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에 놓인 조사자료를 보던 전동하의 눈에 윤이영 세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전동하는 어두운 표정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윤이한이 전동하를 보고 말했다."대표님이 찾으라고 하신 윤이영 씨 조사내용입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것이 맞고 몇 살 많은 오빠가 있는데 반년 전에 길거리에서 싸움에 연루되어 맞아 죽었는데 시골까지 소문이 번지지 않아 윤이영 씨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고 합니다." 전동하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물었다."어릴 적 사진은 있어요?"윤이한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대표님, 윤이영 씨 고향은 고립된 섬마을로 교통도 힘들고 인터넷도 잘 들지 않는 곳입니다. 어릴 때 다녔던 학교에도 졸업사진은커녕 생활기록부조차 남아 있지 않아 사진을 찾지 못했습니다."전동하는 윤이한을 무표정인 얼굴로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윤이영이 진짜로 윤이영인지 아닌지, 증명을 해줄 사람이 없다는 거네요?"윤이한이 당황하더니 말했다."지금 그녀를 의심하는 건가요? 하지만 임재준 씨 얘기로는 안진 씨가 동남아에서 조용히 지낸다고 하지 않았나요?"전동하의 눈동자에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조용히요? 철창에 갇힌 늑대가 늘 고분고분하다던가요?" 전동하의 한마디에 윤이한은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 "혹시 윤이영이 안진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전동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직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늘 윤이영에게서 기분 나쁜 익숙한 느낌이 풍겨 나왓다. 사람 목숨을 갖고 노는 것. 얼마 지나지 않아 소은정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소은정은 오늘 있었던 일을 전동하에게 얘기했다. 전동하의 낯빛이 변하더니 말했다. "알겠어요, 지금 갈게요."전동하는 바로 옷을 챙겨서 소은정에게로 향했다."대표님, 어디 가십니까?""은정 씨 본가에."누군가 그의 딸을 다치게 했는데 어떻게 사무실에서 앉아있을 수 있겠는가! 소은호는 소지혁을 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소은호의 성격이라면 소지혁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다행이 새봄이는 아무
"조심해요, 은정 씨!"전동하가 재빨리 차 문을 열었다. 소은정의 눈빛이 날카로워지고 등에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소은정은 재빨리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뎌 몸으로 날아오는 물건을 피했다. 문상아는 놀라 뒷걸음을 치다 뒤에 있던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배를 부둥켜안은 채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배에서 몰아치는 고통을 느꼈다. 순간! 소은정의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한 여자가 손에는 액체가 담긴 병을 들고 소은정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그녀를 쫓아오고 있었다. 소은정은 재빨리 바닥에서 돌멩이를 쥐고 그쪽에 뿌려 병을 깨버렸다. "악!"비명이 들리고 소은정에게 뿌리려고 하던 액체가 자기 머리에 쏟아졌다. 그 사람은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 누워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버렸다.손에 쥐고 있던 병이 바닥에 떨어져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졌다. 보아하니 산성이 강한 용액 같아 보였다. 소은정이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을 때 최성문이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채를 잡고 고개를 들게 하였다. 전동하는 재빨리 그녀에게 뛰어가고 그의 눈에서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전동하는 먼저 소은정을 따뜻하게 쓰다듬어 주고 그 여인을 바라보았다. 직감적으로 손재은과 구태정 사망의 내막이 파헤쳐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멀리 서 있던 문상아는 배를 끌어안고 울고 있었고 그녀의 하반신은 이미 피로 범벅이 되었다. 그녀는 제발 살려달라 울부짖고 있었다. 소은정은 문상아를 잠깐 보다 전동하를 보았다. 전동하는 일부러 문상아를 무시하고 고개를 돌렸다. 염산을 들고 있던 여자에게 한 걸음 다가가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물었다."누구야, 너?"바닥에 쓰러진 여자는 최성문에 의해 고개를 들었다. 그녀를 보는 순간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그녀의 오관이며 느낌이 한여자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바로 소은정, 소은정을 너무 닮았다. 소은정은 그여자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전체적인 이목구비는 비슷했지만, 실리콘을
