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새봄은 신나서 소리를 질렀다. 그곳에는 작은 분수가 있었고, 그 안에는 물고기 몇 마리가 보였다.물고기들은 귀엽게 헤엄치고 있었다.문준서는 신나서 뛰어갔고 남자아이도 뒤따라갔다.남자아이가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나랑 같이 놀자. 나한테 장난감이랑 간식 엄청 많아!”전새봄이 물었다.“장난감 뭐 있는데?”문준서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뭐가 있어도 안 돼.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야!”“우리 아빠는 회사 대표이고 우리 별장에서 살아. 우리 엄마는 완전 예뻐. 나랑 놀고 싶어 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얼핏 보아도 남자아이는 좋은 집안에서 응석받이로 자란 티가 났다.전새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별장이 뭐야? 프랑스에 있는 우리 캐슬보다 더 커?”문준서는 전새봄의 유치한 물음에 어이가 없었다.“외할아버지네 장원보다 좀 작은 거!”남자아이는 화가 난 듯 두 아이를 노려보았다.“우리 엄마는 연예인처럼 예뻐!”전새봄은 갑자기 승부욕이 활활 타올랐다.“우리 엄마가 더 예뻐. 우리 엄마는 눈이 세 개고 다리도 다섯 개나 있어!”그 말에 남자아이는 흠칫하더니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우리 엄마는 온몸이 다 다리야, 게다가 꼬리도 있다? 밤이면 나와……”송지학은 아이들이 다투는 모습을 재미있게 바라보았다.그런데 그들의 대화는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두 아이가 말다툼하는 그때, 문준서는 갑자기 뭔가 발견한 듯 머리를 들었다.“어, 저기…”문준서가 큰 소리로 말했다.전새봄의 주의력은 이내 이전되었고, 위층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그림자는 순식간에 뒤돌아 가버렸다.전새봄은 그 그림자의 뒷모습을 향해 폴짝 뛰며 큰 소리로 외쳤다.“아빠, 아빠……”전새봄은 너무 기뻐서 눈이 휘둥그레졌다.안으로 뛰어 들어가려는 데, 몇 사람이 나왔다.최나영과 몇 사람이 문을 가로막고 서서 예의 바른 표정으로 송지학을 바라보았다.“혹시 아이들 보호자 되세요? 안에 손님들이 밖이 너무 시끄럽다고 컴플레인을 거는 바람에… 죄송하
전새봄의 달콤한 말은 듣는 사람을 사르르 녹게 해준다.한시연은 꽃다발을 받아 들고 전새봄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새봄이 어린이, 고마워. 너무 맘에 들어!”문준서의 손을 잡고 병실로 들어오는 소은정의 모습에 소은호는 어리둥절해졌다.“학교 벌써 끝났어? 지혁이는?”소은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 두 어린이는 오후에 땡땡이치다가 도로 잡혀 왔어!”소은호는 멈칫하더니 문준서와 전새봄을 힐끗 보았다.“맞아, 이분은…”소은정은 뒤에 있는 송지학을 가리켰다.송지학은 공손하게 문 앞에 서서 병실로 들어오지 않고 말했다.“소 대표님, 처음 뵙겠습니다. 송지학입니다.”소은호는 그제야 반응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아요, 강열이한테서 얘기 들었어요. 은정이 비서로 참 고생이 많으시네요. 정 아니다 싶으면 다른 부서로 옮기는 건 어때요?”소은호의 치렛말에 송지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 대표님, 별말씀을요. 저 대표님 옆에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그거면 충분해요. 급히 오다 보니 빈손으로 왔네요. 죄송해요. 소 대표님, 그럼 사모님과 소 대표님에게 행운이 따르길 바랄게요.”“고마워요.”송지학은 소은정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대표님, 그럼 저 먼저 퇴근할까요?”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살펴 들어가세요.”“네.”인사를 마친 송지학은 깔끔하게 자리를 비켜줬다. 더 많은 교류나 대화로 선을 넘지 않았으며 비호감을 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소은호가 병원에서 머무는 목적은 한시연을 돌보기 위함인데, 만약 누군가 방해하면 소은호가 아무리 내색하지 않는다고 해도 불쾌할 것이다.하지만 송지학의 행동은 소은호에게 한 치의 반감도 주지 않았다.오히려 단순하지만 세상 물정을 잘 아는 느낌이 들었다.송지학이 떠나고 소은호는 병실 문을 닫더니 소은정에게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냈다.“아버지가 너한테 소개해 준 맞선 상대야?”소은정은 혀를 끌끌 차더니 문준서와 전새봄에게로 갔다.다행히 아이들의 관심은 갓 태어난 소지율에게 쏠려 있어 그
