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사람들은 복잡한 눈빛으로 성미려를 바라보았다.성미려도 더는 침착할 수 없었다.송호연의 폭로는 그녀를 당황하게 했고, 이는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완전히 일그러졌다.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녀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다.그러니 이런 풍파도 겪어봤을 것이고, 이런 상황에 크게 겁먹지 않았다.당황하고 혼란스러웠지만 그녀는 추위를 참고 벌벌 떨며 일어나더니 두려움과 당황함을 숨기고 가여운 눈빛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박 대표님, 이게 목적이었다면 도달하셨네요. 이 여자의 헛소리는 오직 바보만이 믿을 거예요. 이 여자를 어디서 찾아왔는지, 그리고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저는 전혀 알 수가 없어요.하지만 제가 시준 도련님을 구했다는 건 변함이 없어요. 만약 박 대표님이 저 여자의 말만 믿는다면 저도 굳이 할 말은 없네요.오늘은 그저 시준 도련님의 생일 파티라 참석한 것뿐이에요. 이런 해프닝이 생겨서 죄송하게 생각해요. 이렇게 된 이상 저도 더는 머무를 이유가 없겠네요. 만약 충분한 증거가 있으시다면 신고하셔도 좋아요. 저 여자 말만 듣지 마시고요.”성미려는 싸늘한 눈빛으로 송호연을 바라보았다.송호연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고, 그녀는 조마조마했다. 그녀는 성미려가 무서웠지만, 박수혁이 더 무서운 존재였다. 턱에서 전해지는 고통은 그녀의 모든 신경을 자극했다.이렇게 된 이상 그녀도 굳이 성미려를 위해 입을 다물고 있을 수만은 없다. 미안하지만 사실을 말해야 했다.성미려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이만하면 됐다고 판단해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당장 이곳을 떠나고 싶다 해도 이런 몰골로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반드시 옷을 갈아입고 당당하게 여기서 나가야 한다.아니면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 된다.사람들은 서로 눈치 보기 바빴다.이한석은 자연스럽게 박수혁을 쳐다보았고 박수혁은 싸늘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 박수혁은 지금 기분이 아주 더러웠다. 이미 밝혀진 사실 앞에서, 만약 성미려가 고분고분
남유주의 눈빛에는 거부감과 복잡한 감정이 오갔다.그녀는 이 말들을 줄곧 마음속에 두었다가 결국 내뱉었다.아무리 박수혁이 박시준을 소홀하게 생각해도 마음속에는 아들의 존재가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하지만 오늘 그녀의 생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박수혁은 자신의 아들이 물속에서 몸부림치는 것을 직접 보았고, 아무 상관 없는 남유주도 차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아이를 구하려고 하는데 아버지라는 사람은 그녀를 막았다.‘이 남자에게 정말 감정이란 게 존재할까?’그녀는 박수혁이라는 사람에게 의심을 품었다.자기 아들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을까?박수혁의 행동은 그녀를 두렵게 했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처럼 낯설었다.하지만 사실은 눈앞에 펼쳐져 있다.자신을 속이려 해도 그럴만한 근거가 없다.하지만 그녀는 박시준을 위해 논쟁할 자격이 없다, 그녀는 그저 아무 상관 없는 남일 뿐이니까. 그녀는 추웠고, 이곳을 빨리 떠나고 싶었다.박수혁은 눈빛이 점차 식어가더니 가슴속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온몸으로 치솟았다.“남유주 씨가 뭘 안다고 그래요? 이게 최선이었어요. 그렇다고 시준이 옆에 시한폭탄을 그대로 놔둬요?”한시라도 빨리 시한폭탄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대체 뭘 안다고 날 비난해? 무슨 근거로?’“시한폭탄이요? 박수혁 씨가 아들에게 골라준 새엄마 아니었어요? 박수혁 씨가 데려온 사람 아닌가요?”남유주의 말은 찬물처럼 박수혁의 머리에 끼얹었고, 그 추위는 뼛속까지 스며들었다.“그래서 가여운 아이를 이용해 시한폭탄을 제거했다고요? 박수혁 씨가 말해 놓고도 웃기지 않나요?”말을 끝낸 남유주는 몸을 돌려 떠나갔다.박수혁은 그녀의 팔목을 당기더니 벽으로 밀쳤고 그림자는 햇빛을 가렸다.그녀는 그저 빛과 그림자에 희미하게 묻혀버린 박수혁의 날카롭고 차가운 윤곽만 보였다.“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남유주 씨 신분을 기억해요. 그쪽은 손님일 뿐인데 절 비난할 자격이 있어요?설마 남유
