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하는 부드럽고 자상한 눈빛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촬영 현장까지 데려다주고 갈게요. 어차피 가는 길인데.”소은정은 다른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데려다주겠다는 그의 자상한 말투에 감동한 듯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가는 길에 데려다줘요!”아이처럼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전동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가는 길에 소은정은 집에 있는 소찬식한테 영상통화를 걸었다.소찬식은 새봄이를 안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새봄이는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쩍하면 일부러 앞에 놓인 물건들을 바닥에 던졌다.그러나 소찬식은 새봄이의 행동을 보고도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할아버지 이야기 정말 잘하지? 새봄이가 정말 좋아하네? 자. 할아버지가 양자역학에 대해 읽어줄게……”소은정은 이마를 짚더니 말했다.“아빠, 새봄이 좀 냅둬요!”소찬식이 이내 대답했다.“교육은 어려서부터 잘해야 해. 옛날에는 내가 너무 바빠서 너흴 신경 쓸 틈이 없었어. 봐봐, 어떻게 됐는지! 지금은 내가 여유롭고 시간도 많으니까 새봄이한테 최선을 다할 거야. 그러니까 잔말 말고 나한테 맡겨!”전동하는 무엇인가 대꾸하고 싶었지만 포기하고 결국 운전에만 전념했다.소은정은 화를 참지 못하고 바로 영상통화를 끊어버렸다.전동하는 소은정을 보더니 말했다.“아버님, 계속 이러시진 않겠죠?”소은정이 가볍게 웃더니 대답했다.“새봄이가 어느 정도 크고 거절할 줄도 알게 되면, 그땐 아빠가 새봄이한테 손 떼시겠죠. 걱정 마요!”전동하의 고민을 눈치챈 소은정은 분명히 마음속으로는 무지 걱정이 되지만 겉으로는 애써 담담한 척했다.전동하가 천천히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럼 다행이구요.”소은정이 말 대신 웃음으로 대답했다.요즘 소찬식은 자신의 모든 정력을 새봄이 키우는 데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소찬식은 그런 삶을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했지만, 주위사람들이 오히려 그보다 더 피곤해했다.전동하는 그 현실이 마음에 가시처럼 걸렸지만, 장인어른의 성의를 차마 뭐라고 할
소은정은 장윤에 대해 인상이 있었지만 잘 알지는 못했다.전에 손호영이 화영상 후보에 올랐었는데 최종적으로는 장윤이 남우주연상을 받았었다.소은정이 장윤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곤 이 사실이 유일했다.그는 인기도 많고 연기력도 뛰어나 연예계에서의 평판 또한 좋았다.김하늘이 여기까지 소은정을 오게 한 이유는 장윤을 이글 엔터와 계약시키고 싶어서였다.장윤은 최근 소속사와 계약이 만료됐다.그의 원래 계획은 자기 스튜디오를 차리는 것이었다.하지만 장윤은 뜻밖에 이 바닥에서 잘 나가는 사람의 미움을 사게 됐는데, 고의로 그의 앞길을 막는 바람에 모든 일이 순조롭지 않게 됐다. 이런 상황에 그는 조심스럽게 김하늘한테 사정을 털어놓게 된 것이었다.몇 년간 이글 엔터 소속으로 있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자기 뜻대로 하고 싶었다.소은해는 장윤에게 흥미가 없었기에 김하늘과 소은정한테 이 일을 맡겼다.오늘 소은정이 촬영 현장을 온 것도 그저 먼 곳에서 보려고 온 것이었다.장윤이 이렇게까지 열정적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장윤은 손을 흔들며 소은정한테 다가오려 했다.전동하는 운전석에서 내려 소은정의 뒤에 서더니 억지로 그녀에게 얇은 외투를 걸쳐줬다.소은정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안 추워요.”전동하는 장난스레 입을 삐죽 내밀며 소은정을 내려다보더니 낮은 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내가 추워요.”그녀는 찌릿한 전율을 느끼다가 전동하의 팔을 애교스럽게 치며 말했다.“장난치지 마요!”전동하는 그녀의 귀여운 반응에 꽤 만족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맞은 편에 서 있던 장윤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왔으나 두 사람의 애정행각을 지켜보면서 다가갈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다.전동하는 소은정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담쓰담하고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더니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오후에 데리러 올게요. 어디로 튀지 말고 있어요. 알았죠?”소은정은 그의 애정행각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얼굴이 빨개졌다.아무리 얼굴이 두꺼운 사람이라도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
