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맞아, 이번 작품 남주야. 작품에 많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투자도 했고.... 목적이 뚜렷한 친구기도 하지. 이글 엔터를 발판으로 삼아 정상으로 올라가려고 하거든."소은정이 머뭇거리더니 말했다."네 성격에 알면서도 그냥 놔두는 거야?""당연히 아니지, 그만한 가치가 있는 배우야. 그거 알아? 장윤이 제2의 소은해로 불리는 거? 장윤이 은해 오빠의 연기 스타일을 똑같이 따라 했어. 따라 한 그 많은 사람 중에 장윤이 제일 똑같고 제일 성공한 사람이야."김하늘은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소은정은 머뭇거리더니 말했다."혹시 은해 오빠의 인기로 장윤까지 성공시키려는 거 아니지? 우리 오빠가 제일 싫어하는 게 오빠 팔아서 인기를 얻는 거야!""알고 있어. 근데 어쩔 수 없는걸. 우리 회사의 이름으로 장윤과 계약하고 이글 엔터에 넣으려고 하는데 어때?"소은정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네가 직접 키울 거야?"김하늘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응, 그러면 잘 되더라도 계속 이글 엔터에 있을걸.""장윤이 그러려고 할까?""이 상황에 물불 가릴 때야?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아야지, 만약 그게 아니라면 더 기다릴 수 있어!"김하늘의 말투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자기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는 다짐이 엿보였다."일단 스캔들이나 찌라시 있는지 먼저 알아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았어. 후에 폭탄인 거 알면 버리기도 쉽지 않아.""알겠어."김하늘은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소은정이 피식 웃었다. 순간 멀리서 펑펑 우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인지 모르는 소은정은 눈을 깜빡이었다. 김하늘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휴, 안 봐도 뻔해. 아까 그 서브 여주야.""자주 이래?""여주가 누군지 알아?""누군데?""문상아."김하늘의 대답에 소은정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문상아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문상아라는 이름을
김하늘의 말을 듣고 소은정은 한참 동안 멍해졌다.이 바닥이 더럽고 재벌들이 돈만 밝힌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경우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김하늘은 이마를 만지며 말했다.“그만 말하고 들어가자. 맛있는 디저트 준비해달라고 했어.”소은정은 웃으며 장난스레 말했다.“너 나 돼지 만들 셈이냐?”김하늘이 웃으며 말을 돌렸다.“전 대표님이 데려다줬어? 아까 분위기가 심상치 않던데? 결혼까지 했는데 뭐가 그렇게 불안하대?”소은정이 뻔뻔스럽게 농담을 해댔다.“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잖아. 항상 경계하고 조심해야 해. 그게 정상이지.”“작작 해! 내가 볼 땐 전 대표님 촬영할 때 잘생긴 연하남이 너 채갈까 봐 그러는 거 같은데? 아니야?”소은정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 있게 반박했다.“나 연하남한테 관심 없어진 지 오래됐거든?”아무튼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전동하를 뛰어넘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잘생긴 연하남은 널리고 널렸지만, 전동하는 하나뿐이기 때문이었다.긴 복도가 있는 곳을 지나니 뒤편에는 전망이 탁 트인 쉼터가 펼쳐졌고 미처 철거하지 않은 정자가 떡하니 있었다.김하늘은 소은정의 손을 이끌고 그곳으로 갔다.소은정은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와, 여기서 보니까 진짜 대박이다. 다른 촬영 팀도 많은 것 같은데?”“당연하지. 근데 다들 일하느라 정신없어서 여기서 차 마시고 디저트 먹고 여유 부릴 사람 우리밖에 없을걸? 여기서 보면 한 세 팀인가? 촬영하는 것도 볼 수 있어. 끝내주지?”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탁자에는 디저트가 가득 담긴 도시락통 몇 개가 놓여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김하늘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유라는 거기 가서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 무슨 일 생기는 건 아니겠지?”소은정이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본인 걱정이나 하시지? 걔한테 뭔 일이 생긴다고 그래? 강열 씨도 있고 가족들도 있는데 뭘. 걱정할 필요 없어.”김하늘은 들고 있