박시준은 아직도 방에서 괴로워하고 있을 텐데 이 상황에서 남유주를 데려다 줄 생각을 하다니?남유주는 심지어 박시준에게 죄책감이 생겼고, 그녀는 박수혁의 호의를 받고 싶지 않았다.박수혁은 똑바로 선 채로 그녀를 차갑고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기사도 감히 차를 출발시킬 엄두를 내지 못했고, 혹시라도 박수혁을 다치게 한다면 뒷감당이 어마어마할 것이다.양측 모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려 했고, 옆에 있던 성미려는 안색이 점점 일그러졌다.추운 것도 있지만 이 상황에 화가 났다.아무리 바보라도 박수혁이 남유주를 특별하게 대한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성미려는 몰래 주먹을 꽉 쥐고 차갑게 웃었다.그녀는 박수혁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고, 오히려 남유주를 담담하게 쳐다보며 귀찮은 듯한 말투로 말했다.“남유주 씨, 보시다시피 저는 물속에 들어갔다 나와서 몸이 많이 불편해요. 병원에 가봐야 해서 남유주 씨를 바래다 드릴 수 없겠네요.”남유주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박수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다 이 남자 때문이야.’남유주는 하는 수 없이 차에서 내렸다.비록 그녀도 성미려를 싫어하지만, 박수혁과 비하면 성미려는 아직 애송이다.남유주가 차에서 내리자 박수혁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성미려가 가든 말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경찰에서 정확히 조사할 때까지 성미려를 용의자로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수영장 주변에 휘발유를 부은 송호연만 데려갔고, 성미려는 송호연의 증언이 있어야만 호송된다.성씨 가문에서 송호연의 입을 계속 막을지는 그들의 선택이다.박수혁은 끝까지 몰아붙일 생각은 없다.차에서 내린 남유주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태양은 구름에 가려 공기는 서늘했고 차가운 바람도 쌀쌀하게 불어왔다.그녀는 오싹한 몸을 감싸며 박수혁에게 물었다.“박수혁 씨, 대체 뭘 하려는 거죠? 가는 것도 제 마음대로 가면 안 돼요?”사실 박수혁도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다.남유주에게 그렇게 핀잔을 듣고서도 그녀를 쫓아가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니.그는 남유주가
소지혁은 침묵했다.“괜히 말했어요. 말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안 그러면 시준이가 슬퍼할 거예요.”소은정은 마지못해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고모 아무것도 못 들었어. 하지만 그 가문의 일은 멀리하는 게 좋아.”소지혁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시준이는 아빠를 무서워하겠지만 전 하나도 안 무서워요. 저한테 어떻게 할 수 없어요!”전동하는 소지혁의 말에 찬성한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맞아. 우리 씩씩이 얼마나 대단한데. 그러니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 없어. 게다가 누구나 다 그 사람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야.”소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전동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빨리 먹어. 이따가 고모부가 맛있는 거 사줄게. 햄버거 어때?”소은정은 아무 말 없이 전동하를 노려보았다.소지혁이 말했다.“아빠가 햄버거 못 먹게 해요.”“고모부가 먹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새봄이한테 사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약속은 지켜야지!”전동하는 배 째라는 식으로 말했다.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누가 그런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라고 했어요?”전동하가 나약한 목소리로 말했다.“숙제 만점 맞으면 사주겠다고 했는데 정말 만점 맞아온 걸 어떡해요!”소은정은 할 말을 잃었다.결국 다들 함께 햄버거를 먹고 소지혁을 집으로 데려다주었다.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소지혁은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박시준은 이미 회복되었고 목소리에도 힘이 생겼다.소지혁은 선을 지키며 박시준을 위로하고 이 일에 대해 더 많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친구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친구가 좋은 친구인 것이다. ……보름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남유주의 와인바는 순조롭게 돌아갔고, 가끔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사람이 있었지만 금방 해결되었다.박우혁은 가끔 모습을 드러내며 남유주에게 집착을 보였다.마침내 어느 날, 소은정과 전동하는 몇몇 친구들과 이곳을 찾았고 박우혁과 마주치게 되었다. 박우혁은 화들짝 놀
