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도 뭔가 이상함을 깨닫고 전동하에게 물었다.“새봄이 이제 이유식 먹을 때 안 됐어요? 아니면 아침 전에 분유라도 주지 그랬어요.”전동하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아침에 애 먹는 것만 봐도 기분 좋을 것 같아서 기다렸다가 같이 먹으라고 그랬죠.”소은정은 가련한 딸의 눈빛을 애써 무시하고 조용히 밥을 먹었다.애가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했는지 소은정은 아침 먹는 내내 아이에게 장난을 치지 않았다.그녀는 부랴부랴 밥을 먹고는 아이를 안고 거실로 갔다.새봄이는 아직 젖병을 내려놓기 아쉬운지 한손으로 젖병을 꼭 쥐고 한손으로는 소은정의 목을 끌어안고는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아이도 엄마랑 아빠가 집에 같이 있으니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소은정은 오늘 외출 일정이 없었다. 날씨가 좋아서 김하늘과 한시연에게 집으로 놀러 오라고 연락했다.잠시 후, 한시연이 아들 소지혁을 데리고 집을 방문했다.소지혁은 아빠인 소은호를 닮아서인지 인상이 차갑고 말수가 적은 아이였다.소은정이 아무리 아이의 비위를 맞춰주려고 했지만 아이는 고모에게 뽀뽀 한번 해주지 않았다.결국 소은정은 딸의 볼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달랬다.전동하는 베란다에서 바비큐 파티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한유라와 성강희도 도착했다.성강희의 방문은 그리 의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한유라는 어떻게 알고 왔을까?소은정도 그녀를 보고 약간 놀란 눈치였다.한유라는 오피스룩을 입고 단아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는데 왕년의 그녀 어머니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소은정도 놀라며 물었다.“너 왜 여기 있어?”한유라가 곱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말도 마. 엄마 생신 때문에 왔다가 잠깐 들른 거야. 이틀 휴가거든.”소은정이 웃으며 물었다.“그쪽 생활은 좀 어때?”한유라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어떻기는. 매일 영화 촬영하는 것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바빠. 심강열 그 인간 회사는 미꾸라지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짜증나 죽겠어!”그녀는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웃으며
이민혜, 박예리 얘기가 나오자 이한석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전 대표가 준 정보와 기본상 일치합니다. 사람은 지영준이 잡고 있어요. 그런데 지영준이 남아프리카로 돌아가기 전날에 두 사람이 사라졌다고 해요. 그쪽에서도 열심히 찾고 있는데 사모님과 아가씨에 관한 소식은 없었대요. 설마… 두 사람이 거기서 도망간 걸까요?”그건 바라던 결과였다.아무에게도 잡히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왔다면 말이다.박수혁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도망쳤으면 우리한테 연락했을 거야. 둘이 도망치면 얼마나 멀리 도망쳤겠어?”박예리는 아무리 멍청해도 이민혜까지 있는데 박수혁에게 연락 한번 없는 게 이상했다.오늘까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그들은 연락 한번 받지 못했다.박수혁의 사람들도 그들에 관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이한석도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설마 윤재수 쪽에서 뭔가 알아차리고 움직인 걸까요?”박수혁은 흠칫하더니 분노를 억누르는 듯한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는 않을 거야. 최근에는 계속 나랑 있었으니까. 윤재수라는 인간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해. 잔인한 인간이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데 섣불리 움직일 인간은 아니야.”윤재수가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단순하게 힘으로 올라온 건 아니었다.박수혁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더니 이를 악물었다.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잠시 고민하던 이한석이 입을 열었다.“대표님, 남아프리카 쪽에는 전 대표 인맥도 있는데 그쪽에 도움을 요청해 볼까요? 혹시 윤재수 쪽에 다른 움직임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잖아요. 그쪽은 정보망이 크니까 도움을 받으면 아가씨와 사모님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이한석은 음침하게 굳은 박수혁의 표정을 보며 자신이 말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박수혁이 어떻게 전동하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 수 있을까?그건 죽기 보다 힘들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박수혁은 냉랭한 시선으로 그를 쏘아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날 오후, SC 그
