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방 안에서 단잠을 자고 있는데 차가운 손길이 그녀의 볼을 잠시 만지더니 그녀의 손을 잡았다.너무 차갑고 불쾌한 촉감이라 그녀는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아무리 뿌리쳐도 손길은 집요하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소은정은 인상을 쓰다가 갑자기 가슴이 철렁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전동하는 절대 이런 식으로 그녀를 만지지 않았다.번쩍 눈을 뜬 그녀의 앞에 누군가가 보였다.소은정은 본능적으로 손을 뿌리치려 했고 상대도 그녀가 깬 것을 알고 손을 내렸다.상대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랜만이야, 은정아.”박수혁의 음울한 얼굴이 시야에 보이자 소은정은 온몸이 빳빳하게 굳었다.“당신이 여기 왜 있어?”그는 한참을 침묵하며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것 봐. 전동하는 당신 안전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니까? 내가 이렇게 쉽게 이 방에 잠입할 수 있는 게 증거야. 그놈은 당신을 지켜줄 수 없어.”소은정은 길게 심호흡하고 힘껏 그의 손을 뿌리쳤다.“미친 거 아니야?”그녀가 욕설을 퍼붓는데 선박이 갑자기 크게 흔들렸다.박수혁의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베란다로 뛰어갔다.찬 바다바람이 불어오자 소은정은 추위를 느끼고 몸을 훔칫 떨었다. 박수혁은 그녀를 커튼 뒤쪽으로 숨겼다.그리고 VIP룸 문이 외력에 의해 열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전해졌다.“어때? 전동하 여기 있어?”박수혁은 소은정이 있는 곳을 힐끗 보고는 손을 놓고 뒤로 두 걸음 물러서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상대를 보며 말했다.“없어요. 아마 그 인간을 한국으로 돌려보내려고 나간 것 같네요.”“젠장! 늦게 왔네!”윤재수가 욕설을 내뱉었다.박수혁은 긴 다리를 움직여 안으로 들어가면서 베란다 문을 닫았다.“지금 쫓아가도 늦지 않아요.”문틈으로 윤재수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그 여자는? 여자랑 같이 배에 탄 거 아니었어?”박수혁은 음산한 목소리로 대꾸했다.“같이 이동했겠죠. 전동하는 조심성이 많은 인간이니까요.”그러자 윤재
소은정은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밖으로 달려나갔다.커다란 별장 입구에는 몸집이 거대한 개 한 마리가 지키고 있었다.소은정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도망가지 못할 거라 자신하더니 입구에 개까지 두었구나!개가 크게 짖자 고용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튀어나와 개를 끌고 어디론가 가버렸다.그녀는 소은정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소은정은 이곳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또 놀랐다.그녀에게는 너무도 낯선 환경이었기에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안진은 이미 사라지고 행적도 보이지 않았다.별장 내부에는 저 여자 고용인과 그녀, 그리고 개만 남은 것 같았다.소은정은 다시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안을 오랫동안 돌아다녔지만 전화기는 보이지 않았다.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그 여자 고용인이 다시 나타났다.“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식사하시죠.”소은정이 물었다.“안진도 함께인가요?”하지만 그 여자 고용인은 아무 말없이 뒤돌아서 가버렸다.소은정은 사실 입맛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 환경을 자세히 요해하려면 내려가는 게 맞았다.아래층에서 누군가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녀는 걸음을 재촉했다.아래층에 내려가서 누가 있는지 확인한 소은정은 화들짝 놀랐다.“저 여자가 왜 여기 있어?”안진과 같이 식사를 하는 사람은 이민혜였다.소은정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이민혜가 왜 여기 있는 걸까?안진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시선을 거두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소은정 씨는 제가 초대했어요.”소은정은 다가가서 식탁 맞은편에 앉았다.음식은 한식이 아닌 리비아 요리로 보였다.그녀는 다시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 아직 리비아에 있구나.이민혜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왜 가는 곳마다 네가 있는지 모르겠어. 재수가 없으려니까.”소은정은 고개를 들고 차가운 말투로 받아쳤다.“사모님, 그건 제가 드려야 할 말씀 같은데요?”거침없는 반박에 안진은 묘한 표정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소은정은 이민혜 따위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선박에서 내린 사람들을 전부 조사했지만 전동하는 소은정을 찾지 못했다.