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소은정은 이 친척은 없는 셈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최성문은 박수혁도 따라 나오는 걸 보고 약간 놀랐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박시준이 소은정의 차에 탔다는 사실이었다. 다행히 박수혁은 차에 타지 않았다. 아니었으면 그 분위기가 얼마나 어색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어르신도 안 계시는 마당에 박수혁에게 기회가 있다면 바로 지금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가 소은정과 가까이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뻔한 목적을 소은정이 눈치 못 챘을까? “햄버거 가게로 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차 안에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넘쳐났다. 소은정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박수혁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같이 따라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햄버거 가게에 도착했을 땐 이미 먼저 가게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가게를 통째로 빌린 것 같았다. 이 시간대면 한창 가게에 사람이 많을 텐데 아무도 없었다. 소은정은 놀랐지만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맑기만 했다. “엄마, 나 쇼핑도 하고 싶어.” 가게 옆에 바로 대형 쇼핑몰이 있었다. “일단 밥부터 먹자.” 새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정은 소지혁과 함께 주문을 하러 갔고 새봄이와 문준서 그리고 박시준은 같이 놀고 있었다. 박수혁은 밖에 나가 통화를 하고 들어오는 듯했다. 그는 소은정의 뒷모습을 보자 저도 몰래 미소를 지었다. 새봄이와 문준서는 피규어 가게 앞에서 피규어에 푹 빠져있었다. 박수혁이 그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가지고 싶어?” 새봄이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골라, 아저씨가 사줄 게.” 새봄이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빠가 사줄 거예요.” 박수혁이 침묵했다. “아저씨가 시준이 대신 사주는 거야. 오늘 새봄이 기분 나쁘게 한 건 시준이 잘못이니까. 그러니까 골라.” 새봄이는 그제야 기뻐하며 문준서를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울트라맨 피규어를
문준서의 말을 듣고 박시준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긴장한 얼굴로 불안해하며 새봄이를 쳐다봤다.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그는 지나간 일들을 다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좋지 않은 기억이 많았고 자신은 반항할 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도 자신의 감정을 신경 써주지 않았다. 그 잊지 못할 생일파티 날 새봄이는 물에 빠졌다. 박시준은 엄마가 자신에게 어떤 짓을 시켰고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을 이용해 남을 해치는 엄마보다 자신을 무시하고 미워하는 아빠가 훨씬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박시준은 고통스러웠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몹시 불안해했다. 그는 긴장해하며 손을 꼼지락댈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문준서는 그런 모습이 못마땅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는 건 찔리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니까 그와 친구로 지내기 싫었다. 소은정은 통화를 마치고 차로 돌아왔다. 그리고 차문이 닫히지 않은 걸 보고 별생각 없이 문을 닫아버리고는 박시준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도련님, 이만 가볼 게요.” 박시준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소은정은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박수혁을 보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이만 가볼 게. 병원 가서 검사해 보고 이상 있으면 우리 비서님한테 연락해 줘.” 그녀는 더 이상 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 멀리 안 나갈 게.” 박수혁은 좀 더 같이 있고 싶었으나 좀 전에 소은정의 통화내용을 들어보니 회사로 돌아가봐야 할 일이 생긴 것 같아 계획대로 하지 않았다. 소은정은 전동하 사건으로 인해 타격 받은 것 같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밝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것 또한 문제였다. 이토록 강한 사람이니 어느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할지 계산이 서지 않았다. 소은정은 최성문더러 회사 쪽에 자신을 내려주고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조금 전까지 만해도 재잘재잘 떠들던 아이들은 금세 잠이 들었다. 소은정이 차에서 내릴 때까지도 아이들은 깨어나지 않았다. 회사에 들어서자
