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 지영준은 쉽게 사람을 풀어주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박 대표랑 윤재수는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한배를 탄 것 같은데요….”전동하는 짜증스럽게 그의 말을 잘랐다.“그쪽에서 안 풀어주면 박수혁이 구하러 갈 수는 있겠지. 그냥 그렇게 전해.”비서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물었다.“박수혁이 불쌍해서 이러시는 겁니까? 잘나가던 대기업 대표가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하지만 대표님께서 가족들 행방을 그에게 알려준다고 해도 그쪽에서 고마워하지는 않을 겁니다.”“그 입 다물어. 요즘 말이 왜 이렇게 많아?”전동하는 인상을 쓰며 비서를 노려보았다.비서는 그제야 멈칫하며 입을 다물었다.그는 박수혁을 대하는 전동하의 태도가 예전과 조금 달라졌다고 느꼈다.연민일까?하지만 전동하에게서는 그 답을 구할 수 없을 것 같았다.지영준의 별장.배신자를 두들겨서 반병신을 만들어 버린 뒤, 지영준은 놈이 사실을 실토할 수 있게 약물을 주사했다.이미 놈은 맞아서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라 입을 열게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그리고 지영준은 자신의 두 형제가 죽은 배후에 윤재수가 있다는 것을 그제야 믿게 되었다.그는 분노가 치밀었다.‘내 손을 빌려서 전동하를 제거하려고 했던 거야?’그들이 정말 싸움이 났다면 전동하나 지영준이나 서로 크게 다쳤을 테고 윤재수는 편히 앉아서 이득을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지영준은 치가 떨렸다.이때, 위층에서 달려내려 온 박예리가 씩씩거리며 그를 추궁했다.“소은정은요? 그년 어디 갔어요?”지영준이 이를 갈며 대답했다.“보냈어요.”그는 그녀와 쓸데없이 싸우고 싶지 않았다.박예리가 여기 있을 수 있었던 건 윤재수가 박예리를 안중에도 두지 않기 때문이었다.지영준 역시 박예리가 얼마나 멍청한지 매일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조금만 더 멍청했어도 참아주기 힘들었을 것이다.박예리가 악을 쓰며 주변에 있던 물건들을 집어 던졌다.“당신이 뭔데 그 여자를 풀어줘? 남겨두고 천천히 괴롭히자고 했
두 사람은 몰래 그곳을 빠져나왔다.가는 길에는 인가가 별로 없었다.두 사람은 길을 따라 어둠속을 달리고 달렸다.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갑자기 눈앞에 차량 한 대가 나타났다. 차량 불빛이 두 사람을 비추자 이민혜 모녀는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끌고 가.”한편 국내.소은정과 전동하가 전용기에서 내릴 때, 미리 마중을 나온 소은호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자 소은정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소은호가 다른 가족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는 뜻이었다.소은호는 그녀를 힐끗 보고는 전동하에게 물었다.“일은 잘 해결했어?”전동하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사고는 누군가 고의로 일으킨 게 틀림없어요. 일이 빨리 해결되어서 다행이죠. 시간을 좀 낭비하기는 했지만요.”소은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그들을 차로 안내했다.“막내야, 네 새언니가 뒤 차에 있어. 넌 새언니랑 같은 차를 타고 와.”단호한 말투에 소은정은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전동하의 눈치를 살폈다.‘오빠가 동하 씨한테 또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전동하는 안심하라는 뜻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그녀를 뒤에 있는 차에 태웠다.뒷좌석 문을 열자 안에 한시연이 앉아 있었다. 전동하는 부드럽게 한시연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잘 지내셨어요?”한시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소은정에게 말했다.“아가씨, 빨리 타요. 디저트 준비했어요. 많이 배고프죠?”그녀는 옆자리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쿠키를 꺼냈다.소은정은 그제야 배가 고픈 것이 느껴졌다.밤새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허기가 지는 건 당연했다.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동하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 올랐다. 전동하는 그녀의 치맛자락을 잘 정리해 주고는 아쉬운 표정으로 차 문을 닫았다.다시 뒤돌아선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그는 소은호의 차에 올랐다.소은호는 차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그래