여행객들 중에 윤재수와 연고가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소은정은 마치 이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선장도 선원들을 파견해서 찾고 있지만 소득은 없었다.평소에 항상 매너를 잘 지키고 온화한 성격이던 전동하는 불과 며칠 사이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두 눈은 뻘겋게 핏발이 섰고 극도로 예민한 상태였다.선장은 그가 하루종일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 것을 보고 다가가서 그를 위로하려 했다.“대표님, 뭐라도 좀 드셔야죠. 그래야 사람도 찾고 그러는 거죠. 여태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 바다에서 실종된 것 같은데….”그 말에 전동하가 물건을 집어 던졌다.“그럴 리 없어요.”그가 떠나기 전에 절대 방을 나서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기에 소은정이 스스로 방을 나간 건 절대 아닐 것이다.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폭발 사고를 내서 그와 경호원들을 따돌리고 소은정을 납치한 게 분명했다.상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의 실수였다.하지만 선박에 오르기 전까지 철저히 조사했고 윤재수는 동남아에, 박수혁은 국내에 있는 걸 확인한 상태였다. 그들이 이렇게 빨리 그의 행적을 알 리 없었다.도대체 소은정을 누가 데려갔을까?이런 생각을 하는데 누군가가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전 대표님.”“이상준 씨.”선장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길을 비켜주었다.전동하는 인상을 쓰며 상대를 힐끗 보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고 처음부터 이상준의 생사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이상준이 탄 배에 같이 타서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고 겸사겸사 소은정과 휴가를 보낼 목적이었다.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상대는 꽤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 같았다.그걸 모르고 있었다는 게 원통했다.이상준은 창백한 얼굴로 다가가서 그에게 물었다.“은정 씨가 사라졌나요?”전동하는 고개를 들고 그를 노려보았다.이상준은 소은정의 실종에 대해 전혀 놀라지 않는
전동하? 안진은 고개만 흔들었다.소은정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박수혁?”안진은 미소만 짓더니 대답을 회피했다.“난 네가 정말 부러워. 그 사람은 왜 너만 좋아할까? 넌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는데 왜 잊지 못하는 거지?”소은정은 숨이 확 막히는 느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녀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나랑 그 사람 이제 아무 사이 아니야. 날 납치한 게 그 사람 때문이었어?”안진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꼭 그렇지만은 않아.”소은정은 생각이 더 복잡해졌다.안진은 더 이상의 단서는 제공하지 않겠다는 듯이 화제를 돌렸다.“딸을 낳았다고 들었어. 전동하 씨도 많이 좋아했겠지?”소은정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닌데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안진이 웃으며 말했다.“같은 아빠인데 내 아들은 아빠 사랑을 전혀 못 받고 있거든.”소은정은 그제야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결국 박수혁에게 불만이 있다는 얘기였다.안진은 씁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 아들에게 아빠를 찾아주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었어. 내 아들도 나처럼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가게 할 수 없어. 아빠 사랑받으며 밝은 곳에서 살게 하고 싶어. 소은정, 널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테니까 나 너무 미워하지 마. 돌아가면 전동하 씨한테 나 대신 미안하다고 전해줘.”소은정은 황당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그녀 자신도 안진을 용서할 수 없는데 전동하는 오죽할까?안진은 생긋 웃으며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궁금한 답을 구하고 싶어.”그 뒤로 소은정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어딘가 이상했다.소은정은 어쩐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납치범인 안진이 자신을 고문하지 않는다고 안 미워할 이유는 없었다.소은정은 여전히 그녀를 경계하며 물었다.“뭐가 그렇게 궁금해?”안진은 말없이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소은정은 뭔가 수상쩍은데 뭐라고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었
