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전동하가 미국에 있는 거처를 알고는 있지만 지금 찾아가는 건 너무 갑작스러워 보였다.게다가 이곳 지리도 잘 모르는데 함정에 빠질 수도 있었다.그녀는 조금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택시를 잡았다.“SF 그룹으로 가주세요.”여기서 소은호가 보낸 사람들을 기다리는 것도 시간 낭비라고 생각되었다.그녀는 바로 회사로 가서 야근하고 있을 지인을 만나기로 했다.광선이 어두워서 그녀는 운전기사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차량번호를 속으로 암기했다.그녀는 SF그룹으로 가는 경로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차가 정확한 방향을 향해 움직이자 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꺼내 소은호에게 문자를 보냈다.이틀만 시간을 더 달라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이미 화가 날 대로 나 있는 소은호에게서는 답장이 없었다.차가 교각 밑을 지날 때, 잠시 어둠이 찾아왔다.소은정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그런데 그 순간 차체가 흔들리더니 옆에서 달리던 차량과 충돌했다.그녀를 태운 택시는 제 자리에서 몇 바퀴 돌다가 멈추었다.소은정은 관성 때문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힘들게 중심을 잡았다.그런데 등 뒤에서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손을 들어 막으려고 했지만 어두운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순식간에 차가운 침이 그녀의 피부를 뚫었다.그녀는 가슴이 철렁하면서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문을 열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누군가가 와서 문을 열었다.그녀는 의식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마지막 순간,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소은정 씨, 이곳으로 온 걸 환영해요.”그녀는 상대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의식을 잃었다.소은호의 사람들을 기다릴 걸 후회가 되었다.전동하도 연락이 두절되었는데 혹시 그도 위험에 처한 건 아닐까?거대한 유럽식 별장.소은정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에 보이는 환경은 낯설었다.긴장감이 돌아오면서 마지막에 봤던 순간이 머리속에 떠올랐다.위험이 엄습해 오는 느낌에 그녀는 저
생김새는 별로 특별하지 않았지만 그가 하는 말은 카리스마가 충분했다.그는 박예리를 크게 안중에도 두지 않는 태도였다.아마 평범한 사업가는 아닌 것 같았다.표정을 많이 감추려고는 했지만 특유의 날카로운 분위기는 감추지 못했다.박예리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남자에게 말했다.“감히 내 말을 거역해요? 재수 씨가 당신 가만둘 것 같아요?”남자의 눈빛에 짜증이 스쳤다.“박예리 씨, 윤재수 씨는 잘 모르겠고 계속 내 집에서 내가 하려는 일을 방해하면 내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박예리는 큰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예리야….”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민혜였다.저번에 만났을 때와 비교해서 많이 수척해진 모습이었다.얼굴에 살이 다 빠져서 볼이 쑥 꺼졌다.이민혜는 소은정을 본 순간 복잡한 표정을 짓더니 입술을 질끈 깨물며 박예리에게 다가갔다.“일단 나가자. 너 손은 왜 그래?”박예리는 이민혜를 확 밀쳤다.“소은정이 그랬어. 우리한테 잡힌 주제에 아직도 자기가 대단한 줄 알아. 우리가 왜 이곳에 왔는지 엄마는 잊었어?”이민혜는 할 말이 많은 듯 보였지만 결국 박예리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일단 손목 치료부터 좀 하자.”방 안이 드디어 조용해졌다.소은정은 말없이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는 웃으며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말했다.“소은정 씨, 아니지. 사모님이라고 불러야겠군요. 사실 저는 전 대표님과 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이번에 이런 식으로 모셔와서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해요.”소은정은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남편과 아는 사이라면 남편에게 직접 연락하면 될 텐데요. 사람을 이런 식으로 납치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남자가 냉랭한 미소를 짓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전 대표님은 참 교활하신 분이죠. 몇 번 만나자고 연락을 보냈는데 계속 안 만나주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모님을 모셔왔죠.”소은정은 말없이 상대를 바라보았다.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성격이