그 말을 들은 소은호는 그제야 비서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어차피 심강열의 아내인 한유라도 거기 있었다.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외투를 챙겼다.“그거 괜찮네. 따로 전할 필요는 없어. 내가 가면서 연락할게.”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박수혁 측에서 서류를 보내면 가장 먼저 나한테 보내줘.”“네.”비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이 갑자기 생각을 바꾸신 걸까?’한편, 소은정의 집.집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고기 냄새가 안에서 풍겼다.안으로 들어서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새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소지혁은 시큰둥한 얼굴로 자신의 레고 장난감을 만지고 있었다.소은호의 소리를 들은 소지혁은 그제야 장난감을 내려놓고 그에게 달려와서 손을 뻗었다.“아빠….”소은호는 아들을 너무 곱게 키우고 싶지는 않지만 대놓고 면박을 줄 수는 없어서 아이를 품에 안고 볼에 입을 맞추었다.“우리 씩씩이 재밌게 잘 놀았어?”소지혁은 자신의 애칭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장 좋아하는 아빠가 불러주는 애칭이라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았다.아이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가락으로 새봄이를 가리켰다.“동생… 집으로 데려가요.”그는 새봄이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소은호가 웃으며 말했다.“그건 안 돼. 고모가 허락하지 않을 거거든.”한시연이 웃으며 다가오더니 말했다.“바로 그거야. 아들 만나면 자주 웃어줘. 안 그러면 애가 아빠를 너무 어려워해.”평소에도 한시연은 소은호가 표정이 너무 딱딱하다며 지적했었다.심강열이 주방에서 나오며 소은호에게 고개 인사를 했다.“대표님….”소은호도 아이를 내려놓고 서재를 가리키며 말했다.“서재로 가서 얘기하는 게 낫지 않아?”심강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 사이에 긴히 할 말이 있어 보였기에 한시연도 그들을 만류하지는 않았다.그녀는 달려가서 새봄이를 품에 안고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새봄이 이따 밥 먹을 건데 뭐 먹고 싶어?”“밥….”한편 서재.
말을 마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멀리서 차량 한 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고깃집 차량이었다.소은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쪽을 바라보다가 차에서 젊은 알바생이 내리는 것을 보고 웃으며 다가갔다.“소은정 씨가 주문한 연탄입니다.”소은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알바생이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저희가 집까지 옮겨 드릴까요?”소은호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괜찮아요. 여기 놓고 가요. 그런데 둘만 왔어요?”알바생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소은정 씨가 우리 가게 VIP 손님이잖아요. 매니저님이 특별히 저희한테 빨리 가져가라고 부탁하셨거든요. 여기 오는데 15분도 안 걸렸어요.”소은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가게에서 빌라까지 마침 15분 거리였다.그렇다는 건 가게에서 주문을 받을 때 누군가가 이미 알았다는 얘기였다.그는 굳은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수고했어요.”알바생은 웃으며 가게로 돌아갔다.소은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정 국장님, 급하게 말씀 드릴 게 있는데요…..”소은호가 통화를 마쳤을 때는 이미 10분이 넘은 시각이었다.그 사이 그는 사람을 시켜 박스를 처리했다.그리고 소은정의 성화에 못 이겨 연탄 박스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거실에서는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만연하고 있었다.전동하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사람들 틈에서 바쁘게 돌아치고 있었다.한유라는 여전히 심강열과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비록 둘이 떨어져 지낸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한유라는 그쪽의 일을 제치고 이쪽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어 보였다.김하늘과 성강희는 애들과 게임을 하고 있었다.한시연과 소은정은 식자재를 씻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모든 게 이렇듯 완벽하고 아름다웠다.소은호는 긴 한숨을 내쉬며 답답한 가슴을 달랬다.그러고는 아무일 없었다는 표정으로 다가갔다. 전동하가 다가와서 그가 들고 있는 박스를 건네받으며 말했다.“고생 많으셨어요. 제가 가려고 했는데 은정 씨가 형님을 이미 보냈다고 해서요.”전동하