경찰은 본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하면서 단 번에 고개를 끄덕였고 소은정과 전동하는 그곳을 떠나 주차장으로 향했다.“동하 씨, 왜 저는 자꾸 이상한 느낌이 들죠? 모든 게 말이 되면서도 왠지 모르게 어딘가 이상한 거 같아요.”차에 탄 소은정은 전동하를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전동하는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네, 은정 씨가 느낀 게 맞아요. 일이 지금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어요. 우리가 이제 막 사건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범인이 갑자기 알아서 굴러 들어온 게 타이밍이 너무 기가 막히잖아요?”전동하가 진지하게 말하자 소은정이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면서 물었다.“당신도 안 믿어요?”“사람을 둘이나 죽였으면 보통 숨어 다니기도 바쁘죠. 잡히지도 않았는데 왜 자수를 하겠어요?”전동하가 웃으며 대답했고 그의 말에 소은정이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동하 씨 말이 맞아요!”“지금 상황으로 보면 상대방은 두려운 거예요. 혹시라도 저희가 그를 찾아낼까 봐 급하게 아무 사람이나 자수하게 만들어서 시선과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인 거 같아요.”말을 하던 전동하의 목소리가 점점 차갑게 변해갔고 들을수록 들뜨기 시작한 소은정은 그의 말에 머리가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그럼 그 사람들이 알아서 빠져들게 함정을 만들어 놓을까요?”“함정에는 미끼가 필요해요.”전동하가 소은정을 힐끔 쳐다보며 대답하자 그녀는 자신의 가슴팍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제가 있잖아요!”소은정도 희생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곁에 그녀를 지키는 사람이 많았기에 절대 사고가 나진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으며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겪고도 멀쩡한 자신에게 자신감이 있었기에 하루빨리 이번 일을 깔끔하게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다.“안 돼요.”잠시 고민하던 전동하가 고개를 저으면서 거절하자 소은정이 눈살을 찌푸렸다.“제가 아예 쓸모가 없는 병풍은 아니에요. 제가 위험에 빠질 거라는 걱정은 하지 마세요. 이곳은 저희 구역이니까 아무리 위험해도 전 무섭지 않아요.
역시나 한유라가 한숨을 내쉬며 착잡한 표정으로 소은정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런데 그쪽 문제가 지금 민하준의 전 와이프 가문과 엮여 있어.”“가지 마, 진짜 가지 마.”소은정이 진지한 얼굴로 한유라를 말리자 한유라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다시 접촉해서 좋을 게 없다는 거 나도 알아. 근데…”한유라가 착잡한 마음에 입술을 꽉 깨물었고 잠시 말이 없던 소은정이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심강열은 이 일을 알아?”한유라가 고개를 젓자 소은정이 말을 이어갔다.“그럼 그 사람이랑 의논하고 결정해. 혼자서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마. 사업도 중요하지만 네가 정말로 그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그 사람 참을성에 도전하지 마.”소은정을 멍하니 쳐다보던 한유라는 그녀에게 자신의 생각을 들킨 것 같아서 아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조금 전까지 한유라는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소은정의 말을 듣고 나니 조금 망설여졌으며 저지를 가치가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한유라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커피숍을 나서자 소은정도 그제야 회사로 돌아갔다. 연이어 회의를 몇 차례나 진행한 소은호가 퀭한 얼굴로 회의실을 나서자 마침 지나가던 소은정이 그에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안색이 많이 안 좋네?”“너도 연속으로 열몇 시간 넘게 일해 봐. 살아있는 게 대단한 거야!”소은호가 그녀를 노려보며 대답했다.“이렇게 일하는 사람은 오빠밖에 없어! 오빠가 있어서 너무 든든해!”“사탕 발린 소리 하지 마. 나 그딴 거에 안 넘어가. 앞으로 제시간에 출퇴근해. 안 그러면 월급에서 다 까버릴 거야.”소은호가 콧방귀를 뀌며 말하자 소은정은 순식간에 얌전해졌고 곁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우연준이 입술을 씰룩씰룩하면서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를 힐끔 쳐다본 소은정은 살짝 머뭇거리다가 결국 돌아서서 사무실로 들어갔다.쌓여 있던 급한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고 갑자기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소은정 때문에 부하 직원들 등만 터지고 있었다. 평소에
