨가 말해 놓고도 웃기지 않나요?”말을 끝낸 남유주는 몸을 돌려 떠나갔다.박수혁은 그녀의 팔목을 당기더니 벽으로 밀쳤고 그림자는 햇빛을 가렸다.그녀는 그저 빛과 그림자에 희미하게 묻혀버린 박수혁의 날카롭고 차가운 윤곽만 보였다.“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남유주 씨 신분을 기억해요. 그쪽은 손님일 뿐인데 절 비난할 자격이 있어요?설마 남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