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압박감은 박수혁에게서 느꼈던 것과는 달랐다.박수혁의 분노는 자신에 대한 우월감, 그리고 타인을 무시하는 그런 성격 때문에 생긴 분노였다.하지만 전동하는 달랐다. 그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에게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느끼게 했다.태생이 귀티 나는 사람. 그게 전동하였다.송지학은 그의 앞에 서면 저도 모르게 위축되는 자신을 발견했다.박수혁처럼 감정만 앞세워서 일단 저지르고 보는 사람이랑은 완전히 달랐다.송지학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다가가서 새봄이와 준서의 손을 잡았다.“저는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다음에 봐요.”말을 마친 그는 뒤돌아서려다가 다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전동하를 바라봤다.“저기… 저와 소 대표님 사이는 오해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형 인맥으로 SC에 인턴으로 입사했어요. 저는 절대 대표님 애인이 아닙니다!”그는 전동하에게 오해 받기 싫었다.그 말을 들은 전동하는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그럼 수고하세요.”말을 마친 그는 새봄이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안녕, 새봄아.”새봄이는 아쉬움이 그득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잘 있어, 아빠.”“잘 있어요, 양아빠.”준서도 같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전동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점차 웃음을 거두었다.행복은 분명 앞에 있는데 그는 손을 뻗어 잡을 수 없었다.이런 느낌에 그는 다시 한번 좌절감을 맛봤다.그는 그들의 뒷모습이 사라진 뒤에야 휘청거리듯 걸음을 뗐다.최나영은 달려와서 지팡이를 그에게 건넸다.“사장님….”전동하는 지팡이를 잡고 길게 심호흡한 뒤, 조용이 뒤돌아서서 계단으로 향했다.최나영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분명 모든 걸 가졌는데 눈앞의 아내에게 다가가서 말조차 건넬 수 없는 그의 처지가 안타까웠다.그 여자가 말없이 떠난 뒤로 전동하는 괴로움에 몸서리치고 있었다.한편, 차로 돌아온 소은정은 멍한 차창을 통해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충전기를 연결한 뒤, 그녀는 도망치듯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일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그녀는 간단히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소은정은 정신과에서 처방 받은 약을 먹은 뒤, 다시 자리에 누웠다.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인데 둘 사이에 무언가 커다란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송지학은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 전혀 부부 같지 않았다.그들 사이에는 분명 문제가 생겼다.이게 이상했다.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의 팔뚝을 바라보았다. 자해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팔뚝에는 칼로 그었던 자국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최근에는 긴팔만 입고 다녔다.여름이 아니라 다행이었다.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다음날.전날 아빠를 만나서 기분이 좋았던 새봄이는 늦잠을 자지 않고 오랜만에 일찍 일어났다. 아이는 눈 뜨자마자 전동하에게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소은정은 그런 딸을 어르고 달래서 겨우 학교에 보냈다.“내일 토요일이잖아. 내일은 네가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 하지만 오늘은 학교에 가야 해. 새봄이 억지 안 부리기로 엄마랑 약속했잖아.”새봄이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아빠를 보러 가겠다는 아이의 결심은 확고했다.소은정마저 아이에게 속았다.그녀는 직접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회사로 돌아갔다.하지만 엄마가 떠나자마자 아이들은 학교에서 빠져 나왔다.학교 담벼락에 구멍이라도 있는 건가?한편 회의를 마치고 나온 소은정은 구석에서 무언가 의논하고 있는 우연준과 윤이한을 보았다.윤이한을 보자마자 소은정은 그 사람이 떠올랐다.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사무실로 들어갔다.우연준과 윤이한도 뒤를 따랐다.“대표님, 윤 비서님께서 전인그룹에 대해 보고할 게 있다고 하네요. 대표님이 결정을 해주셔야 할 일이 좀 있어서요.”윤이한은 서류를 공손히 소은정에게 건넸다.소은정은 서류를 받으며 그의 안색을 살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
