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달콤함은 순식간에 전동하의 과거 기억을 한순간에 불태우는 듯했다.그들은 수없이 가졌던 친밀한 순간들처럼 서로의 몸을 조심스럽게 탐색하면서 위안과 만족을 찾는데 거리낌이 없었다.그는 그녀에게 항상 미혹되어 있었으며, 한 번 건드리면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감추지 못했고, 내면의 저속한 생각을 직시했다.그는 항상 이런 일에 대해 자제하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감정을 더욱 신경 썼었지만 그녀와 송지학이 클럽에서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은 것 같았다. 그는 그녀가 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극복하게 되면 언젠가 다른 사람이 그를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왜 나의 행복을 쉽게 내줘야 하는 거지? 그렇게는 못해!'가슴의 가시가 살갗을 쥐어뜯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그는 그녀의 입술에서 입을 떼고 가느린 눈으로 그녀를 관찰했다. 그녀는 머리를 약간 뒤로 젖히며 숨을 살짝 가쁘게 쉬고 있었다.그녀의 눈빛은 조금 흐릿해지고, 뺨은 붉게 달아있었으며, 입술은 그의 키스로 인해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혐오나 저항이 없는 것을 보니 그의 마음속에는 마치 큰 바위가 갈아앉는 것 같았다.그는 부드럽게 머리를 숙였고, 눈빛과 표정이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그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살짝 닿았다, 그는 방금 전의 통제력 상실을 달래려는 듯 섬세한 키스를 했다.그는 그들의 깊은 관계에 빠져서 그녀를 그냥 놓아주기 싫었다.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주무르고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유혹하는 것처럼 귓불에 키스를 했다."은정 씨, 말해봐요, 지금 가장 원하는 게 뭐예요?"그는 그녀도 원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녀에게서 직접 듣고 싶어 했다.소은정이 이성을 전혀 되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졌다.그녀는 전동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완전히 당황했다.몽롱한 상태에서 위아래로 탐하는 그의 혀 놀림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1초 전까지만 해도 큰 파도를 사이에 두고
소은정은 점점 고조에 달했다.그녀는 전동하의 자극에 의해 눈물이 다 떨어져 부드럽게 흐느끼며 마침내 항복했다."네, 당신을 원해요..."그 남자의 깊은 눈빛은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게 만들고 더 흥분하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여자를 자기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그는 즉시 그녀를 만족시키고 싶었다. 소은정은 이를 악물고 신음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버텼다."당신의 모든 것을 원해요!"전동하는 그녀의 귓가에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날 가져봐요."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얼마 뒤 소은정은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전동하가 다른 사람보다 체력이 좋다는 걸 알고 있긴 했지만, 다리가 불편해진 지금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더 강해졌다.'이 사람 언제부터 이렇게 힘이 셌지?'몰려오는 피로에 정신이 몽롱해지며 눈이 서서히 감기던 소은정은 끝내 깊은 잠에 빠졌다.전동하는 한쪽 팔을 받친 채 그녀의 옆에 누워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아싿.전동하는 그녀가 잠에 든 걸 확인하고 나서야 조심스레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전동하는 따듯한 물수건으로 소은정의 몸을 조심스레 닦아줬다.깊은 잠에 든 소은정은 자기에게 닿는 손길도 느끼지 못한 듯 곤히 잠들었다.그의 시선이 침대 머리맡에 놓인 몇 병의 약통으로 향했다. 전동하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그는 굳어진 얼굴로 옷을 갈아입었고 절뚝거리며 문밖에 있는 지팡이를 가지러 나갔다.몇 번 맺은 관계로 인해 체력은 힘들었지만 정신은 맑았고 취기 또한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는 지팡이를 주워들었다.고개를 돌려 집 안을 둘러보며 하나하나 눈 안에 담았다.그제야 그의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물을 마시기 위해 컵을 찾던 중 바닥에 깨진 유리 컵을 발견했다.전동하와 소은정의 커플 겁이었다. 그녀의 컵은 식탁 위에 멀쩡하게 놓여 있었지만, 그의 컵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놀란 듯 눈썹을 찌푸린 전동하는 혼란스러운 기
