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하준은 얼마 들지도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먹고들 있어. 난 일이 있어서 올라가 봐야겠어.”미연은 실망한 얼굴로 위층으로 올라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만 생각하면서 정성 들여 요리했는데 먹지도 않고 가버리다니!곽현이 그녀를 불렀다.“미연이 너도 먹어. 사양하지 말고.”미연은 그제야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민 사장님은 제가 한 요리가 별로인가 봐요. 요리 공부를 좀 더 해야겠어요.”장민이 웃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 형님은 원래 입맛이 까다로워. 형님 요리는 전문적으로 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다른 사람이 한 음식은 안 드실 거야.”미연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그런가요?”위층.한유라는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앉아 공허한 눈빛으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민하준이 안으로 들어오자 그녀는 움찔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민하준은 다가가서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 발을 묶고 있던 끈을 풀어주었다.한유라는 경계 어린 표정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또 뭐 하자는 거야?”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민하준은 화장실을 가리키며 말했다.“가서 좀 씻고 옷도 갈아입어. 몸에서 냄새 나면 미연이가 또 올라와서 너 대신 청소해야 하잖아.”한유라는 이를 악물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현기증이 났다.민하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세게 꽉 잡았다.한유라는 통증에 인상을 찡그리며 신음소리를 냈다.민하준은 손을 풀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상황에도 나약한 척하네.”한유라는 그를 힐끗 쏘아보고는 화장실을 향해 다가갔다.그녀가 화장실에 가서 문을 닫으려는데 민하준이 다가와서 문고리를 잡았다.“또 뭐?”민하준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씻는 거 도와줄게.”“아니, 필요 없어.”“같이 안 씻어본 것도 아니고. 우리가 나눴던 추억을 다시 되살리고 싶지 않아?”말을 마친 그는 성큼 안으로 들어서서 그녀의 입술을 강제로 탐했다.과거의 민하준과는 사뭇 다른
한유라는 힘겹게 고개를 들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돈세탁, 도박, 유흥업소… 요즘 민하준이 하는 일들이 이런 일이란 말인가?그녀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온몸의 혈액이 순식간에 얼어붙는 느낌이었다.그래서 그렇게 잔인하고 거침이 없었던 거구나.심지어 그녀의 집에 침입해서 사람을 때려 중상을 입히고 납치까지 마다하지 않았다.이미 법의 경계를 벗어난 인간들이었구나.한유라는 더 당황하고 겁이 났다.그가 겁이 없는 존재라면 무슨 수로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까?미연은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니 마음 편하게 가져요. 민 사장님 말만 잘 들으면 좀 편해질 거예요. 우리 같은 여자들은 순종적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한유라는 가슴이 철렁하면서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미연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우리? 너… 민하준이랑 무슨 관계야?”한유라는 그제야 미연이 민하준을 바라볼 때 눈빛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내가 너무 바보 같았어.’단순히 도움을 한번 줬다고 전도 유망한 대학생이 진로를 포기하고 민하준을 따를 것 같지는 않았다.아주 친밀한 관계가 아닌 이상은 불가능했다.미연은 쑥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한유라 씨와 민 사장님의 관계랑 비슷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한유라 씨한테 악감정은 없어요. 그분 옆에 머물 수 있는 것만으로 저는 만족하거든요.”“예전에는 이곳에 정말 많은 여자가 살았어요. 한유라 씨가 오면서 민 사장님은 여자들을 전부 쫓아냈죠. 그리고 이제 우리만 남게 되었으니 제가 유라 씨를 잘 돌볼게요.”한유라는 온몸에 소름이 돋고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조금 전에 먹었던 음식이 식도로 다시 올라오는 느낌까지 들었다.그냥 순진해서 민하준에게 속았다고 생각했던 미연이 그와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니.한유라는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이 대범한 여자를 비난해야 할지, 아니면 악랄한 민하준에게 저주를 퍼부어야 할지!