최나영은 같은 처지의 사람으로서 그에게 친근감을 느꼈다.그녀는 불구가 된 다리를 끌고 그를 따라갔다.더 이상 모델을 할 수 없게 된 그녀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학벌도, 재능도 없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모델 업계에 끌려온 그녀는 한때는 그래도 잘나가는 모델이었다.하지만 점차 인기가 사그라들었다.그녀는 서구적인 이목구비로 해외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국내에서 그리 인기 있는 모델은 아니었다.게다가 그녀는 국내에 우호적이지 않은 브랜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국내 팬들의 공분을 샀다.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그녀의 이미지는 끝없이 추락했다.이 업계에서 그녀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은 많고도 많았다.계속 이 업계에 남는다고 해도 그녀가 다시 재기할 기회는 없었다.얼마 전에 얼굴 복원 수술을 받은 전동하는 표정이 자연스럽지 않았다.그는 차가운 얼굴로 그녀에게 따라다니지 말라고 말했지만 최나영은 그의 뒤만 졸졸 쫓아다녔다.그녀가 불쌍해 보였던 건지, 전동하는 사람을 시켜 그녀에게 의족을 선물했다.퇴원하던 날, 최나영은 귀국하고 싶다고 말했다.전동하는 별다른 말없이 그녀를 따라 귀국했다.그와 함께한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그녀는 전동하가 사실은 겉으로 보는 것처럼 매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한걸음 더 다가서려고 하면 그는 마음을 굳게 닫아버리고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그들이 처음 이곳에 S 레스토랑을 개업했을 때, 그녀는 그에게 S의 의미에 대해 물은 적 있었다.그는 아내의 이니셜이라고 답했다.그 말을 들은 최나영은 머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유부남이었구나….’장애인으로서 동질감을 느껴서인지 그녀는 가족들에게서 멀리 떨어지려는 전동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멀리 있는 그의 아내에 비하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장애인이 된 남편을 버린 사람인데 그에게 미래를 줄 수 있을까?하지만 소은정이 처음 레스토랑을 방문했을 때, 최나영은 넋을 잃은 전동하의 표정을 봤다.그는 긴장하고
입꼬리가 귀에 걸렸던 송지학은 그 말을 듣고 다시 입을 다물었다.‘자상 같은 소리하네!’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송지학은 차에서 내린 뒤, 새봄이만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뒤에 남은 준서는 짧은 다리로 다급히 그들을 쫓아갔다.소은정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며 문준서의 손을 잡아주었다.그리고 그 모습은 그들을 지켜보던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근처에 미팅이 있어 나왔던 박수혁은 화기애애한 그 모습을 보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 없었다.그는 신경질적으로 송지학을 노려보았다.아이들에게 접근을 허용하는 걸 보면 보통관계는 아닌 것 같았다.멀리서 보면 마치 가족처럼 평화로운 모습이었다.“박 대표님, 들어가시죠.”옆에 있던 고객사 직원이 그를 안으로 안내했다.박수혁은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길게 심호흡한 뒤, 감정을 추슬렀다.“죄송하지만 제가 급한 일이 있어서 다음에 다시 얘기하시죠.”그는 상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S레스토랑으로 다가갔다.한편, 새봄이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메뉴판을 바라보며 환호를 질렀다.“엄마, 정말 우리 이거 먹어? 정말이야?”소은정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옆에 있던 송지학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도 막 군침이 도네요. 대표님, 이따가 저녁에도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릴까요?”소은정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좋죠!”어차피 혼자서 이 장난꾸러기들을 감당하기 버거웠다.그녀는 항상 앉던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아이들은 생각보다 얌전했다.최나영이 다가와서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어서오세요, 은정 씨.”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인 뒤,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애들 데리고 와서 좀 떠들썩할 텐데 다른 손님들 방해는 하지 않도록 주의할게요.”최나영은 웃으며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새봄이를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얼굴이 너무 닮아 있었다.그녀는 다시 시선을 거두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지금은 손님도 별로 없고….”그러는 사