며칠 뒤, 소은정은 간만에 소지혁을 학교에 데려다주었고 그가 학교에서 적응을 잘하는지 궁금한 소은정이 학교 가는 게 재밌냐고 물을 때마다 소지혁의 대답은 늘 똑같았다.“재미없으면 안 가도 돼요?”안 된다는 소은정의 단호한 거절에 소지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으며 앙탈을 부리는 모습을 보니 학교생활이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닌 듯했다. 학교에 도착하자 소은정은 소지혁의 가방을 들고 한 손으로는 그의 손을 꼭 잡은 채 감개무량한 듯이 말했다.“네가 영원히 이렇게 어리고 귀여우면 얼마나 좋을까?”소은정의 말에 소지혁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대답했다.“이모가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넌 진짜 우리 오빠 친 아들이 맞구나!”“네.”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웃음이 터졌다. 이때, 소은정의 뒤쪽을 쳐다보던 소지혁의 두 눈이 반짝거리더니 힘껏 팔을 흔들었다.“시준아!”무거운 가방을 메고 달려오던 박시준은 소지혁을 발견하자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다가 소은정을 보자마자 살짝 들떠 있다가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저번 생일 파티 때, 새봄이가 하마터면 사고나 날 뻔한 뒤로부터 박시준은 계속 자책에 빠져 있었기에 이렇게 소은정을 다시 보게 되자 그는 기분이 들뜨면서도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이와 반대로 전에 있었던 일을 진작에 까먹은 소은정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조심스럽게 그녀를 쳐다보는 박시준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시준이는 오늘 개학인데 기분이 좋아 보이네?”소은정에게 전혀 원망의 뜻이 보이지 않자 박시준은 그제야 웃으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고 시간을 확인하던 그녀는 소지혁에게 가방을 건네며 말했다.“씩씩아, 무슨 일 생기면 고모한테 전화해. 나 먼저 간다.”“안녕히 가세요, 고모.”소지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었고 곁에 있던 박시준도 환하게 웃으며 펜과 종이를 꺼내 뭔가를 빠르게 적고 있었지만 갑자기 바람이 분 탓에 손에 들고 있던 종이가 날아가 버렸다. 박시준이 다급하게 종이를 쫓아가다가 지나가던 학생과 정면
눈살을 찌푸린 박수혁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이한석 씨가 며칠 동안 유럽에 있어서 연락이 안 되실 겁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가사도우미에게 연락하시거나 제가 다른 비서 연락처를 드릴게요.”“가사도우미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거 같습니다. 소은정 씨마저도 저희한테 박시준 군 가족에게 연락해 보라고 하셨거든요.”박수혁의 말에 놀란 선생님이 소은정을 언급하며 대답하자 그제야 차갑던 박수혁의 태도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말씀하세요.”“박 대표님, 아이를 학대하는 건 위법행위라는 걸 잘 아시죠?”선생님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하자 박수혁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빤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하고 싶은 말씀이 뭔가요?”“저희가 우연히 박시준 군 등과 엉덩이에서 멍든 자국을 발견했습니다. 생긴지 얼마 안 되는 새로운 상처들도 있더군요. 박 대표님은 이 상처들에 대해 알고 계셨어요?”박수혁의 기에 눌려 크게 숨을 들이마신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묻는 말에 순식간에 사무실에는 정적이 흘렀고 한참 지나서 박수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싸늘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뭐라고 하셨어요?”흠칫하던 선생님은 박수혁에게 다시 한번 물었고 그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알겠다는 말만 남긴 채, 비서를 시켜 선생님을 돌려보냈다.자리에서 일어선 박수혁은 이한석 사무실에서 그가 떠나기 전에 남겼던 문서를 찾으려 했으며 박수혁의 기억으로는 윤이영이 언급되었던 것 같았다.박시준이 학대를 당했다면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윤이영일 것이다. 박수혁은 비서에게 박시준을 태한 그룹으로 데려오라고 시켰고 어린 박시준은 아빠가 기분이 안 좋다는 건 느낄 수 있었는데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가 없었기에 전전긍긍한 얼굴로 자리에 서있었다.두 사람은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고 한참 지난 뒤,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박 대표님, 윤이영 씨 왔습니다.”윤이영의 이름을 들은 박시준의 두 눈이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박수혁은