소은정은 혼자 차 문을 열고 자신을 기다리는 전동하에게 다가갔다.부드러운 미소가 그의 날카로운 분위기를 조금은 무마해 주고 있었다.소은호와의 대화가 그렇게 기분이 상할 정도는 아닌 모양이었다.‘오빠가 욕설을 퍼부은 건 아닌가?’소은정은 다가가서 그를 꽉 껴안았다.전동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계속 안고 있다가는 큰형님 주먹이 날아올지도 모르겠는데요?”그녀는 멈칫하며 아쉬운 표정으로 팔을 내렸다.비행기에서는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그를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했다.조금 전 한시연과의 대화에서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그를 필요로 하는지 새삼스럽게 느꼈다.그녀가 자세를 바로하고 그를 안고 있던 팔을 풀자, 그의 입술이 다가와서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는 않았다.소은정은 손으로 그의 허리를 살짝 꼬집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소은호와 한시연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소은호는 여전히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아까 보다는 표정이 한결 편해 보였다.집사도 웃으며 다가왔다.“큰 도련님, 어떻게 아가씨네랑 같이 오셨어요? 마침 은해 도련님도 오셔서 오늘은 집안이 시끌벅적하겠네요!”집사 앞에서 그들은 이상한 티를 내지는 않았다.한시연이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보러 갔다가 마침 전 대표가 귀국한다길래 같이 공항에 갔다가 오는 길이에요.”“그랬군요.”집사는 인심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안내했다.소은호가 맨 앞에서 걷고 소은정은 얌전히 뒤를 따르다가 달려가서 억지 미소를 지으며 오빠에게 말했다.“역시 내 생각해 주는 사람은 큰오빠밖에 없다니까….”소은호는 멈칫하더니 약간 적응이 되지 않는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마침 그들을 마중 나왔던 소은해도 그 모습을 보고는 구토를 하는 제스처를 취했다.소은호는 그런 동생을 냉랭한 시선으로 쏘아보았지만 소은해는 전혀 개의치 않고 크게 웃었다.“막내야, 또 큰형한테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거야? 너 저번에 쇼핑하러 갔다가 카드 정지됐을 때도 나한테
잠시 후.소은정은 드디어 어린 새봄이를 안아볼 수 있게 되었다.온갖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새봄이는 대범하게 촉촉한 입술로 엄마의 볼에 입을 맞추었고 소은정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얼굴에 침이 잔뜩 묻었지만 개의치 않았다.밥을 먹을 때는 소호랑이 새봄이와 놀아주었기에 그들은 안심하고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새봄이가 넘어지려고 할 때마다 소호랑은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었다.약간 멍청한 소호랑은 아이가 자기랑 노는 줄 알고 지치지도 않고 새봄이와 함께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식사가 끝난 뒤, 소찬식은 전동하와 함께 서재로 들어갔다.소은호는 한시연과 함께 유치원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소은해가 다가오며 소은정에게 물었다.“너 어제 유라한테 갔었어? 어제 유라 SNS 봤는데 너는 없던데?”소은정이 자리에 있었다면 사진에 나와야 정상이었다.소은정은 가슴이 철렁해서는 소은해를 힐끗 쏘아보았다.“내가 사진 올리지 말라고 했어.”소은해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하늘이도 같이 있었어? 어제 연락이 안 되던데?”소은정은 멈칫하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되물었다.“둘이 또 싸웠어?”그러자 소은해가 다급히 손을 저었다.“아니. 커플이 만나다 보면 싸울 수도 있는 거지. 그리고 우린 싸운 거 절대 아니거든? 정상적인 감정 교류라고!”소은정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그녀의 머리속에는 어떻게 하면 이 화제를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여자들 일에 자꾸 참견하려 하지 마.”소은해가 또 뭔가 질문을 하려는데 전동하가 이쪽으로 다가왔다.“회사에 일이 좀 있는데 나랑 회사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갈래요?”소은정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계속 있다가는 모든 게 들통날 것 같았다.그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봄이는 아빠랑 엄마가 다 돌아간다고 생각하자 얼른 달려가서 전동하의 다리를 끌어안았다.전동하는 아이를 한번 보고는 품에 안으며 물었다.“아빠랑 집에 돌아가서 며칠 있을까? 하지만 엄마 쉬는데 방해하
