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이 미소를 지으며 뒤를 따랐다.소은해가 뒤에서 김하늘을 껴안고 빙글빙글 돌며 기뻐했다."하늘아..."김하늘이 그를 밀치며 미소를 지었다."해외에서 어린 소녀의 손을 잡고 쇼핑하는 모습이 파파라치에 찍혀 헤드라인을 장식했는데, 그냥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소은해가 가만히 있다가 돌연 화를 냈다."아니, 난 억울해. 새봄이가 쇼핑몰 안을 자기 집인 마냥 휘젓고 다니는데, 안 살 수가 없었어."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파파라치들에 의해 새봄이는 소은해의 사생아로 묘사되기도 했다.그러나 도준에 의해 어떤 식으로든 그런 루머를 빠르게 차단했다.김하늘이 이런 루머에 신경 쓸 줄은 몰랐다. 이것은 곧 그녀도 그의 소식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소은해가 음침하게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다음에는 우리 하늘이 손만 잡고 다닐게, 질투는 금물이야."소은정이 차가운 얼굴로 앉아 있는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소은호와 소은해는 도와줄 생각이 없는 게 분명했다.소은정은 소찬식의 목을 뒤에서 껴안으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아버지, 걱정이 많으셨죠? 내 걱정 하시느라 잠도 제대로 주무시지 못했을 텐데, 며칠 사이에 주름이 왜 이렇게 늘었어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찬식은 화를 내며 일어났다."저리 가, 일부러 날 화나게 하려는거야?"소은정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제가 몇 십 년은 젊어 보이신다고 하면 거짓말이 너무 티 나는 거 아닐까요?"소찬식이 몰래 이를 갈면서 치밀어 오는 분노를 홀로 삭혔다.오래간만에 집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즐겁게 밥을 먹었다.소찬식의 얼굴도 분명히 좋아졌다. 소은정이 집사가 만든 수프를 두 엄지를 치켜들고 칭찬했다.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했었던 음식도 한동안 해외에서 먹었던 음식과 비교하니 차이가 많이 났다.아무리 유명한 미슐랭 셰프가 만든 음식일지라도 그래도 집밥이 단연 최고였다.소은정 입맛이 너무 까다롭지 않았음에도 고향의 맛이 그리웠다.소찬식이 모두가
그는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회사에 중요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우 비서님 대신 제가 왔어요. 은정 씨와 정식으로 만나고 싶어서 제가 실례를 무릅쓰고 왔어요. 불쾌했다면 사과드릴게요."소은정은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하는 송지학에게 호감을 느꼈다.숨기는 거 없는 그의 말투로 보아 계산적인 사람 같지 않았다.순수한 송지학의 태도에 소은정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아빠한테 얘기 들었어요. 세남 아저씨의 아들이라고 하던데, 그럼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는 거예요?""저희 사촌 형이 심강열이에요. 사실 강열이 형 회사에 갈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송화시 사업을 철수한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거든요. 다행히 지학 아저씨랑 은정 씨 덕분에 여기로 오게 됐어요."소은정은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심강열..."한유라가 떠나고 나서 얼마 뒤 심강열은 송화시 사업을 포기했다.심강열의 사업 능력과 사업 계획대로라면 5년 안에 송화시에서 자리를 잡고 성장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한유라가 떠난 뒤로 큰 충격을 받은 심강열은 이곳에서 혼자 버틸 수 없었다.결국 모든 기회를 포기하고 송화시를 떴다.한유라를 통해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였다.자주 연락하지 않은 이유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함이었다.송지학의 입에서 사촌 형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한유라를 떠올렸다.마음속 깊숙이 숨겨뒀던, 마주하기 싫었던 아픈 과거를 다시 들추는 기분이 들었다.얼굴이 창백해진 그녀가 눈썹을 찡그렸다.그들과 발생했던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송지학이 내뱉은 말은 그녀의 가슴에 생채기를 냈다.송지학이 해맑은 목소리로 말했다."은정 씨, 특별 대우 해줄 필요 없어요. 절 그냥 평범한 비서로 생각해 줘요. 저도 배우러 온 입장이니까 다른 사람들처럼 대해주세요."잠시 목이 메었던 소은정은 몇초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우울한 기분이 사그라들고 나서야 복잡한 시선으로 다시 송지학을 바라보았다."각오 단단히 했나 보네요. 좋아