연예계에서 소은정의 영향력이 큰 것은 그녀가 전에 유준열과 손호영을 내세웠기 때문이었다.얼마나 많은 사람이 질투에 눈이 멀었었는지 모른다.모퉁이를 돌자, 김하늘이 스튜디오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소은정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소은정은 원래 많은 사람 앞에 나타나는 것을 꺼리는데 이미 왔으니 지금 가는 것도 좀 그랬다.소은정은 울며 겨자 먹기로 걸어갔다.감독은 여러 번 NG를 낸 서브 여주를 혼내고 있었다.“배우가 울 줄도 모르고 웃을 줄도 몰라요? 대체 무슨 백으로 여길 들어왔는진 몰라도 전혀 쓸모가 없는 거 알죠? 성형한 지 얼마나 됐다고. 붓기도 안 빠졌는데 무슨 배짱으로 덤벼요? 우리 발목 잡을 일 있어요?”서브 여주는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스태프들은 그녀의 화장을 고치기 바빴다.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스태프들은 아무렇지 않게 움직이고 있었고 서브 여주는 돌아서서 물건을 내던지며 화를 냈다.소은정은 그 장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속으로 역시 촬영 현장이 떠들썩하다고 생각했다.소은정은 회사에서 고생하는 직원들한테 욕 한번 하기도 미안해하는데, 회사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감독과 적지 않은 배우들은 소은정이 촬영 현장에 온 것을 알아챘다.감독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은정 씨, 촬영하는 거 보러 오셨어요?”소은정이 웃으며 말했다.“네. 실례합니다.”“실례라뇨.”감독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자, 삼십 분 쉬었다 합시다!”김하늘도 같이 걸어갔다.5월의 날씨는 서늘한 편이었고 약간 덥기는 했지만 견딜만한 정도였다.김하늘은 양산을 들고 오더니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장윤 씨.”장윤이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별말씀을요.”소은정은 스튜디오를 쭉 둘러보더니 김하늘한테 가서 말했다.“내가 너 방해하는 건 아니지?”김하늘이 혀를 끌끌 차더니 대답했다.“방해는 무슨. 난 그냥 내가 투자한 영화가 대박일지 쪽박일지 궁금해서 오는 거 뿐인데?”소은정이
김하늘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맞아, 이번 작품 남주야. 작품에 많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투자도 했고.... 목적이 뚜렷한 친구기도 하지. 이글 엔터를 발판으로 삼아 정상으로 올라가려고 하거든."소은정이 머뭇거리더니 말했다."네 성격에 알면서도 그냥 놔두는 거야?""당연히 아니지, 그만한 가치가 있는 배우야. 그거 알아? 장윤이 제2의 소은해로 불리는 거? 장윤이 은해 오빠의 연기 스타일을 똑같이 따라 했어. 따라 한 그 많은 사람 중에 장윤이 제일 똑같고 제일 성공한 사람이야."김하늘은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소은정은 머뭇거리더니 말했다."혹시 은해 오빠의 인기로 장윤까지 성공시키려는 거 아니지? 우리 오빠가 제일 싫어하는 게 오빠 팔아서 인기를 얻는 거야!""알고 있어. 근데 어쩔 수 없는걸. 우리 회사의 이름으로 장윤과 계약하고 이글 엔터에 넣으려고 하는데 어때?"소은정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네가 직접 키울 거야?"김하늘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응, 그러면 잘 되더라도 계속 이글 엔터에 있을걸.""장윤이 그러려고 할까?""이 상황에 물불 가릴 때야?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아야지, 만약 그게 아니라면 더 기다릴 수 있어!"김하늘의 말투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자기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는 다짐이 엿보였다."일단 스캔들이나 찌라시 있는지 먼저 알아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았어. 후에 폭탄인 거 알면 버리기도 쉽지 않아.""알겠어."김하늘은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소은정이 피식 웃었다. 순간 멀리서 펑펑 우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인지 모르는 소은정은 눈을 깜빡이었다. 김하늘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휴, 안 봐도 뻔해. 아까 그 서브 여주야.""자주 이래?""여주가 누군지 알아?""누군데?""문상아."김하늘의 대답에 소은정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문상아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문상아라는 이름을