병상에는 힘든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평소에 한 손으로 그녀를 들어올리던 남자가 몸에 큐브를 잔뜩 달고 누워 있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심강열의 손을 잡았다.눈물이 흘렀다.처음이었다.이토록 가슴이 찢기는 느낌은.소리도 나오지 않고 칼로 온몸을 도려내는 것 같은 그런 고통이었다.예전에 겪었던 그 어떤 고통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서럽고 힘든 마음이 한순간에 북받쳤다.대신 아파해 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녀는 너무 생각없이 살았던 과거를 후회했다. 그녀의 그런 생활이 결국에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다치게 했다.심강열은 그녀보다 더 예쁘고 온순한 여자를 만나 자신의 사업을 넓혀가는 삶을 살 수도 있었다.그녀를 만난 게 죄라면 죄였다.한유라는 그 자리에 앉아서 한참을 울었다. 그러다가 그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한유라는 다급히 눈물을 훔치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여보, 깬 거야? 지금 의사 불러줄게.”그녀가 문을 열고 나가려던 순간, 문밖의 사람을 본 한유라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민하준과 그의 부하들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그들은 무슨 재미난 구경을 하는 것처럼 조롱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민하준은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더니 안으로 들어가서 살기를 내뿜었다.“다 울었어? 다 울었으면 나랑 돌아가자.”한유라는 가슴이 철렁했다.눈물을 닦을 여유도 없이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그녀는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했지만 참을 수 없었다.민하준을 본 순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그렇게 대치 중,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경호원? 의사?그녀는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고 밖으로 뛰었다.아무나 만나면 민하준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 순간 민하준이 고저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한유라, 여기 좀 봐.”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굳었다.눈이 시뻘겋게 된 민하준이 심강열의 몸에 꽂인 튜브를 뽑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그의 부하들도 달려들었다.의료기기
소은정은 기대에 찬 얼굴로 전동하를 바라보며 물었다.“좀 수상하지 않나요?”전동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당신이 너무 예민해서 그래요. 한 달 전에 심 대표가 여기 입원할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어요?”소은정은 입을 삐죽였다.돌아가는 길에 전동하는 어떻게든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애썼다.하지만 소은정은 한유라 때문에 대화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한유라의 어머니도 업무를 모두 내려놓고 경찰 조사에 협조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상대가 뭘 원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한유라가 납치되고 심강열이 입원한지 3일 차.그들은 여전히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전동하는 이 일을 깊게 파고 싶지 않았고 소은정도 그렇게 하기를 바랐다.지하세력 마약거래와 이 일이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었다.그는 가급적이면 이런 일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한유라가 잡혀 있는 상황이지만 그는 그럴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그가 원하는 건 소은정과의 안락한 삶이었다.하지만 소은정과 한유라 사이가 워낙 끈끈했기에 아예 손을 뗄 수도 없었다.하지만 상대의 목적이 그와 소은정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기에 깊게 관여할 이유가 없었다.이틀 밤을 새웠던 소은정은 전동하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들었다.전동하는 한숨을 쉬며 운전기사에게 부탁했다.“좀 천천히 가.”“네.”심강열의 모친 하시율은 그의 병간호를 맡았고 한유라의 모친은 경찰 조사를 맡았다.편의점 다녀오는 사이에 아들이 또 사고를 당했으니 하시율은 심신이 지쳐가고 있었다.소식을 들은 김현숙도 한걸음에 달려왔다.하시율은 응급실 밖에서 목 놓아 울고 있다가 김현숙을 보고 말했다.“괜찮다고 했는데 왜 왔어?”김현숙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위가 이 상황인데 어떻게 시름 놓고 있겠어? 형사들은? 밖에서 지킨다고 하지 않았어? 도대체 언제 들어온 거야?”하시율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교대한다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사고가 터졌어.”김현숙은 분노에 찬
