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칫하던 김하늘이 한숨을 내쉬었다.“내 과거가 알려지는 게 하나도 두렵지 않아. 난 잘못한 것도 없고 부끄러운 것도 없어. 물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겠지만, 만약 이런 일이 한 번만 더 생기면 나도 그때는 참지 않을 거야. 우리 관계도 공식적으로 밝혀질 거니까! 앞으로 어디 나갈 땐 모자랑 마스크는 꼭 하고 다니자.”그들의 관계가 공식적으로 밝혀지는 순간부터 그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이다.만약 둘 사이에 이상한 낌새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그들을 둘러싼 각종 불화설이 돌아다닐 것이다.소은호는 김하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나 때문에 너만 고생하겠다.”…..소은정은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그녀의 곁에는 최성문, 윤이한, 우연준과 소은호가 있었다.소은호는 어쩔 수 없이 그녀와 함께했다.한창 즐겁게 둘만의 시간을 보내던 소은호에게 김하늘이 부탁했다.소은정을 따라가 그녀를 돌봐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김하늘 때문에 소은호는 어쩔 수 없이 소은정과 동행을 하게 되었다.게다가 소찬식의 별장도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람도 쐴 겸 새봄이와 문준서까지 데리고 떠났다.별장에 도착하자마자 새봄이와 준서는 숨바꼭질을 다 같이 놀자고 졸랐지만 체력이 부족했던 그들은 아이들과 놀아줄 수 없었다.다행히 별장의 집사와 고용인들의 친절한 배려 탓에 간만에 제대로 된 휴식을 할 수 있었다.소은정은 서재에서 소은호와 이번 프라이빗 파티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다.초대장은 받았지만 참석한 다른 VIP들의 신상정보는 비밀에 부쳐졌다.그녀는 며칠 안 남은 이번 모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열정을 쏟아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그녀는 새봄이를 데리고 대학교를 찾아갔다.월반한 마이크가 다니고 있는 이 대학교는 역사가 유구한 명문대였다. 마이크가 관심 있어 하는 최고 학과가 있는 대학교이기도 했다.그녀의 연락을 받은 마이크는 급히 자전거를 타고 밖에 나왔다. 그녀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마이크는 자전거에서 뛰어내려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누나!”새봄이
마이크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파란 눈동자에는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아빠는 어딨어요?”소은정은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려고 크게 심호흡한 뒤 애써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마이크, 얼마 전에 여기에서 지진이 났다는 소식은 들었지? 동하 씨랑 나도 마침 그 장소에 있었거든. 지진이 지나고 보니 동하 씨가 안 보였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어.”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망연자실한 얼굴로 멍하니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소은정도 한숨을 내쉬었다.''마이크, 너한테 숨기고 싶지 않았어. 동하 씨랑 연락이 안 되면 너도 의심할 것 같아서 이렇게 직접 얘기하고 싶었어. 강한 아이니까 네가 어디서 뭘 하든 아빠는 널 응원할 거고 항상 건강하길 바랄 거야. 널 위한 꽃 길도 만들어 주셨고, 무엇보다 널 많이 사랑하셔. 우린 가족이잖아,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그게 뭐든 내가 아빠처럼 최선을 다해 들어줄 거고 앞으로는 내가 널 아빠처럼 사랑할 거야.”마이크는 참담한 표정으로 멍하게 있었다. 믿기지 않았다.“그럴 리가 없어요. 장난치는 거죠?”마이크가 현실을 부정하는 모습을 본 그녀의 가슴도 미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른으로서 아이 앞에서 흔들릴 수 없었던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말을 이어갔다.“나도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어!”하지만 무정하게도 이건 현실이었다.마이크는 자기 앞에 주어진 현실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마이크는 전동하가 혼자 키웠다. 비록 평소에 바쁜 업무로 인해 항상 마이크 곁에 있지 못했지만 벅차리만큼 가득한 사랑으로 키운 게 바로 전동하였고 전동하의 따듯한 보살핌 속에서 살아온 마이크였다. 때론 실수하는 마이크에게 엄한 훈육도 했지만 가득한 사랑도 줬다.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절대 마이크에게 소원하게 대한 적 없었고 마이크를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보살펴 줬다. 전동하는 재혼을 통해 낳은 친딸보다 마이크를 더 끔찍이 아꼈다. 마이크는 단 한 번도 가족에서 소원함이나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다.