성근석은 일부러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고 박수혁은 이미 사무실로 돌아왔다.다들 함께 나와 이미 회의실이 있는 층을 떠났기에 성근석이 나왔을 때는 거의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부지런한 이한석만 기다리고 있었고, 성근석을 발견한 이한석은 예의 있게 웃으며 말했다.“성 대표님, 이번 회의에 직접 와주셔서 영광입니다.”성근석은 웃는 듯 마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황송하네요. 우리 딸이 그날 수모를 당한 후로 밖에도 못 나오고 있는데 제가 와야지 어쩌겠어요? 박 대표는 어디 있죠? 얘기 좀 나누고 싶은데.”이한석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러셔야죠. 저희 대표님은 성 대표님께서 그러실 줄 알고 스케줄을 다 미루고 기다리고 계십니다.”성근석은 콧방귀를 뀌더니 박수혁의 사무실로 향했다.한참 뒤 이한석은 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갔다.지금 이 순간, 사무실의 분위기는 꽁꽁 얼어붙었다.성근석은 박수혁의 맞은편에 앉아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박수혁의 쌀쌀한 얼굴에는 늘 그렇듯 열정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성근석은 이런 박수혁에게 더욱 화가 났다.하지만 성근석은 소란을 피우기 위해 찾아온 것이 아니었고, 그는 박수혁에게 화낼 깜냥도 되지 않았다. 그날 박수혁의 행동은 그들 가문을 난처하게 했으며 소문은 이미 그의 귀에 들어갔다.보나 마나 성미려는 지금쯤 바늘방석에 앉은 듯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것이다.이한석은 성근석 앞에 커피를 놓았다.하지만 곧바로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성근석은 이한석을 힐끔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때 박수혁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사건은 이미 경찰에 넘겼고 만약 성미려 씨가 억울하다면 공개 사과를 할 것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절 비난할 자격은 없으십니다.일을 저질렀다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겠죠. 성 대표님도 잘 아실 겁니다.”성근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그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박 대표. 나는 우리 사이에 티키타카가 꽤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협력의 목적이 바로 두 가문의 거리를 좁
박수혁은 이한석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성안에서 프로젝트에서 손을 테면 그때 가서 기소 철회해.”이한석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박시준 픽업을 맡은 운전기사였다.“이 비서님, 도련님은 집에 도착하셨나요?”이한석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지? 지금은 수업 끝날 시간이 아니잖아.”잠시 침묵하던 운전기사가 불안한 목소리로 사실을 토로했다.“오늘은 야외 수업 있는 날이라 평소보다 일찍 수업 끝나거든요. 제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도련님께 혼자 택시 타고 가라고 했는데… 아직 집에 안 도착했어요?”이한석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박수혁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지자 그는 당장 욕설을 내뱉고 싶었다.“도련님 안전보다 중요한 일이란 게 뭐지? 당신 잘리고 싶어?”운전기사는 우물쭈물하며 적당한 이유를 대지 못했다.“지금 찾아볼게요….”전화를 끊은 이한석은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박수혁에게 말했다.“대표님, 저 통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박수혁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애들 보내서 당장 찾아.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애새끼라니까!”이한석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밖으로 나갔다.그는 가장 먼저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GPS로 추적하려 했으나 신호도 잡히지 않았다.그는 결국 학교에 연락해서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영상에서 학교를 나와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아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화질이 너무 흐릿해서 차량번호까지는 확보할 수 없었다.이한석은 부랴부랴 경찰서에 연락해서 근처 CCTV를 확보했다.시간은 일분일초 흐르고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두려움 때문인지, 긴장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었다.붉은 석양이 창문을 통해 비쳐 들어왔다.사무실에서 나온 박수혁이 싸늘한 얼굴로 물었다.“찾았어?”이한석은 처음으로 좌절감을 느끼며 고개를 흔들었다.“설마 성근석 회장이….”박수혁은 잠시 침묵하더니 단언하듯