소은정은 고기 냄새를 맡자 다시 식욕이 돋았다.그녀는 전동하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고는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하나만 먹을게요.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돼요.”전동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은 고기 한점을 크게 베어 물었다. 신선한 육즙이 입안에 흘러들었다. 적당히 구워진 양갈비는 부드러우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전동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전동하는 그녀의 손이 닿는 곳에 접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하나만 더 먹어요. 어차피 하나 더 먹는다고 살이 찌는 건 아니잖아요. 느끼하면 이따가 오이 주스 마셔요.”소은정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한유라는 그들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었다.‘내가 아는 소은정 맞아?’전동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비큐장으로 합류했다.잠시 후, 심강열이 안으로 들어오며 물었다.“좀 먹으러 나오지 그래?”한유라는 분노를 억지로 참으며 냉랭하게 대꾸했다.“안 먹어. 다이어트 중이야.”심강열이 말했다.“당신 거 다 챙겨 뒀어. 밖에 있어. 배고프면 나와서 먹어.”말을 마친 그는 다시 베란다로 돌아갔다.소은정이 웃으며 말했다.“심 대표도 자상한 사람이야. 너랑 같이 먹고 싶어서 온 거잖아. 혼자서 얼마나 눈치 보이겠어.”그제야 한유라의 굳은 표정이 조금은 펴졌다.“저 인간이?”말은 그렇게 해도 입은 웃고 있었다.성강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봄이와 절친이 되었다.그가 리모컨을 터치하자 장난감 자동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새봄이는 환호를 지르며 생글생글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소지혁은 조용히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저게 뭐가 좋다고 저런 반응이지?성강희가 레고 장난감에 다가가자 소지혁은 손을 내밀어 그를 제지하고는 정색해서 말했다.“저 혼자서 할 수 있어요.”그들은 오후내내 바비큐를 즐겼다.소지혁이 낮잠을 잘 시간이 되어 한시연은 돌아갈 채비를 했다.소은호는 할 말이 많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김하늘은 어떻게든 화제를 전환하려고 애썼다.“신부 드레스는 골랐어?”“신혼 여행은 어디로 갈 거야?”“특별히 가지고 싶은 결혼 선물은? 말 안 하면 그냥 돈으로 준비한다?”드디어 한유라의 잔소리 채팅이 시야에서 사라졌다.소은정은 성강희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소은정: “?”성강희: “응.”소은정: “OK.”조금 이상한 문자 내용이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이미 확정 지은 일이고 장난이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알았다.핸드폰을 내려놓은 소은정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선물 준비해야겠네요.”전동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의 절친이니 당연히 선물도 귀한 거로 준비해야 한다.새봄이는 젖병을 안은 채로 전동하의 품에서 꼼지락거리다가 분유를 그의 옷에 쏟았다.전동하는 담담한 표정으로 아이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우리 새봄이 힘 좋네! 젖병 뚜껑도 딸 줄 알고!”새봄이는 아빠가 자신을 칭찬하는 줄 알고 생글생글 웃으며 그의 목에 입을 맞추었다.전동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래를 끄덕였다.소은정이 다가가서 아이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빨리 옷이나 갈아입어요! 애 버릇만 나빠지겠어요.”전동하는 웃으며 다가가서 아내의 얼굴에 입을 맞춘 뒤, 부드럽게 말했다.“우리 딸이 똑똑한 건 사실이잖아요. 앞으로 생수 뚜껑도 딸 줄 몰라서 나쁜 남자들한테 이용만 당하면 어떡해요? 그러니 어릴 때부터 잘 가르쳐야죠!”소은정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그녀가 어린 딸이 사고 칠 나이가 되어간다는 것에 고민하고 있을 때, 전동하는 벌써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세상에!생각이 너무 비약적인 거 아닌가?전동하는 웃으며 옷방으로 들어갔다.소은정은 아이를 자동차에 내려놓고 거실에서 마음껏 뛰놀게 했다.새봄이는 울지도 않고 놀이에 푹 빠졌다.소은정은 못 말린다는 듯이 웃다가 세탁이 끝난 세탁물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그녀는 세탁실에서 옷을 챙긴 뒤, 옷방을 노크하고 들어갔다.“당신 옷들….”상의를