윤이한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전동하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그는 지팡이를 짚고 불편한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전동하를 보고 웃음을 거두었다.다리가 왜 저러지?전동하는 여전히 무감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직원 유니폼을 입은 여자가 그 모습을 보고 급히 그에게 다가갔다.“사장님.”전동하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힐끗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직원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한번 바라보고 뒤로 물러섰다.윤이한은 그제야 왜 소은정이 전동하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전혀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는지 알 것 같았다.무거운 정적이 흘렀다.아래층으로 내려온 전동하는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고는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따라와요.”윤이한은 급히 그 뒤를 따라갔다.그는 불편해 보이는 전동하의 뒷모습을 보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그에게서는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침울하고 무기력한 모습이 보였다.윤이한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전동하는 정원을 내다볼 수 있는 창가에 위치한 자리에 앉았다. 윤이한은 여전히 자리에 서서 착잡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전동하가 손짓하며 말했다.“앉아요.”자리에 앉은 윤이한이 물었다.“대표님, 언제 돌아오셨어요? 저는 대표님이….”전동하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끊었다.“내가 죽은 줄 알았어요?”윤이한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모두가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사모님은 대표님이 돌아가셨을 리 없다고 항상 말씀하셨거든요.”전동하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윤이한은 아까 봤던 그 직원이 떠올랐다.전동하와 주고받던 그 눈빛을 보면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그는 소은정이 안쓰럽고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대표님이 이러시면 안 되죠.’가장의 책임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소은정은 그를 위해 많은 희생을 했다. 그걸 안다면 당연히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게 옳지 않을까?아까 본 직원은 몸매는 꽤 봐줄만 했지만 그냥 평범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여자에게 전동하를 빼앗긴 소은정은 어떤 심정일까?윤이한은
전동하는 우울증을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심장이 짓이기는 것처럼 아팠다.윤이한이 말했다.“저도 우 비서한테 들은 거라 자세한 상황은 몰라요. 사모님 혼자 정기적으로 정신과 방문한다고 하더라고요.”“담당 의사가 누군지 알아보세요.”전동하가 담담히 말했다.“네.”윤이한은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그가 소은정에게 신경 쓰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윤이한을 보낸 뒤, 전동하는 의자에 앉아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최나영은 그에게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사장님, 들어가서 쉬세요. 여기서 잠들면 감기 걸려요.”전동하는 인상을 쓰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최나영 씨, 이제 떠나도 좋다고 말한 것 같은데요.”최나영은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그에게 말했다.“제가 뭘 또 잘못했나요? 사장님, 저 오갈데 없어요. 귀국해도 마땅히 일할데도 없고요. 이 다리로 어딜 가서 일자리를 구하겠어요.”그녀는 울먹이며 매달렸지만 전동하의 표정은 단호했다.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국내는 장애인 복지가 좋다고 들었어요. 필요하면 내가 일자리를 알아봐 줄 수도 있어요.”최나영은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입술을 덜덜 떨었다.“저는… 제가 장애인이라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이 저를 불쌍하게 바라보는 것도 싫어요. 제가 더 열심히 할게요, 사장님.”그녀는 같은 장애인으로써 전동하도 자신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거라 생각했다.전동하는 피곤한 듯, 이마를 짚더니 짜증스럽게 말했다.“이 가게 처음부터 오래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러니까 나영 씨도 더 늦기 전에 일자리를 구해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사장님이 어딜 가든 저는 따라갈게요. 사장님은 제 목숨을 구해주신 은인이세요. 평생 사장님 말만 따를 거에요!”최나영은 당황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또박또박 했다.전동하는 착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최나영 씨, 난 고용인도 필요하지 않고 나영
