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상대방이 누구인지 보지도 않은 채 바로 전화를 받았다.발신자는 바로 성강희였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어젯밤 왜 나는 안 데리고 간 거야?”소은정은 그제서야 눈이 번쩍 떠졌다. 옆에 있던 김하늘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무슨 일 있어?”소은정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문을 부수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어서 전화기 너머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큰일났어. 이상준이 정말 와버렸어!”한 여자의 외침과 함께 전화는 뚝하고 끊겨버렸다.소은정은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방금 그 목소리…설마 문설아야?”김하늘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문설아야.그리고 이상준은 오늘 아침 비행기였어. 어젯밤 우리가 떠날 때까지만해도 문설아와 성강희는 여전히 같이 술을 마시고 있었어…”둘은 직감적으로 그 두 사람이 술을 마시고 일을 저질렀음을 알 수 있었다!졸부네.문설아는 자신의 편리를 위해 특별히 펍의 가장 안쪽에 개인 룸을 설치했다. 룸 내부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성강희는 술에 취해 어젯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이는 그의 술 버릇이었다.폭풍 같은 어젯밤이 지나고, 그의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은 바로 문설아라는 여자가 자고 있는 모습이었다.지금 두 사람의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을 보았을 때, 어젯밤 그들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얼추 예측할 수 있었다.성강희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그에게 있어 문설아라는 여자는 아는 사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그렇기에 그는 이 상황이 더욱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은 어젯밤 매우 가까워졌으나, 이는 그의 기억상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일이었다.하물며 그녀는 아직 이혼도 하지 않은 유부녀이다!이 사실을 그의 할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그는 두 다리가 모조리 부러지고 말 것이다!성강희가 채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문 밖의 노크소리는 더욱 다급해지기 시작하였다.이는 방 안의 사태를 급히
문설아는 더욱 냉정해질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그 곳에 서서 덤덤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노크소리는 더욱 격렬해지기 시작하였다.이상준은 당장이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올 기세였다.‘아…’‘이제 어쩌지…’‘어쩌면 좋지…’‘하…’성강희는 창문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지금 뛰어내리는 건 자살 행위와도 같아.”문설아가 말했다. 그녀의 수수한 얼굴은 약간 차가운 모습을 띠고 있었다.비록 그녀는 평소 얼음 미인으로 불리지만, 이는 그녀의 성격 때문에 붙혀진 별명이 아닌 그녀의 차가운 외모 때문에 붙혀진 별명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성강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미모는 여전히 빛이 났다.그녀의 외모로 말하자면, 이상준이 아름다운 그녀의 외모에 반해 처음 본 그날에 청혼을 할 정도였다.이때, 문을 부수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창문으로 뛰어내리려는 성강희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그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목숨 귀한 줄 모르는 거야? 너한테 책임지라고 안 할게. 어서 빨리 숨어!”그녀는 급히 화장실 안으로 성강희를 밀어 넣은 다음 급히 문을 닫았다.성강희는 처음 직면한 상황에 더욱 마음이 조마조마하였다. 동시에 그는 화장실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행동이 너무 창피하다고 느껴졌다.만약 이 일이 한유라와 소은정에게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이는 그의 평생 놀림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이때 문설아는 문을 벌컥 열었다.그녀는 밖에 서 있는 이상준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동시에 그녀는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이는 다시 말해서 복수를 성공한 듯한 기분이었다.진작에 바람을 피우지 않은 것이 한스러울 정도였다.‘너와 결혼을 한 것 자체가 후회돼…너도 똑같이 당해봐.’이상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약간의 비웃음이 어려 있었다.그녀는 더 이상 이상준에 대한 조금의 미련도 남아있지 않았다.“문 다 부숴지겠어. 이게 얼마짜리 문인지는 알아?”이상준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