그들에겐 돈도 있고 사랑도 있었다. 아무것도 모자란 게 없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낭비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고마워요, 주무세요 아빠.” 소찬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정은 그를 부축했다. 전에 수술을 받은 후로 몸상태가 예전 같지 않아 걸을 때도 지팡이가 필요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자책했다. 혼자 슬픔에 잠겨 주위 사람들에게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너무도 빨리 나이 드셨고 기억 속의 그 영원히 거대할 것 같은 뒷모습도 이젠 볼 수 없었다.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더 강해져야 했다. 한 남자만을 위해서 살아서는 안 됐다. 전동하가 죽었건 살았건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나가야 했다. 방으로 모시려는데 소찬식이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 “너 들어가는 거 보고 나도 들어 갈게. 요즘 밤마다 무슨 소리가 들려서 잠이 잘 안 온다며. 난 조금 있다가 잘게. 누가 밖에서 돌아다니는 건 아닌지 확인도 좀 하고.” 소은정은 울컥해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아빠를 끌어안으며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아빠, 죄송해요...” 수없이 많이 자신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새봄이에게 여러 번 구원을 받았었다. 하지만 아빠가 자신을 구원해 줬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분명 이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건 아빠일 텐데 말이다. 소은정이 고통스러워할 때 소찬식은 같은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전동하 때문에 힘들어서 소은정은 다른 누구도 신경 쓰지 못했다. 그때 소찬식의 마음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속상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사랑을 어째서 하나도 보지 못했을까? 소찬식은 가슴 아파하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울지 마, 넌 내 소중한 딸이잖아. 엄마랑 약속했어. 널 꼭 잘 지켜주기로. 네가 힘들어할 때마다 너네 엄마한테 미안해. 엄마가 옆에 있었더라면 너랑 얘기도 많이 하고 위로도 잘해줬을 텐데. 아빠는 어떻게 말을 꺼냈으면 좋을지 모르겠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그 고통은
마침 집사님이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소은정이 내려오는 걸 보고 황급히 손을 저으며 불렀다. “빨리 식사하세요. 아침 겸 점심으로 드시면 되겠네요.” “괜찮아요, 회사에 처리해야 될 일이 생겨서요.” 그때 소찬식이 큰 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다. 낚시를 하고 온듯했다. “먹고 가, 조금 늦는다고 큰일 생기지 않아. 그리고 지금 떠나도 어차피 늦어. 네 오빠가 나한테까지 전화했더라.” “제 탓은 아니죠. 폰이 배터리가 없었어요. 아침에 절 깨워주는 사람도 없었고요.” 집사님이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이 깨우지 말라고 하셨어요. 어제 많이 피곤해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도련님은 일찍 퇴근하셔서 주무셨는데 어떻게 그걸 알겠어요.” 집사님의 말을 듣자 소은정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맞아요.” 식탁 위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가득 차려진 걸 보자 소은정은 가방을 내려놓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준서랑 새봄이는 등교했어요?” 소찬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데려다 줬어. 어제 학교에서 애들한테 괴롭힘 당했다며?” 소찬식이 인상을 찌푸렸다. “걔네들 학부모 좀 만나야겠어.” 소찬식은 그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어떻게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지 꼭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은정은 입안에 있는 음식물을 삼키지도 못한 채 소찬식을 바라봤다. “됐어요, 아빠.” 누구한테 들은 건지는 몰라도 전달이 잘못된 게 틀림없었다. “뭐가 됐다는 거야, 금쪽같은 내 새끼들을 괴롭혔다는데. 준서는 그렇다 쳐도 새봄이는 세 살 밖에 안 됐어. 작고 여린 애를 괴롭혔다는 게 말이 돼? 당장 가서 따져야겠어.” 소은정은 밥을 몇 술 뜨더니 말했다. “아빠, 새봄이가 괴롭힘 당한 게 아니라... 새봄이가 친구를 때렸어요.” 소찬식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말도 안 돼, 고작 몇 살이라고! 준서보다 한참 작아!” 소은정이 한숨을 쉬었다. “어제 학교에도 갔다 왔어요. 여섯 명을 때렸대요. 그