두 사람은 며칠 간 서로에 대한 욕구와 열정을 자제했다.진짜 서로만 있게 되었을 때, 아무도 상대를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그들은 뜨겁게 포옹하며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다.전동하는 사람이 바뀌기라도 한 것처럼 거칠게 다가왔다. 그는 힘조절을 한다고 애썼지만 그래도 갈망에 미쳐버린 손길을 멈출 수는 없었다.그는 거침없이 그녀의 몸 이곳저곳을 탐했다.사실 그녀에게 차마 하지 못한 질문이 있었다.과거의 내가 두렵지는 않나요?그는 그 대답을 듣는 게 두려워서 질문의 방식을 바꾸었다.내가 안 보고 싶었어요?두 사람을 제외하고 주변은 고요했다.지친 소은정은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의 품에 온몸을 기댔다.전동하는 그녀를 안아들고 방으로 돌아갔다.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뜨거운 키스.전동하는 평소보다 더 거칠게 그녀를 탐했다.소은정은 헐떡이며 그의 가슴을 살짝 밀쳤다.“조금만 천천히요. 내가 알던 동하 씨 맞죠?”그가 흠칫하며 동작을 멈추었다.하지만 전혀 기죽지 않고 오히려 더 저돌적으로 그녀와 몸을 부딪쳤다.소은정은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호응하다가 나중에는 움직이는 것마저 귀찮아졌다.평소라면 그녀의 상태와 컨디션을 굉장히 신경 쓰던 사람이었다.하지만 오늘의 그는 마치 우리에서 금방 풀려난 야수처럼 거칠게 소유권을 주장했다.그렇게 거친 밤이 지나고 있었다.소은정은 밤중에 목이 말라 잠에서 깼다.누군가가 다가와서 그녀를 안아주며 부드럽게 물었다.“목 말라요?”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는 물컵에 빨대를 꽂아 그녀에게 건넸다.청량한 물로 목을 축이자 갈증이 조금 가시면서 목안도 편안해졌다.전동하는 물컵을 도로 내려놓고는 그녀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어서 자요!”소은정은 몸을 약간 움찔거렸다. 삭신이 쑤시고 피곤했지만 땀에 젖은 끈적함은 느껴지지 않았다.아마 전동하가 뒷마무리까지 다해준 것 같았다.그는 잘못을 저지른 어린애처럼 긴장한 표정으로 그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물론 평소에도 그는 자상한 남편이었다.그래서 가끔은 그의
소은정도 뭔가 이상함을 깨닫고 전동하에게 물었다.“새봄이 이제 이유식 먹을 때 안 됐어요? 아니면 아침 전에 분유라도 주지 그랬어요.”전동하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아침에 애 먹는 것만 봐도 기분 좋을 것 같아서 기다렸다가 같이 먹으라고 그랬죠.”소은정은 가련한 딸의 눈빛을 애써 무시하고 조용히 밥을 먹었다.애가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했는지 소은정은 아침 먹는 내내 아이에게 장난을 치지 않았다.그녀는 부랴부랴 밥을 먹고는 아이를 안고 거실로 갔다.새봄이는 아직 젖병을 내려놓기 아쉬운지 한손으로 젖병을 꼭 쥐고 한손으로는 소은정의 목을 끌어안고는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아이도 엄마랑 아빠가 집에 같이 있으니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소은정은 오늘 외출 일정이 없었다. 날씨가 좋아서 김하늘과 한시연에게 집으로 놀러 오라고 연락했다.잠시 후, 한시연이 아들 소지혁을 데리고 집을 방문했다.소지혁은 아빠인 소은호를 닮아서인지 인상이 차갑고 말수가 적은 아이였다.소은정이 아무리 아이의 비위를 맞춰주려고 했지만 아이는 고모에게 뽀뽀 한번 해주지 않았다.결국 소은정은 딸의 볼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달랬다.전동하는 베란다에서 바비큐 파티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한유라와 성강희도 도착했다.성강희의 방문은 그리 의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한유라는 어떻게 알고 왔을까?소은정도 그녀를 보고 약간 놀란 눈치였다.한유라는 오피스룩을 입고 단아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는데 왕년의 그녀 어머니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소은정도 놀라며 물었다.“너 왜 여기 있어?”한유라가 곱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말도 마. 엄마 생신 때문에 왔다가 잠깐 들른 거야. 이틀 휴가거든.”소은정이 웃으며 물었다.“그쪽 생활은 좀 어때?”한유라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어떻기는. 매일 영화 촬영하는 것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바빠. 심강열 그 인간 회사는 미꾸라지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짜증나 죽겠어!”그녀는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웃으며
