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혁은 밖에 남겨졌다.소은정은 소지혁의 이마를 쓰다듬었는데 소지혁의 이마에서는 땀이 샘솟듯 솟아 나오고 있었다.“씩씩이 착하지. 엄마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고모, 엄마가 나 낳을 때도 저렇게 아팠어요?”소은정은 속상해하는 소지혁의 모습에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만 같았다.“응, 그랬지. 하지만 씩씩이 엄마는 우리 씩씩이 제일 사랑하니까, 아파도 참을 수 있었어.”소지혁은 비록 남자아이지만, 감정은 다른 남자아이들보다 훨씬 섬세했다.전새봄도 순순히 소은정의 곁으로 달려와 얌전히 있었다.전새봄은 소은정의 다리를 끌어안고 고개를 쳐들더니 소은정의 배를 만졌다.“엄마, 나 몬스터 낳아주면 안 돼?”소은정은 어이없다는 눈길로 전새봄을 바라보았다.‘지혁이는 자기 엄마 아까운 줄도 아는데 왜 우리 새봄이는 내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천진한 걸까?’문준서는 전새봄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너 포켓몬스터 좋아하잖아!”“그럼 더 많이 낳아야지!”전새봄은 단호하게 외쳤다!소은정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너희 둘,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소은해와 김하늘은 급히 한 명씩 안고 다른 곳으로 갔다.두 시간 뒤.한시연은 드디어 아기를 출산했다.남자아이였다.소은호는 아이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한시연을 보살폈다.사실 공주님을 낳는 로망이 깨져서 그럴 수도 있다.하여 한시연을 아프게 한 둘째가 전혀 예뻐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소찬식은 이 어린 손자를 아주 예뻐했다.소찬식은 태어난 아기에게 소지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아기는 조산이라 이내 간호사가 데려갔다.소지혁과 어린이들은 모두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소찬식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소은해와 소은정에게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가라고 했다.다른 사람은 별로 쓸모가 없어 소은호 혼자만 남으면 충분하다.게다가 한시연을 시중드는 일은 소은호가 제일 잘할 것이다.소은해도 찬성할 수밖에 없다.하여 세 사람은 아이들을 안고 소찬식을 따라 병원을 나섰다.소찬식은 너무 기뻐서 입이 귀에 걸릴
소은정은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이내 눈빛도 굳어지더니 애써 미소를 지었다.“그럼 내가 먼저 손 내밀어 볼까?”‘만약 정말 아프다거나 혹은 하늘이의 말처럼 기억을 잃었다면 어떡하지?’그가 돌아왔으니 그녀는 그때처럼 그를 세심하게 돌볼 것이다.김하늘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조급해할 것 없어. 만약 가능하다면 일단 데려와.”“다시 얘기하자.”소은정은 애써 웃었다. 그녀는 병원에서 다정하게 함께 떠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떠올라 기분이 불쾌해졌다.그들의 관계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두 사람은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며칠 동안 소은정은 회사와 병원을 오가며 분주하게 보냈다.요즘은 소은호가 회사에 나오지 않으니 급한 일이 생기면 전화를 걸었고 별일이 없으면 되도록 연락하지 않았다.하여 소은정은 회사 직원들에게 잡혀 부지런히 업무를 보아야만 했다.비록 S 레스토랑에 가서 직접 사람을 찾을 시간은 없었지만 소은정은 잊지 않았다.그녀는 송지학에게 직접 음식을 주문해 회사로 배달시키도록 한 뒤, 회사에서 식사했다.일 인분만 시킨다…송지학은 몰래 우연준에게 소은정이 독식한다고 투덜거렸다.지난번에는 신나게 먹고 있는데 음식에서 벌레가 나와 그를 역겹게 했다.지금 생각해 보니 그 벌레가 있는지 없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소은정은 매일 이 집의 음식을 먹었고, 지난번 일로 문제를 삼지 않았다.송지학은 알 수 없었다.우연준은 진지하게 말했다.“우리는 비서예요. 대표님이 왜 매일 밥을 사줘야 하죠?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되죠. 먹고 싶으면 가게에 가서 드세요.”송지학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제가 가면 예약해야 해요, 휴!”소은정은 다르다. 그녀에게는 VIP 카드가 있어 언제든 주문할 수 있었다.가장 중요한 건, 그 레스토랑은 워낙 음식 배달은 하지 않는데 SC그룹으로 배달되는 거라 예외였다.‘왜 대표님을 위해 예외를 두는 걸까?’송지학은 입술을 오므리고 생각했다. 우연준은 더는 그와 말 섞