“아닙니다. 주소를 제대로 찾아와서 다행이네요. 애들이 거리에서 위험하게 택시를 잡고 있길래 경찰서에 데려가려다가 아이들이 아버님이랑 연락하고 가는 거라고 해서 데려왔어요.”택시기사는 쑥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전동하는 표정을 풀고 지갑에서 오만 원권 지폐를 몇 장 꺼내 그에게 건넸다.“어쨌든 감사합니다.”택시기사는 지폐 한 장만 주머니에 넣고 나머지를 그에게 도로 건넸다.“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어요. 5만원이면 충분합니다.”말을 마친 그는 바로 걸음을 돌렸다.택시기사를 보낸 뒤, 전동하는 진지한 표정으로 새봄이와 문준서를 바라봤다.문준서는 잘못을 알고 얌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하지만 새봄이는 잘못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아빠 만나서 좋다고 그에게 매달렸다.아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아빠, 우리 정말 똑똑하지 않아?”전동하는 잠시 침묵하다가 자세를 숙이고 새봄이를 안으며 말했다.“앞으로는 그러지 마.”그는 문준서를 바라보며 정색해서 말했다.“만약 너희들이 만난 택시기사가 나쁜 사람이었으면 어땠을 것 같아?”문준서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사실 아침에 양엄마도 절대 땡땡이 치지 말라고 당부하셨는데 새봄이가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고 해서….”전동하는 움찔하며 착잡한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았다.“앞으로는 그러지 마. 준서 너도 동생이 억지 부릴 때 다 들어줄 필요는 없어. 계속 애 오냐오냐 하면 지혁이한테 맡길 거야.”문준서는 새봄이의 무리한 요구에도 절대 거절하는 법을 몰랐다. 이런 상황이 계속 지속되면 새봄이에게도 좋을 거 하나 없었다.문준서는 고개를 들고 정색하며 말했다.“제가 잘못했어요.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게요.”새봄이는 불만스럽게 입을 삐죽 내밀었다.“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단 말이야.”전동하는 화가 사르르 풀렸지만 정색하며 말했다.“학교 끝나고 와도 되잖아. 주말에 아빠한테 전화하면 바로 데리러 갔을 거야. 엄마는 너 여기 온 것도 모르시는데 너 사라졌다고 걱정할 사람들이 수두룩해
목적지에 도착하자 김하늘은 먼저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그녀는 약간 수상함을 느끼고 있었다.비슷한 규모의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인테리어가 아주 화려했다.“어서 오세요. 몇 분이시죠?”“두 명이요.”“이쪽으로 오세요.”직원의 안내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한편 최나영은 멀리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는 전동하를 바라보았다.전동하는 사랑스럽게 생긴 여자아이가 원하는 건 거의 다 들어주고 있었고 아이한테 말할 때면 목소리조차 부드럽게 바뀌었다.부모의 예쁜 곳만 빼다 닮은 새봄이는 정말 미치게 사랑스러웠다.크고 맑은 눈동자와 긴 속눈썹, 그리고 웃을 때 생기는 보조개까지 어디 하나 안 예쁜 구석이 없었다.전동하의 재활 시간이 다가왔다. 그의 방에는 해외에서 가져온 재활 기구들이 있었는데 매일 40분에서 한 시간씩 재활 운동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오늘은 뜻하지 않게 새봄이와 준서가 찾아와서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가 점점 지쳐갈 때쯤, 참다못한 최나영이 다가가서 애들 봐줄 테니 다녀오라고 말했다.전동하는 한참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애들한테 뭘 해줄 필요는 없어요. 그냥 놀다가 다치지 않게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돼요.”최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전동하는 새봄이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아빠 갔다 올 테니까 여기서 놀고 있어.”새봄이는 분수대에 있는 관상어에 정신이 팔려 흔쾌히 수락했다.문준서도 옆에서 가슴을 치며 말했다.“양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전동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절뚝거리며 방으로 향했다.최나영은 다가가서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지만 놀이에 빠진 아이들은 응대해 주지 않았다.최나영은 전동하의 딸과 가깝게 지내고 싶었다.그녀는 그와 관련된 모든 것에 관심이 갔다.“아가, 나가서 놀래?”만약 오늘 애들한테서 좋은 평가를 듣는다면 전동하가 자신을 쫓아내지 않을 수도 있었다.문준서가 정색하며 말했다.“서빙 이모, 아빠는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말라고