우연준은 단단히 화가 난 그녀에게 황급히 말했다."아니, 대표님, 송지학 씨는 신입사원이에요. 대학교를갓 졸업하고 사회에 처음 걸음을 내디딘 것이니 호기심이많을 수밖에 없잖아요. 게다가 대표님도 안 계시고, 도저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소은정은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방금 내 사무실에서 나가던데, 왜 여기 들어온 건지 알아요?"우연준은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분명 대표님 사무실에 함부로 드나들지 말라고 주의를 줬는데!"소은정은무표정한 얼굴로 우연준을 바라보았다.자리에서벌떡 일어선 우연준은 이를 악물었다."CCTV 확인하고 올게요."우연준이 방심한 틈에 송지학은 또다시 몰래 그녀의 사무실을 드나들었다.여태 누구도 그녀의 사무실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았다.우연준마저 필요한 서류가 있을 때만 출입했다. 회사 사람 중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송지학은 날뛰는 망아지처럼 그녀의 사무실에드나들었고 때마침 소은정에게 걸린 것이다.기밀 파일 같은 걸 훔쳐 갔다면 누구도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CCTV를 확인하고 돌아오는우연준의 표정이 약간 밝았다.CCTV 녹화영상을 소은정에게 건넨 우연준이 미소를 지었다."송지학 씨가 화분에 물을 주려고 드나든 것 같아요. 며칠째 화분이 방치되어 있어 자기가 주려고 한 모양이에요."영상 속의 송지학은 장갑을 낀 채 한 손에 분무기를 들고 사무실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며 흥겨워하고 있었다.영상 속의 송지학은 아주 들뜬 것 같았다.물을 다 준 그는 홀연히 사무실을 벗어났다.'깜짝 놀랐네.'그녀는 눈썹을 찌푸리고 영상을 빤히 들여다다보았다. '아무래도 정상적인 사람 같지 않아... 얼른 해고하는 게 좋겠어.'우연준은 그녀의 이상한 표정에 말을 걸었다."대표님, 송지학 씨가 자기 입으로 대표님이 맞선 상대라도 하던데 사실인가요?"얼굴을 구긴 소은정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무슨 헛소리예요?""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하고 다녀서 제가 주의를 주긴 했습니다만..."송지학의
소은정이 미동 없이 대꾸했다. "말하세요."그녀는 정원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지학 아저씨가 절 대표님 곁에 둔 이유는 저희 둘이 맞선을 봤으면 해서예요."눈을 깜박이던 소은정이 입술을 깨물었다."그럴 리가요. 전 들은 적 없어요. 저한테는 지학 씨를 잘 봐달라고 했지, 다른 얘기는 하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전 딸아이도 있어요. 설마 어른들의 고리타분한 말에 따르겠다는 건 아니죠?"소은정이 직설적으로 얘기하자 송지학이 오히려 당황했다.붉어진 얼굴로 그녀의 얼굴을 힐끗 바라보던 송지학이 말했다."물론 아니죠. 하지만 우리의 결혼과 아이는 별개의 문제예요."그녀는 정색하며 송지학을 바라보았다."만약 우리가 서로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전 대표님이 아이가 딸린 유부녀든 아니든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저보다 한 살 많은 것도 신경 쓰지 않을 거고요."눈을 껌뻑이던 소은정이 말했다. "내가 안 괜찮아요. 난 연하가 싫어요."실망한 송지학이 풀이 죽어 말했다. "아, 그래요."때마침 음식을 세팅해 주기 위해 웨이터가 다가왔다. 예상 밖으로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만들어진 음식은 그녀의 식욕을 자극했다.그녀는 앞에 앉은 송지학을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식사에 돌입했다.프랑스에서 대학교에 다닐 때 자주 갔던 레스토랑의 맛이 떠오르는 풍미에 그녀는 잠시 당황했다.'여기서 이런 맛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야.'오래전 전동하는 요리를 즐겼었다. 불타는 열정 덕분에 그녀가 대학교 시절 맛보았던 레스토랑의 셰프까지 초대해 특별히 비법까지 전수 받았다. 그 맛을 그녀는 지금 이 레스토랑에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송지학은 방금 나눈 대화를 완전히 까먹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기 바빴다.소은정은 한입, 두 입 먹을수록 수상한 기운을 떨쳐낼 수 없었다.가슴이 자기도 모르게 쿵 하고 가라앉았다.그녀가 좋아하던 장어의 빛깔과 불맛을 그대로 재연한 요리였다.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동하 씨, 돌아온 거예요?'포크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그녀는 물
