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소은정에게 김하늘의 전화가 걸려 왔다. 성강희의 생일인데 마침 김하늘이 있던 제작사 근처에 있어 같이 밥 먹자는 약속이었다. 한유라도 올 거라 했다. 소은정은 전동하에게 얘기한 후 기사님을 불러 그쪽으로 갔다. 그 자리에 가고 나서야 김하늘이 있는 제작사에 성강희가 투자하여 마침 같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성강희는 소은정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다가와 그녀를 껴안았다.“우리 아기, 무사하다니 다행이야.”소은정은 쯧 하면서 그를 밀쳐냈다.“비켜, 당연히 무사하지.”성강희가 웃으면서 말했다. “듣기론 전동하도 잊은 채 내 생각을 했다던데... 나 정말 감동의 물결이야.”“감동하지 마. 내가 10살 때 키우던 차우차우도 기억하는데 당연히 널 기억하지.”성강희는 소은정을 째려보면서 말했다.“어떻게 된 게 낭만이 없어요, 낭만이...”김하늘은 소은정을 데리고 들어가면서 말했다.“마침 잘됐어, 종방연이랑 강희의 생일이 겹쳐서 같이 축하해 주기로 했어!”소은정이 놀라면서 말했다.“어머! 타이밍 기가 막히네.”성강희가 웃으면서 말했다.“어쩔 수 없지, 이 드라마가 마음에 들어서 같이 보내주는 거야.”각본팀의 사람들도 다 모였다. 소은정과 김하늘은 손을 잡고 모임 자리에 들어갔고 성강희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뒤따라갔다. 안에서 밝은 빛이 새어 나오고 불빛이 흔들리며 뜨거운 분위기의 축하 자리가 보였다. 김하늘이 말했다.“사람이 많긴 한데 다들 성강희가 오는 줄 알고 온 사람들이야. 있고 싶으면 있고 지루하면 먼저 나가서 2차 가자!”소은정이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말했다.“강희가 좋을 대로 하여라지, 오늘 생신이잖아.”내키지 않더라도 친구 생일인데 마음대로 갈 수는 없었다. 김하늘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김하늘도 이젠 반쪽은 연예계 사람이었다. 자연스레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잘 알고 있었다. 성강희는 검은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반쯤 올린 셔츠에 뚜렷한 이목구비는 언뜻 봐도 금수저 같았다.
한유라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입을 열려 할 때 옆에 있던 세명의 감독이 성강희와 인사를 한 후 이쪽으로 다가왔다.“은정 씨, 하늘 씨, 유라 씨, 다들 와주셨네요! 저희 각본팀을 전적으로 지원해 주신 것에 정말 감사드립니다.”소은정은 웃으면서 술잔을 들었다.“별말씀을요.”서로 인사를 나눈 후 한유라가 주위를 빙 둘러보더니 말했다.“강희는요?”한 감독님이 말했다.“아마 여자친구가 와서 간 것 같은데요?”세 사람의 눈이 동그래졌다.“강희 여자친구요?”감독은 허허 웃으면서 말했다. “아, 말실수에요. 여사친이요.”김하늘이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말했다.“누군데요?”소은정이 김하늘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요즘 소개팅을 봤다던데... 소개팅 상대 아니야?”다른 두 사람이 문득 깨달았다는 듯 아! 하는 탄식을 내뿜었다. 어쩐지...소개팅같은 일은 성강희가 직접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스크린을 빛냈던 연예인들이 공손히 술잔을 들고 차례차례 다가와 술을 권했다. 감독님과 투자자 그리고 소은정과 친구들에게까지 술을 권했다.호감형인 얼굴의 여배우가 투자자와 웃으면서 얘기를 나눴다. 그녀의 분위기는 여유롭고 우아했다. 소은정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저 여자가 여주인공이야?”저 정도의 분위기의 배우라면 여주인공이 아닌 게 이상했다. 김하늘이 슬쩍 보더니 말했다.“아니야, 여주인공은 아직 안 왔어.”한유라가 말했다.“어떤 자린데 여주인공이 안 왔다고? 다른 사람들이 그 자리를 넘보는 거 아니야?”김하늘이 웃으면서 말했다.“여주인공 성격이 얼마나 더러운데, 우리 각본팀에서도 그녀랑 말 섞기 싫어해.”“누군데?”“문상아, 그 더러운 성격으로 얼마나 사람들 시달리게 했는지 몰라. 연기를 아무리 잘해도 상을 받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지. 그래도 실력 덕분에 여주인공이 된 거야.”김하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열렸다. 얼음같이 차가운 분위기의 여자가 들어왔다. 검은 롱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주위에는 가까이 가기 힘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어쩐지!”이 상황에서 대놓고 비꼰다면 더 꼬이게 될 것이다. 