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두 사람을 여기서 만나지 않았으면 계속 나를 속이고 뒤에서 만날 생각이었나요? 매번 출장 간다고 하면서 상아를 만났던 거예요? 매번 야근한다고 하면서 상아와 데이트를 즐겼나요?”문설아는 드디어 자신이 의심하는 것들을 전부 쏟아냈다.참아줄 필요가 없었다.예전에는 이상준을 조건 없이 믿었다.하지만 매번 자신과 함께 있을 때도 가끔 정신을 팔던 모습이 떠오르자 이 사람은 자신과 결혼한 것을 얼마나 후회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상준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그가 다급한 말투로 대답했다.“아니야. 한 번도 그런 적 없어! 난 그렇게까지 쓰레기는 아니야!”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다가가서 어깨에 손을 뻗어 달래주려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뒤로 물러서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는 상심한 눈빛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신혼 초에 상아를 찾아간 건 맞지만 나중에는 다시 연락하지 말자고 말했어. 그 뒤로는 만난 적도 없고. 요즘에 몇 번 만난 건 우연이었어. 상아가 연예계에서 입지가 안 좋아졌다고 했어. 누가 자꾸 상아가 하는 일을 방해한다고. 그래서 상아를 데리고 미팅에 나갔어. 상아의 입지를 조금 다져주려고. 호텔에서 만난 적은 없어. 내가 이곳에 온 건 갑자기 생긴 미팅 때문이야. 당신한테 돌아왔다고 말하면 또 오해할 것 같아서….”이상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오늘은 정말 일이 있어서 감독을 만나러 온 거야.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그는 복잡한 심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처음에는 문설아의 맹목적인 신임이 좋았다.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가 문상아와 연락을 끊고 결혼 생활에 충성하려고 했을 때 그는 점점 자신이 쓰레기가 된 기분이었다.어릴 때부터 연예계에 데뷔한 문상아는 생기가 넘치고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었고 그녀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매력적이었다.하지만 문설아는 그녀와 정반대였다. 그녀는 순수하고 착했으며 모든 사람을 착하게 생각했다. 그녀가 아는 세상은 백지장처럼 순수
문설아는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그를 빤히 보며 차갑게 말했다.“기뻐할 줄 알았는데요. 이상준 씨, 어차피 둘 다 무영그룹의 딸이잖아요?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하면 앞으로 뒤에서 남들 눈치 보며 만날 필요도 없는데 바라던 바 아닌가요?”문설아의 말이 끝나자 이상준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그는 갑자기 귀뺨을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말을 마친 그녀는 차갑게 뒤돌아서며 옆방을 힐끗 바라보았다.그녀는 옆방에서 자신들의 대화를 듣고 있을 두 사람을 떠올렸다.그래서 일부러 목청을 높여 말했다.“듣고 있는 거 다 알아. 날 위한다고 숨길 필요 없어. 잘못을 한 사람들도 수치심을 모르는데 내가 뭐가 두렵겠어?”말을 마친 그녀는 이상준을 지나쳐 방을 나갔다.이상준은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그는 마음이 복잡했다.한 번도 그녀와의 이혼은 생각해 본 적 없었다.“난 이혼하고 싶지 않아….”그는 중얼거리듯 말했다.“상아랑 있었던 일은 이미 잊었어. 당신이랑 잘 살아보려고 했다고….”멀리 가지 않은 문설아도 그가 하는 말을 들었지만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가슴이 답답하고 아팠다.누군가가 심장을 꽉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는 것처럼 숨 쉬기조차 힘들었다.이상준은 그녀가 돌아선 순간 자신이 매우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다는 느낌이 들었다.소은정과 김하늘은 주변이 조용해진 뒤에 밖으로 나왔다.두 사람은 다 떠나고 없었다.김하늘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했어. 문설아 이번에는 조금 멋있었어! 안 그래?”소은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한숨을 쉬었다.“그래. 생각밖이네. 돈이랑 결혼했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더니 이 정도의 일 가지고 이혼을 말하다니. 정말 돈 보고 결혼했는지, 아니면 그 사람이 좋아서 결혼했는지는 문설아 본인만 알겠지!”“문설아가 이상준을 좋아한다는 얘기야?”김하늘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소은정은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매번 이상준 씨 얘기할 때면 겉
