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서 소은정의 영향력이 큰 것은 그녀가 전에 유준열과 손호영을 내세웠기 때문이었다.얼마나 많은 사람이 질투에 눈이 멀었었는지 모른다.모퉁이를 돌자, 김하늘이 스튜디오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소은정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소은정은 원래 많은 사람 앞에 나타나는 것을 꺼리는데 이미 왔으니 지금 가는 것도 좀 그랬다.소은정은 울며 겨자 먹기로 걸어갔다.감독은 여러 번 NG를 낸 서브 여주를 혼내고 있었다.“배우가 울 줄도 모르고 웃을 줄도 몰라요? 대체 무슨 백으로 여길 들어왔는진 몰라도 전혀 쓸모가 없는 거 알죠? 성형한 지 얼마나 됐다고. 붓기도 안 빠졌는데 무슨 배짱으로 덤벼요? 우리 발목 잡을 일 있어요?”서브 여주는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스태프들은 그녀의 화장을 고치기 바빴다.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스태프들은 아무렇지 않게 움직이고 있었고 서브 여주는 돌아서서 물건을 내던지며 화를 냈다.소은정은 그 장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속으로 역시 촬영 현장이 떠들썩하다고 생각했다.소은정은 회사에서 고생하는 직원들한테 욕 한번 하기도 미안해하는데, 회사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감독과 적지 않은 배우들은 소은정이 촬영 현장에 온 것을 알아챘다.감독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은정 씨, 촬영하는 거 보러 오셨어요?”소은정이 웃으며 말했다.“네. 실례합니다.”“실례라뇨.”감독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자, 삼십 분 쉬었다 합시다!”김하늘도 같이 걸어갔다.5월의 날씨는 서늘한 편이었고 약간 덥기는 했지만 견딜만한 정도였다.김하늘은 양산을 들고 오더니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장윤 씨.”장윤이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별말씀을요.”소은정은 스튜디오를 쭉 둘러보더니 김하늘한테 가서 말했다.“내가 너 방해하는 건 아니지?”김하늘이 혀를 끌끌 차더니 대답했다.“방해는 무슨. 난 그냥 내가 투자한 영화가 대박일지 쪽박일지 궁금해서 오는 거 뿐인데?”소은정이
김하늘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맞아, 이번 작품 남주야. 작품에 많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투자도 했고.... 목적이 뚜렷한 친구기도 하지. 이글 엔터를 발판으로 삼아 정상으로 올라가려고 하거든."소은정이 머뭇거리더니 말했다."네 성격에 알면서도 그냥 놔두는 거야?""당연히 아니지, 그만한 가치가 있는 배우야. 그거 알아? 장윤이 제2의 소은해로 불리는 거? 장윤이 은해 오빠의 연기 스타일을 똑같이 따라 했어. 따라 한 그 많은 사람 중에 장윤이 제일 똑같고 제일 성공한 사람이야."김하늘은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소은정은 머뭇거리더니 말했다."혹시 은해 오빠의 인기로 장윤까지 성공시키려는 거 아니지? 우리 오빠가 제일 싫어하는 게 오빠 팔아서 인기를 얻는 거야!""알고 있어. 근데 어쩔 수 없는걸. 우리 회사의 이름으로 장윤과 계약하고 이글 엔터에 넣으려고 하는데 어때?"소은정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네가 직접 키울 거야?"김하늘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응, 그러면 잘 되더라도 계속 이글 엔터에 있을걸.""장윤이 그러려고 할까?""이 상황에 물불 가릴 때야?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아야지, 만약 그게 아니라면 더 기다릴 수 있어!"김하늘의 말투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자기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는 다짐이 엿보였다."일단 스캔들이나 찌라시 있는지 먼저 알아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았어. 후에 폭탄인 거 알면 버리기도 쉽지 않아.""알겠어."김하늘은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소은정이 피식 웃었다. 순간 멀리서 펑펑 우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인지 모르는 소은정은 눈을 깜빡이었다. 김하늘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휴, 안 봐도 뻔해. 아까 그 서브 여주야.""자주 이래?""여주가 누군지 알아?""누군데?""문상아."김하늘의 대답에 소은정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문상아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문상아라는 이름을