한유라는 냉소를 짓고는 고개를 들고 그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네가 스스로 타락한 걸 나 때문이라고 말하지 마. 넌 그렇게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잖아. 너 네 전처랑 정략 결혼을 했다고 혼인 중에 바람을 피웠다는 게 네가 쓰레기라는 증거야! 내가 눈이 멀어서 너 같은 것을 좋아했어. 그래도 난 빨리 정신 차리고 다른 사람이랑 결혼했잖아. 그런데 너는? 너는 이 핑계로 타락을 선택했어. 마약, 여자, 성매매, 이런 유혹 때문에 넌 사람이 아닌 괴물이 되어 버린 거야!”“날 왜 잡아왔어? 망가지는 날 보면서 네 허영심을 만족시키고 싶었어? 단지 내가 결혼 상대로 널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한유라는 적나라하게 그의 가장 어두운 곳을 폭로했다.“그냥 인정해, 민하준. 넌 날 가지기 위해 이런 짓을 한 게 아니야! 그냥 네 꼴 같지도 않은 자존심 때문이지! 이제 곧 형사들이 널 찾아낼 거고 넌 감옥에 가게 될 거야!”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민하준은 달려들어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그는 음산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당장이라도 이 여자를 목 비틀어 죽이고 싶었다.“한유라, 날 자극하지 마.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너도 알잖아.”그는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채로 살기를 뿜어대고 있었다.그는 자신이 그 정도로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정략 결혼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그는 바람이 아닌 사랑을 했다.범죄를 저지른 건 막다른 골목에서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그런데 왜 이 여자는 그를 이토록 쓰레기 같은 사람으로 평가할까?한유라는 경멸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네가 일편단심이라고 말하고 싶어? 우리 헤어지고 너 정말 여자 안 만났어? 너 미연이랑 잤잖아?”비웃음이 가득 담긴 단호한 말투였다.그녀는 그가 가식적이라고 비웃고 있었다.그리고 그의 인성을 지적하고 있었다.한유라는 억울했다.결혼한게 잘못이야?진짜 옳은 사람을 만나서 정상적으로 살고 싶었을 뿐이다.그런데 민하준 이 자식은 무슨 자격으로 날 비난하지?자
미연은 감정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많이 안쓰러운 모습이었다.장민이 입을 열었다.“형님, 미연이도 불쌍한 애잖아요. 얘도 우리처럼 힘들게 살았어요. 형님한테도 이렇게 충성을 맹세하는데 그냥 여기 남게 해요!”곽현도 옆에서 동의를 표했다.민하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시선을 거두었다.“그럼 잠시만 여기 있어. 네 임무는 한유라를 돌보는 거야. 다른 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이런 일이 또 생기면 널 다른 곳으로 보낼 거야.”미연은 움찔하며 어깨를 떨었다.민하준의 저택에서 쫓겨난 여자들은 업소를 가거나 누군가의 정부로 팔려가게 된다.그녀는 그런 결과를 원치 않았다. 어떻게든 민하준 옆에서 살아남고 싶었다.그녀는 정중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한유라 씨 잘 감시할게요.”곽현이 웃으며 말했다.“그만하고 가서 쉬어. 우린 따로 이야기할 게 있어.”미연은 눈물을 닦으며 위층으로 올라갔다.장민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모습을 좇았다.민하준도 그걸 눈치챘지만 속으로 코웃음 치면서도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곽현은 헛기침을 하며 장민의 주의를 돌렸다.“장민아, 오늘 병원에서 태한이나 SC쪽 사람들 봤어?”장민은 그제야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니. 형사들을 따돌린 뒤에 들어갔는데 태한그룹 사람은 못 봤어. SC쪽 사람도 없었고. 형님, 시간이 너무 짧았던 거 아닐까요?”민하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심각하게 고민했다.“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나 소은정을 봤거든. 그 여자가 한유라를 봤으니 어떻게든 구하러 오려고 하겠지.”“그런데 전동하도 능구렁이라서 이 일에 끼고 싶지 않아서 안 움직이는 게 아닐까요?”곽현이 말했다.민하준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아직 그 여자들을 몰라서 그래. 한유라와 소은정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어. 한유라 저 눈치 없는 여자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 수 있었던 건 친구인 소은정이 옆에서 보호해 줬던 공이 커. 비난이나 악의적인 언론은 소은정이 다 막아줬으니까.”민하준은 저도 모르게 과거가 떠올랐다.한
