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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0화 산사태

남유주는 조심성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고귀한 상류층 여자들의 가식도 없었다.

그녀의 입은 언제나 머리보다 빨랐다.

박수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알고 있는 여자들 중에서 남유주는 산사태와도 같은 존재라고.

순진하고 미련하다.

하지만 그는 말을 내뱉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이 평가를 들었다면 아마도 이 자리에서 그의 얼굴에 술을 뿌렸을 거니까.

그런 생각에 박수혁은 가슴이 철렁해났다. 더 크게 내다볼 필요가 있었다.

그는 인내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조언했다.

“위층에 드레스가 있으니, 가서 갈아입어요.”

이것은 아무나 다 받을 수 있는 대우가 아니었다.

그녀 자신이 남의 입에 오르내릴까 봐 두려운 것이지 결코 그녀가 싫어서가 아니었다.

그녀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을 줄 알았다면, 이한석에게 그녀를 데리고 직접 가서 드레스를 고르라고 했을 것이다.

이런 자리에서 그녀의 분장은 다소 말이 되지 않았다.

남유주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하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이 입던 드레스는 안 입어요.”

“입어본 사람 없습니다.”

브랜드 측에서 보내온 것인데 여주인이 없더라도 그들은 개의치 않고 매번 옷을 보내왔다.

태한 그룹이 일년 내내 고객 관계 유지에 쓰는 돈은, 그들이 가장 좋은 물건을 보내오기에 충분했다.

얼마나 많은 생각이 남유주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는지 모른다. 그녀가 말을 내뱉었다.

“입어본 사람이 없다고요? 그럼 직접 소장하신 거네요. 그런 취향도 있었어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한순간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박수혁이 한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그녀를 욕하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돌아섰다.

남유주:“......”

자신이 미인 선발 대회에 온 것도 아니고, 자신의 울타리가 아닌 곳에 끼어들 관심도 없었다. 굳이 고귀한 드레스를 입고 어둡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감추면서 태평한 것처럼 꾸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설령 그녀가 가장 비싼 옷을 입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그녀를 우러러보는 것도 아니니까.

참 개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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