김하늘의 말을 듣고 소은정은 한참 동안 멍해졌다.이 바닥이 더럽고 재벌들이 돈만 밝힌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경우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김하늘은 이마를 만지며 말했다.“그만 말하고 들어가자. 맛있는 디저트 준비해달라고 했어.”소은정은 웃으며 장난스레 말했다.“너 나 돼지 만들 셈이냐?”김하늘이 웃으며 말을 돌렸다.“전 대표님이 데려다줬어? 아까 분위기가 심상치 않던데? 결혼까지 했는데 뭐가 그렇게 불안하대?”소은정이 뻔뻔스럽게 농담을 해댔다.“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잖아. 항상 경계하고 조심해야 해. 그게 정상이지.”“작작 해! 내가 볼 땐 전 대표님 촬영할 때 잘생긴 연하남이 너 채갈까 봐 그러는 거 같은데? 아니야?”소은정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 있게 반박했다.“나 연하남한테 관심 없어진 지 오래됐거든?”아무튼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전동하를 뛰어넘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잘생긴 연하남은 널리고 널렸지만, 전동하는 하나뿐이기 때문이었다.긴 복도가 있는 곳을 지나니 뒤편에는 전망이 탁 트인 쉼터가 펼쳐졌고 미처 철거하지 않은 정자가 떡하니 있었다.김하늘은 소은정의 손을 이끌고 그곳으로 갔다.소은정은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와, 여기서 보니까 진짜 대박이다. 다른 촬영 팀도 많은 것 같은데?”“당연하지. 근데 다들 일하느라 정신없어서 여기서 차 마시고 디저트 먹고 여유 부릴 사람 우리밖에 없을걸? 여기서 보면 한 세 팀인가? 촬영하는 것도 볼 수 있어. 끝내주지?”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탁자에는 디저트가 가득 담긴 도시락통 몇 개가 놓여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김하늘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유라는 거기 가서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 무슨 일 생기는 건 아니겠지?”소은정이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본인 걱정이나 하시지? 걔한테 뭔 일이 생긴다고 그래? 강열 씨도 있고 가족들도 있는데 뭘. 걱정할 필요 없어.”김하늘은 들고 있
한눈을 파는 사이, 문설아가 다가왔다.몸에 붙는 타이트한 원피스는 귀티 나면서도 청순한 매력이 돋보였다.“너희 여기 있었구나. 장윤 씨가 너희 뒤쪽으로 갔다고 해서 따라왔어.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네!”문설아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하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소은정이 웃으며 물었다.“넌 어떻게 왔어?”“내 동생 보러 왔지.”문설아는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말했다.“나한테 가장 중요한 일은 돈을 버는 거랑 동생 뒷바라지하는 거거든!”소은정은 살짝 굳은 표정으로 김하늘을 바라보았다.김하늘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바보 같은 문설아는 자신이 속고 있는 줄도 모르고 이복동생을 극진히 아꼈다.아마 순진한 그녀는 그렇게 사랑하는 동생이 자신을 배신한 줄도 모르는 듯했다.김하늘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이상준 씨도 왔던데. 요즘 한가한가 봐?”문설아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그들의 맞은편에 앉더니 포크로 디저트를 집어먹었다.“그 인간이 어디를 가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그 사람이 나한테 자기 스케줄을 공유할 사람도 아니고. 어차피 매달 돈만 제대로 주면 돼!”소은정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이 나왔다. 이런 관계라면 문설아도 조금 덜 상처받지 않을까?김하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잠시 후, 문설아는 갑자기 생글생글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래도 우리 남편은 좋은 사람이야. 어제 내 생일이었는데 난 아무 말 안 했거든. 근데 선물을 준비했더라고. 요즘 바빠서 미안하다고 전화까지 하고 말이야. 진심인 것 같아서 나도 그냥 용서해주기로 했지.”김하늘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녀는 뭔가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어젯밤, 그녀는 이상준과 문상아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것도 모르고 문설아는 자신만의 상상에 갇혀 행복하고 있었다.불쌍하긴 한데 사실을 이야기해 주기도 미안했다.소은정은 진지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넌… 그 사람 좋아해?”문설아는 멈칫하더니 눈을 깜빡이며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난 그 사람