최나영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멍한 얼굴로 서 있는 소은정을 발견한 송지학은 얼른 그녀에게 다가갔다."대표님, 별로 못 드신 것 같은데 다른 곳으로 이동할까요?"그녀는 대꾸하는 대신 도도한 표정으로 그에게 차 문을 열라는 신호를 보냈다.'설마, 여태 문 열어주길 기다린 거야? 어쩐지 자태가 남다르다더니, 귀하신 분 커피 입맛을 내가 맞출 리 없지!'차 문을 열자 소은정은 얼른 안에 들어가 앉았다."회사로 돌아가요."조수석에 앉은 송지학이 머뭇거리며 그녀를 돌아보았다."대표님, 저 진짜로 파리를 삼킨 겁니까?"눈을 지그시 감은 소은정이 대꾸했다."지학 씨 생각은 어떤데요?"송지학은 머뭇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휴대폰을 꺼낸 소은정은 문선의 연락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문선은 전동하의 소식을 알고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전동하가 애초에 LJ 그룹을 떠난 뒤 행한 곳도 모르는 문선이 지금 전동하의 소식을 알고 있을 리 만무하다고 여긴 그녀는 다시 두 눈을 감았다.'제니퍼와 전동하.' 제니퍼는 끝까지 자기 정체를 숨겼지만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걸, 알 수 없는 곳에 무사하게 있다는걸.고개를 돌려 창밖박으로 스쳐 지나는 풍경을 바라보던 그녀의 마음이 울적해졌다.'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돌아오긴 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과몰입한 건가?'그녀가 잡념에 사로잡힌 사이 차는 어느새 회사에 도착했다.마침 소은호가 급히 밖으로 뛰어나오고 있었다.소은정은 의아한 얼굴로 소은호를 바라보았다."오빠, 어디 가는 거야?"소은호가 다급히 말했다. "네 새 언니가 곧 출산할 것 같다고 해서 병원 가는 중이야."덩달아 마음이 조급해진 소은정은 소은호의 뒤를 바짝 쫓았다."나도 같이 가."소은호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심호흡을 하며 소은호를 진정시키는 소은정이었다. "걱정하지 마. 우선 병원 사람들한테 내가 연락해 둘게. 그리고 아빠한테도 내가 연락해둘게. 지혁이는 우 비서가 데리러 갈 거
소은정은 소찬식이 병원에 얼른 와주길 기다렸다.그녀는 지금 당장 사람을 풀어 전동하로 추정된 인물을 찾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만약 그녀가 사람을 찾기 위해 병원 전체를 뒤집고 다닌다면 소찬식의 귀에도 이 소식은 들어갈 것이다. 가족들은 그녀를 걱정할 것이고...소은정은 결국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운전 기사에게 연락했다. "아버지 지금 어디까지 오셨어요?"소찬식의 위치를 확인하던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낯 익은 얼굴이었다. 점심에 갔던 S 레스토랑 지배인 최나영이었다. 발을 삔 건지 절뚝거리며 일 층에 있는 의자로 향하고 있었다.소은정은 눈썹을 찡그리며 여자를 주시했다.'이런 우연이?'순간,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검은 바지를 입은 남자가 똑같이 절뚝거리며 수납창구로 향하고 있었다.최나영은 남자에게 난감한 듯 미소를 지었다.절뚝거리는 남자는 분명 전동하였다. 제니퍼가 아닌 전동하였다.'동하 씨잖아!'어떻게 원래의 모습 그대로 회복을 한 건지 몰라도 그녀가 수없이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했던 얼굴이었다.그녀의 심장 격렬하게 뛰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얼굴을 다시 마주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그녀는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당장이라도 전동하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신이 있다면 분명 얄궂은 성격일 거라고 장담했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네.'S 레스토랑에서 먹은 몇 가지의 메뉴들은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전동하가 만든 것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아까 엘리베이터 앞에서 스쳐 지나간 남자도 전동하였다.'동하 씨가 돌아왔어!'흥분한 그녀는 난간을 꽉 움켜쥐었다. 일 층에는 사람들이 붐볐다.하지만 그녀의 눈은 오로지 전동하만 쫓고 있었다.그녀는 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그의 이름을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전동하의 팔을 부축하는 건 최나영이었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게 둘은 병원을 나섰다.소은정은 순간 온몸이 굳는