이민혜, 박예리 얘기가 나오자 이한석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전 대표가 준 정보와 기본상 일치합니다. 사람은 지영준이 잡고 있어요. 그런데 지영준이 남아프리카로 돌아가기 전날에 두 사람이 사라졌다고 해요. 그쪽에서도 열심히 찾고 있는데 사모님과 아가씨에 관한 소식은 없었대요. 설마… 두 사람이 거기서 도망간 걸까요?”그건 바라던 결과였다.아무에게도 잡히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왔다면 말이다.박수혁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도망쳤으면 우리한테 연락했을 거야. 둘이 도망치면 얼마나 멀리 도망쳤겠어?”박예리는 아무리 멍청해도 이민혜까지 있는데 박수혁에게 연락 한번 없는 게 이상했다.오늘까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그들은 연락 한번 받지 못했다.박수혁의 사람들도 그들에 관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이한석도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설마 윤재수 쪽에서 뭔가 알아차리고 움직인 걸까요?”박수혁은 흠칫하더니 분노를 억누르는 듯한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는 않을 거야. 최근에는 계속 나랑 있었으니까. 윤재수라는 인간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해. 잔인한 인간이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데 섣불리 움직일 인간은 아니야.”윤재수가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단순하게 힘으로 올라온 건 아니었다.박수혁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더니 이를 악물었다.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잠시 고민하던 이한석이 입을 열었다.“대표님, 남아프리카 쪽에는 전 대표 인맥도 있는데 그쪽에 도움을 요청해 볼까요? 혹시 윤재수 쪽에 다른 움직임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잖아요. 그쪽은 정보망이 크니까 도움을 받으면 아가씨와 사모님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이한석은 음침하게 굳은 박수혁의 표정을 보며 자신이 말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박수혁이 어떻게 전동하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 수 있을까?그건 죽기 보다 힘들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박수혁은 냉랭한 시선으로 그를 쏘아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날 오후, SC 그
그 말을 들은 소은호는 그제야 비서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어차피 심강열의 아내인 한유라도 거기 있었다.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외투를 챙겼다.“그거 괜찮네. 따로 전할 필요는 없어. 내가 가면서 연락할게.”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박수혁 측에서 서류를 보내면 가장 먼저 나한테 보내줘.”“네.”비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이 갑자기 생각을 바꾸신 걸까?’한편, 소은정의 집.집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고기 냄새가 안에서 풍겼다.안으로 들어서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새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소지혁은 시큰둥한 얼굴로 자신의 레고 장난감을 만지고 있었다.소은호의 소리를 들은 소지혁은 그제야 장난감을 내려놓고 그에게 달려와서 손을 뻗었다.“아빠….”소은호는 아들을 너무 곱게 키우고 싶지는 않지만 대놓고 면박을 줄 수는 없어서 아이를 품에 안고 볼에 입을 맞추었다.“우리 씩씩이 재밌게 잘 놀았어?”소지혁은 자신의 애칭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장 좋아하는 아빠가 불러주는 애칭이라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았다.아이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가락으로 새봄이를 가리켰다.“동생… 집으로 데려가요.”그는 새봄이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소은호가 웃으며 말했다.“그건 안 돼. 고모가 허락하지 않을 거거든.”한시연이 웃으며 다가오더니 말했다.“바로 그거야. 아들 만나면 자주 웃어줘. 안 그러면 애가 아빠를 너무 어려워해.”평소에도 한시연은 소은호가 표정이 너무 딱딱하다며 지적했었다.심강열이 주방에서 나오며 소은호에게 고개 인사를 했다.“대표님….”소은호도 아이를 내려놓고 서재를 가리키며 말했다.“서재로 가서 얘기하는 게 낫지 않아?”심강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 사이에 긴히 할 말이 있어 보였기에 한시연도 그들을 만류하지는 않았다.그녀는 달려가서 새봄이를 품에 안고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새봄이 이따 밥 먹을 건데 뭐 먹고 싶어?”“밥….”한편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