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가는 정말 곤란해질 것 같았다.전동하가 멈칫하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왜요? 갑자기 보기 싫어졌어요?”소은정은 자신이 막무가내 왕이 된 느낌이 들었다.지금 내가 이 남자를 괴롭히고 있는 걸까?너무 어색하고 오글거렸다.그녀는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아니요. 다 좋은데 밤에 벗어요.”전동하가 침묵했다.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다시 단추를 잠그고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알았어요.”어차피 그가 좋아하는 일이었다.그날 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아줌마는 친근하게 새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소은정과 전동하는 평소처럼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었다.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했다.새봄이가 졸음을 못 이기고 연신 하품을 해서야 전동하는 아줌마에게 아이를 넘겨주었다.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마치 폭풍우를 일으킬 시기를 가늠하는 눈빛이었다.소은정은 갑자기 후회가 되었다.오늘 밤이 긴 밤이 될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전동하는 입술로 그녀의 목덜미를 지분거리면서도 화끈하게 움직이지 않고 소은정이 그의 옷을 벗길 때까지 기다렸다.그렇게 옷을 벗는데만 두 시간이 걸렸고 두 사람은 땀에 흠뻑 젖은 상태가 되었다.길고 격렬한 사랑이 끝난 후, 소은정은 손가락 까딱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녀는 다음 날 점심 때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조금 원기를 회복한 소은정은 오늘도 회사는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옆 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다.줄곧 그랬지만 그는 체력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었다.일이 끝난 뒤에도 지친 소은정을 도와 청결과 뒤처리를 깔끔하게 해주었다.소은정은 간단하게 씻고 욕실에서 나왔다.식탁에는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아무도 없었다.그녀를 발견한 아줌마가 다가와서 인사했다.“깨셨어요? 전복죽 끓였는데 지금 가지고 올게요.”소은정은 부드럽게 웃으며 식탁에 마주 앉았다.“우리 남편이랑 새봄이는요?”그러자 가정부가 웃으며 대답했다.“대
소은정은 한껏 치장하고 외출하기로 했다.그녀는 최성문을 대동하고 전동하의 회사로 갔다.가는 길에 소찬식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에 아이를 데리고 밥 먹으러 가겠다고 전했다.소찬식은 소식을 듣자마자 기뻐하면서도 겉으로는 투덜거렸다.“애 데려가지 말고 우리 집에 두고 가면 얼마나 좋아!”소은정은 바로 전동하의 회사로 향했다. 미리 연락하지 않았기에 전동하도 그녀의 방문을 모르고 있었다.비서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당황했지만 목에 착용한 목걸이를 보고 무슨 영문인지 알아차렸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사모님. 대표님은 지금 화상 회의 중이라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소은정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파에 앉았다.비서가 커피를 내오자 그녀는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탁자에 내려놓았다.“가서 일 봐요. 저는 신경 쓸 필요 없어요.”“네, 사모님.”전동하의 기업은 글로벌 기업이었기에 국내에서 실질적인 업무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회사 건물은 송화시 번화가의 가장 비싼 위치에 있었다.물론 그에게는 이런 건물을 매수할만한 능력이 충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전동하의 화상 회의는 꽤 길게 진행되었다.잠시 후, 안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자 소은정은 회의가 끝난 줄 알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전동하는 창가의 소파에 앉아 문을 등지고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었다.노트북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들은 대화에 너무 집중한 탓인지 소은정의 방문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대표님, 윤재수 쪽에서 다른 세력들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행보에 모두가 당황한 눈치예요. 대영그룹 석유 산업도 눈독을 들이고 있고 이상준 측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박수혁 쪽은 윤재수와 관계가 돈독해서 그런지 태한그룹 쪽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요. 하지만 요즘은 투자를 자제한다고 하더군요. 이상준이 도와달라고 몇 번이나 요청했는데도 요지부동이랍니다. 윤재수는 왜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을까요? 윤재수 동생이랑 박수혁 대표도 무
