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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7화 이혼해

사무실을 나선 비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회사 걱정하시는 걸 보면 대표님이랑 진짜 갈라서실 건 아닌가 보네.’

한편, 혼자 남은 한유라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다 김현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김현숙이 한동안 침묵하다 한 마디 물었다.

“정말 가려고?”

“네. 제가 가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이제 입지를 다져야죠. 엄마랑 남편 가문 그림자 아래에서 살 순 없는 거잖아요?”

한유라의 말에 김현숙은 한숨을 내쉬었다.

딸도 분명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그래. 가는 건 좋은데... 조심해. 엄마도 네가 성장하는 건 좋지만 위험해지는 건 싫으니까. 알겠지?”

따뜻한 김현숙의 목소리에 한유라는 왠지 울컥하는 기분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럼요. 그런데 심 서방이 아직 오케이를 안 해줘서. 어머님한테 부탁드려볼까 싶네요. 어머님이 허락하면 심 서방도 그 뜻에 따르는 수밖에 없겠죠.”

“음, 그래. 시율이한테는 내가 직접 얘기할게.”

그리고 잠깐 멈칫하던 김현숙이 말을 이어갔다.

“심 서방 전 여자친구란 사람이 나타났다면서? 너한테 해코지 같은 거 한 건 아니지?”

김현숙의 질문에 한유라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럴 리가요. 다들 우리 부부가 이대로 헤어지는 건 아닌지 그것만 신경 쓰던데 엄마는 왜 그게 궁금하신데요?”

“엄마가 돼서 딸이 억울하게 사는 꼴은 못 보지. 어디까지나 정략결혼이고 내가 억지로 몰아붙이다시피 했던 결혼이라는 거 알아. 엄마도 고르고 또 고른 신랑감이고 인품 하나만은 괜찮겠다 싶어서 너랑 이어준 거야. 하지만... 여자 문제로 네 속 썩이면 얘기가 달라지지. 행여나 이혼하고 싶은 거면 집안 눈치 보지 말고 해. 엄마는 네 선택이라면 뭐든 존중할 거니까.”

진심 어린 김현숙의 말에 참고 참았던 눈물이 정말 흘러내리고 말았다.

수화기 너머, 김현숙이 어떤 표정을 지으며 이런 말을 하고 있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한유라는 김현숙에게 항상 못난 딸이었다.

성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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