소은정은 파일을 열어보았다. 전동하의 이름이 한편에 쓰여있었다. 익숙한 필체였다. 그는 이러한 방식으로 다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소은정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필을 들고 머뭇거렸다. 윤이한이 말했다. “사모님, 서명을 하셔야 전대표님의 모든 걸 연임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수속을 밟기 편하고요. 그리고 대표님께서 새봄아가씨와 마이크를 위해서 기금을 준비해 두셨는데 마이크 쪽은 성인이 돼야 수령하실 수 있고 새봄아가씨는 아무 때나 수령 가능하십니다. 국외의 사업들은 관리인의 서명이 필요한데 사모님께서 서명을 안 하시면 다 방치해 둘 수밖에 없어요...” 윤이한 쪽도 상황이 매우 난처했다. 장례식을 하지 않은 건 전동하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어서였다. 그들은 전동하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기를 바랐다. 소은정이 침묵하고 있으니 윤이한도 간섭할 명분이 없었다. 하지만 이익과 관련된 부분들은 꼭 정확히 계산해야 했다. 모두 대표님이 사모님에게 남기고 간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소은정은 몇 초 망설이더니 결국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비서님, 혹시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이미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은 예정대로 진행해 주시고요 필요 없는 사업들은 굳이 이어 나가지 않는 게 좋겠어요.” 윤이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시름 놓은 듯한 표정이었다. 전동하의 사업은 국내는 물론 국외에까지 퍼져 있어 생각보다 더욱 범위가 크고 복잡했다. 관리를 진행하는 핵심 인물이 없다면 밑에서 어떤 수작을 부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는 5년도 안 돼서 망하는 길로 갈 것이다. 하지만 소은정은 달랐다. 사업이라곤 해본 적도 없는 부잣집 사모님들과는 다른 사람이다. 소은정은 프로페셔널한 관리인이었고 그녀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훌륭했다. 그들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실업하는 길로 나아가고 싶지 않았다. “네, 빠른 시일 내로 처리하겠습니다. 전대표님 명의하의 재산에 대해서도 최대한 빨리 처리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소은정이
소은해는 지금 소은호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은 소찬식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으나 소찬식을 설득해야만 했다. 소찬식은 자신에게 딱 달라 붙어있는 소은해는 어이없는 눈길로 쳐다봤다. 한시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 뒤로 집사님과 소은정까지 웃음 지었다. 소은호는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빠, 셋째는 30년이 되도록 버릇이 고쳐지지 않네요.” “하늘이 거둬줬으니 망정이지 장가도 못 갈 뻔했어.” 소은해는 가짜 울음이라도 터뜨릴 생각이었다. 근데 그때 소은정이 다행히도 소은해를 놓아줬다. “됐어요, 사고나 안치면 다행이지. 셋째 오빠가 절 보호하겠어요?” 모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분위기는 또다시 편안해졌고 그저 소은해만이 원망스러운 눈길로 소은정을 바라볼 뿐이었다. 변명하고 싶었으나 혹여나 그들의 꾐에 넘어가기라도 할 가봐 소은해는 말을 아꼈다. 그때 소은호가 말했다. “그럼 연준 씨랑 갔다 와. 윤이한 씨도 같이 가면 더 좋고. 내가 알기로는 전동하 쪽이… 그쪽에서 많은 사업을 확장했다고 들었어. 혹시 인맥을 동원해야 할 일이 생길수도 있잖아.” 그는 소은정 앞에서 전동하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두 침묵을 지키며 소은정을 바라봤다.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한씨랑 연락해 볼게요.” 모두들 소은정의 표정에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한숨 돌렸다. 소은호는 동생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사실 소은정을 보낸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는 소은정이 바빠서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으면 했고 또 숨 돌릴 시간도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이 기회를 소은정에게 넘긴 것이었다. 과거는 잊고 미래만을 바라보며 살았으면 했다. 앞으로 출국까지는 보름가량 남아있었다. 소은정은 그동안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일들을 책임자에게 인수인계하고 국외 연구항목과 관련된 자료들을 준비해야 했다. 소은호는 주동적으로 소은