비서가 디저트와 커피를 준비해서 안으로 가져왔다.전동하는 급한 일정만 처리하고 모든 스케줄을 오후로 미뤘다.“당신도 아까 들었겠지만 윤재수는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인간이에요. 그러니 최근에는 경호원 없이 아무데나 돌아다니지 말아요.”소은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숨을 가지고 도박하고 싶지도 않았다.“알아요. 최근에는 성강희 결혼식 말고는 다른 일정도 없어요.”성강희의 결혼식은 무조건 참석해야 했다.전동하도 찬성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주저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최근에 박수혁한테서는 연락이 왔었어요?”소은정은 솔직하게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그런데 오빠랑 만났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왜요?”전동하는 약간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박 대표의 가족들이 윤재수 손에 있잖아요. 갑자기 충동을 못 이기고 나쁜 마음을 품을까 봐 좀 걱정되네요.”소은정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지영준한테 잡혀 있었던 거 아닌가요?”전동하는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확신할 수 없어요. 지영준 쪽에서도 그들을 찾고 있거든요.”소은정은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위험한 곳에 이민혜와 박예리 둘이 어떤 위험에 부딪혔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지금 할 수 있는 건 무사하기를 기도하는 일뿐이었다.그것 외에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윤재수는 정말 군수물자 사업 하나만 노리고 이 난리를 치는 걸까요?”소은정이 물었다.전동하는 무거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윤재수는 좀 이상한 인간이에요. 더러운 방식으로 돈을 벌면서 그 돈을 깨끗하게 세탁하고 싶어하죠. 동남아 도혁의 세력을 먹고도 만족을 몰랐어요. 그는 해외에 많은 비자금을 조성했어요. 하지만 돈세탁이 쉽지는 않으니 조금씩 세력을 넓히려는 거죠. 그래야 어떻게든 돈을 세탁할 기회를 엿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세력이 커지면 돈도 불어나고 세탁은 점점 힘들어지겠죠. 그래서 눈독 들인 게 군수물자 사업이에요. 시작에 불과하죠. 게다가 윤재수는 남아프리카에서도 꽤
소은정은 새봄이가 잠을 자느라 늦었다고 아버지에게 상황을 설명했다.그러고는 소찬식 앞에서 선물 받은 목걸이를 자랑했다.소찬식은 돋보기를 찾아서 끼고 목걸이를 자세히 살폈다.“이런 목걸이는 너한테도 많지 않아?”소은정이 말했다.“비슷한 색상은 있는데 디자인은 달라요.”소찬식은 액세서리에 대한 여자들의 집념을 이해할 수 없었다.그래도 예쁘다고 예의상 말해주고 전동하를 불렀다.“다음 주에 강희 결혼인데 둘이 같이 갈 거지?”전동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준비하고 있었죠.”하지만 테러범들이 호시탐탐 그들을 노리고 있기에 방심할 수 없었다.소은정은 주방으로 가서 집사에게 인사를 건네고 간식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전동하는 그녀에게 티슈 한 장을 꺼내 건넸다.참 손발이 잘 맞는 한쌍이었다.세 사람은 같이 식사를 했다.소은정은 조용히 밥 먹는데 집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접시에 반찬이 가득 쌓였다.전동하는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만 집어서 접시에 챙겨주었다.그 모습을 보던 소찬식마저 짜증이 치밀었다.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어야지. 쟤 안 먹는 것들도 좀 챙겨줘. 너무 오냐오냐 감싸기만 해도 안 좋아.”전동하는 움찔하더니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아빠, 저 매일 식단 관리한다고요. 가끔은 제가 먹고 싶은 것만 먹어도 괜찮잖아요!”소찬식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사위가 딸을 애지중지하는 태도로 봐서 얌전하게 정해진 식단만 먹을 것 같지는 않았다.그는 이유 없이 짜증이 치밀었다.잠시 후, 소찬식은 수저를 내려놓았다.소은정과 전동하도 배가 어느 정도 불렀다.그런데 물을 마시려던 소은정이 뜨거운 물을 삼키다가 다시 왈칵 쏟아냈다.두 사람은 사색이 되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소찬식이 다급히 말했다.“왜 그래? 빨리 구급차 불러! 아니다! 차 대기시킬 테니까 바로 병원에 가자!”전동하도 당황한 얼굴로 다가가서 그녀를 안았다.소은정은 잠시 놀란 가슴을 진