이모님이 손을 씻고, 부엌으로 가서 식사 준비를 했다.전동하가 무사히 돌아온 덕분에 다시 전과 같은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 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새봄이와 준서는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새봄이와 준서는 샤워도 알아서 척척 잘했다.전동하는 이모님을 따라 부엌으로 향했다.전동하의 다리를 힐끗 쳐다보던 이모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헀다.“대표님, 드시고 싶은 거 없으세요? 저한테 맡기고 들어가세 쉬세요.”전동하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모님과 아이들 음식만 준비해 줘요. 저랑 은정 씨 음식은 제가 하려고요.”잠시 망설이던 이모님은 뭔가 깨달은 듯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이 안 계서서 그동안 집이 얼마나 삭막했는지 몰라요.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이었는데도 뭔가 마음이 허전하고 텅 빈 것 같았다니까요. 게다가 사모님 말수도 부쩍 줄어들고 생기도 없으셔서,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아이들 앞에서 내색을 안 하려고 사모님이 얼마나 애쓰셨던지, 아이들 앞에서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으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사모님과 대표님은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나 봐요. 아무튼 이렇게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예요!”이모님의 말에 전동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가슴이 텁텁하게 막히는 것 같았다.소은정이 힘들어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고통을 모르는 척 넘겨버린 건 그였다. 두려움 뒤에 숨어버린 비겁한 자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 건 소은정이었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혔다.“그러길 바래야죠.”아이들의 식사는 색과 풍미는 물론 맛까지 완벽하게 갖춘 요리였다.전동하와 소은정의 식사는 의외로 간단했다. 청경채와 생선이 들어간 국수는 소은정이 좋아하는 야식 메뉴였다.소은정이 음식 냄새를 맡고 눈을 떴다.온몸이 쑤시고 힘이 없었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바람에 아침 식사도 거른 그녀는 송지학을 배웅해 줘야 했기에 점심도 건너뛰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전동하가 새봄이를 바닥에 앉히고 말했다."눈 감고 있으면 잠이 올 거야. 가서 오빠 책 읽어주는 거 듣고 있어봐, 아빠가 내일 학교에 데려다줄게.”순간 두 눈을 반짝이며 살포시 미소를 짓는 새봄이었다.아빠가 학교에 보내준다는 말을 듣고 아이는 마냥 행복해했다.화목하고 평화로운 이 광경이 어쩌면 환각 때문에 일어난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환각이 아니라는 걸 인지한 소은정이었다.너무나도 소중한 이 순간이 언제 다시 사라질지 몰라 여전히 불안했다.전동하는 음식을 그녀의 앞으로 밀어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조금이라도 먹어요.”순간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약간 고였다. 그토록 바라던 상황이었으나 사라지지 않는 불안감에 그녀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전동하에게 자기 심정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낮에 있었던 일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고, 술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녀는 의식의 흐름에 모든 걸 맡기고 싶었다.하지만 이렇게 그를 마주하고 있으니 자기가 섣부르게 행동을 한 것 같아 후회되었다.한입 먹은 소은정은 입맛이 없어 국물만 몇 숟가락 떠 마신 뒤 수저를 내려놓았다.반면, 전동하가 느긋하게 음식을 즐기며 식사를 이어갔다.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소은정은 전동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자기를 향한 그녀의 뜨거운 시선에 전동하는 서둘러 식사를 끝내고 뒷정리하기 시작했다.눈을 깜빡이며 그를 쳐다보던 소은정은 시선을 거두고 두 사람의 식기를 부엌으로 가져갔다.한참 뒤, 다시 자리에 앉은 소은정을 전동하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조명 아래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다소 창백하고 침울했다."오후에 있었던 일, 기억나요?"‘오늘 일어났던 일을 어떻게 잊겠어?’오후 내내 뒤척이다 보니 그녀는 몸이 뻐근했다. 소은정의 얼굴이 한껏 달아올라 입술을 깨물었다."술을 많이 마셨어요?"전동하가 낮은 목소리로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술은 마셨지만, 많이는 안 마셨어요."충동적으로 저지른