잠시 후, 문설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사람이 연예계에 투자하는 게 한두곳도 아니고 별거 아니지 않아?”소은정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물었다.“여자주인공은 다른 사람으로 내정되었는데 촬영 당일 날 갑자기 문상아로 바뀌었다고 들었어. 이상준 씨가 요구한 게 아닐까?”이렇게 말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하면 정말 바보였다.문설아가 살짝 인상을 쓰더니 말했다.“자주 있는 일이잖아? 우리 남편이 내 동생이라고 각별히 신경 써줬겠지.”소은정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어떻게 말해줘야 할까?김하늘은 그녀를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더 이상 얘기하면 안 된다.소은정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그 뒤로 그녀는 김하늘과 함께 장윤에 관한 일을 토론했고 문설아는 지루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잠시 후, 소란이 잦아들었다.실컷 불만을 표출한 안티팬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잠시 후, 현장이 다시 시끄러워졌다.“문상아 씨 들어오십니다. 빨리 촬영 준비 들어갈게요!”현장 스탭의 소리에 소은정 일행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호화 밴 한 대가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문설아는 잔뜩 흥분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말했다.“내 동생 왔어. 슈퍼스타 문상아가 왔다고. 나랑 같이 가자. 무료로 사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줄을 설 필요도 없어. 빨리 가자니까….”소은정과 김하늘은 가기 싫다는 뜻으로 고개를 흔들었다.하지만 문설아는 그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소은정의 팔을 끌고 그쪽으로 향하며 소은정이 한입도 대지 않은 디저트까지 챙겼다.“이거 내 동생 주자! 어릴 때부터 이거 좋아했어!”이렇게까지 자기 동생을 챙기는 언니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소은정과 김하늘은 그녀에게 이끌려 앞쪽으로 다가갔다.마침 밴이 멈춰서고 누군가가 차 문을 열었다.푸른색 한복을 입은 문상아가 우아하게 차에서 내렸다. 요염한 몸매에 화려한 이목구비는 사람들의 입을 벌어지게 했다.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말을 마친 이상준은 손을 들어 문설아의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문설아가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다정한 행동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의 손길을 피했다.이상준은 살짝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등 뒤를 살폈다.소은정과 김하늘이 미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아무런 감정이 없는 냉랭한 시선, 마치 그의 가식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이었다.이상준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소은정 씨도 여기 계셨네요. 어쩐지 우리 집사람 기분이 좋아 보이더라니, 말동무를 해주셔서 감사해요.”소은정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설아는 동생 보러 왔어요. 우린 우연히 만났고요.”이때, 표정을 수습한 문상아가 웃으며 다가왔다.“역시 내 생각해 주는 사람은 언니밖에 없네. 나 응원해 주려고 온 거야?”그러고는 웃으며 감독에게 다가가서 인사했다.“감독님, 10분만 시간을 주시면 안 될까요? 언니가 저 응원하러 왔대요.”“그래, 알았어!”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각자 할 일을 하러 가고 현장에는 그들만 남았다.그들과 마주친 뒤로 문상아는 이상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일부러 피하는 듯한 태도가 더 의심스러웠다.하지만 둘의 사이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딱히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문설아는 굳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그녀는 억지로 눈물을 참아냈다.문상아와 이상준이 같이 차에서 내릴 때, 그녀는 뭔가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머리가 복잡했다.문설아는 문상아를 무시하고 고개를 들어 이상준을 바라보며 물었다.“해외 출장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그 말에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소은정과 김하늘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니까 해외에 있어야 할 사람이 처제와 함께 촬영현장에 나타난 것이다.어떤 이유를 대든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다.이상준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그는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지만 문설아가 비웃음 가득