안진의 반가워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박수혁은 여전히 그녀에게 차갑게 굴었다.아무리 애를 써도 닿지 않는 거리에 있는 사람 같았다.안진은 그를 마주하고 서서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수혁 씨, 내가 두 사람을 살렸어. 나한테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박수혁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주저하던 이민혜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수혁아, 안진이 말이 사실이야. 나랑 예리가 미국에서 지영준한테 죽임을 당할 뻔했는데 마침 안진이가 나타나서 살았어.”박수혁은 차가운 시선으로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보낸 사람들이 도착했을 때 거기 없더라고요. 무사히 살아 계셨으면서 왜 연락 한번 하지 않았어요?”그는 많이 분노한 상태였다.이민혜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안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신 해명했다.“연락하기 불편한 상황이었어. 만약 어머님이 당신과 연락한다면 우리 오빠도 눈치챌 거고 그러면 이렇게 당신을 만날 수도 없었을 거잖아?”“그래서 다행이라는 거야?”박수혁은 잔뜩 분노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내 동생 어디 있어?”안진은 눈을 깜빡이며 이민혜의 눈치를 살폈다.박수혁은 고개를 돌리고 이민혜에게 물었다.“박예리 어디 있어요?”이민혜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예리는 꼭 윤재수 그 사람을 따라가겠다는 거야. 나도 말렸는데 말을 안 들어. 우리랑 절대 가기 싫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윤재수한테 보냈어.”박수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파랗게 질렸다.안진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우리 오빠가 잘 보살피고 있을 거야.”박수혁은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너무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혔다.그가 뒤쪽을 눈짓하자 박수혁의 부하들이 안진의 배에 올랐다.그런데 안진의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며 두 사람의 앞을 막아섰다.“지금 뭐 하자는 거야?”박수혁은 이를 갈며 물었지만 안진은 그저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나쁜 의도는 없지만 난 자선 사업가도 아니야. 당신 오기 전에 조건이 있다고 말했잖아.”박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박수혁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모두가 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사실 은진이 가장 궁금한 건 선택을 마쳤을 때 그의 표정이었다.그가 누구를 선택할지는 생각보다 뻔했기 때문이었다.그렇게 완벽하고 뛰어난 능력을 과시했던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두 번이나 포기하게 되다니! 안진의 입장에서는 생각만 해도 통쾌했다.결국 그는 사랑한다는 말을 꺼낼 자격조차 없는 사람인 것이다.그는 소은정을 두 번이나 포기했다. 물론 그 과정은 뼈를 깎는 아픔이었다.하지만 매번 그는 어쩔 수 없이 가장 이상적인 선택을 강요당했다.그가 머뭇거릴수록 안진의 표정도 일그러졌다.“아직도 저 여자를 선택하고 싶어? 이미 한번 포기했던 사람이잖아. 그런데 이번에는 왜 머뭇거려? 나는 그래도 아버지보다는 나아. 최소한 목숨은 살려줄 거니까.”“뭐가 다른데?”박수혁이 차갑게 물었다.“네 아버지랑 네 오빠, 그리고 너, 뭐가 다른데?”그는 침울해서 얼어붙을 것만 같은 위태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안진은 입술을 오므리며 눈을 반짝였다.그의 한마디가 그녀에게는 상처였다.넌 그들과 다르지 않아.하지만 안진 입장에서는 소은정을 고문하지도 않았고 소은정은 살아서 여기를 벗어날 것이다. 그런데 뭘 망설이는 걸까?그만큼 소은정이 중요하다는 건가?안진은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면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게 좋을 거야. 날이 어두워지면 선박이 여기를 나갈 수 없을 테니까.”박수혁의 주변 공기마저 차갑게 식었다.바람이 불어 돛이 펄럭펄럭 날리는 소리가 났다.그의 등 뒤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소은정은 그를 보면서 마음속의 불안감과 공포가 서서히 사라졌다.그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그녀는 박수혁을 미워할 수 없었다.그때 무인도에서 그가 사람을 데리고 그녀를 구하러 왔을 때처럼 그는 언제나 최선을 다한 것이다.결과가 어떻든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그의 망설임과 고통이 그녀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오히려 고