전동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기절했다. 그래서 그들의 차량이 그녀를 쓰러트린 사실도 알지 못했다.그녀만 마음이 걸렸다.그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요. 뭐든지 다 알려줄게요."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리며 짜증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묻고 싶지 않아요. 얘기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아요."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짜증을 내며 방으로 향했다. 왜 이렇게 성질이 나는지 그녀도 이해되지 않았다. 다만 전동하에게 사라지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전동하는 지팡이를 짚고 그녀가 들어간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하지만 소은정은 이미 욕실로 들어간 뒤였다.누적되었던 피로를 풀기 위해 그녀는 반신욕을 했다.그녀를 기다리기 위해 의자에 털썩 앉은 전동하는 책상 위에 놓인 잡지에 눈을 돌렸다. 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던 그는 조용히 새봄이의 방으로 향했다.준서가 해준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웠던 탓인지, 아니면 너무 재미없었던 탓인지 두 아이는 깊은 잠이 들었다. 한 명은 가로로, 다른 한 명은 세로로 누워 쿨쿨 자고 있었다.전동하는 따듯한 눈빛으로 사랑스러운 새봄이를 바라보았다. 불편하게 자는 문준서가 신경 쓰였던 그는 아이를 방으로 옮기기 위해 다가갔다.다리가 아픈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준서를 등에 업고 그의 방으로 향했다.아이를 방으로 옮긴 전동하는 따듯한 물 한 잔을 따라 안방으로 향했다.마침 샤워를 끝내고 밖으로 나온 소은정은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피로가 쌓여 매우 지쳐있는 상태였지만 그녀는 내일 자신의 상태를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되었다.긴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녀의 두 볼이 불그스름하게 물들었다.샤워하면서 충분히 진정했다고 여긴 그녀는 전동하를 보자마자 자기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전동하는 그녀가 다가오자 손에 든 잡지를 내려놓고 천천히 그녀의 뒤에 가서 수건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닦아주었다.섬세하고 부드러운 손결이었다.소은정은 그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 옆으로 비키자 전동하가 그녀의 어깨를
소은정은 실눈을 뜨며 전동하를 째려보았다. 그를 뒤로 가볍게 밀쳐지자 뒤로 힘없이 밀려났다.투닥거리고 있으니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전동하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물컵을 그녀에게 건넸다."약부터 먹어요."순간 당황한 소은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뜬 소은정은 전동하를 바라보았다. 전동하는 몸을 돌려 책상 위에 놓인 약병 몇 개를 들어서 보았다.소은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안 거예요?"전동하의 눈빛이 어둡게 변했다."처음 돌아왔을 때, 윤 비서한테 조사하라고 했거든요. 조우태 선생님이 당부하더라고요, 당신한테 약 잘 챙겨주라고."한숨을 뱉은 소은정이 덤덤하게 말했다."당신 때문에 약 먹는 거 아니에요. 당신, 나한테 그 정도로 중요한 사람 아니에요.""음."전동하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내가 미안해요. 너무 늦게 돌아와서 미안해요. 이젠 다 좋아질 거예요."자기를 안심시키는 전동하의 손길에 그녀는 울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오늘 그녀는 감정 기복이 너무 컸다.최후의 이성을 가까스로 움켜잡은 그녀는 전동하가 건네준 약을 받아들여 입 안에 넣고 물을 삼켰다.평소 그녀는 약이 보이면 먹고 까먹으면 안 먹었다.전동하가 돌아왔기에 그녀의 마음은 한결 안정감을 찾았다.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우울증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인구 중 절반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단지 우울증이 오게 된 계기와 증상이 다를 뿐이었다.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으니까.소은정의 시선을 느낀 전동하는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씻고 올게요."깔끔한 성격이었던 그는 부엌에서 혹시라도 냄새가 배었을까 봐 씻고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소은정은 실망한 듯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못한 채 잡지를 들고 침대로 터덜터덜 걸어갔다.전동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몸이 불편하게 된 전동하는 다시 돌아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여생을 이곳저곳 떠돌면서 살 줄 알았다.다행히 다시