김하늘의 말을 듣고 소은정은 한참 동안 멍해졌다.이 바닥이 더럽고 재벌들이 돈만 밝힌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경우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김하늘은 이마를 만지며 말했다.“그만 말하고 들어가자. 맛있는 디저트 준비해달라고 했어.”소은정은 웃으며 장난스레 말했다.“너 나 돼지 만들 셈이냐?”김하늘이 웃으며 말을 돌렸다.“전 대표님이 데려다줬어? 아까 분위기가 심상치 않던데? 결혼까지 했는데 뭐가 그렇게 불안하대?”소은정이 뻔뻔스럽게 농담을 해댔다.“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잖아. 항상 경계하고 조심해야 해. 그게 정상이지.”“작작 해! 내가 볼 땐 전 대표님 촬영할 때 잘생긴 연하남이 너 채갈까 봐 그러는 거 같은데? 아니야?”소은정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 있게 반박했다.“나 연하남한테 관심 없어진 지 오래됐거든?”아무튼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전동하를 뛰어넘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잘생긴 연하남은 널리고 널렸지만, 전동하는 하나뿐이기 때문이었다.긴 복도가 있는 곳을 지나니 뒤편에는 전망이 탁 트인 쉼터가 펼쳐졌고 미처 철거하지 않은 정자가 떡하니 있었다.김하늘은 소은정의 손을 이끌고 그곳으로 갔다.소은정은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와, 여기서 보니까 진짜 대박이다. 다른 촬영 팀도 많은 것 같은데?”“당연하지. 근데 다들 일하느라 정신없어서 여기서 차 마시고 디저트 먹고 여유 부릴 사람 우리밖에 없을걸? 여기서 보면 한 세 팀인가? 촬영하는 것도 볼 수 있어. 끝내주지?”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탁자에는 디저트가 가득 담긴 도시락통 몇 개가 놓여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김하늘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유라는 거기 가서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 무슨 일 생기는 건 아니겠지?”소은정이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본인 걱정이나 하시지? 걔한테 뭔 일이 생긴다고 그래? 강열 씨도 있고 가족들도 있는데 뭘. 걱정할 필요 없어.”김하늘은 들고 있
한눈을 파는 사이, 문설아가 다가왔다.몸에 붙는 타이트한 원피스는 귀티 나면서도 청순한 매력이 돋보였다.“너희 여기 있었구나. 장윤 씨가 너희 뒤쪽으로 갔다고 해서 따라왔어.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네!”문설아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하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소은정이 웃으며 물었다.“넌 어떻게 왔어?”“내 동생 보러 왔지.”문설아는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말했다.“나한테 가장 중요한 일은 돈을 버는 거랑 동생 뒷바라지하는 거거든!”소은정은 살짝 굳은 표정으로 김하늘을 바라보았다.김하늘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바보 같은 문설아는 자신이 속고 있는 줄도 모르고 이복동생을 극진히 아꼈다.아마 순진한 그녀는 그렇게 사랑하는 동생이 자신을 배신한 줄도 모르는 듯했다.김하늘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이상준 씨도 왔던데. 요즘 한가한가 봐?”문설아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그들의 맞은편에 앉더니 포크로 디저트를 집어먹었다.“그 인간이 어디를 가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그 사람이 나한테 자기 스케줄을 공유할 사람도 아니고. 어차피 매달 돈만 제대로 주면 돼!”소은정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이 나왔다. 이런 관계라면 문설아도 조금 덜 상처받지 않을까?김하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잠시 후, 문설아는 갑자기 생글생글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래도 우리 남편은 좋은 사람이야. 어제 내 생일이었는데 난 아무 말 안 했거든. 근데 선물을 준비했더라고. 요즘 바빠서 미안하다고 전화까지 하고 말이야. 진심인 것 같아서 나도 그냥 용서해주기로 했지.”김하늘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녀는 뭔가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어젯밤, 그녀는 이상준과 문상아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것도 모르고 문설아는 자신만의 상상에 갇혀 행복하고 있었다.불쌍하긴 한데 사실을 이야기해 주기도 미안했다.소은정은 진지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넌… 그 사람 좋아해?”문설아는 멈칫하더니 눈을 깜빡이며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난 그 사람