다음날, 소은정마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고위급 간부들과 식사를 하는데 조용히 이 일이 사실인지에 대해 묻는 사람이 있었다. 소은정은 인터넷에 퍼져있는 기사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해났다. 소은해의 평소 성격이라면 당장 나서서 해결해야 될텐데 해명하지 않은 걸 보면 뭔가 신경 써야 할 다른 요소가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사진에 찍혀 있는 여자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꽁꽁 가리긴 했지만 누가 봐도 김하늘인 걸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결국 전화를 걸었다. 하늘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를 받았다. “은정이?” “하늘아, 촬영 중이야?” “나 촬영팀이랑 같이 있어.” “혹시 언터넷에 퍼져있는 기사 봤어?” “알아. 걱정 마, 나도 다 생각해 둔 게 있으니까.” “그래, 오빠가 아무런 대응이 없더라고. 그냥 침묵으로 일관할 건가 봐. 혹시 너도 불편한 일 생기면 이쪽으로 와서 잠시 숨어있어.” “괜찮아, 촬영도 막바지 단계야. 지금 자리를 떠나지 못해요. 이 일이 끝나면 다시 얘기할게.” “그래, 조심하고.” 김하늘의 목소리에 별 이상이 없는 걸 듣자 소은정은 마음이 놓였다. 친구로서 하늘에게 소은해를 위해 당장 나서서 해명해 달라고 요구할 순 없었다. 그리고 가족으로서 하늘도 챙겨야 했으니 지금으로선 소은해가 조금 억울할 수 있지만 그냥 두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 기사를 볼 때마다 화가 났다. “돈만 많으면 단가? 이런 사람들은 죽여버려야 돼.” “소은해는 돈이 그렇게 많다 해도 언제 한번 기부하는 꼴을 못 봤어. 다른 아이돌들은 몇억씩 기부하는데. 돈을 다 여자 꼬시는데 썼나?” “듣기로는 촬영팀들도 이제 익숙할 정도래.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가 있지?” “정말 실망이다. 빨리 해명해.” “사실 확인도 안 됐는데 다들 너무 단정 짓는 거 아님?” “전에 무슨 스태프랑 잘되고 있다 하지 않았어? 근데 이제 그 기사 찾을 수도 없네.” ... 소은정이 댓글을 읽고 있는데 우연
언론은 잠시나마 잠잠해졌다. 하지만 소은해와 함께 있던 두 여성에 관한 소문은 아직도 돌아다녔다. 하지만 금세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누군가가 촬영팀의 촬영시간과 지점 그리고 호텔위치까지 알아보고 당시 현장에 있던 배우들에게 묻기까지 했다. 놀랍게도 헛소문을 퍼뜨리며 소은해와 확실히 썸을 타고 있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었다. 한순간에 SC그룹의 해명 또한 잊히고 분위기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소은해의 sns계정에 오랜만에 게시물이 업로드 됐는데 그가 직접 올린 것이 아니라 김하늘이 그의 계정을 사용해서 업로드한 것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과 당시 촬영팀의 사원증 사진이었다. 김하늘은 스태프 입장이었기에 잠깐 나갔다 들어올 때조차 사원증이 필요했다. 서로 다 아는 사이였지만 보안유지가 필요한 곳이니 사원증이 필수였다. 기사 사진에서 보였던 옷차림을 하고 있는 김하늘 사진이 보였다. 모두 소은해가 찍어준 사진이었다. 이 사진들이 업로드 되자 소은해의 명성을 이용해 유명세를 타려 하던 두 여성의 속셈도 드러났다. 김하늘의 이런 행동을 소은해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누명이 벗겨진 줄도 모르고 소은해는 아직도 기자들에게 화가 나 호텔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호텔밖으로 한걸음도 나설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때 전화 벨소리가 울리고 소은해는 짜증을 내며 전화를 받았다. “얘기해...” 상대방이 몇 초간 가만히 있다가 얘기했다. “짐 정리하고 나와. 밑에서 기다릴게.” 소은해가 깜짝 놀라 눈을 비볐다. “하늘아, 촬영 중인 거 아니었어? 잠시만, 기사를 본 거야? 일단 모습 드러내지 말고 좀 잠잠해지면 다시 보자.” “헛소리하지 말고 내려와. 기다리고 있으니까.” 김하늘이 재촉했다. 소은해는 바로 창문 쪽으로 뛰어가 내려다봤다. 아직도 기자들이 즐비했다. 만약 김하늘이 나타난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다. “하늘아...” 소은해가 망설였다. “나 3분 뒤면 호텔 도착해.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