이런 사람이 신용을 지킬까?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의라는 게 있을까?소은정은 다가가서 불편한 자세로 의자에 앉았다.“여태 협력해 오면서 갑자기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건… 진실이 뭔지는 몰라도 누군가가 중간에서 일부러 이간질을 하는 걸 수도 있겠네요.”그 말을 들은 지영준이 멈칫하더니 웃었다.“누가 아니래요? 하지만 왔다 갔다 물건을 납부하는 사람은 전동하 대표의 사람을 제외하면 전부 우리 사람인데요. 누가 중간에서 손을 썼을까요?”“전동하 씨가 이 일에 개입했다고 확신하시는 건가요?”소은정이 되물었다.지영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담배를 한모금 빨더니 소은정을 응시하며 말했다.“정부에서 전동하 씨의 실험기지를 빌리려 한다고 들었습니다. 전동하 씨는 더 든든한 지원군을 찾았으니 우리 같은 옛 친구를 버리고 더 큰 그림을 꿈꾸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 않겠어요? 과연 그쪽에서 얌전히 위약금을 지불할까요? 소은정 씨, 우린 사업하는 사람들이랑 달라요. 계약서에 의존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생기면 돈을 배상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고요.”날카로운 말투였지만 소은정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충분히 주었다.“괜찮습니다. 전동하 씨가 와서 죽은 두 친구의 목숨 값을 배상한다면 이 일은 그냥 없던 거로 할 수도 있겠죠.”소은정은 가슴이 철렁했다.“목숨 값이요?”지영준은 냉랭한 시선으로 그녀를 쏘아보고는 말했다.“내 죽은 두 형제의 목숨으로 전동하 1인의 목숨을 바꾸는 건 남는 장사 아닌가요?”소은정은 입을 다물고 시선을 돌렸다.‘이럴 거면 그냥 오지 말라고 해야지!’그녀는 갑자기 박예리가 떠올랐다.“박예리 씨가 왜 여기 있는 거죠?”지영준이 냉소를 터뜨리며 대답했다.“윤재수의 여자이니까요. 윤재수가 우리와 협력 계약을 체결했거든요. 성의를 보이기 위해 자기 여자를 이쪽에 인질로 남긴다던데요? 하지만 그런 걸 보면 그 여자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네요. 조금 손해본 느낌도 나고요.”소은정은 어깨를 움
박예리의 손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제대로 소독하고 치료를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소은정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바라보았다.이민혜는 못 말린다는 듯이 박예리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예리야,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윤재수 그 인간 딱 봐도 좋은 사람은 아니야. 네가 여기 남는 거, 네 오빠한테 해가 될 뿐이라고!”박예리는 짜증스럽게 이민혜를 밀쳤다.“엄마가 뭘 알아? 오빠는 윤재수와 손을 잡기로 했어. 당연히 일이 생기면 매제 편을 들겠지. 우리는 가족이니까. 외부인이 이 사업에 끼어들 기회는 없어. 윤재수가 어떤 사람인데? 모두가 연줄을 대고 싶어서 안달이 났어. 오빠한테 이런 파트너가 생겼다는 건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야. 내가 오빠를 위해 이렇게 큰 희생을 했으니 오빠도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박예리는 거만한 표정으로 가슴을 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이민혜는 뭐라고 말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박예리는 소은정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저번에 죽었을 줄 알았는데 운 좋게 살아남았네? 하지만 이번은 다를 거야. 내 손에 잡혔으니까. 조금 전에 나간 남자, 내 남자친구랑은 막역한 사이거든. 널 죽이고 살리는 일은 그 사람 한마디면 끝난다고. 소은정,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빌어보지 그래?”소은정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박예리, 그런 사람들이랑은 관계를 빨리 정리하는 게 좋아. 네 체면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생사가 달린 문제니까.”소은정은 동남아에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겪었다.인신매매, 장기매매, 약품… 입만 열면 중범죄를 저지르는 게 그들의 일상이었다.무고한 사람들도 그들에게 잘못 걸리면 인생이 내리막길을 걷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박예리가 이를 갈며 냉소를 지었다.“훈계 필요 없거든? 네가 뭔데? 네가 그렇게 대단해?”소은정은 한숨을 쉬며 이민혜에게 시선을 돌렸다.“사모님은 잘 아시잖아요. 여기 남아 있는 거 박수혁한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아요.”이민혜는 미간을 찌푸렸지
