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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0화 문설아의 사정

사업 때문에 만났을 때는 소 대표라고 부르며 극존칭을 썼겠지만 오늘 소은정은 일 때문에 여기 온 게 아니었다.

문기훈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유문정에게 눈짓했다.

유문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부담 갖지 말고 앉아요. 설아 친구라고 들었어요. 편하게 있다가 가요.”

소은정과 김하늘은 함께 소파에 앉았다.

문설아는 많이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녀는 고집스럽게 부모님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빨리 가라고! 얼굴도 보고 싶지 않다니까!”

“설아야, 그만….”

유문정은 담담한 목소리로 딸을 제지하려다가 퉁퉁 부은 딸의 얼굴을 보고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둘 사이가 어떤지 진작 알고 있었지만 그때 이상준은 진심이 아니라고 했어. 이상준 측이 먼저 우리 가문과 정략결혼을 제안했다는 건 상아를 포기했다는 뜻이야! 이상준도 알고 있을 거야. 그놈이 널 속상하게 하면 우리도 절대 그놈을 용서치 않을 거라는거!”

문기훈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아빠가 녀석을 혼내줄게!”

문설아는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상아도 문씨인데 왜 상아랑 결혼시키지 않았어?”

유문정은 눈을 가늘게 떴다. 손님이 있는 자리에서 할 얘기는 아니었지만 그런 걸 살필 여유가 없었다.

“넌 정말 너무 순진해!”

그녀는 냉소를 지으며 음침한 눈으로 문기훈을 쏘아보았다.

문기훈은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낀 듯, 고개를 떨어뜨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문정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걔가 너랑 정말 피를 나눈 동생인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어! 어차피 우리 가문의 모든 건 너한테 돌아갈 거야. 걔랑은 아무 상관없다고. 정략결혼 같은 양가의 이득이 달린 일을 신분도 불분명한 여자가 낳은 애를 어떻게 그 집에 보내? 아무나 다 그런 자격을 누릴 수 있는 게 아니야!”

유문정의 말이 끝나자 거실에 정적이 찾아왔다.

문기훈은 한숨을 쉬며 문설아에게 말했다.

“다 아빠 잘못이야. 네 엄마 말이 맞아. 널 이상준에게 시집보낸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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