문설아는 동생이 직접 이 상황을 설명해 주기를 바랐다.문상아는 당황한 얼굴로 입술만 깨물 뿐,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했다.옆에 있던 이상준이 다가가서 문설아의 팔목을 잡아끌었다.“내가 해명할게. 차로 가자.”그는 있는 힘껏 문설아를 밖으로 이끌었다.화가 치민 문설아는 힘껏 그의 손을 뿌리치고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거 놔요. 뭐가 그렇게 겁나요? 지금 이 상황이 창피해요?”문설아는 새빨갛게 부은 눈으로 김하늘과 소은정을 바라보더니 물었다.“너희는 진작 알고 있었지? 그래서 계속 나한테 귀띔해 주려고 한 거지?”김하늘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고개를 돌렸다.잠시 주저하던 소은정은 솔직히 이야기하기로 했다.“사실을 말하지 않았던 건 네가 속상해할까 봐 걱정돼서였어. 하지만 계속 바보처럼 속기만 한다면 네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아.”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고 문설아와 시선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네가 직접 물어봐. 전부 오해라고 믿고 싶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소은정 씨….”이상준은 이를 갈며 당황한 표정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지만 소은정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저도 남의 집안일에 끼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설아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굳게 믿고 있고 문상아 씨는 설아가 가장 사랑하는 동생이죠. 너무하지 않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두 사람의 표정은 무시한 채, 김하늘에게 눈짓하고 현장을 떠나버렸다.이상준과 문상아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게 달아올랐다.이제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문설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는 충격 받은 표정을 하고 문상아와 이상준을 번갈아보았다.그러더니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지나치려 했다.그러다가 그녀는 다시 돌아왔다.문상아가 나서려 했지만 이상준이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가만히 있어. 내가 해결할게.”문상아는 바닥에 쏟아진 디저트를 주으며 눈시울을 붉혔다.그 모습을 본 제작진은 쉽사리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했다.언젠가는 이런 상황이 올 거라
문설아는 멍하니 서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소은정의 각도에서 보면 그녀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상준은 그녀가 반응이 없자 더 긴장한 표정으로 소은정과 김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두 분 자리 좀 비켜주시겠어요?”소은정과 김하늘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문설아가 창백하게 질린 입술로 말했다.“자리를 비켜줄 필요가 뭐가 있어요? 당신이 지어낸 거짓말과 내 친구들이 말한 게 다를까 봐 두렵나요?”이상준은 당황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오늘 문설아가 보인 반응은 그의 예상밖이었다.과거에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다. 그는 만약에 사실이 들통나면 문설아가 미친듯이 울며 물건을 부수고 난리를 칠 줄 알았다.그러면 자신은 용돈 몇 푼 쥐여주면 상황이 종료될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현실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라서 순간 말문이 막혔다.김하늘과 소은정은 옆방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방음효과가 좋지 않아 두 사람의 대화가 똑똑히 들렸다.“상아가 갓 데뷔했을 때 우리는 처음 만났어. 상아는 내가 키워준 거야. 그때 상아는 신분을 숨기고 연예계에서 활동했는데 띄워주는 소속사가 없어서 연예계 생활이 순탄치 않았어. 그때 당신과 나는 아직 모르는 사이였고 나도 그냥 논다는 생각으로 상아를 만났어.”이상준은 축 가라앉은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했다.그는 과거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문설아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예전에 바람둥이였다는 소문은 들었어요. 나와 결혼하기 전에 연예인 스폰서를 했다는 사실도 알아요. 그런데 상대가 상아일 줄은 몰랐죠.”연예인과 스폰서의 관계, 그리고 형부와 처제의 관계. 깊이 들여다보면 정말 들어주기 힘든 추잡한 관계가 아닐 수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막장이라고 해도 이게 사실이었다.이상준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그는 인상을 쓰며 문설아를 바라보았지만 반박은 하지 않았다.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들은 각자 필요에 따라 맺어진 관계였다.문설아는 비꼬는 말투로 물었다.“나중에는 어떻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