박수혁의 말에 그녀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그녀는 자기가 지금 어떤 동요나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어떤 감동이나 충격, 아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다. 마치 낯선 사람과 마주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박수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얼굴이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그녀는 나긋한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수혁 씨, 내가 당신 호의를 알아차렸기 때문에 당신 간곡함을 거절한 거야. 내 말 이해했어?”박수혁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박수혁은 눈썹을 찡그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왜지? 이미 떠났잖아. 당신이 마음속으로 내키지 않아 한다는 건 나도 이해해, 하지만 평생 이렇게 살 수 없잖아. 고통에서 도망치려면 우선 그 남자에 대한 감정에서부터 걸어 나와야 하잖아. 안 그래?”소은정은 그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아니, 난 동하 씨를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난 단 한 번도 고통에서 도망치려 한 적 없어. 고통을 잠깐 중지시킨 거지, 망각한 건 아니야. 난 그를 사랑해, 그는 쉽게 잊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혹시나 그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더라도 난 그의 옆에 있을 거야.”전동하는 그녀에게 말로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줬다. 그녀가 준 사랑의 10배는 더 되는 사랑으로 그녀의 사랑에 보답했다.순간마다 그녀를 향해 베푸는 전동하의 배려와 사랑은 그녀에게 덧없는 안정감을 선사했다. 이 세상 누구도 전동하 만큼 자기를 사랑해 줄 수 없다고 그녀는 확신했다.박수혁에게 받은 상처는 진작에 전동하의 사랑을 통해 완전히 아물었다. 넘치는 사랑을 주는 전동하 대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심으로 가득 찬 박수혁과 그녀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전동하에 대한 애정이 어린 말과 그를 사랑한다는 그녀의 말에 박수혁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짙게 깔린 눈빛에서 분노가 차올랐지만 박수혁은 자기 입술을 깨물며 분노를 억눌렀다.“당신도 예전에는 날 이렇게 사랑했던 건가?”3년이
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았어,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마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서 다시 새봄이와 장난을 치면서 놀았다.소은정은 창밖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다.'동하 씨도 함께였으면 좋았을 텐데. 아직 살아있었다면 분명히 내 곁으로 돌아왔겠지?'소은정이 생각에 빠진 사이에 별장에 도착했다.이 별장은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었고 엔티크한 분위기가 마치 귀족들만 사는 마법의 성과 같았다.집사 한 분이 별장에서 살면서 꾸준히 집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인지 집이 매우 깨끗했다.새봄이는 마이크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고 집사는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새봄이가 돌아온 것을 본 문준서가 달려가서 새봄이를 안았다.문준서를 본 소은정은 잠시 멍때렸다."준서야, 엄마 아빠 만나러 집으로 돌아간 거 아니었어?"문준서는 억울한 표정을 짓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 옆에서 우연준은 기침하며 설명하려고 다가왔다."제가 준서랑 같이 부모님을 뵈러 갔었는데, 얼굴만 잠깐 보고 밥도 안 먹이고 저보고 다시 데려가라고 하더라고요.”소은정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문준서를 바라보았다.비록 문준서가 소은정의 집에서 살면서 내색은 안 해도 마음속으로는 집이 그리웠을 그 아이의 생각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소은정은 다가와서 문준서의 머리를 만지며 웃으며 말했다."우리 준서, 먹을 복이 많네. 점심은 네가 좋아하는 치즈 랍스터를 해 줄게. 그리고 내일 다 같이 놀러 갈까?"새봄이도 해외여행은 처음이라서 맘껏 즐기고 집에 보낼 생각이었다.문준서의 눈에서 빛이 반짝반짝 빛나더니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우와 신난당, 저희는 놀이공원에 가서 퍼레이드 쇼를 보고 싶어요.""좋아, 그럼 네가 새봄이를 잘 지켜줘야 해. 알겠지?""네! 그럴게요. 저한테만 맡겨주세요!"문준서의 말솜씨는 주변 사람들을 아주 행복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한편, 새봄이는 오빠에 대한 동경으로 하루