문설아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이상준은 이미 이성을 잃은 터라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살필 수 없었다.지금 그는 이미 격노로 머리가 혼미해져 있는 상태였다.“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어떻게 해야만 날 용서해줄 거야?”“난 이전에도 말했듯이 너와 다시 시작하고 싶어.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문설아는 고개를 돌려 힘겹게 콜록거리기 시작하였다.하지만, 이상준은 여전히 그녀의 목을 놓아주지 않았다.이때, 화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성강희는 성큼성큼 이상준에게 다가가 힘껏 그를 밀어냈다.이상준은 생각지도 못한 남자의 등장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그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된 이상준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지고 말았다.이상준은 망설임 없이 성강희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더 이상 성강희는 이번 일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이어서 이상준의 팔을 비틀어 힘껏 땅에 내동댕이쳤다.그는 왕년에 소은정과 함께 싸움으로 이름을 떨쳤었다. 비록 오랫동안 싸움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실력은 여전하였다.이상준은 생각지도 못한 성강희의 반격에 더욱 표정이 일그러졌다.하지만 이때, 문설아의 괴로운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은 곧바로 이성을 되찾고 동시에 문설아를 바라보았다.이상준은 그제서야 자신이 그녀에게 저지른 행동들이 생각났다. 그녀의 목에 있는 푸른 손가락 자국이 바로 그가 저지른 일의 결과였다.동시에 이상준은 문설아에 대한 미안함이 몰려오기 시작하였다.그가 문설아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문설아는 놀라서 그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이상준의 눈빛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사과하고 싶었으나, 차마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흐른 뒤, 이상준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리 와. 우리 일은 우리끼리 해결해야 하지 않겠어?”성강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해결이요? 더 이야기할 게 남아있나요?”“우리의 일은 그쪽이랑 상관없는 거 같은데요. 나중에 반드시 그쪽과 결판을 낼 테니,
“어차피 결혼할 상대일 뿐이잖아! 진짜 남편은 나야!”이상준은 이렇게 자기합리화를 하였다.지금 문설아는 자신을 두고 바람을 피웠다. 이는 남편으로써 절대 그냥은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그는 피식 웃으며 매섭게 성강희를 노려보았다.“성강희 씨, 이게 정말 당신의 선택인가요? 남편도 있는 여자를 넘보다니…당신, 소은정을 좋아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도대체 어느 쪽이 진심인 거죠? 이 사실이 소문이라도 나면 어쩌려고…”이상준의 입에서 소은정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성강희는 안색이 어둡게 변하였다. “젠장, 당신 미쳤어?”문설아는 이상준의 말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이상준, 난 너와 결혼한 것 자체가 후회돼. 여기 강희 씨는 너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멋진 남자야. 그러니, 이만 하고 빨리 꺼져.”“네가 순순히 나와 이혼해주지 않으면, 난 매체에 내가 바람을 피운 사실을 모두 알려버릴 거야. 그렇게 되면, 네 명예 그리고 내 명예 둘 다 실추되겠지.”이상준은 자신의 명예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문설아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고, 이 점을 이용하여 계속해서 이상준을 협박하였다.설령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게 된다면, 그녀의 명예 또한 실추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있어서 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녀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이상준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이다!문설아는 덤덤한 표정으로 이상준을 바라보았다.이어서 문설아는 이상준의 손목을 덥석 잡으며 소리쳤다.“가자. 난 이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려야겠어. 어서 따라와!”하지만, 이때 이상준이 소리쳤다.“멈춰!”“너 정말 이럴 거야?”“응”문설아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문설아의 단호한 대답에 이상준은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그는 이를 악물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하였다.눈가에는 붉은 핏발이 잔뜩 서려 있었다.“그래, 이혼해!”“이런 사소한 일로 핑계 삼아 이혼하려고 하는 거 같은데. 이러면 너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되어있어.”“그리고, 성강