한눈을 파는 사이, 문설아가 다가왔다.몸에 붙는 타이트한 원피스는 귀티 나면서도 청순한 매력이 돋보였다.“너희 여기 있었구나. 장윤 씨가 너희 뒤쪽으로 갔다고 해서 따라왔어.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네!”문설아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하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소은정이 웃으며 물었다.“넌 어떻게 왔어?”“내 동생 보러 왔지.”문설아는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말했다.“나한테 가장 중요한 일은 돈을 버는 거랑 동생 뒷바라지하는 거거든!”소은정은 살짝 굳은 표정으로 김하늘을 바라보았다.김하늘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바보 같은 문설아는 자신이 속고 있는 줄도 모르고 이복동생을 극진히 아꼈다.아마 순진한 그녀는 그렇게 사랑하는 동생이 자신을 배신한 줄도 모르는 듯했다.김하늘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이상준 씨도 왔던데. 요즘 한가한가 봐?”문설아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그들의 맞은편에 앉더니 포크로 디저트를 집어먹었다.“그 인간이 어디를 가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그 사람이 나한테 자기 스케줄을 공유할 사람도 아니고. 어차피 매달 돈만 제대로 주면 돼!”소은정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이 나왔다. 이런 관계라면 문설아도 조금 덜 상처받지 않을까?김하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잠시 후, 문설아는 갑자기 생글생글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래도 우리 남편은 좋은 사람이야. 어제 내 생일이었는데 난 아무 말 안 했거든. 근데 선물을 준비했더라고. 요즘 바빠서 미안하다고 전화까지 하고 말이야. 진심인 것 같아서 나도 그냥 용서해주기로 했지.”김하늘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녀는 뭔가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어젯밤, 그녀는 이상준과 문상아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것도 모르고 문설아는 자신만의 상상에 갇혀 행복하고 있었다.불쌍하긴 한데 사실을 이야기해 주기도 미안했다.소은정은 진지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넌… 그 사람 좋아해?”문설아는 멈칫하더니 눈을 깜빡이며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난 그 사람
잠시 후, 문설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사람이 연예계에 투자하는 게 한두곳도 아니고 별거 아니지 않아?”소은정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물었다.“여자주인공은 다른 사람으로 내정되었는데 촬영 당일 날 갑자기 문상아로 바뀌었다고 들었어. 이상준 씨가 요구한 게 아닐까?”이렇게 말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하면 정말 바보였다.문설아가 살짝 인상을 쓰더니 말했다.“자주 있는 일이잖아? 우리 남편이 내 동생이라고 각별히 신경 써줬겠지.”소은정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어떻게 말해줘야 할까?김하늘은 그녀를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더 이상 얘기하면 안 된다.소은정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그 뒤로 그녀는 김하늘과 함께 장윤에 관한 일을 토론했고 문설아는 지루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잠시 후, 소란이 잦아들었다.실컷 불만을 표출한 안티팬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잠시 후, 현장이 다시 시끄러워졌다.“문상아 씨 들어오십니다. 빨리 촬영 준비 들어갈게요!”현장 스탭의 소리에 소은정 일행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호화 밴 한 대가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문설아는 잔뜩 흥분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말했다.“내 동생 왔어. 슈퍼스타 문상아가 왔다고. 나랑 같이 가자. 무료로 사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줄을 설 필요도 없어. 빨리 가자니까….”소은정과 김하늘은 가기 싫다는 뜻으로 고개를 흔들었다.하지만 문설아는 그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소은정의 팔을 끌고 그쪽으로 향하며 소은정이 한입도 대지 않은 디저트까지 챙겼다.“이거 내 동생 주자! 어릴 때부터 이거 좋아했어!”이렇게까지 자기 동생을 챙기는 언니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소은정과 김하늘은 그녀에게 이끌려 앞쪽으로 다가갔다.마침 밴이 멈춰서고 누군가가 차 문을 열었다.푸른색 한복을 입은 문상아가 우아하게 차에서 내렸다. 요염한 몸매에 화려한 이목구비는 사람들의 입을 벌어지게 했다.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말을 마친 이상준은 손을 들어 문설아의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문설아가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다정한 행동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의 손길을 피했다.