그 순간 놀란 새봄이가 드디어 울음을 터뜨렸다.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고통에 아이는 겁에 질렸다.새봄이는 소은정의 목을 꽉 끌어안고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긴장감이 풀린 소은정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그녀는 아이의 등을 다독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새봄이 괜찮아. 엄마랑 병원 가자.”말을 마친 그녀는 아이를 안고 냅다 밖으로 뛰었다.남은 사람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한편 재활 운동을 하고 피곤한 몸을 끌고 밖으로 나온 전동하는 아이를 안고 뛰어가는 소은정을 보고 다급히 다가왔다.남아 있는 문준서와 김하늘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그는 다가가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죠?”고개를 들고 전동하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김하늘은 아까부터 들었던 수상한 느낌의 근원을 알아챘다.최나영이 아이에게 사탕을 먹인 모습이 떠오르자 그녀는 분노가 치밀었다.김하늘은 굳은 표정으로 전동하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아니 어떻게 아이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맡길 수 있죠? 이 여자가 새봄이한테 사탕 먹였다가 목에 걸려서 큰일 날 뻔한 거 알아요? 이제 만족해요? 일부러 그런 거예요? 정말 수치심도 모르고 양심도 없는 인간들은 다른 사람한테 피해주지 말고 나가서 죽어 버렸으면 좋겠네요! 새봄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가만히 안 넘어갈 줄 알아요!”그녀는 전동하를 확 쏘아보고는 밖으로 나갔다.전동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최나영은 고개를 푹 숙이고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하듯 말했다.“사장님, 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애랑 좀 친해지려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이런 사고가 날 줄 알았으면 사탕으로 아이를 유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전동하는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서 지팡이를 가지고 나왔다.문준서도 많이 놀랐는지 울고 있었다.소은정은 이미 새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출발했다.준서는 자기가 새봄이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큰 죄책감을 느꼈다.아래층으로 내려온 전동하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최나영을 무시하고 곧장 문준서에게 다가
문준서가 안으로 달려들어갔다.전동하는 밖에서 잠자코 기다렸다.소은정을 볼 때마다 숨막히는 아픔이 느껴졌다.다가가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는 자신을 비난하는 그녀의 눈빛을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녀의 동정 어린 시선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주변 사람들은 잘 숨긴다고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서 무심결에 흘러 나오는 동정심이 그를 불편하게 했다.그는 소은정의 눈에서도 같은 감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 의사가 새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아이는 많이 놀랐는지 아직도 눈물을 글썽이며 흐느끼고 있었다.소은정과 전동하를 본 아이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아빠, 안아줘.”새봄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전동하를 향해 손을 뻗었다.전동하는 안쓰러운 마음에 얼른 아이를 품에 안았다. 아빠 품에 안긴 아이는 목을 꽉 끌어안고 훌쩍였다.의사가 말했다.“사탕이 목에 걸려서 목안에 상처를 좀 냈어요. 그래도 응급처치를 잘해서 다행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어요. 조금만 늦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소은정은 그때 상황만 떠올리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감사합니다.”“목안에 상처가 났으니 침에 피가 섞여 나올 수도 있어요. 최근 며칠간은 각별히 주의해 주세요. 너무 딱딱한 것도 먹이지 말고 죽이나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주세요.”의사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이 나이대 애들 보기 참 힘들죠? 그래도 어른들이 신경을 좀 더 써야 해요. 이렇게 어린애한테 알사탕이라뇨. 애가 떼를 부려도 차라리 다른 간식을 주는 게 나아요.”소은정은 말없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전동하의 얼굴도 싸늘하게 식었다.옆에 있던 김하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선생님. 평소에는 항상 조심하는데 이번에는 사고였어요.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 다른 약은 안 먹어도 되나요?”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소염제만 처방할게요. 저를 따라오세요.”“네.”김하늘은 의사를 따라 자리를 떴다.자리에 남은 문준서는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