이상준은 방금 전 자신이 함부로 내뱉은 말들을 당장이라도 주워담고 싶었다.하지만 그가 후회할 겨를도 없이 성강희는 이상준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너, 제정신이야?”“어딜 함부로 말을 지껄여?”성강희가 소리쳤다.이상준은 고개를 돌려 침을 뱉았다.“우리 일에 그만 끼어들…”이상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설아가 앞으로 걸어 나와 이상준의 뺨을 세게 내려쳤다.이상준은 생각지도 못한 문설아의 행동에 그만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고 말았다.그는 그제서야 문설아와 자신은 정말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너랑 난 이제 끝났어. 지금 당장 이혼하러 가자. 안 그러면, 기자들한테 너가 한 짓들을 모조리 까발려 버릴 거야!”문설아가 소리쳤다.“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겠지?”“그래, 이혼하자. 하지만 너도 바람을 피운 이상, 재산은 반으로 나누지 않을 거야.”단, 이것이 그의 조건이다.그의 마지막 발악인 셈이다.성강희의 집도 매우 부유한 편이다.하지만, 그의 집안은 최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터라 재산은 이상준보다 조금 뒤쳐졌다.그러나 그의 집안은 지위면에서 이상준의 집안보다 훨씬 세력이 강했다.하물며 문설아와 이상준이 이혼한 후 성강희가 문설아와 결혼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문설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좋아. 이혼하자. 난 네 재산 한 푼도 원하지 않아.”“뭐? 진심이야? 한 푼도 필요없다고?”이상준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그렇게 돈을 잘 쓰는 여자가 한 푼도 가져가지 않겠다고 말하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응. 필요없어.”문설아는 말을 마치자 마자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성강희도 몸을 돌려 그녀를 따라갔다.“이제 그만 가봐. 이 일은 너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문설아가 말했다.“내가 정말 따라가지 않아도 되겠어?”성강희가 말했다.“법원에 따라가겠다고?”“너가 뭐하러 가. 좋은 일도 아닌데.”문설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녀의 말에 성강희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다소 망설이는 그의 모습을 보고
결혼생활 내내 그녀는 이상준 어머니의 예쁨을 받았다.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괴롭히는 일은 존재하지 않았고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기에 문설아는 바로 승낙했다.“좋아요, 어머니. 어머니께서 약속하신 대로 제 계좌에 송금하신다면 바로 삭제할게요.”이상준의 어머니는 머뭇거리더니 결국 하고 싶은 말을 도로 삼켜버렸다.“그래. 고마워.”문설아의 늘 손해 보지 않으려는 일관된 태도는 듣는 사람의 기분에 영향 주었고 심지어는 그녀를 아니꼽게 보던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했다.하지만 이 일로 놓고 말하면 이상준의 잘못이었기에 이대로 있으면 모순을 극대화해 서로 얼굴을 붉힐 것이 뻔했다.이상준과 문설아 사이는 결국 문설아가 SNS를 삭제하고 이상준의 어머니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이상준은 이 일에 대해 지나치게 반대하지 않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침묵으로 일관했다.문설아에게 있어서 이번 일은 큰 성공이었다.겉보기에는 두 집안이 평화롭게 맺었던 인연을 끊은 것 같았지만 오로지 그들만이 얼마나 찌질하고 이기적으로 싸우면서 얼굴을 붉혔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문설아는 다시 싱글로 돌아온 것을 축하하기 위해 졸부 네에서 이혼 파티를 열었다. 말이 이혼 파티지, 그녀의 친한 친구들을 불러 재밌게 놀면서 겸사겸사 이혼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자리였다.소은정도 당연히 이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다.그녀는 참석할 생각이 없었는데 소찬식이 그녀가 매일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온종일 전동하가 미국에서 생긴 일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까 봐 기분전환도 할 겸 파티에 참석하라고 했던 것이다.소은정은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이라이너를 과감하게 그렸는데 마치 고양이의 눈매 같았고 입체적인 오관과 요염한 화장이 어우러져 그녀의 섹시하면서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돋보여주었다. 그것은 내적으로부터 느껴지는 아우라였고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이에 맞춰 그녀는 진한 녹색의 민소매 원피스를 선택했다. 원피스는 슬림 하면서도 캐주얼한데 어딘가 매