송지학은 얄밉게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소은정에게 고개를 돌렸다.소은정이 그에게 말했다.“가서 새봄이랑 준서 좀 보고 있을래요?”송지학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그는 일부러 박수혁의 염장을 질렀다.송지학이 떠나고 자리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박수혁은 짜증스럽게 송지학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말했다.“싼 티가 너무 나는데 어디 업소에서 돈 주고 데려왔어?”소은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아무리 차분한 사람이라고 해도 억지로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에게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여긴 공공장소였고 그녀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기 싫었다.그녀의 인내심이 점점 바닥나고 있었다.“박수혁, 그만 좀 해. 내가 누구랑 같이 밥을 먹든 그건 내 자유야!”박수혁은 기가 차다는 듯이 웃었다.“자유?”그는 광기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다가 손을 뻗어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소은정, 난 너한테 충분히 자유를 줬다고 생각해. 어차피 전동하는 안 돌아올 테니까 너도 이만 포기하고 운명을 받아들여.”박수혁의 눈가에 살기가 스쳤다.과거의 그는 전동하에게 완전히 패배하고 물러났다. 그는 자신이 포기하는 게 그녀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전동하가 사라진 지금 그녀가 다른 남자와 가족처럼 화기애애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자 배알이 뒤틀렸다.그럼 매번 잘해보겠다고 다가갔다가 거절당한 나는 뭐지?서운함, 답답함, 질투, 온갖 감정이 모여 그의 이성을 집어삼켰다.그는 언젠가 그녀가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지?언제까지 그는 뒤에서 그녀가 다른 남자와 손 잡고 웃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하지?그럴 수는 없었다.소은정은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힘에 부쳤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지금 뭐 하자는 거지?”그는 냉소를 지으며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더 이상 착한 사람 흉내는 사양이었다.전동하처럼 자상하고 부드러운 남자를 연기하고 싶었으나, 그는 결국 박수혁이었다.그는
레스토랑을 나서자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쓸었다.조금 전, 그는 웬 얼굴만 번지르르한 놈이 소은정 옆에 있는 꼴을 보고 이성을 잃었다.그런데 전동하를 본 순간, 모든 걸 내려놓았다.그가 아무리 그녀에게 집착하고 다가가려고 해도 전동하가 나타난 이상 그 누구에게도 기회가 안 돌아갈 것이다.레스토랑 내부에도 정적이 흘렀다.1분이 1년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최나영은 직원들을 밖으로 물렸다.전동하는 뚫어지게 소은정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건네야 할 것 같은데 아무런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녀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녀 역시 무방비한 상태로 있다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그는 어떻게 장애인이 된 자신의 상황을 해명해야 할지 막막했다.앞으로 어쩌면 그녀를 안아줄 수도 없는데 그녀는 어떤 눈으로 그를 바라볼까?복잡한 감정에 목이 메었다.이때, 새봄이와 준서가 재잘거리며 밖으로 나왔다.멀리서 아빠를 알아본 새봄이가 준서의 손을 놓고 전동하에게 뛰어왔다.아이는 전처럼 아빠가 자신을 안아줄 줄 알았다.“아빠, 아빠….”새봄이는 눈을 반짝이며 아빠를 바라봤다.하지만 자신에게 달려온 아이를 전동하는 당황한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었다.그는 소은정에게 시선을 돌렸다.소은정은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밖으로 나갔다.뒤따라온 송지학도 당황했다.“대표님!”“이제 그만 돌아가요.”“네….”송지학은 고개를 돌려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새봄이는 잔뜩 흥분해서 전동하에게 매달렸지만 전동하의 온 신경은 소은정에게 향해 있었다.그는 뒤따라가려다가 침통한 표정으로 걸음을 멈추었다.그에게서 등을 돌렸다는 건 이런 그를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의미가 아닐까?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발바닥이 땅에 붙은 것처럼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새봄이가 그의 바지가랑이를 잡아당겼다.“아빠, 왜 새봄이가 왔는데 안 안아줘? 새봄이는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어. 그런데 아빠 얼굴이 또 변했네?”
