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갑자기 누군가 강한 힘으로 그녀를 잡아당겨 일으켜 세웠다.다음 순간.“정말 너야?”박수혁의 목소리는 그녀를 자기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주었다.소은정은 잠시 침묵하더니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네가 어떻게 여기에?”그녀는 얼굴을 돌린 채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박수혁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박수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다친 손을 찬찬히 보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의 다친 손은 그를 마음 아프게 했다.“오후 회의 때문에 이곳을 지나가는 중이었어. 근데 어떻게 된 거야, 비서와 기사는?”박수혁은 애써 무뚝뚝하게 말하려고 했지만 자꾸만 선을 넘었다.소은정은 손을 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 보였다.“실수로 넘어졌을 뿐이야. 추돌 사고가 일어나서 우 비서가 뒤에서 처리하고 있어. 난 길이 막히다 보니 스쿠터를 탔는데 실수로 계단에 부딪혔지, 뭐야.”그녀는 이렇게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됐었다.그녀는 그저 무의식적으로 전동하의 존재를 지켜주고 싶을 뿐이다.그녀의 설명에 기분이 좋아진 박수혁의 눈동자에는 빛이 반짝였다.그제야 그녀는 안색이 조금 좋아졌다.이때 뒤에서 시끄러운 경적이 들려왔다.박수혁의 차는 마침 길 중간에서 다른 차량이 오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소은정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이내 허리를 굽혀 스쿠터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박수혁은 그녀를 제지했다.“일단 타, 이 상태로 스쿠터는 무리야.”“괜찮아.”소은정은 애써 웃었다.하지만 박수혁은 그녀를 억지로 차에 태우고 손을 저었다.이한석은 운전석에서 내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정말 소 대표님 맞네요?”이한석은 그저 눈에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여 박수혁의 “좋은 일”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아무래도 이해할 수 있으니 말이다.그런데 진짜 소은정이라니!소은정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거부하지 않았다. 뒤에서 지속해서 울려오는 소음에 그녀는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게다가 지금의 컨디션에
맛만 보는 것일 뿐, 소은정은 남을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게다가 그녀의 목적도 식사가 아니다.종업원은 뭔가 말하려다가 소은정이 메뉴판을 건네주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메뉴판을 들고 자리를 떠났다.종업원은 최나영에게 다가와 그들의 주문서를 보여주며 말했다.“소 대표님 이렇게 많이 어떻게 드신다고 주문했을까요? 게다가 사장님 혼자서 이 많은 요리를 다 할 수 있을까요?”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쓰던 최나영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곧장 소은정에게 걸어갔다.소은정은 반창고를 붙인 손을 의자에 올려놓았다. 햇빛이 가느다란 손을 밝게 비추자 그녀의 손은 마치 진열장에 올려놓은 예술품처럼 반짝였다. 그 손은 아주 편안하고 걱정거리가 없어 보였다.이 순간 그녀는 맞은편에 앉은 남자의 말을 무심하게 듣고 있었다.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고 있는 남자의 눈빛에는 그녀를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 게다가 남자는 아주 조심스러웠다.“그러니까, 아까 그 프로젝트에 관심 있어? 네가 원한다면 우리 협력할까?”최나영은 그들의 대화를 방해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이미 가까이 다가왔고 소은정은 고개를 약간 돌려 그녀를 보았다.뒤돌아서기엔 이미 늦었다.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더 가까이 다가왔다.소은정의 시선은 그녀의 발로 향했으며, 그녀의 단화를 보더니 눈이 반짝였다.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최나영이 가까이 오자 박수혁은 하던 말을 멈추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최나영은 깊은 숨을 내쉬며 적절한 미소를 유지했다.“잠시 실례할게요. 소 대표님, 주문이 너무 많으시더라고요. 점심에 음식 회사로 보내 드렸는데 혹시 음식에 문제가 있었나요?”소은정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아니요, 문제없었어요.”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최나영을 바라보았다.최나영의 몸매는 마른 편이고 눈은 길게 찢어졌다.이목구비를 뜯어보면, 하나도 예쁜 곳이 없다.