소은정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지영준이 말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 난 사람을 둘이나 잃었는데 성의 표시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전동하는 냉랭한 말투로 대꾸했다.“물건은 그쪽에서 가져가고 사고가 생겼어. 물량 체크할 때 그쪽에서도 아무 문제없다고 했고. 상황이 다 정리된 뒤에 사람이 죽었다고 나한테 모든 걸 뒤집어씌우는 건 좀 아니지 않나?”지영준은 잠시 침묵하더니 웃으며 말했다.“물량이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그 자리에서 하나씩 다 체크하겠어요? 죽은 애들이 좀 재수가 없었죠. 하필이면 가품을 건드렸으니 말이죠. 하지만 전동하 대표님, 우린 이 책임을 대표님께 돌릴 수밖에 없어요!”긴장감이 고조되었다.소은정의 손에도 땀이 났다.전동하가 말했다.“그래.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다면 어쩔 수 없지. 말해. 원하는 게 뭐야?”짜증이 잔뜩 담긴 말투였다.소은정의 안위를 두고 말장난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그리고 여기서 지영준과 길게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소은정이 위험 속에서 열 시간이 넘게 지냈다는 것만 생각해도 미칠 것 같았다.지영준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난 당신의 목숨을 원해요, 전 대표님. 한 사람의 목숨으로 두 사람의 목숨을 배상하는 것이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겁니다. 전 대표께서 자살을 택한다면 사모님은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게 제가 모시죠.”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주변 공기마저 얼어붙었다.소은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동하 씨, 저 사람 말 믿지 말아요. 저 사람 이미 윤재수, 박수혁이랑 손을 잡고 당신을 처리하려고 한다고요!”소은정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누군가가 그녀를 묶고 있는 끈을 확 잡아당겼다. 눈은 보이지 않지만 상대가 많이 화가 났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그는 습관처럼 소은정의 목을 잡았고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소은정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억지로 비명을 참아냈다.분위기는 아까보다 더 팽팽하게 변했다.전동하의 얼굴도 차갑게 식었다.양측에서
지영준은 전동하가 찔려서 숨어버린 줄 알고 소은정까지 납치한 것이다.그런데 이미 조사를 끝냈고 범인까지 찾았다니.게다가 범인이 바로 그와 손을 잡고 싶다던 윤재수였다.지영준은 돈을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돈 때문에 친형제의 목숨까지 버리는 냉혈한은 아니었다.그리고 당하고 가만히 있는 성격은 더더욱 아니었다.물론 전동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관심이 없었다.소은정과 연관된 일이 아니라면 어차피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소은정과 직접 연관된 일이라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진실을 찾아낼 것이다.소은정은 뭔가 기억난 듯, 뒤돌아섰다. “박예리와 이민혜 씨는 이 일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죠. 그 사람들도 풀어줄 수는 없나요?”비록 박예리는 사랑 때문에 남은 것이긴 해도 이민혜는 딱히 이곳에 남아 있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그들이 떠날 수 있다면 박수혁 쪽에도 부담이 덜할 것이다.그렇다고 박수혁에게 남은 감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무고한 사람이 이곳에 갇혀 있는 건 썩 마음에 드는 일이 아니었다.그래도 알고 지낸 시간이 있는데 그가 가족을 잃는 건 바라지 않았다.지영준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모님께서 괜한 걱정을 하시네요. 제가 두 사람을 못 가게 막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안 가고 버티는 겁니다.”소은정은 인상을 쓰며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박예리가 보였던 태도를 생각하니 지영준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지영준이 너무 막무가내인 사람도 아니고 아마 별일은 없을 것이다.전동하는 그녀를 안고 차에 올랐다.그는 이번에 많은 인력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소은정도 이렇게 많은 인원은 처음이었다.그들의 차가 출발하자 뒤에서 처참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지영준은 보이는 것처럼 매너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녀가 어깨를 움찔하자 전동하가 다가와서 그녀의 어깨를 안으며 부드럽게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괜찮아요. 이제 무사해요.”잠시 후, 그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전동하는