잠시 후, 문설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사람이 연예계에 투자하는 게 한두곳도 아니고 별거 아니지 않아?”소은정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물었다.“여자주인공은 다른 사람으로 내정되었는데 촬영 당일 날 갑자기 문상아로 바뀌었다고 들었어. 이상준 씨가 요구한 게 아닐까?”이렇게 말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하면 정말 바보였다.문설아가 살짝 인상을 쓰더니 말했다.“자주 있는 일이잖아? 우리 남편이 내 동생이라고 각별히 신경 써줬겠지.”소은정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어떻게 말해줘야 할까?김하늘은 그녀를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더 이상 얘기하면 안 된다.소은정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그 뒤로 그녀는 김하늘과 함께 장윤에 관한 일을 토론했고 문설아는 지루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잠시 후, 소란이 잦아들었다.실컷 불만을 표출한 안티팬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잠시 후, 현장이 다시 시끄러워졌다.“문상아 씨 들어오십니다. 빨리 촬영 준비 들어갈게요!”현장 스탭의 소리에 소은정 일행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호화 밴 한 대가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문설아는 잔뜩 흥분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말했다.“내 동생 왔어. 슈퍼스타 문상아가 왔다고. 나랑 같이 가자. 무료로 사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줄을 설 필요도 없어. 빨리 가자니까….”소은정과 김하늘은 가기 싫다는 뜻으로 고개를 흔들었다.하지만 문설아는 그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소은정의 팔을 끌고 그쪽으로 향하며 소은정이 한입도 대지 않은 디저트까지 챙겼다.“이거 내 동생 주자! 어릴 때부터 이거 좋아했어!”이렇게까지 자기 동생을 챙기는 언니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소은정과 김하늘은 그녀에게 이끌려 앞쪽으로 다가갔다.마침 밴이 멈춰서고 누군가가 차 문을 열었다.푸른색 한복을 입은 문상아가 우아하게 차에서 내렸다. 요염한 몸매에 화려한 이목구비는 사람들의 입을 벌어지게 했다.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말을 마친 이상준은 손을 들어 문설아의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문설아가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다정한 행동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의 손길을 피했다.이상준은 살짝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등 뒤를 살폈다.소은정과 김하늘이 미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아무런 감정이 없는 냉랭한 시선, 마치 그의 가식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이었다.이상준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소은정 씨도 여기 계셨네요. 어쩐지 우리 집사람 기분이 좋아 보이더라니, 말동무를 해주셔서 감사해요.”소은정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설아는 동생 보러 왔어요. 우린 우연히 만났고요.”이때, 표정을 수습한 문상아가 웃으며 다가왔다.“역시 내 생각해 주는 사람은 언니밖에 없네. 나 응원해 주려고 온 거야?”그러고는 웃으며 감독에게 다가가서 인사했다.“감독님, 10분만 시간을 주시면 안 될까요? 언니가 저 응원하러 왔대요.”“그래, 알았어!”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각자 할 일을 하러 가고 현장에는 그들만 남았다.그들과 마주친 뒤로 문상아는 이상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일부러 피하는 듯한 태도가 더 의심스러웠다.하지만 둘의 사이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딱히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문설아는 굳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그녀는 억지로 눈물을 참아냈다.문상아와 이상준이 같이 차에서 내릴 때, 그녀는 뭔가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머리가 복잡했다.문설아는 문상아를 무시하고 고개를 들어 이상준을 바라보며 물었다.“해외 출장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그 말에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소은정과 김하늘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니까 해외에 있어야 할 사람이 처제와 함께 촬영현장에 나타난 것이다.어떤 이유를 대든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다.이상준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그는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지만 문설아가 비웃음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