“바르게 했는데?”소은정은 핸드폰을 흔들며 대답했다.성강희는 화가 났지만 웃는 얼굴에 침을 뱉지 못한다고 그녀가 웃는 모습을 바라보더니 차올랐던 분노도 가라앉았다.“됐고. 왜 불렀어?”소은정은 미소를 지었다.“왜 부르긴. 너 이런 곳 되게 좋아하잖아. 와서 같이 놀자.”성강희는 이런 곳에서 놀기를 즐긴다.그런데 오늘, 그는 소은정이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찝찝했다.성강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눈썹을 찡그렸다.“나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소은정은 그가 불편해하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고 그를 불러 세웠다.“잠깐만. 나 화장실 좀 들렸다가 같이 가자. 나 골프장까지만 데려다줘.”성강희는 시간을 보더니 한숨만 내쉬었다.‘됐어. 얘랑 뭘 따지겠냐.’그는 폰에 달린 차 키를 흔들며 재촉했다.“빨리 다녀와. 나 오래는 못 기다려.”“칫.”소은정은 얼른 화장실로 향했다.얼마 후.그는 소은정으로부터 이미 문 앞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다.차 키를 손에 쥐고 나간 성강희는 계단에서 마침 문설아와 마주쳤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성강희는 멈칫했다.문설아는 오히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웃었다.“가는 거야?”성강희는 머리를 끄덕였다.“응. 나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될 것 같아. 다음에 또 보자.”문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비켜주었다.두 사람은 스쳐 지나갔고 성강희는 계단을 내려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까처럼 긴장한 느낌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소은정은 문 앞에서 화분을 보고 있었다.그녀는 화분 앞에서 기웃거리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성강희는 웃으며 다가갔다.“갖고 싶어? 하나 줄까?”소은정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난 지금 화분 통을 보고 있는 거야. 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면 싫어.”성강희는 피식 웃었다.“웃기고 있네.”두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누며 나갔다.문설아는 두 사람이 차에 타는 것을 내려보고 있었고 성강희가 소은정을 바라보는 멜로적인 눈
소은정의 말에 성강희는 발끈하며 화를 냈다.“나도 쉬운 남자 아니거든! 이유가 어떻든 넌 날 선택하지 않았겠지만.”소은정은 혀를 끌끌 차더니 인상을 찌푸렸다.“성강희, 난 널 친구로 생각하니까 이러지 마!”성강희는 미소를 지었다.“재미없긴. 장난이야.”소은정은 부드럽고 따뜻한 말투로 얘기했다.“네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게 될 거야. 넌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 성강희잖아.”성강희의 눈이 빛났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마음속에 엉켰던 실타래가 풀린 느낌이었다.그의 집념도 이 순간 막을 내렸다.그녀가 그한테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라고 해주었으니 말이다.제일 멋진 남자.그거면 됐다.“그럼, 그럼! 날 사랑하지 않는 건 너의 문제라고!”성강희의 오만한 말투에 소은정은 깔깔 웃었다.“네,네. 저의 문제입니다요. 그렇고말고요.”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성강희의 핸드폰이 울렸다.문설아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소은정도 그의 핸드폰에 뜬 이름을 보고는 눈썹을 올리더니 흥미진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성강희는 태연한 척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성강희, 너 지갑 두고 갔지? 진한 하늘색 지갑.”성강희는 주머니를 살펴보더니 깜짝 놀랐다.진짜 지갑을 두고 온 것이다!그는 헛기침을 했다.“어… 그런 것 같아, 그럼 언제...”“시간 있을 때 와서 가져가. 아니면 내가 택배나 퀵으로 보내줄게.”문설아는 용건만 간단하게 말했다.“일단 카운터에 맡길게. 끊어.”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화는 끊겼다.그녀가 일부러 그를 피하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다.성강희는 멈칫하더니 소은정을 바라보았다.“나 먼저 가볼게.”소은정은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얼른 가. 너의 인연을 놓치지 말고!”성강희는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발을 동동 구르던 그는 대답했다.“뭐라는 거야!”그러고는 뒤돌아 달아갔다.소은정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십여 분 후.그녀는 시간을 확인했고 아직도 약속시간이 8분이나 남았다.소은정은 지각하는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