소은정은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불안한 남자는 얼굴색이 뻘겋게 되었다.“아, 왜 이렇게 비싼 차를 끌고 다녀요? 이거 완전 민폐 아니에요? 아가씨, 이렇게 비싼 차를 끌고 다니면 돈도 많겠는데 그깟 수리비가 필요해요?”남자의 말에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쌀쌀맞은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왜요. 돈 좀 있다고 제가 얼간이로 보이세요?”소은정은 차갑고 매정한 말투로 말했다.남자는 말을 더듬더니 점점 더 얼굴이 뻘게지며 말했다.“그게 아니라, 좀 적게 받으시면 안 돼요?”소은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시선을 옮겼다.그녀는 머리를 숙여 휴대폰을 보았다.‘왜 아직도 안 오는 거지?’그녀는 우연준도 차가 막혀 바로 올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충분히 심란한데 하필이면 이런 모자란 놈을 상대해야 한다니.’남자의 아내는 그나마 눈치가 있었다. 그녀는 아부의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가씨, 아가씨한테는 큰돈이 아니지만 우리 월급쟁이한테는 아주 큰 돈이에요. 이 차 수리하려면 우리 정말 거지가 될지도 몰라요…”소은정은 다른 곳을 힐끗 보았다. 아마도 경찰이 이쪽 상황을 알아차리고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 같았다.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남자의 아내는 옷차림도 비교적 정교하고 자태도 우아했다.‘월급쟁이는 무슨, 이런 차림의 직장인이 어디에 있다고.’소은정은 더는 그들과 말을 섞기 싫었다.경찰이 도착해서야 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절차를 밟는 건 모두의 이익을 위한 선택이죠.”경찰은 상황을 살펴보더니 뒤에 있는 차를 가리키며 물었다.“이 차의 차주는 어느 분이시죠?”남자는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여자를 가볍게 밀었다.여자는 야무진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이 사람 차예요.”남자의 안색은 더 일그러졌다.경찰이 계속 물었다.“다친 사람은 없어요?”“없어요.”경찰은 남자를 힐끔 보며 말했다.“마침 감시 카메라가 가까이 있으니 책임 구분이 확실하게 찍혔을 거예요. 두 분 면허증 주세요.”소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 강한 힘으로 그녀를 잡아당겨 일으켜 세웠다.다음 순간.“정말 너야?”박수혁의 목소리는 그녀를 자기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주었다.소은정은 잠시 침묵하더니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네가 어떻게 여기에?”그녀는 얼굴을 돌린 채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박수혁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박수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다친 손을 찬찬히 보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의 다친 손은 그를 마음 아프게 했다.“오후 회의 때문에 이곳을 지나가는 중이었어. 근데 어떻게 된 거야, 비서와 기사는?”박수혁은 애써 무뚝뚝하게 말하려고 했지만 자꾸만 선을 넘었다.소은정은 손을 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 보였다.“실수로 넘어졌을 뿐이야. 추돌 사고가 일어나서 우 비서가 뒤에서 처리하고 있어. 난 길이 막히다 보니 스쿠터를 탔는데 실수로 계단에 부딪혔지, 뭐야.”그녀는 이렇게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됐었다.그녀는 그저 무의식적으로 전동하의 존재를 지켜주고 싶을 뿐이다.그녀의 설명에 기분이 좋아진 박수혁의 눈동자에는 빛이 반짝였다.그제야 그녀는 안색이 조금 좋아졌다.이때 뒤에서 시끄러운 경적이 들려왔다.박수혁의 차는 마침 길 중간에서 다른 차량이 오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소은정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이내 허리를 굽혀 스쿠터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박수혁은 그녀를 제지했다.“일단 타, 이 상태로 스쿠터는 무리야.”“괜찮아.”소은정은 애써 웃었다.하지만 박수혁은 그녀를 억지로 차에 태우고 손을 저었다.이한석은 운전석에서 내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정말 소 대표님 맞네요?”이한석은 그저 눈에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여 박수혁의 “좋은 일”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아무래도 이해할 수 있으니 말이다.그런데 진짜 소은정이라니!소은정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거부하지 않았다. 뒤에서 지속해서 울려오는 소음에 그녀는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게다가 지금의 컨디션에