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말을 끝낸 전동하는 지팡이를 짚고 뒤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갔다.위층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테이블은 보통 외부에 오픈하지 않는다.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위층에는 또 다른 출입구에 계단을 설치했다.계단을 내려갈 때, 병풍 너머로 소은정이 앉은 테이블이 어렴풋이 보였다.소은정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박수혁이라는 사실에 전동하는 몸이 굳어버렸다.그는 그곳에서 그들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천천히 뒤돌아섰다.시선을 느꼈던 걸까, 박수혁은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그는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소은정에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찾았어?”소은정은 담담하게 탄산수를 마시며 대충 대답했다.“소개받았는데. 왜?”“내 기억이 맞다면 이곳은 패스트푸드점이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넌 이곳을 싫어했지.”박수혁은 의아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하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은정이 싫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싫어하는 건 아니다.이곳은 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패스트푸드점이라 장사가 아주 잘 되었다.그런데 갑자기 S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하면서 레벨은 올랐지만 손님이 적어서 썰렁한 느낌이 들었다.사업적으로 보았을 때, 박수혁은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의아한 것이다.소은정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이 레스토랑을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았다.그녀가 식사를 목적으로 이 레스토랑에 오는 건 아니다.이내 두 사람은 함께 프로젝트에 관해 상의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박수혁의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비록 박수혁은 몇 번이고 수신 거부를 했지만 급한 일이 생긴 것 같다.음식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박수혁은 여전히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소은정은 거의 다 올라온 음식을 보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급한 일 있으면 먼저 가봐도 돼.”박수혁은 미소를 짓더니 손을 뻗어 천천히 그녀의 잔에 물을 따라주었다.“너랑 밥 한 끼 먹을 시간이 없겠어?”소은정은 눈을 내리깔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동하는 죽을 힘을 다해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소은정은 회사에 잠시 있다가 회의를 끝낸 뒤, 전새봄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의아했다.“새봄이야?”“그래, 엄마! 나 준서랑 학교에서 나왔어. 길을 잃었는데 어디로 가야 해?”소은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학교 끝났어? 왜 통지가 없었지?”그녀는 다급히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아무런 통지가 없었다.전새봄은 앙증맞게 말했다.“아니야. 우리 땡땡이쳤어. 땡땡이 알아?”소은정은 잠시 멈칫하더니 동작을 멈추고 깊은숨을 내쉬었다.“그래, 지금 알았어!”전새봄은 “땡땡이”라는 단어를 강조해서 말했다. ‘아는 게 정말 많네!’소은정은 전새봄을 달래주며 참을성 있게 물었다.“지금 어디에 있어? 언제부터 땡땡이쳤어? 얼마나 됐어? 근데 땡땡이는 왜 쳤어?”전새봄은 소은정이 곧 폭발하리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득의양양한 어조로 자랑을 늘어놓았다.“나 빨리 동생이 보고 싶어서 수업 시간이 싫어졌어. 그래서 준서랑 같이 나왔어. 근데 이 바보 멍청이가 길을 잃어버렸다네. 엄마, 빨리 우리 데리러 와!”소은정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래, 엄마 바로 갈 테니까 거기 가만히 서 있어. 뛰어다니지 말고!”다행히 그녀는 휴대폰으로 아이들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어 잃어버릴 걱정이 없었다.하지만 두 어린이가 어른의 동반이 없이 밖에 있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소은정이 황급히 사무실을 나서자 우연준이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았다.“대표님, 어디 가세요?”“새봄이랑 준서가 땡땡이를 쳤다네요. 데리러 갈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전화로 연락하세요.”“저도 같이 갈까요?”“괜찮아요.”소은정은 엘리베이터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그러면 지학 씨라도 같이 가세요. 한 사람이라도 더 있으면 찾기 쉽잖아요.”소은정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입구에서 기다리라고 하세요.”“네.”소은정은 휴대폰으로 위치추적 어플를 찾았다.아