이런 압박감은 박수혁에게서 느꼈던 것과는 달랐다.박수혁의 분노는 자신에 대한 우월감, 그리고 타인을 무시하는 그런 성격 때문에 생긴 분노였다.하지만 전동하는 달랐다. 그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에게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느끼게 했다.태생이 귀티 나는 사람. 그게 전동하였다.송지학은 그의 앞에 서면 저도 모르게 위축되는 자신을 발견했다.박수혁처럼 감정만 앞세워서 일단 저지르고 보는 사람이랑은 완전히 달랐다.송지학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다가가서 새봄이와 준서의 손을 잡았다.“저는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다음에 봐요.”말을 마친 그는 뒤돌아서려다가 다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전동하를 바라봤다.“저기… 저와 소 대표님 사이는 오해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형 인맥으로 SC에 인턴으로 입사했어요. 저는 절대 대표님 애인이 아닙니다!”그는 전동하에게 오해 받기 싫었다.그 말을 들은 전동하는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그럼 수고하세요.”말을 마친 그는 새봄이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안녕, 새봄아.”새봄이는 아쉬움이 그득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잘 있어, 아빠.”“잘 있어요, 양아빠.”준서도 같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전동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점차 웃음을 거두었다.행복은 분명 앞에 있는데 그는 손을 뻗어 잡을 수 없었다.이런 느낌에 그는 다시 한번 좌절감을 맛봤다.그는 그들의 뒷모습이 사라진 뒤에야 휘청거리듯 걸음을 뗐다.최나영은 달려와서 지팡이를 그에게 건넸다.“사장님….”전동하는 지팡이를 잡고 길게 심호흡한 뒤, 조용이 뒤돌아서서 계단으로 향했다.최나영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분명 모든 걸 가졌는데 눈앞의 아내에게 다가가서 말조차 건넬 수 없는 그의 처지가 안타까웠다.그 여자가 말없이 떠난 뒤로 전동하는 괴로움에 몸서리치고 있었다.한편, 차로 돌아온 소은정은 멍한 차창을 통해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충전기를 연결한 뒤, 그녀는 도망치듯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일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그녀는 간단히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소은정은 정신과에서 처방 받은 약을 먹은 뒤, 다시 자리에 누웠다.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인데 둘 사이에 무언가 커다란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송지학은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 전혀 부부 같지 않았다.그들 사이에는 분명 문제가 생겼다.이게 이상했다.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의 팔뚝을 바라보았다. 자해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팔뚝에는 칼로 그었던 자국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최근에는 긴팔만 입고 다녔다.여름이 아니라 다행이었다.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다음날.전날 아빠를 만나서 기분이 좋았던 새봄이는 늦잠을 자지 않고 오랜만에 일찍 일어났다. 아이는 눈 뜨자마자 전동하에게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소은정은 그런 딸을 어르고 달래서 겨우 학교에 보냈다.“내일 토요일이잖아. 내일은 네가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 하지만 오늘은 학교에 가야 해. 새봄이 억지 안 부리기로 엄마랑 약속했잖아.”새봄이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아빠를 보러 가겠다는 아이의 결심은 확고했다.소은정마저 아이에게 속았다.그녀는 직접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회사로 돌아갔다.하지만 엄마가 떠나자마자 아이들은 학교에서 빠져 나왔다.학교 담벼락에 구멍이라도 있는 건가?한편 회의를 마치고 나온 소은정은 구석에서 무언가 의논하고 있는 우연준과 윤이한을 보았다.윤이한을 보자마자 소은정은 그 사람이 떠올랐다.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사무실로 들어갔다.우연준과 윤이한도 뒤를 따랐다.“대표님, 윤 비서님께서 전인그룹에 대해 보고할 게 있다고 하네요. 대표님이 결정을 해주셔야 할 일이 좀 있어서요.”윤이한은 서류를 공손히 소은정에게 건넸다.소은정은 서류를 받으며 그의 안색을 살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