비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 지영준은 쉽게 사람을 풀어주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박 대표랑 윤재수는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한배를 탄 것 같은데요….”전동하는 짜증스럽게 그의 말을 잘랐다.“그쪽에서 안 풀어주면 박수혁이 구하러 갈 수는 있겠지. 그냥 그렇게 전해.”비서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물었다.“박수혁이 불쌍해서 이러시는 겁니까? 잘나가던 대기업 대표가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하지만 대표님께서 가족들 행방을 그에게 알려준다고 해도 그쪽에서 고마워하지는 않을 겁니다.”“그 입 다물어. 요즘 말이 왜 이렇게 많아?”전동하는 인상을 쓰며 비서를 노려보았다.비서는 그제야 멈칫하며 입을 다물었다.그는 박수혁을 대하는 전동하의 태도가 예전과 조금 달라졌다고 느꼈다.연민일까?하지만 전동하에게서는 그 답을 구할 수 없을 것 같았다.지영준의 별장.배신자를 두들겨서 반병신을 만들어 버린 뒤, 지영준은 놈이 사실을 실토할 수 있게 약물을 주사했다.이미 놈은 맞아서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라 입을 열게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그리고 지영준은 자신의 두 형제가 죽은 배후에 윤재수가 있다는 것을 그제야 믿게 되었다.그는 분노가 치밀었다.‘내 손을 빌려서 전동하를 제거하려고 했던 거야?’그들이 정말 싸움이 났다면 전동하나 지영준이나 서로 크게 다쳤을 테고 윤재수는 편히 앉아서 이득을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지영준은 치가 떨렸다.이때, 위층에서 달려내려 온 박예리가 씩씩거리며 그를 추궁했다.“소은정은요? 그년 어디 갔어요?”지영준이 이를 갈며 대답했다.“보냈어요.”그는 그녀와 쓸데없이 싸우고 싶지 않았다.박예리가 여기 있을 수 있었던 건 윤재수가 박예리를 안중에도 두지 않기 때문이었다.지영준 역시 박예리가 얼마나 멍청한지 매일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조금만 더 멍청했어도 참아주기 힘들었을 것이다.박예리가 악을 쓰며 주변에 있던 물건들을 집어 던졌다.“당신이 뭔데 그 여자를 풀어줘? 남겨두고 천천히 괴롭히자고 했
두 사람은 몰래 그곳을 빠져나왔다.가는 길에는 인가가 별로 없었다.두 사람은 길을 따라 어둠속을 달리고 달렸다.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갑자기 눈앞에 차량 한 대가 나타났다. 차량 불빛이 두 사람을 비추자 이민혜 모녀는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끌고 가.”한편 국내.소은정과 전동하가 전용기에서 내릴 때, 미리 마중을 나온 소은호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자 소은정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소은호가 다른 가족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는 뜻이었다.소은호는 그녀를 힐끗 보고는 전동하에게 물었다.“일은 잘 해결했어?”전동하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사고는 누군가 고의로 일으킨 게 틀림없어요. 일이 빨리 해결되어서 다행이죠. 시간을 좀 낭비하기는 했지만요.”소은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그들을 차로 안내했다.“막내야, 네 새언니가 뒤 차에 있어. 넌 새언니랑 같은 차를 타고 와.”단호한 말투에 소은정은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전동하의 눈치를 살폈다.‘오빠가 동하 씨한테 또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전동하는 안심하라는 뜻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그녀를 뒤에 있는 차에 태웠다.뒷좌석 문을 열자 안에 한시연이 앉아 있었다. 전동하는 부드럽게 한시연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잘 지내셨어요?”한시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소은정에게 말했다.“아가씨, 빨리 타요. 디저트 준비했어요. 많이 배고프죠?”그녀는 옆자리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쿠키를 꺼냈다.소은정은 그제야 배가 고픈 것이 느껴졌다.밤새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허기가 지는 건 당연했다.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동하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 올랐다. 전동하는 그녀의 치맛자락을 잘 정리해 주고는 아쉬운 표정으로 차 문을 닫았다.다시 뒤돌아선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그는 소은호의 차에 올랐다.소은호는 차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