조용한 방 안에 밝은 햇살이 비쳐들었다.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자 한유라는 뒤척이며 잠에서 깼다.삭신이 쑤시고 부상당한 몸 이곳저곳이 아팠다.그래서 정신없이 잠을 잤던 것 같았다.그녀는 너무 시름 놓고 잔 자신을 탓했다.옆에 누운 남자가 불만스럽게 몸을 뒤척였다.그녀는 분노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이럴 줄 알았으면 잘 때 목 비틀어 죽여버릴걸!그녀의 표정이 너무 솔직해서인지, 민하준은 한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냉소를 터뜨렸다.“나 잘 때 목 졸라 죽이지 못해서 아쉬웠어?”한유라는 이를 갈며 그를 노려보았다. 아직도 어제 맞은 뺨이 얼얼했다.민하준은 느긋한 자세로 그녀를 품으로 끌어당겼다.한유라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손길을 뿌리쳤다.“나한테 손 대지 마!”민하준은 피식 웃더니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아, 너 병균 옮을까 봐 걱정했었지? 그런데 걱정하기엔 이미 늦었어. 우리 몇 번을 같이 잤는지 기억도 나지 않잖아? 너도 나처럼 더러워진 거야.”말을 마친 그는 몸을 뒤집어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한유라, 여기서 편하게 지내고 싶으면 자꾸 날 자극하지 마.”한유라는 겁도 없이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대꾸했다.“내가 싫다면? 또 때리려고?”그녀는 원래 이런 스타일이었다. 자신이 다치더라도 당한 건 꼭 되돌려줘야 하는 여자.민하준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자신이 때렸던 그녀의 볼을 만지작거렸다.“너한테 다시 손 대는 일은 없을 거야. 맞아서 화가 난 거면 너도 나 때려. 기회를 줄게.”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의 볼을 때렸다.한유라는 이때다 싶어 손을 빼고 힘껏 그의 얼굴을 쳤다.공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민하준은 말없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한유라는 두려웠지만 미움이 더 컸다.거듭되는 유린에 심신이 지쳤다. 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민하준은 피식 웃고는 표정을 풀고 입술을 감빨았다.참 대단한 여자였다. 때리라고 했다고 그걸 그대로 온 힘을 실어 주먹을 날리다니.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숨을 내
만약 민하준이 감옥에 간다면 아무도 그녀의 평화로운 삶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갑자기 오기가 동해서 그 방만 빤히 바라보았다.“한유라 씨, 뭘 그렇게 봐요?”장민이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아래위로 훑으며 물었다.한유라는 그 기분 나쁜 시선을 보자 구역질이 올라왔다.항상 음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남자였다.그녀는 냉소를 지으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내가 뭘 보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그녀는 어차피 비굴하게 굴어도 저들은 더 자신을 얕보고 괴롭힐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니 고작 부하 따위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장민이 발끈하며 뭐라고 하려 했지만 곽현이 그를 말렸다.반면 민하준은 느긋하게 핸드폰을 내려놓고 그녀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아침부터 화가 왜 이렇게 많아?”그는 여유롭게 식탁을 가리키며 말했다.“가서 아침 먹어.”한유라는 씩씩거리며 식탁에 다가갔다.뭐든지 힘이 있어야 싸울 수 있다.그녀는 당당하게 앉아 반찬을 뒤적거리며 밥을 먹었다.원래는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미연의 음식 솜씨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억지로 삼킬 수 있는 정도였다.과거에 그녀가 먹던 반찬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었다.곽현은 한유라를 힐끗 보고는 민하준에게 말했다.“오늘 한유라 씨 기분이 좋아보이네요?”장민은 한유라 들으라는 듯이 언성을 높이며 투덜거렸다.“여기서도 자기가 공주인 줄 아나 봐? 그런다고 누가 자기를 예쁘게 봐준대?”그는 사람을 무시하는 한유라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평소였다면 이런 여자들은 장민 같은 남자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테지만 포로로 잡힌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자신에게 무례하게 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장민은 한유라를 상대할 때마다 자존심이 상했다.곽현은 불안한 얼굴로 민하준의 눈치를 살폈다.민하준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 장민이 불만을 토로하는 건 조금 문제가 있었다.민하준이 버럭 화를 내려던 순간, 미연이 잘 손질한 과일을 들고 오며 미소를 지었다.“과일 좀 드세요.”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