맛만 보는 것일 뿐, 소은정은 남을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게다가 그녀의 목적도 식사가 아니다.종업원은 뭔가 말하려다가 소은정이 메뉴판을 건네주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메뉴판을 들고 자리를 떠났다.종업원은 최나영에게 다가와 그들의 주문서를 보여주며 말했다.“소 대표님 이렇게 많이 어떻게 드신다고 주문했을까요? 게다가 사장님 혼자서 이 많은 요리를 다 할 수 있을까요?”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쓰던 최나영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곧장 소은정에게 걸어갔다.소은정은 반창고를 붙인 손을 의자에 올려놓았다. 햇빛이 가느다란 손을 밝게 비추자 그녀의 손은 마치 진열장에 올려놓은 예술품처럼 반짝였다. 그 손은 아주 편안하고 걱정거리가 없어 보였다.이 순간 그녀는 맞은편에 앉은 남자의 말을 무심하게 듣고 있었다.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고 있는 남자의 눈빛에는 그녀를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 게다가 남자는 아주 조심스러웠다.“그러니까, 아까 그 프로젝트에 관심 있어? 네가 원한다면 우리 협력할까?”최나영은 그들의 대화를 방해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이미 가까이 다가왔고 소은정은 고개를 약간 돌려 그녀를 보았다.뒤돌아서기엔 이미 늦었다.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더 가까이 다가왔다.소은정의 시선은 그녀의 발로 향했으며, 그녀의 단화를 보더니 눈이 반짝였다.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최나영이 가까이 오자 박수혁은 하던 말을 멈추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최나영은 깊은 숨을 내쉬며 적절한 미소를 유지했다.“잠시 실례할게요. 소 대표님, 주문이 너무 많으시더라고요. 점심에 음식 회사로 보내 드렸는데 혹시 음식에 문제가 있었나요?”소은정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아니요, 문제없었어요.”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최나영을 바라보았다.최나영의 몸매는 마른 편이고 눈은 길게 찢어졌다.이목구비를 뜯어보면, 하나도 예쁜 곳이 없다.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말을 끝낸 전동하는 지팡이를 짚고 뒤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갔다.위층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테이블은 보통 외부에 오픈하지 않는다.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위층에는 또 다른 출입구에 계단을 설치했다.계단을 내려갈 때, 병풍 너머로 소은정이 앉은 테이블이 어렴풋이 보였다.소은정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박수혁이라는 사실에 전동하는 몸이 굳어버렸다.그는 그곳에서 그들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천천히 뒤돌아섰다.시선을 느꼈던 걸까, 박수혁은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그는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소은정에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찾았어?”소은정은 담담하게 탄산수를 마시며 대충 대답했다.“소개받았는데. 왜?”“내 기억이 맞다면 이곳은 패스트푸드점이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넌 이곳을 싫어했지.”박수혁은 의아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하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은정이 싫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싫어하는 건 아니다.이곳은 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패스트푸드점이라 장사가 아주 잘 되었다.그런데 갑자기 S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하면서 레벨은 올랐지만 손님이 적어서 썰렁한 느낌이 들었다.사업적으로 보았을 때, 박수혁은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의아한 것이다.소은정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이 레스토랑을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았다.그녀가 식사를 목적으로 이 레스토랑에 오는 건 아니다.이내 두 사람은 함께 프로젝트에 관해 상의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박수혁의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비록 박수혁은 몇 번이고 수신 거부를 했지만 급한 일이 생긴 것 같다.음식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박수혁은 여전히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소은정은 거의 다 올라온 음식을 보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급한 일 있으면 먼저 가봐도 돼.”