그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어쩐지 윤이한 씨가 일부러 날 끌고 오더라니.’“사모님, 전 대표님께서 자리에 계셨다면 그들을 견제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은 이미 대표님께서…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이런 소란을 만든 겁니다.”이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건 쉬운 일이었지만 이에 따라 치러야 할 대가가 컸다.이 역시 전동하가 힘들게 이 프로젝트를 따낸 이유이기도 했다.국내의 제품을 수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파는 게 전동하가 그린 그림이었다.그녀는 씁쓸한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전동하는 올바른 성정 때문에, 정의로운 마음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그녀는 이번에야말로 다시 한번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기회가 생긴 것 같았다.한편으로는 전동하가 그녀에게 이 일과 관련된 일절 얘기를 하지 않은 게 의외였다.어쩌면 전동하는 정말로 이 일을 하찮은 일 따위로 여긴 것일지도 몰랐다.‘대단한 사람이라니까.’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윤이한은 그녀에게 위층을 가리켰다.“저희는 좀 더 올라가야 해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언제 있었던 일이에요?”“사모님과 결혼하신 지 얼마 안 됐을 무렵이에요.”옅은 한숨을 내쉰 윤이한이 무심히 웃었다.“사실 사모님을 만나신 뒤로 대표님께서 많이 달라지셨어요. 제가 알던 분이 아니세요. 미국에서 대표님을 처음 만났어요. 대표님께서는 각국의 경제 형세에 대한 통찰력이 아주 높으신 분이세요. 중국의 사업을 중요하게 여긴 건 맞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목을 매시진 않으셨어요. 어쨌든 중국은 해외 투자에 제약이 많은 나라이니까요. 하지만 사모님을 만나신 뒤로 자기가 신앙심이 없는 사업가라는 걸 잊으신 것처럼 매일 책이며 신분이며 빼놓지 않고 읽으셨어요. 국내 시장 현황에 대해 어찌나 관심을 가지시는지, 당신을 책임감 있는 사업가로 여기시는 것 같았어요.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이 나라 사람인 줄 알았을 거예요!”윤이한의 발언에 오히려 그녀가 몸을 살짝 떨었다.가슴 끝에 깃털이 스치
윤이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설마 우리 사모님이 못 알아듣겠어요? 우리 사모님은 집에서 빨래나 하는 가정주부가 아니라 SC 그룹의 총수이세요. 변호사들도 서류 하나하나 빠트린 게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하는데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재촉하시는 겁니까? “ 잭은 못 알아들은 듯 머리를 갸우뚱했다. “누구라고? “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다시 한번 물었다. 소은정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윤이한은 그녀를 대신해 말했다.순간 얼굴이 굳어진 잭은 자기의 경솔했던 행동들을 반성하는 눈빛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SC 그룹? 총수? 소 대표님?” 그는 중얼거리며 입을 열었다. “SC 그룹 산하의 몇몇 병원은 우리 나라 사람들도 매우 선호하는 연합 병원입니다. 가능하다면 우리도 SC 그룹 연합 병원들과 협력하는 데 매우 관심이 있어요. 우리 제품이…“ 소은정은 그의 말을 끊고 미소를 지으며 서류를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SC 그룹과의 협력은 나중에 논의합시다. 저는 이 자리에 전 대표님을 대신해서 온 자리입니다. 서류 내용들이 저희에게 부당하네요. 이 나라의 국가 산업 규범에 따르면 지분을 처분하려면 전 대표님의 동의가 있어야지만 가능합니다. 전 대표님과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전 대표님께서 이 자리에 제 의견이 최종 답변이 되겠네요.”“이 문제는 이사회에서 이미 만장일치로 결정 난 사안입니다만…“ “우리가 2대 주주 아닌가요? 당사자가 없는 주총 회의는 의미가 없고 인정할 수 없어요. “ 소은정은 가볍게 라떼 한 모금 마시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대표님이 이렇게 나오니 법적절차를 밟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가 질 것 같습니까? “ 비록 그들 나라에는 상대적인 보호조치가 있다지만 법적 절차를 밟게 되는 순간 회사의 이미지가 대중에게 실추될 수밖에 없었다. 순수 유럽계 혈통이라는 배너는 달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소비자를 기만한 게 될 것이다.시간을 끌면 끌수록 제