그렇게 몇 분이 지나갔다.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가능성은 작아지기 마련이다.파도가 선박을 때리고 있었다.선체가 불안하게 흔들렸다.멀리서 큰 배 몇 척이 나타났다.안진의 경호원들은 그것을 발견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쳤다.“아가씨, 누가 오고 있어요. 빨리 철수해요!”안진은 고개를 흔들고는 박수혁을 잡아당겼다.“같이 가자.”박수혁은 이 귀찮은 여자를 당장 바다로 밀어버리고 싶었다. 정말 너무 역겹고 불쾌했다.소은정 걱정에 미칠 것 같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마치 깊은 바다에 빠져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었다.“꺼져! 제발 꺼지라고!”박수혁은 이를 갈며 소리쳤고 안진은 울며 고개만 흔들었다.옆에 있는 경호원들은 조바심이 났다.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1분도 되지 않아 거대한 함선이 그들을 포위했다.박수혁의 배에 올랐던 이민혜도 안진의 배로 건너왔다.그녀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안진과 경호원들은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배에서 내리는 사람을 바라보았다.맨 앞에 있는 사람은 전동하였다.그는 일렁이는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안진과 박수혁만 보이고 소은정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었다.“내 아내 어디 있어?”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안진을 노려보며 차갑게 물었다.겁에 질린 안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전동하는 초라한 꼴을 한 박수혁에게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소은정 어디 있어요?”안진을 대할 때보다 정중하고 평온한 말투였다.하지만 저도 모르게 오싹함이 느껴지는 말투이기도 했다.박수혁은 말없이 해수면을 바라보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늦었다.모든 게 늦어버렸다.전동하는 다가가서 박수혁을 난간 쪽으로 밀쳤다. 상체가 기울어지면서 조금만 힘을 빼면 바다에 빠질 상황이었다.전동하는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소은정 어디 있냐고 물었어.”살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바닷바람 때문에 그들의
선장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응급조치를 진행했다.드디어, 소은정이 반응을 보였다.그녀는 세게 기침하면서 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희망이 있다.선장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긴장감이 풀려 옆으로 쓰러졌다.전동하는 그를 힐끗 보고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고마워요.”말을 마친 그는 다시 소은정에게 시선을 돌렸다.“자기, 일어나. 무사하니까 됐어. 이제 안전해. 내가 여기 있어….”그는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그녀의 볼에 맞댔다.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는 듯한 조심스러운 행동이었다.지켜보는 사람들마저 마음이 쓰렸다.선장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그와 같이 일을 정말 오래했지만 이렇게 절절한 고맙다는 말은 처음이었다.전동하는 그들을 그냥 부하직원으로 대했을 뿐, 한 번도 곁을 주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소은정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그의 눈가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저 좀 들여보내 주세요. 제발요….”밖에서 박수혁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타깝게도 전동하의 부하들이 그를 빈틈없이 막고 있었다.선장은 그쪽을 힐끗 바라보았다.전동하의 눈빛에서 살기가 돌아오더니 음침한 표정으로 입구를 바라보다가 말했다.“여기 현장에 있었던 놈들 하나도 내보내지 마세요.”선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호원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잠시 후, 바깥에서 소음이 사라지고 선장이 다시 돌아왔다.전동하는 소은정을 안아들며 담담하게 말했다.“빨리 육지로 가서 병원에 가야 해요.”선장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먹었던 물은 다 토했지만 다른 후유증이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돌아가는 길.소은정은 가는 길에서 혼수상태에 빠졌다.30분 사이, 그들을 태운 선박이 육지에 도착했고 그들은 근처에 있는 개인 병원으로 향했다.긴급한 응급조치가 진행되었다.전동하는 음침한 표정으로 응급실 밖에서 결과를 기다렸다.선장은 옆에서 조용히 담배를 꺼내 냄새만 맡았다.한 경호원이 옷을 갈아입고 전동하에게 다가왔다.“대표님.”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