박시준은 두 손을 꼭 쥔 채, 자리에 멍하니 서서 왠지 억울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박수혁은 그런 아이를 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말하기 싫은 거 보면 내가 윤이영 저 여자를 오해한 걸 수도 있겠네? 저 사람이 계속 너를 돌보게 하고 싶어?”아무리 물어도 박시준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문 채 가만히 서있었다. 결국 짜증이 난 박수혁은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과 닮은 눈앞의 이 아이를 빤히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너에게 이렇게 낭비할 시간이 없어. 계속 말을 하지 않을 거면 나도 방법이 없어. 너와 가사도우미 사이의 일은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아.”박수혁의 말에 드디어 박시준이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들었지만 모든 걸 포기한 듯한 눈빛이었으며 어린아이의 맑고 순수한 눈빛은 찾아볼 수가 없이 한순간에 훅 커버린 것만 같았다. 박시준은 창백한 얼굴로 입술만 계속 깨물었다.이때,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회의에 참석할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고 박수혁은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핸드폰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한참 뒤, 비서가 사무실에 들어와 박시준을 쳐다보며 물었다.“도련님, 대표님이 어디 가고 싶은지 물으셨습니다. 제가 모셔다드릴게요.”비서도 박수혁이 왜 자신의 친 아들에게 이렇게까지 차가운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너무도 닮은 두 사람을 보면 친자가 아닐 확률은 아예 없었다.잠시 머뭇거리던 박시준은 메모지와 펜을 꺼내 뭔가 끄적거렸고 메모를 확인한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40분 뒤, 회의를 마친 박수혁은 나오자마자 박시준의 동향부터 물었다.“도련님은 여전히 원래 있던 그곳으로 가고 싶다고 하셔서 모셔드리고 왔습니다.”눈살을 찌푸린 박수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저녁 시간이 되자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문자를 확인한 박수혁의 표정이 한층 어두워졌으며 잠시 고민하다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둠이 깃든 저녁, 박수혁은 굳은 얼굴로 눈앞에 우뚝 서있는 아파트를 빤히 쳐다보다가 한참 지나고 나서야 차에서 내려 아파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만약 처음부터 박수혁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 윤이영도 전동하에게 약점이 잡혀서 협박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며 이렇게 자유를 잃지도 않았을 것이다.윤이영은 바닥에 누워있는 박수혁을 보며 표정이 점점 악독해지기 시작했고 칼을 천천히 들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이 사람만 죽으면 넌 순조롭게 이 사람의 모든 재산을 물려받게 될 거야. 그럼 나도 동남아로 돌아가서 내 세력을 다시 키울 수 있어. 아들, 내가 널 낳은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줘!”박시준은 바닥에서 힘겹게 일어나 고개를 연신 저으며 윤이영을 말렸지만 윤이영은 아이의 생각을 전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한시라도 빨리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해결하려고 했다. “내가 너 아빠를 죽이는 걸 보면 넌 평생 트라우마가 남을 거야. 하지만 괜찮아. 엄마도 어릴 때부터 사람이 죽는 걸 보면서 컸고 엄마도 사람을 죽여봤어. 넌 내 아들이야. 앞으로 차차 사람을 어떻게 죽이는지 배우게 될 거야. 이렇게 하자. 네가 이 사람을 죽여. 네 손으로 직접 죽이면 네 마음의 병이 나을 수도 있어.”광기 가득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을 하던 윤이영은 박시준의 손에 칼을 쥐여 주었고 깜짝 놀란 박시준은 공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윤이영은 뒷걸음질 치고 거부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올라 아이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고 박시준의 작은 몸은 그녀의 힘을 이기지 못한 채, 바닥에 주저앉아서 온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양심도 없는 놈! 겁이 이렇게 많은 네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운이 좋았던 거야. 내가 왜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진짜 미치게 후회돼. 넌 나한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이곳이 동남아였으면 난 총으로 네 머리를 쐈을 거야!”윤이영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박시준은 이 상황이 너무 무섭고 공포스러웠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물만 줄줄 흘렸으며 불쌍한 표정으로 윤이영을 쳐다보았다.아이는 괴롭고 힘들고 미칠 것 같았지만 이 감정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