박수혁은 미소를 짓더니 손을 뻗어 천천히 그녀의 잔에 물을 따라주었다.“너랑 밥 한 끼 먹을 시간이 없겠어?”소은정은 눈을 내리깔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동하는 죽을 힘을 다해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소은정은 회사에 잠시 있다가 회의를 끝낸 뒤, 전새봄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의아했다.“새봄이야?”“그래, 엄마! 나 준서랑 학교에서 나왔어. 길을 잃었는데 어디로 가야 해?”소은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학교 끝났어? 왜 통지가 없었지?”그녀는 다급히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아무런 통지가 없었다.전새봄은 앙증맞게 말했다.“아니야. 우리 땡땡이쳤어. 땡땡이 알아?”소은정은 잠시 멈칫하더니 동작을 멈추고 깊은숨을 내쉬었다.“그래, 지금 알았어!”전새봄은 “땡땡이”라는 단어를 강조해서 말했다. ‘아는 게 정말 많네!’소은정은 전새봄을 달래주며 참을성 있게 물었다.“지금 어디에 있어? 언제부터 땡땡이쳤어? 얼마나 됐어? 근데 땡땡이는 왜 쳤어?”전새봄은 소은정이 곧 폭발하리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득의양양한 어조로 자랑을 늘어놓았다.“나 빨리 동생이 보고 싶어서 수업 시간이 싫어졌어. 그래서 준서랑 같이 나왔어. 근데 이 바보 멍청이가 길을 잃어버렸다네. 엄마, 빨리 우리 데리러 와!”소은정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래, 엄마 바로 갈 테니까 거기 가만히 서 있어. 뛰어다니지 말고!”다행히 그녀는 휴대폰으로 아이들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어 잃어버릴 걱정이 없었다.하지만 두 어린이가 어른의 동반이 없이 밖에 있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소은정이 황급히 사무실을 나서자 우연준이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았다.“대표님, 어디 가세요?”“새봄이랑 준서가 땡땡이를 쳤다네요. 데리러 갈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전화로 연락하세요.”“저도 같이 갈까요?”“괜찮아요.”소은정은 엘리베이터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그러면 지학 씨라도 같이 가세요. 한 사람이라도 더 있으면 찾기 쉽잖아요.”소은정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입구에서 기다리라고 하세요.”“네.”소은정은 휴대폰으로 위치추적 어플를 찾았다.아
전새봄은 신나서 소리를 질렀다. 그곳에는 작은 분수가 있었고, 그 안에는 물고기 몇 마리가 보였다.물고기들은 귀엽게 헤엄치고 있었다.문준서는 신나서 뛰어갔고 남자아이도 뒤따라갔다.남자아이가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나랑 같이 놀자. 나한테 장난감이랑 간식 엄청 많아!”전새봄이 물었다.“장난감 뭐 있는데?”문준서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뭐가 있어도 안 돼.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야!”“우리 아빠는 회사 대표이고 우리 별장에서 살아. 우리 엄마는 완전 예뻐. 나랑 놀고 싶어 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얼핏 보아도 남자아이는 좋은 집안에서 응석받이로 자란 티가 났다.전새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별장이 뭐야? 프랑스에 있는 우리 캐슬보다 더 커?”문준서는 전새봄의 유치한 물음에 어이가 없었다.“외할아버지네 장원보다 좀 작은 거!”남자아이는 화가 난 듯 두 아이를 노려보았다.“우리 엄마는 연예인처럼 예뻐!”전새봄은 갑자기 승부욕이 활활 타올랐다.“우리 엄마가 더 예뻐. 우리 엄마는 눈이 세 개고 다리도 다섯 개나 있어!”그 말에 남자아이는 흠칫하더니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우리 엄마는 온몸이 다 다리야, 게다가 꼬리도 있다? 밤이면 나와……”송지학은 아이들이 다투는 모습을 재미있게 바라보았다.그런데 그들의 대화는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두 아이가 말다툼하는 그때, 문준서는 갑자기 뭔가 발견한 듯 머리를 들었다.“어, 저기…”문준서가 큰 소리로 말했다.전새봄의 주의력은 이내 이전되었고, 위층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그림자는 순식간에 뒤돌아 가버렸다.전새봄은 그 그림자의 뒷모습을 향해 폴짝 뛰며 큰 소리로 외쳤다.“아빠, 아빠……”전새봄은 너무 기뻐서 눈이 휘둥그레졌다.안으로 뛰어 들어가려는 데, 몇 사람이 나왔다.최나영과 몇 사람이 문을 가로막고 서서 예의 바른 표정으로 송지학을 바라보았다.“혹시 아이들 보호자 되세요? 안에 손님들이 밖이 너무 시끄럽다고 컴플레인을 거는 바람에… 죄송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