방에는 네 사람만 남았다.매니저는 상자에서 약을 찾느라 바빠 보이니 매니저에게 한 얘기 같지는 않았다.소은정은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돌아보았다.아니나 다를까, 문상아가 고개를 들더니 소은정을 바라보고 있었다.문상아는 잠시 망설이더니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언니가 두 분을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했어요. 정말 부러워요. 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언니처럼 스스럼없이 누군가와 친해질 수 없거든요.”옆에 있던 매니저는 그녀의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눈치 채고 다급히 의약품 상자를 가져왔다.“상아야, 나중에 다시 해명하고 일단 약부터 바르자.”문상아는 그녀를 제지하고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일단 나가 있어요. 두 분이랑 할 얘기가 있어요.”매니저는 잠시 주저하더니 방을 나갔다.소은정은 팔짱을 끼며 문상아에게 물었다.“하고 싶은 얘기가 뭐예요? 이럴 시간에 언니한테 해명하는 게 낫지 않아요?”문상아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당연히 해명해야죠. 하지만 두 분이 전에 봤던 저랑 이상준 씨가 호텔에 출입한 장면은 정말 오해였어요. 우연히 만난 것뿐이라고요.”김하늘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우연이 여러 번 겹치면 그건 더 이상 우연이 아니죠.”문상아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두 사람이 결혼한 뒤로는 저도 포기했어요. 억울한 적도 있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죠. 왜 저는 언니가 될 수 없을까? 이런 생각도 했어요. 언니만 우선으로 생각하는 아빠가 미웠죠. 둘이 결혼 얘기가 오갈 때 제가 몰랐을 것 같나요? 그때가 저한테는 일적으로도 힘든 시기였어요. 그런 상황에서 이상준에게 버림을 받았죠. 매일이 고역이었어요. 두 분은 제가 양심도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집안에서 언니를 제외하고 양심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김하늘은 인상을 쓰며 그녀에게 말했다.“우리한테 이런 얘기를 왜 하는 거죠? 그렇게 억울하면 설아한테 가서 해명해요. 우린 우리가 본 것만 믿어요. 문상아 씨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우리의 입장이 달라지
말을 마친 문상아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했다.“일정대로면 오늘 다섯 시에 촬영이 끝나죠? 다른 연예인들 실수하는 건 모르겠고 어쨌든 저는 제 분량만 촬영하고 나갈 거예요. 감독님한테 잘 얘기해 줘요.”문상아는 기분이 좋을 때 다른 연예인들이 NG를 내고 반복해서 촬영해도 기다려 주었다.하지만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자신의 분량만 촬영하고 바로 자리를 떴다.그리고 오늘 그녀는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았다.소은정과 함께 밖으로 나온 김하늘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문설아 이 바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소은정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달래주러 가야 하나?”김하늘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뻘쭘해하지 않을까? 이럴 때는 다들 혼자 있고 싶어하지 않나?”“전화 한번 해볼까?”소은정은 핸드폰을 꺼내 문설아의 번호로 전화를 걸며 말했다.“그냥 끊어버리면 가지 말자.”그런데 신호가 가고 얼마되지 않아 문설아가 전화를 받더니 다짜고짜 울며 말했다.“이쪽으로 오려고? 나 집에 있어! 바로 오면 돼!”말을 마친 문설아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김하늘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얘도 정상은 아니야.”소은정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동하 씨한테 부탁해서 좋은 투자항목을 소개해 줄 걸 그랬어. 지금쯤 돈이라도 많이 벌면 덜 속상해하지 않았을까 싶네!”대화를 마친 두 사람은 곧장 차로 갔다.소은정은 가는 길에 대략적인 상황을 전동하에게 문자로 보내고 데리러 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전동하에게서는 바로 답장이 왔다. 도착하면 주소를 보내라는 얘기였다.날은 급격하게 어두워졌다.두 사람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해는 이미 저물어 있었다.하늘에 먹구름이 낀 것으로 보아 비가 내릴 징조였다.집 안으로 들어가자 유리컵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문설아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다 아빠, 엄마 때문이야! 왜 굳이 나를 그런 사람에게 시집보낸 거야? 두 사람 사이를 전부터 알고 있었다면서? 그럼 나는 뭐야?”문 앞까지 도착한 소은정