소은정은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가는 정말 곤란해질 것 같았다.전동하가 멈칫하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왜요? 갑자기 보기 싫어졌어요?”소은정은 자신이 막무가내 왕이 된 느낌이 들었다.지금 내가 이 남자를 괴롭히고 있는 걸까?너무 어색하고 오글거렸다.그녀는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아니요. 다 좋은데 밤에 벗어요.”전동하가 침묵했다.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다시 단추를 잠그고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알았어요.”어차피 그가 좋아하는 일이었다.그날 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아줌마는 친근하게 새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소은정과 전동하는 평소처럼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었다.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했다.새봄이가 졸음을 못 이기고 연신 하품을 해서야 전동하는 아줌마에게 아이를 넘겨주었다.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마치 폭풍우를 일으킬 시기를 가늠하는 눈빛이었다.소은정은 갑자기 후회가 되었다.오늘 밤이 긴 밤이 될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전동하는 입술로 그녀의 목덜미를 지분거리면서도 화끈하게 움직이지 않고 소은정이 그의 옷을 벗길 때까지 기다렸다.그렇게 옷을 벗는데만 두 시간이 걸렸고 두 사람은 땀에 흠뻑 젖은 상태가 되었다.길고 격렬한 사랑이 끝난 후, 소은정은 손가락 까딱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녀는 다음 날 점심 때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조금 원기를 회복한 소은정은 오늘도 회사는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옆 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다.줄곧 그랬지만 그는 체력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었다.일이 끝난 뒤에도 지친 소은정을 도와 청결과 뒤처리를 깔끔하게 해주었다.소은정은 간단하게 씻고 욕실에서 나왔다.식탁에는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아무도 없었다.그녀를 발견한 아줌마가 다가와서 인사했다.“깨셨어요? 전복죽 끓였는데 지금 가지고 올게요.”소은정은 부드럽게 웃으며 식탁에 마주 앉았다.“우리 남편이랑 새봄이는요?”그러자 가정부가 웃으며 대답했다.“대
소은정은 한껏 치장하고 외출하기로 했다.그녀는 최성문을 대동하고 전동하의 회사로 갔다.가는 길에 소찬식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에 아이를 데리고 밥 먹으러 가겠다고 전했다.소찬식은 소식을 듣자마자 기뻐하면서도 겉으로는 투덜거렸다.“애 데려가지 말고 우리 집에 두고 가면 얼마나 좋아!”소은정은 바로 전동하의 회사로 향했다. 미리 연락하지 않았기에 전동하도 그녀의 방문을 모르고 있었다.비서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당황했지만 목에 착용한 목걸이를 보고 무슨 영문인지 알아차렸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사모님. 대표님은 지금 화상 회의 중이라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소은정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파에 앉았다.비서가 커피를 내오자 그녀는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탁자에 내려놓았다.“가서 일 봐요. 저는 신경 쓸 필요 없어요.”“네, 사모님.”전동하의 기업은 글로벌 기업이었기에 국내에서 실질적인 업무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회사 건물은 송화시 번화가의 가장 비싼 위치에 있었다.물론 그에게는 이런 건물을 매수할만한 능력이 충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전동하의 화상 회의는 꽤 길게 진행되었다.잠시 후, 안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자 소은정은 회의가 끝난 줄 알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전동하는 창가의 소파에 앉아 문을 등지고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었다.노트북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들은 대화에 너무 집중한 탓인지 소은정의 방문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대표님, 윤재수 쪽에서 다른 세력들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행보에 모두가 당황한 눈치예요. 대영그룹 석유 산업도 눈독을 들이고 있고 이상준 측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박수혁 쪽은 윤재수와 관계가 돈독해서 그런지 태한그룹 쪽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요. 하지만 요즘은 투자를 자제한다고 하더군요. 이상준이 도와달라고 몇 번이나 요청했는데도 요지부동이랍니다. 윤재수는 왜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을까요? 윤재수 동생이랑 박수혁 대표도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