전새봄은 신나서 소리를 질렀다. 그곳에는 작은 분수가 있었고, 그 안에는 물고기 몇 마리가 보였다.물고기들은 귀엽게 헤엄치고 있었다.문준서는 신나서 뛰어갔고 남자아이도 뒤따라갔다.남자아이가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나랑 같이 놀자. 나한테 장난감이랑 간식 엄청 많아!”전새봄이 물었다.“장난감 뭐 있는데?”문준서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뭐가 있어도 안 돼.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야!”“우리 아빠는 회사 대표이고 우리 별장에서 살아. 우리 엄마는 완전 예뻐. 나랑 놀고 싶어 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얼핏 보아도 남자아이는 좋은 집안에서 응석받이로 자란 티가 났다.전새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별장이 뭐야? 프랑스에 있는 우리 캐슬보다 더 커?”문준서는 전새봄의 유치한 물음에 어이가 없었다.“외할아버지네 장원보다 좀 작은 거!”남자아이는 화가 난 듯 두 아이를 노려보았다.“우리 엄마는 연예인처럼 예뻐!”전새봄은 갑자기 승부욕이 활활 타올랐다.“우리 엄마가 더 예뻐. 우리 엄마는 눈이 세 개고 다리도 다섯 개나 있어!”그 말에 남자아이는 흠칫하더니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우리 엄마는 온몸이 다 다리야, 게다가 꼬리도 있다? 밤이면 나와……”송지학은 아이들이 다투는 모습을 재미있게 바라보았다.그런데 그들의 대화는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두 아이가 말다툼하는 그때, 문준서는 갑자기 뭔가 발견한 듯 머리를 들었다.“어, 저기…”문준서가 큰 소리로 말했다.전새봄의 주의력은 이내 이전되었고, 위층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그림자는 순식간에 뒤돌아 가버렸다.전새봄은 그 그림자의 뒷모습을 향해 폴짝 뛰며 큰 소리로 외쳤다.“아빠, 아빠……”전새봄은 너무 기뻐서 눈이 휘둥그레졌다.안으로 뛰어 들어가려는 데, 몇 사람이 나왔다.최나영과 몇 사람이 문을 가로막고 서서 예의 바른 표정으로 송지학을 바라보았다.“혹시 아이들 보호자 되세요? 안에 손님들이 밖이 너무 시끄럽다고 컴플레인을 거는 바람에… 죄송하
전새봄의 달콤한 말은 듣는 사람을 사르르 녹게 해준다.한시연은 꽃다발을 받아 들고 전새봄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새봄이 어린이, 고마워. 너무 맘에 들어!”문준서의 손을 잡고 병실로 들어오는 소은정의 모습에 소은호는 어리둥절해졌다.“학교 벌써 끝났어? 지혁이는?”소은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 두 어린이는 오후에 땡땡이치다가 도로 잡혀 왔어!”소은호는 멈칫하더니 문준서와 전새봄을 힐끗 보았다.“맞아, 이분은…”소은정은 뒤에 있는 송지학을 가리켰다.송지학은 공손하게 문 앞에 서서 병실로 들어오지 않고 말했다.“소 대표님, 처음 뵙겠습니다. 송지학입니다.”소은호는 그제야 반응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아요, 강열이한테서 얘기 들었어요. 은정이 비서로 참 고생이 많으시네요. 정 아니다 싶으면 다른 부서로 옮기는 건 어때요?”소은호의 치렛말에 송지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 대표님, 별말씀을요. 저 대표님 옆에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그거면 충분해요. 급히 오다 보니 빈손으로 왔네요. 죄송해요. 소 대표님, 그럼 사모님과 소 대표님에게 행운이 따르길 바랄게요.”“고마워요.”송지학은 소은정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대표님, 그럼 저 먼저 퇴근할까요?”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살펴 들어가세요.”“네.”인사를 마친 송지학은 깔끔하게 자리를 비켜줬다. 더 많은 교류나 대화로 선을 넘지 않았으며 비호감을 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소은호가 병원에서 머무는 목적은 한시연을 돌보기 위함인데, 만약 누군가 방해하면 소은호가 아무리 내색하지 않는다고 해도 불쾌할 것이다.하지만 송지학의 행동은 소은호에게 한 치의 반감도 주지 않았다.오히려 단순하지만 세상 물정을 잘 아는 느낌이 들었다.송지학이 떠나고 소은호는 병실 문을 닫더니 소은정에게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냈다.“아버지가 너한테 소개해 준 맞선 상대야?”소은정은 혀를 끌끌 차더니 문준서와 전새봄에게로 갔다.다행히 아이들의 관심은 갓 태어난 소지율에게 쏠려 있어 그