대기실.성강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친구들을 바라보았다.불만이나 도망가고 싶은 마음 같은 건 없었다.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문설아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결혼이야?”성강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 우리는 이 아이를 어떻게 할지 솔직하게 대화를 나눴어. 결혼할지, 아니면 지울지. 사실 우리도 기대하는 결혼 생활이 있고 도박을 해보기로 했어. 연애 과정을 생략한 건 아쉽고 남들 보기에 좀 그렇지만 우린 진지하다고.”소은정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보았다.사실 상류사회에서 성강희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여자들을 줄 세울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하필이면 문설아를 선택했다.이혼한지 얼마 안 된 이혼녀에 평판이 그다지 좋지도 않은 여자.분명 수많은 루머들이 따라다닐 것이다.하지만 둘 다 성인이니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정했을 것이다.그러면 축복해 줄 수밖에 없다.김하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사실 설아 좋은 애야. 철 없는 면이 있긴 한데 그것도 나름 매력이니까. 이미 결정된 거라니까 축하해. 잘 살아.”소은정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잘 살아.”한유라는 입을 삐죽이며 심드렁한 표정을 유지했다.“결혼은 두 사람이 같은 성에 갇히는 것과 같아. 안에서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고 밖에서 누가 들어오려고 해도 들여보낼 수 없어. 넌 결혼 경험이 없어서 모르지만 문설아 걔는 이혼 전적도 있으면서 왜 이렇게 경솔하게 결정했대?”소은정은 눈짓으로 그녀에게 주의를 주었다.“한유라….”한유라는 냉큼 두 손을 들어 항복했다.“그래! 내 말은 그냥 헛소리라고 생각해! 축하해!”네 사람은 그 후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러던 중 밖에서 시끄러운 발소리가 들리더니 문설아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안으로 들어왔다.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문설아는 오늘따라 눈이 부시게 화사했다.그녀는 방에 모인 친구들을 보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내가 회포 푸는데 방해한 건야?”소은정은 웃으며 다가가서 그녀의
전동하는 항상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말을 하고는 한다.그녀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다시 그를 안았다.옷을 갈아입고 나온 문설아는 찰싹 붙어 있는 두 사람을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그녀를 따라 나온 웨딩 플래너도 마찬가지였다.굳이 이렇게까지 닭살 행각을 보여야만 할까?문설아는 소은정에게 심경을 털어놓은 게 조금 후회가 되었다.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었다.“두 사람… 여기 내 결혼식인 건 알고 이러는 거지?”그녀의 불만스러운 질문에 소은정과 전동하는 그제야 웃으며 서로를 놓아주었다.“알아. 내가 미혼도 아니고.”말을 마친 소은정은 전동하를 끌고 밖으로 향했다.문설아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냉철하고 단호하기로 소문난 전동하였고 가끔은 감정이 없는 로봇이 아닌가 하는 소문도 있었다.그런데 소은정을 안고 애교를 부리는 저 남자는 과연 모두가 아는 전동하와 동일인물이 맞는 걸까?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신부님, 이제 우리도 가셔야 합니다.”뒤에 있던 웨딩 플래너가 그녀를 재촉했다.문설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우아한 걸음걸이로 앞으로 나갔다.음악이 울려퍼지고 모두가 무영과 성일의 결합을 축하해 주었다.갑작스러운 결혼이고 내막이 좀 궁금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예의를 지켰다.문설아의 아버지 문기훈은 열정적으로 손님들을 접대했고 성일 관계자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대영그룹에서 대표로 두 명이 참석했지만 담담하게 인사만 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갔다.불편한 자리이기는 하지만 세 가문의 이미지가 달린 일이라 안 올 수도 없었다. SC에서는 소은해와 소은정만 식에 참석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소은해는 김하늘을 끌고 어딘가로 가버렸다.소은정과 전동하는 같이 농담도 나누며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 틈을 보이지 않았다.잠시 후, 누군가가 다가와서 소은정의 귓가에 대고 작게 말했다.소은정은 멈칫하며 고개를 드는데 성강희가 도움의 눈길을 보내는 게 보였다.그녀는 한