남유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만약 그가 조금만 차분하게, 부드럽게 말했다면 그를 이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죄인 보듯이 자신을 쏘아보며 다그치는 그를 보자 억울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그녀는 아까부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박시준을 힐끗 보고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가 이곳에 왔을 때, 그녀는 가족에게 연락하라고 분명히 말했다.그리고는 오픈 준비로 바빴기에 박시준이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이런 얘기를 박수혁 앞에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그가 또 아이한테 짜증과 비난을 퍼부을 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남유주는 입술을 꾹 깨물고 물에 젖은 스마트 워치를 그에게 건넸다.“미안해요. 시준이 스마트 워치가 물에 떨어져서 못 쓰게 되었어요. 그래서 바로 연락을 못했던 거예요. 오후에 오픈 준비로 좀 바빠서 신경을 못썼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무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그 모습을 본 박수혁은 괜히 짜증 부렸나 싶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주변에 정적이 찾아왔다.직원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아무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은 아무도 이 아이가 박수혁의 아들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한참 침묵이 흐른 뒤, 박수혁은 긴 한숨을 내쉬며 싸늘한 표정으로 아들에게 물었다.“왜 그랬어? 운전기사가 데리러 가지 않았어도 택시 타고 집에 갔으면 됐잖아. 여긴 왜 온 거야?”박시준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대답을 망설였다.그 모습을 본 남유주가 안쓰러워서 대신 대답하려던 찰나, 박수혁이 싸늘하게 말했다.“남유주 씨한테 질문한 거 아니니 가만히 있어요.”남유주는 입을 다물었다.결국 박시준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이모가 보고 싶어서 왔어요. 지난 번에 만나고 못 본지 오래됐잖아요.”그게 전부였다.아이는 용기를 내서 계속해서 말했다.“이모는 저한테 집에 연락하라고 했는데 제가 안 했어요. 나중에는 스마트 워치가 물에 빠져서 아예 연락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요. 하교 시간 전에 집에
그 여자는 갑자기 술병을 따더니 잔에 따르고 박수혁이 보는 앞에서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박수혁은 싸늘하게 식은 표정으로 여자를 노려보았다.술을 마시던 그 여자는 실수인 척, 술을 앞섶에 전부 쏟아 버렸다.너무 의도가 뻔해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여자는 야릇한 눈빛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며 추파를 던졌다.“죄송해요. 일부러 쏟은 건 아닌데… 이건 그냥 제가 살게요.”그녀는 또 한잔을 따르더니 박수혁에게 건넸다.하지만 박수혁은 잔을 받는 대신 짜증스럽게 주변을 살폈다.이곳에 더 있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아서 그는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그런데 여자도 그를 따라 일어나더니 갑자기 몸이 그에게로 기울며 박수혁의 옷에도 술을 쏟아버렸다.박수혁의 인내심은 극에 달했다.“정말 뻔뻔해서 못 봐주겠네. 꺼지라고 한 말 못 들었어? 집에 가서 거울이나 좀 비춰보고 설치지 그래?”그는 이런 부류의 여자는 존중 받을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게다가 여자 쪽에서 말도 안 되는 실례를 범했으니 더 이상 이 역겨운 자작극을 참아줄 필요도 없었다.여자는 겉보기에 젠틀한 이 남자가 이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일 거라 예상하지 못했는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혐오감이 가득 담긴 그 눈빛을 마주하자 그녀는 자존심이 상했다.소란이 너무 커서인지 점점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여자는 갑자기 손으로 가슴을 가리더니 바들바들 떨며 그에게 말했다.“선생님, 뭔가 오해하신 것 같아요. 저는 주류 회사 영업사원일 뿐이에요. 선생님이 생각하는 그런 지저분한 사람이 아니라고요. 그런 무리한 요구는 들어드릴 수 없어요!”사람들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상황을 구경했다.박수혁은 너무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그리고 이때, 소란을 듣고 달려온 남유주가 흥미롭다는 듯이 두 사람을 스캔했다.그녀는 나른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래서 이분이 무슨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거야? 내 가게에서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용납할 수 없어.”여자는 움찔하더니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