한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소은정은 잠에서 깨었다.그녀를 안고 있는 전동하의 팔은 따뜻하면서도 단단했다.모든 순간들이 그녀의 뇌리에 각인되었다.혹시나 이 모든 게 꿈일까 봐 두려웠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 전동하의 얼굴부터 확인했다.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전동하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고 그녀는 강제로 그의 가슴팍에 엎드리게 되었다. 넘어지면서 그의 다리를 건드린 소은정이었다.순간 몸으로 전해진 고통에 전동하가 눈을 떴다.순간 잘못된 걸 감지한 그녀는 서둘러 일어나 이불 안을 들추어 보았다.하지만 전동하는 한 손으로 이불을 꽉 잡고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겼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가 나긋하게 말했다."아침부터 뭐 하는 거예요?"소은정은 울상을 지었다."내가 다리 건드렸어요, 아프죠?""괜찮아요."그는 위로하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미안함에 입을 꾹 닫은 소은정이었다.전동하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일어나서 침대에 기대어 한숨을 쉬었다."조금 아팠어요. 발길질을 당한 것 같았어요. 금방 나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소은정은 두 눈을 깜빡이며 초조하게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요? 약 먹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병원 갈까요?"전동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해외에서 재활 기기를 갖고 왔어요. 부엌쪽에 있는 방에 있어요. 매일 재활 운동하면 아프지 않아요. 걷는 게 조금 불편할 뿐이지."의사는 그에게 평소에 될수록 도보를 하지말라고 했다. 하지만 전동하는 자기를 아무것도 못 하는 폐인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날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유리로 보지 말아요. 깨지지 않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단지.. 재활치료는 아주 오랜 기간 해야 하는 거니까....당신이 날 싫어할까 봐 걱정이에요."아무렇지 않게 한 말이라고 그 의미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었다.그녀는 그제야 전동하가 신경 쓰는 게 어떤 건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귀국하고도 그녀를 찾아오지 않은 이유를,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이유를, 신분을 숨긴 이유는 전부
전동하는 레스토랑 직원에게 연락해 셰프에게 식사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소은정은 몇 차례 이곳에 왔었다. 모두 혼자 온 것이긴 하지만.전동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소은정은 여전히 어색했다.둘 사이의 진전이 너무 빨랐던 탓에 그녀는 전동하의 행동에 매번 깜짝 놀랐다.레스토랑 직원들이 자연스레 그들을 맞이했다."사장님, 예약하신 자리 준비되었습니다."고개를 끄덕인 전동하는 그들에게 소은정을 소개했다."여긴 제 아내예요.""사모님, 안녕하세요."직원들은 놀랐지만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응대했다.곧 레스토랑 전체에 그녀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유일한 VIP 회원님이 사장님의 부인이셨네요!""그 단골이죠? 예쁘신 분?""둘이 화해했나 봐요!""최나영이 중간에서 훼방을 놓은 줄 알았다니까요!"...이번 방문은 기존의 방문과 달랐다.소은정은 가족들과 함께 온 것이다.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최나영이 보이지 않아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역시 한 번 뱉은 말은 잘 지킨다니까.'그녀는 전동하를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전동하는 남녀관계에서 지켜야 할 선을 정확히 알고 잘 지켰다.서로의 마지노선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고 마지노선을 지키지 않을 시 따르는 책임에 대해도 잘 알고 있었다.새봄이와 준서는 분수대 앞에 쪼그려 앉아 물고기를 구경하고 있었다.소은정은 혹시나 미끄러질 아이들이 걱정되어 자리로 데려올 생각이었다.하지만 전동하가 그녀를 제지하며 따뜻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주위에 미끄럼 방지 카펫을 깔아둬서 넘어지지 않을 거예요."자세히 바라보니 분수대는 지난번과 달랐다. 소은정은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했다."조심해서 놀아."새봄이와 준서는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물고기한테 시선을 돌렸다.전동하는 그녀를 데리고 레스토랑의 2층을 올라갔다.입맛이 별로 없었던 그녀는 전동하가 쉬었던 곳에 오히려 더 관심을 가졌다.전동하는 그녀를 데리고 자기가 지냈던 방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