이상준은 살짝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등 뒤를 살폈다.소은정과 김하늘이 미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아무런 감정이 없는 냉랭한 시선, 마치 그의 가식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이었다.이상준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소은정 씨도 여기 계셨네요. 어쩐지 우리 집사람 기분이 좋아 보이더라니, 말동무를 해주셔서 감사해요.”소은정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설아는 동생 보러 왔어요. 우린 우연히 만났고요.”이때, 표정을 수습한 문상아가 웃으며 다가왔다.“역시 내 생각해 주는 사람은 언니밖에 없네. 나 응원해 주려고 온 거야?”그러고는 웃으며 감독에게 다가가서 인사했다.“감독님, 10분만 시간을 주시면 안 될까요? 언니가 저 응원하러 왔대요.”“그래, 알았어!”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각자 할 일을 하러 가고 현장에는 그들만 남았다.그들과 마주친 뒤로 문상아는 이상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일부러 피하는 듯한 태도가 더 의심스러웠다.하지만 둘의 사이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딱히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문설아는 굳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그녀는 억지로 눈물을 참아냈다.문상아와 이상준이 같이 차에서 내릴 때, 그녀는 뭔가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머리가 복잡했다.문설아는 문상아를 무시하고 고개를 들어 이상준을 바라보며 물었다.“해외 출장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그 말에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소은정과 김하늘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니까 해외에 있어야 할 사람이 처제와 함께 촬영현장에 나타난 것이다.어떤 이유를 대든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다.이상준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그는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지만 문설아가 비웃음 가득
문설아는 동생이 직접 이 상황을 설명해 주기를 바랐다.문상아는 당황한 얼굴로 입술만 깨물 뿐,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했다.옆에 있던 이상준이 다가가서 문설아의 팔목을 잡아끌었다.“내가 해명할게. 차로 가자.”그는 있는 힘껏 문설아를 밖으로 이끌었다.화가 치민 문설아는 힘껏 그의 손을 뿌리치고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거 놔요. 뭐가 그렇게 겁나요? 지금 이 상황이 창피해요?”문설아는 새빨갛게 부은 눈으로 김하늘과 소은정을 바라보더니 물었다.“너희는 진작 알고 있었지? 그래서 계속 나한테 귀띔해 주려고 한 거지?”김하늘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고개를 돌렸다.잠시 주저하던 소은정은 솔직히 이야기하기로 했다.“사실을 말하지 않았던 건 네가 속상해할까 봐 걱정돼서였어. 하지만 계속 바보처럼 속기만 한다면 네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아.”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고 문설아와 시선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네가 직접 물어봐. 전부 오해라고 믿고 싶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소은정 씨….”이상준은 이를 갈며 당황한 표정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지만 소은정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저도 남의 집안일에 끼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설아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굳게 믿고 있고 문상아 씨는 설아가 가장 사랑하는 동생이죠. 너무하지 않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두 사람의 표정은 무시한 채, 김하늘에게 눈짓하고 현장을 떠나버렸다.이상준과 문상아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게 달아올랐다.이제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문설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는 충격 받은 표정을 하고 문상아와 이상준을 번갈아보았다.그러더니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지나치려 했다.그러다가 그녀는 다시 돌아왔다.문상아가 나서려 했지만 이상준이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가만히 있어. 내가 해결할게.”문상아는 바닥에 쏟아진 디저트를 주으며 눈시울을 붉혔다.그 모습을 본 제작진은 쉽사리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했다.언젠가는 이런 상황이 올 거라