윤이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잭은 사모님에게 전혀 속지 않았어요. 그 감정은 모두 헛수고가 됐어요. 근데 사모님은 왜 이렇게 ZF 연합 병원rhk 협력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소은정은 창밖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ZF 연합 병원은 세계 최고의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어요. 브랜드의 가치와 품질이 좋다는 증명이긴 하지만 세계 다른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아직 미미한 실력이에요."줄곧 성장할 기회를 노리긴 했지만 마땅한 기회를 찾지 못한 것 같았다."그렇군요. 사모님이 계셔서 다행이에요. 안 그랬으면 정말 까다로워질 뻔했어요."윤이한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시름을 놓았다.소은정의 초전 승리는 그에게 큰 자신감을 가지게 했다.몇초간 생각에 잠겼던 소은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프라이빗 파티에 참석하는 분들의 명단 있어요?"그녀는 이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에 관한 정보가 궁금했다.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전 단지 프라이빗 파티가 호화로운 요트에서 진행된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10명만 초대된 파티에 사모님도 계시고요. 세계적인 과학 기술의 거물 조지와 로위가 있고, 참, 주의하셔야 할 분이 있는데... 바로 마이크의 이모님이세요. 나머지 분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정보가 없어요."소은정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마이크의 이모가 왜 가는 거죠?"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도 워낙 파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 이번 술자리를 통해 인맥을 넓히려는 목적이 아닐까요?"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리 중요하지 않은 파티에서 사모님을 초대하셨어요. 사회적으로 유명한 분들 몇 명 계신 파티인데 친분을 쌓기 위해 만들어진 파티니 사모님 뜻대로 하셔도 됩니다."윤이한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꽤 시끌벅적한데, 제가 새봄이 아가씨를 모시고 갈까요?"그녀는 난감한 듯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때 가서 얘기해요. 새봄이가 워낙 다루기 어려운 아이라 분명 사고 칠 거예요."어두운 밤이 되어서야 그녀는 별장으로 돌아올 수
소은정을 바라보는 박수혁의 눈빛이 침울해졌다.똑똑"들어오세요"소은정이 대답했다.집사는 커피를 박수혁에게 건넸다.평소와 다르게 고맙다고 말하는 박수혁을 그녀는 힐끗 바라보았다.소은정은 차 한잔을 손에 들고 무덤덤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수혁 씨, 방금 그거 무슨 말이야?"박수혁은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알기로는 그 과학 기술 전시회는 함정이야.""무슨 함정?""인공지능과 감정의 상호작용은 이미 윤리에 어긋났어. 임계점에 와 있는 실험을 진행한다는 건 과거의 단순 복제와 달리 이번에는 DNA를 이용한 유전자 복제, 정확히 말하면 인류가 기술을 이용해 생명을 개조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거잖아. 국내에서는 허가되지 않은 실험이야."박수혁은 가라앉은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아. 이건 단순한 전시회가 아니야. 세계적인 기술 거물인 조지가 암에 걸렸는데, 그가 지금 단순한 파티를 할 겨를이 있겠어?”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뭔가 깨달은 눈치였다."수혁 씨 뜻은 그들이 부자들을 위한 생명 연장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는 거잖아. 인간의 윤리를 어기면서 유전자를 편집한다는 거야?"박수혁은 뿌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맞아, 바로 그거야."소은정은 눈을 감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서 온 거지 아직 확정된 건 없어. 걱정 안 해도 돼."유전자 편집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에서는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고 이번 파티가 단순하게 유전자 편집에 관한 거라면 이렇게 대대적으로 일을 벌여서 과학기술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전시회까지 열 필요가 없었다.그녀는 은연중 다른 기획 의도가 있을 거라고 여겼다.박수혁은 하려던 말을 마저 했다."당신이 날 얼마나 믿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당신을 위해 하는 말이야. 혼자 위험에 빠지는 걸 볼 수 없었어. 내가 지켜줄게.”박수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은정이 들고 있던 컵이 바닥에 떨어졌고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뜨겁네. 집사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