김하늘은 입술을 오므리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은정아, 일단 진정하고 내 말 잘 들어. 우리는 아직 그와 그 주변 여자들의 사이를 확신할 수 없어. 하지만 오늘까지도 너희 두 사람은 부부이고 제일 가까운 사이야. 그러니까 옆에 누가 있든 간에 네가 우선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는 거지. 그리고 동하 씨가 돌아왔으니 반드시 널 찾으러 올 거야. 아니면 해외에 세력이 더 많을 텐데 굳이 이렇게 먼 곳을 선택했겠어?”소은정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고개를 들어 김하늘을 향해 말했다.“진짜야?”김하늘은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웃었다.“그리고 또 한 가지 말도 안 되는 가능성이 있긴 하지. 예를 들면 지진이나 어떤 사고로 기억을 잃고 널 기억 못한다던가. 너도 새봄이 낳고 잠시 기억을 잃었었잖아.”소은정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안색이 창백해졌다.‘잊었을까? 잊었다면 왜 돌아왔을까? 안 잊었으면 왜 찾으러 오지 않을까?’소은정은 이를 깨물며 힘들게 입을 열었다.“잊은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 거라면?”이것이야말로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점이다.‘천하의 소은정이 이런 걸 걱정할 때도 있다니.’김하늘은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더니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그럼 무릎이라도 꿇고 좋아해달라고 빌어. 다른 여자한테 한눈팔지 말라고 해. 당신을 위해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라고!”소은정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져 버렸다.“말도 안 되는 소리!”그녀가 어찌 이토록 자존심을 구기는 행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녀가 어떻게 사랑을 구걸할 수 있단 말인가?그녀는 욕설이 튀어나왔다!김하늘은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그럼 대체 뭘 고민하는 거야? 네가 말한 것은 최악의 상황이야. 사실이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 그렇게 자신이 없어? 고작 주위에 여자 하나 나타났다고 이렇게 안절부절못하는 거야? 추측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해도 뭐 어때? 사람 마음은 워낙 쉽게 변한다는 걸 너 몰라서 그래? 박수혁이 너한테 그렇게 매정하게 굴때는
소지혁은 밖에 남겨졌다.소은정은 소지혁의 이마를 쓰다듬었는데 소지혁의 이마에서는 땀이 샘솟듯 솟아 나오고 있었다.“씩씩이 착하지. 엄마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고모, 엄마가 나 낳을 때도 저렇게 아팠어요?”소은정은 속상해하는 소지혁의 모습에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만 같았다.“응, 그랬지. 하지만 씩씩이 엄마는 우리 씩씩이 제일 사랑하니까, 아파도 참을 수 있었어.”소지혁은 비록 남자아이지만, 감정은 다른 남자아이들보다 훨씬 섬세했다.전새봄도 순순히 소은정의 곁으로 달려와 얌전히 있었다.전새봄은 소은정의 다리를 끌어안고 고개를 쳐들더니 소은정의 배를 만졌다.“엄마, 나 몬스터 낳아주면 안 돼?”소은정은 어이없다는 눈길로 전새봄을 바라보았다.‘지혁이는 자기 엄마 아까운 줄도 아는데 왜 우리 새봄이는 내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천진한 걸까?’문준서는 전새봄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너 포켓몬스터 좋아하잖아!”“그럼 더 많이 낳아야지!”전새봄은 단호하게 외쳤다!소은정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너희 둘,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소은해와 김하늘은 급히 한 명씩 안고 다른 곳으로 갔다.두 시간 뒤.한시연은 드디어 아기를 출산했다.남자아이였다.소은호는 아이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한시연을 보살폈다.사실 공주님을 낳는 로망이 깨져서 그럴 수도 있다.하여 한시연을 아프게 한 둘째가 전혀 예뻐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소찬식은 이 어린 손자를 아주 예뻐했다.소찬식은 태어난 아기에게 소지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아기는 조산이라 이내 간호사가 데려갔다.소지혁과 어린이들은 모두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소찬식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소은해와 소은정에게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가라고 했다.다른 사람은 별로 쓸모가 없어 소은호 혼자만 남으면 충분하다.게다가 한시연을 시중드는 일은 소은호가 제일 잘할 것이다.소은해도 찬성할 수밖에 없다.하여 세 사람은 아이들을 안고 소찬식을 따라 병원을 나섰다.소찬식은 너무 기뻐서 입이 귀에 걸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