문설아는 멍하니 서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소은정의 각도에서 보면 그녀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상준은 그녀가 반응이 없자 더 긴장한 표정으로 소은정과 김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두 분 자리 좀 비켜주시겠어요?”소은정과 김하늘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문설아가 창백하게 질린 입술로 말했다.“자리를 비켜줄 필요가 뭐가 있어요? 당신이 지어낸 거짓말과 내 친구들이 말한 게 다를까 봐 두렵나요?”이상준은 당황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오늘 문설아가 보인 반응은 그의 예상밖이었다.과거에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다. 그는 만약에 사실이 들통나면 문설아가 미친듯이 울며 물건을 부수고 난리를 칠 줄 알았다.그러면 자신은 용돈 몇 푼 쥐여주면 상황이 종료될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현실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라서 순간 말문이 막혔다.김하늘과 소은정은 옆방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방음효과가 좋지 않아 두 사람의 대화가 똑똑히 들렸다.“상아가 갓 데뷔했을 때 우리는 처음 만났어. 상아는 내가 키워준 거야. 그때 상아는 신분을 숨기고 연예계에서 활동했는데 띄워주는 소속사가 없어서 연예계 생활이 순탄치 않았어. 그때 당신과 나는 아직 모르는 사이였고 나도 그냥 논다는 생각으로 상아를 만났어.”이상준은 축 가라앉은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했다.그는 과거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문설아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예전에 바람둥이였다는 소문은 들었어요. 나와 결혼하기 전에 연예인 스폰서를 했다는 사실도 알아요. 그런데 상대가 상아일 줄은 몰랐죠.”연예인과 스폰서의 관계, 그리고 형부와 처제의 관계. 깊이 들여다보면 정말 들어주기 힘든 추잡한 관계가 아닐 수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막장이라고 해도 이게 사실이었다.이상준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그는 인상을 쓰며 문설아를 바라보았지만 반박은 하지 않았다.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들은 각자 필요에 따라 맺어진 관계였다.문설아는 비꼬는 말투로 물었다.“나중에는 어떻게 됐어요
“내가 두 사람을 여기서 만나지 않았으면 계속 나를 속이고 뒤에서 만날 생각이었나요? 매번 출장 간다고 하면서 상아를 만났던 거예요? 매번 야근한다고 하면서 상아와 데이트를 즐겼나요?”문설아는 드디어 자신이 의심하는 것들을 전부 쏟아냈다.참아줄 필요가 없었다.예전에는 이상준을 조건 없이 믿었다.하지만 매번 자신과 함께 있을 때도 가끔 정신을 팔던 모습이 떠오르자 이 사람은 자신과 결혼한 것을 얼마나 후회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상준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그가 다급한 말투로 대답했다.“아니야. 한 번도 그런 적 없어! 난 그렇게까지 쓰레기는 아니야!”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다가가서 어깨에 손을 뻗어 달래주려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뒤로 물러서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는 상심한 눈빛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신혼 초에 상아를 찾아간 건 맞지만 나중에는 다시 연락하지 말자고 말했어. 그 뒤로는 만난 적도 없고. 요즘에 몇 번 만난 건 우연이었어. 상아가 연예계에서 입지가 안 좋아졌다고 했어. 누가 자꾸 상아가 하는 일을 방해한다고. 그래서 상아를 데리고 미팅에 나갔어. 상아의 입지를 조금 다져주려고. 호텔에서 만난 적은 없어. 내가 이곳에 온 건 갑자기 생긴 미팅 때문이야. 당신한테 돌아왔다고 말하면 또 오해할 것 같아서….”이상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오늘은 정말 일이 있어서 감독을 만나러 온 거야.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그는 복잡한 심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처음에는 문설아의 맹목적인 신임이 좋았다.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가 문상아와 연락을 끊고 결혼 생활에 충성하려고 했을 때 그는 점점 자신이 쓰레기가 된 기분이었다.어릴 때부터 연예계에 데뷔한 문상아는 생기가 넘치고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었고 그녀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매력적이었다.하지만 문설아는 그녀와 정반대였다. 그녀는 순수하고 착했으며 모든 사람을 착하게 생각했다. 그녀가 아는 세상은 백지장처럼 순수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