최나영은 같은 처지의 사람으로서 그에게 친근감을 느꼈다.그녀는 불구가 된 다리를 끌고 그를 따라갔다.더 이상 모델을 할 수 없게 된 그녀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학벌도, 재능도 없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모델 업계에 끌려온 그녀는 한때는 그래도 잘나가는 모델이었다.하지만 점차 인기가 사그라들었다.그녀는 서구적인 이목구비로 해외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국내에서 그리 인기 있는 모델은 아니었다.게다가 그녀는 국내에 우호적이지 않은 브랜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국내 팬들의 공분을 샀다.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그녀의 이미지는 끝없이 추락했다.이 업계에서 그녀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은 많고도 많았다.계속 이 업계에 남는다고 해도 그녀가 다시 재기할 기회는 없었다.얼마 전에 얼굴 복원 수술을 받은 전동하는 표정이 자연스럽지 않았다.그는 차가운 얼굴로 그녀에게 따라다니지 말라고 말했지만 최나영은 그의 뒤만 졸졸 쫓아다녔다.그녀가 불쌍해 보였던 건지, 전동하는 사람을 시켜 그녀에게 의족을 선물했다.퇴원하던 날, 최나영은 귀국하고 싶다고 말했다.전동하는 별다른 말없이 그녀를 따라 귀국했다.그와 함께한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그녀는 전동하가 사실은 겉으로 보는 것처럼 매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한걸음 더 다가서려고 하면 그는 마음을 굳게 닫아버리고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그들이 처음 이곳에 S 레스토랑을 개업했을 때, 그녀는 그에게 S의 의미에 대해 물은 적 있었다.그는 아내의 이니셜이라고 답했다.그 말을 들은 최나영은 머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유부남이었구나….’장애인으로서 동질감을 느껴서인지 그녀는 가족들에게서 멀리 떨어지려는 전동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멀리 있는 그의 아내에 비하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장애인이 된 남편을 버린 사람인데 그에게 미래를 줄 수 있을까?하지만 소은정이 처음 레스토랑을 방문했을 때, 최나영은 넋을 잃은 전동하의 표정을 봤다.그는 긴장하고
입꼬리가 귀에 걸렸던 송지학은 그 말을 듣고 다시 입을 다물었다.‘자상 같은 소리하네!’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송지학은 차에서 내린 뒤, 새봄이만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뒤에 남은 준서는 짧은 다리로 다급히 그들을 쫓아갔다.소은정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며 문준서의 손을 잡아주었다.그리고 그 모습은 그들을 지켜보던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근처에 미팅이 있어 나왔던 박수혁은 화기애애한 그 모습을 보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 없었다.그는 신경질적으로 송지학을 노려보았다.아이들에게 접근을 허용하는 걸 보면 보통관계는 아닌 것 같았다.멀리서 보면 마치 가족처럼 평화로운 모습이었다.“박 대표님, 들어가시죠.”옆에 있던 고객사 직원이 그를 안으로 안내했다.박수혁은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길게 심호흡한 뒤, 감정을 추슬렀다.“죄송하지만 제가 급한 일이 있어서 다음에 다시 얘기하시죠.”그는 상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S레스토랑으로 다가갔다.한편, 새봄이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메뉴판을 바라보며 환호를 질렀다.“엄마, 정말 우리 이거 먹어? 정말이야?”소은정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옆에 있던 송지학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도 막 군침이 도네요. 대표님, 이따가 저녁에도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릴까요?”소은정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좋죠!”어차피 혼자서 이 장난꾸러기들을 감당하기 버거웠다.그녀는 항상 앉던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아이들은 생각보다 얌전했다.최나영이 다가와서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어서오세요, 은정 씨.”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인 뒤,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애들 데리고 와서 좀 떠들썩할 텐데 다른 손님들 방해는 하지 않도록 주의할게요.”최나영은 웃으며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새봄이를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얼굴이 너무 닮아 있었다.그녀는 다시 시선을 거두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지금은 손님도 별로 없고….”그러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