사업 때문에 만났을 때는 소 대표라고 부르며 극존칭을 썼겠지만 오늘 소은정은 일 때문에 여기 온 게 아니었다.문기훈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유문정에게 눈짓했다.유문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부담 갖지 말고 앉아요. 설아 친구라고 들었어요. 편하게 있다가 가요.”소은정과 김하늘은 함께 소파에 앉았다.문설아는 많이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그녀는 고집스럽게 부모님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빨리 가라고! 얼굴도 보고 싶지 않다니까!”“설아야, 그만….”유문정은 담담한 목소리로 딸을 제지하려다가 퉁퉁 부은 딸의 얼굴을 보고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둘 사이가 어떤지 진작 알고 있었지만 그때 이상준은 진심이 아니라고 했어. 이상준 측이 먼저 우리 가문과 정략결혼을 제안했다는 건 상아를 포기했다는 뜻이야! 이상준도 알고 있을 거야. 그놈이 널 속상하게 하면 우리도 절대 그놈을 용서치 않을 거라는거!”문기훈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아빠가 녀석을 혼내줄게!”문설아는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상아도 문씨인데 왜 상아랑 결혼시키지 않았어?”유문정은 눈을 가늘게 떴다. 손님이 있는 자리에서 할 얘기는 아니었지만 그런 걸 살필 여유가 없었다.“넌 정말 너무 순진해!”그녀는 냉소를 지으며 음침한 눈으로 문기훈을 쏘아보았다.문기훈은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낀 듯, 고개를 떨어뜨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문정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걔가 너랑 정말 피를 나눈 동생인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어! 어차피 우리 가문의 모든 건 너한테 돌아갈 거야. 걔랑은 아무 상관없다고. 정략결혼 같은 양가의 이득이 달린 일을 신분도 불분명한 여자가 낳은 애를 어떻게 그 집에 보내? 아무나 다 그런 자격을 누릴 수 있는 게 아니야!”유문정의 말이 끝나자 거실에 정적이 찾아왔다.문기훈은 한숨을 쉬며 문설아에게 말했다.“다 아빠 잘못이야. 네 엄마 말이 맞아. 널 이상준에게 시집보낸 건
그 이름이 나오자 문설아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상아의 신분에 대해서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줘.”김하늘이 말했다.“상황이 이 지경인데 아직도 그애를 걱정해? 처음부터 그애 때문에 벌어진 일이잖아. 다른 여자였다면 네가 이렇게 화를 냈을까?”김하늘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문설아는 멍하니 김하늘을 바라보다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주저하다가 말했다.“그애가 우리 가문을 싫어하는 거 알아. 아빠랑 엄마는 그애한테 잘해준 적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애한테 잘하려고 했어. 그런데 이런 일이 생겨서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과거에 우리 사이에 나누었던 정은 전부 가짜였던 걸까?”“너는 어떻게 생각해? 아무리 부모님한테 무시당했다고 해도 너한테까지 이러는 건 아니지 않아? 넌 그애를 홀대하지도 않았잖아.”김하늘도 고개를 끄덕였다.문설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물을 한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됐어. 이혼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계속 그 사람이랑 같이 살라고? 계속 생각날 텐데 그건 내가 힘들어.”소은정은 이 상황에서도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문설아의 멘탈에 감탄했다.마침 이때, 전동하에게서 전화가 왔다.“여보세요.”“아직도 대화 중이에요? 문 앞에 다 왔는데….”전동하의 목소리가 들리자 소은정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알았어요. 지금 나갈게요.”문설아는 불만스럽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안 돼. 가지 마. 나랑 같이 밤새 술 마셔줘.”소은정은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봐, 문설아 씨. 난 돌아가서 애기도 봐야 해. 밤을 새우는 일은 이제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 잘 하고 결정해.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잖아. 난 널 응원해!”김하늘도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맞아! 나도 너 응원할게!”“의리도 없는 것들!”문설아가 입을 삐죽이며 말하자 김하늘은 웃으며 다가가서 그녀를 안아주었다.“잘 해결되길 바랄게.”소은정은 김하늘과 함께 그녀의 집