지금 식장에 달려들어가면 신부에게 가야 할 사람들의 이목이 자신에게 쏠릴 것 같았다.게다가 소은정은 드레스에 호주머니가 없어서 핸드폰을 전동하에게 맡긴 상태였다.소은정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잠시 고민하다가 주변의 다른 여직원을 불렀다.“이따가 전동하 씨한테 내가 자리를 비운다고 전달해 줘요.”여직원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은 치맛자락을 잡고 밖으로 달렸다.호텔 로비를 지나 주차장으로 나가자 멀지 않은 곳에 소은해의 차가 있었다. 그녀는 주저없이 그쪽으로 달려갔다.그런데 뒷좌석 문을 연 순간.안에 기다리고 있어야 할 소은해와 김하늘은 없고 골프장에서 그녀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남자가 타고 있었다.윤재수?남자는 감탄의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소은정 씨 한 번 만나기 쉽지 않네요!”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소은정은 안심이 되는 것을 느꼈다.최소한 소찬식과 새봄이는 무사하다는 얘기일 테니까.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걸음 물러선 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경호원은 보이지 않았다.“내가 그쪽을 보기 싫어한다는 걸 알면 좀 멀리 꺼지지 그랬어요.”말을 마친 소은정이 뒤돌아서자 윤재수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손뼉을 쳤다. 그러자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얼굴을 내밀었다.김하늘이 입에 재갈이 물린 채, 새빨갛게 부은 눈으로 소은정을 바라보고 있었다.소은정은 가슴이 철렁해서 남자를 차갑게 쏘아보았다.“내 구역에서 감히 내 사람을 건드려요?”윤재수는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에게 말했다.“소은정 씨 성격이야 겪어봐서 잘 알죠. 첫만남에 나를 병원에 보내지 않았습니까. 지금도 그날만 생각하면 화가 나는데 얼굴이 예쁘니까 참아주는 거예요. 간만에 얼굴이나 보려고 했는데 방해하는 사람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좀 지체되었죠. 그래도 지금 얼굴을 봤으니까 된 거죠.”말을 마친 윤재수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일단 타시죠. 식사라도 좀 대접하고 싶은데 어때요?”그의 반응을 보면 흥미로운 사냥감을
전동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교활한 놈이고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어요. 내가 두려운 게 아니라 내가 근방에 경호원을 몇 명이나 데리고 왔는지 파악이 안 돼서 그랬겠죠. 만약 우리 인원이 그쪽보다 적다고 판단하면 바로 물어뜯으려고 달려들 거예요. 사냥개 알죠?”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전동하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사냥개 같은 놈이에요.”소은정은 말없이 시선을 떨구었다.전동하는 그녀가 놀랐다고 생각했는지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괜찮아요. 내가 있는 한 그놈은 당신 털끝도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소은정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런데 놈이 가족을 노릴 줄은 몰랐어요. 사람을 시켜 나한테 집에 불이 났다고 거짓말했어요. 그래서 열일 제쳐두고 달려나온 거예요. 그런데 오빠랑 하늘이가 납치되었을 줄은 몰랐어요. 다음에 누구를 건드릴지 몰라서 걱정돼요.”소은정은 가족들 문제에서는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 모든 상황이 자신 때문인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전동하는 시선을 등 뒤로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그럼 쫓아내야죠. 다시는 우리 사람을 건드리지 못하게.”그녀에게 말하는 것 같지만 또 아닌 것 같기도 했다.소은정은 가슴에 돌을 얹은 것처럼 답답하면서도 전보다 전동하에게 더 의지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언제부터인가 그녀의 심경에는 변화가 찾아왔다.잠시 후, 소은정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런데 내가 나온 걸 어떻게 알았어요?”전동하가 웃으며 되물었다.“직감이라면 믿겠어요?”“믿어야죠.”소은정은 눈을 곱게 휘며 웃었고 전동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숨을 쉬었다.“성강희 씨 결혼식인데 당신이 자리를 비운 게 이상했어요. 밖으로 나왔는데 호텔 직원이 본가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하길래 뭔가 수상하다 생각했죠.”이런 걸 텔레파시라고 해야 할까?그가 경각심을 가지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더라면 소은정은 윤재수에게 납치당했을 수도 있었다.호텔로 돌아간 두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