전동하는 잠시 고민하다가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그런데 예상했던 일 아닌가요?”소은정과 김하늘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미 알고 있었어요?”요즘은 드라마에도 이런 막장은 잘 안 나오는데?전동하는 여유롭게 우회전하고 속도를 줄이며 대답했다.“이상준 씨가 문상아 씨를 파트너로 데리고 미팅 장소에 나왔을 때부터 문설아 씨가 이 일을 알게 되는 건 시간 문제였죠. 이게 뭐 희한한 일인가요? 문설아 씨가 눈치 채지 못한 건 너무 사람을 쉽게 믿는 성격 때문이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을 통하지 않고 처제와 가깝게 지내는 남편한테 경고라도 한마디 했을걸요?”전동하의 말이 끝나자 차 안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차 안에서는 은은한 말리꽃 향이 났다. 소은정이 전동하를 위해 추천한 차량용 디퓨저 향이었다.아주 편안한 향기였다.소은정은 김하늘과 시선을 맞추었다.우리가 일을 너무 크게 생각한 걸까?한편, 문설아의 집.누군가가 다급하게 문을 두드렸다.문설아는 나갔던 소은정과 김하늘이 돌아간 줄 알고 다급히 가서 문을 열었다.그런데 문을 열자 이상준이 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표정이 급격하게 식었다.“여긴 왜 왔어요?”이상준은 멈칫하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사과하러 왔어.”그가 여기로 오기 전까지 문기훈과 유문정에게서 수차례나 전화가 왔었다.사실 그냥 무시할 수도 있었고 애초에 책임질만한 일은 하지도 않았다.그들이 이혼하면 이상준 측은 손해가 별로 없지만 오히려 문씨 가문에서 타격을 입게 될 상황이었다.그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이대로 이혼하거나 문설아가 사과하는 일.이혼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비록 처음에는 좋아서 결혼한 게 아니지만 그녀와 같이 지내다 보니 그가 아는 재벌집 아가씨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상류사회의 고정적인 틀에서 교육받고 자란 여자가 아니었다.그녀는 순수하고 착했으며 이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없다고 믿었다.그녀는 표정을 숨길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하지만 돈을 위해 노력을
소은정은 핸드폰으로 뉴스를 검색했다.뉴스 일면에 눈에 띄는 타이틀이 보였다.“무영 그룹 2세 이혼 발표. 남편의 잦은 외도로 부부 사이의 믿음에 금이 갔다고 밝히며 양심이 있다면 맨몸으로 나가라고 저격!”가장 충격적인 건 마지막 말이었다.양심이 있다면!정면 승부를 선택한 것이다!무수히 많은 댓글들이 달렸다.“세상에, 아까 검색해 봤는데 무영 그룹은 제약 회사던데? 내가 어려서부터 먹던 약을 만드는 회사였어. 지금도 옛날 가격을 유지하고 효과가 좋더라. 그런 집안에서 자란 여자라 그런지 역시 쿨하네!”“나도 검색해 봤는데 안 좋은 기사는 하나도 없어. 문설아 씨 응원할게요!”“결혼한지 1년도 안 된 사이에 외도라니. 정말 뻔뻔하시네요. 이상준 씨!”“역시 재벌가 아가씨는 뭐가 달라도 달라. 너그러움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네! 이 대표님도 나와서 해명 좀 해봐요!”“우리 소은정 여신님도 이런 면에서는 아주 쿨하게 응대했었지. 요즘에는 공식석상에 얼굴을 안 내밀던데 그리워요, 은정 여신님….”“빨리 이혼하고 새 출발하는 게 낫지.”소은정은 연예계 뉴스보다 더 핫한 댓글들을 조용히 읽어보았다.정말 평소에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전동하가 새봄이를 안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자 아이는 소은정의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아이는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엄마를 찾았지만 달래주는 사람은 아빠 혼자였다.그래서 분유를 충분히 먹고 잠시 놀다가 드디어 엄마한테 오게 된 것이다.그런데 엄마는 핸드폰을 들고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새봄이는 불만스럽게 팔을 흔들거리며 입을 삐죽였다.아이의 소리를 들은 소은정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생글생글 웃으며 전동하를 바라보았다.“좋은 아침이에요.”전동하는 새봄이를 잠시 내려놓고 소은정을 꼭 안아주었다.두 사람은 잠시 안고 있다가 아이가 울려고 하자 아쉬운 표정으로 서로에게서 떨어졌다.소은정은 새봄이를 안아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춰주었다.“우리 아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뻐?”칭찬을 들은 새봄이는 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