어차피 서로가 원하는 것은 서로의 하차일 것이다. 문상아의 눈길이 임태란에게 돌려졌다.“병신, 네가 무슨 상관이야!”문상아의 한마디가 파티장의 분위기를 무겁게 가라앉혔다. 누군가가 웃음을 참지 못한 채 터트리고 말았다. 문상아의 말에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임태란은 그녀의 말에 창백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었다.“너...”임태란은 마음속으로 수만 가지의 욕을 했지만, 입에 욕을 담았다가는 이때까지 지켜왔던 귀여운 이미지가 몰락할까 두려웠고 또 누군가 비디오를 찍어 인터넷에 올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감독과 선배들 앞에서 자신의 체면을 깎아내릴 수는 없어 이를 깨물고 목 끝까지 차오른 욕을 삭혔다. 감독이 다가와 문상아의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 “오면 됐지뭐, 상아 씨가 저한테 미리 얘기했어요. 어젯밤 늦게까지 촬영했고 비도 맞아 감기 기운이 있어 충분히 휴식하고 오라고 제가 말한 거예요. 자, 상아 씨, 와서 한잔 들어요.”재밌는 구경을 더 하고싶었지만, 불난 집에 부채질할 때는 아니어서 다시 서로 떠들면서 그녀들에게서 관심을 껐다. 문상아는 감독의 말을 듣고 감기 기운이 있어도 술을 따라 사람들에게 인사를 돌렸다. 한 바퀴 인사를 마친 문상아는 마지막으로 소은정쪽으로 다가왔다. 김하늘이 웃으면서 말했다.“상아 씨, 앉아서 좀 쉬어요.”김하늘이 문상아를 신경 써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상아는 거절하지 않고 맞은 쪽에 앉아 쉬고 있었다. 역시 여주인공은 여주인공이다. 이 성격에 그녀의 미모와 연기력이 없었다면 이 자리까지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다. 얼굴은 누가 봐도 호감형에 아름다웠다. 세 명 중에 문상아가 제일 익숙한 사람은 김하늘이었다. 김하늘은 웃더니 소은정과 한유라를 보면서 말했다. “상아 씨가 누군지 아직 모르지?”소은정과 한유라는 의아한 듯 김하늘을 바라보았다. 김하늘은 문상아를
한유라가 미간을 찌푸렸다.“아니 왜 안 돼요?”‘아무리 집에 다른 자매가 있다고 해도 자기 회사 아닌가? 그렇게까지 눈치를 봐야 해?’이에 문상아의 표정이 살짝 어색하게 굳는다.‘으이구 눈치없긴.’김하늘 역시 조금 어두워진 표정으로 한유라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지만 한유라는 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먼저 분위기를 푼 건 문상아였다.“괜찮아요. 이상하긴 하죠. 그러니까 물어보시는 게 당연하고요. 그리고 딱히 비밀도 아니고...”김하늘이 안쓰럽다는 눈으로 문상아를 바라보지만 정작 당사자인 문상아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지금 같이 지내는 어머니는 제 생모가 아니세요. 전 사생아였고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지도 얼마 안 됐어요.”문상아의 말에 시끌벅적하던 로비에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사생아라는 걸 밝히는 게 치욕스러울 법도 할 텐데 문상아 본인은 개의치 않는다는 모습이었다.하지만 그건 그저 연기일 뿐임을 자리에 있는 모두가 눈치챌 수 있었다.좁다면 좁은 이 바닥에 소문 하나 안 퍼진 걸 보면 그만큼 그 동안 꽁꽁 숨겨왔던 고민이라는 뜻이니까.소은정과 한유라가 살짝 놀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한유라도 자신의 실언을 인지하고 바로 사과를 건넸다.“아, 미안해요. 우린 정말 몰랐어요. 일부러 상처주려고 비아냥댄 거 정말 아니에요.”진심어린 사과에 문상아는 미소로 응답했다.“네, 그런 거 아니라는 거 알아요.”“크흠.”어색한 헛기침과 함께 김하늘이 입을 열었다.“어차피 지난 일이고 그것 때문에 상아 씨한테 편견 가지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인생 혼자 사는 거잖아요?”소은정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그리고 문설아도 딱히 회사에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고. 괜히 들어가봤자 골치만 아파질걸요.”‘멀쩡한 회사를 말아먹는 것보다야 연예인으로서 승승장구하는 게 백 배는 더 낫지.’이때 잠깐 고민하던 한유라가 말했다.“그런데... 문설아랑 사이는 괜찮아요? 저번에 결혼했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우린 결혼식에 참
하지만 성강희는 한유라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손에 집히는 술잔 하나를 들어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오히려 성강희의 뒤를 따라 다가온 이율이 한유라의 말을 듣고 잔뜩 충격받은 얼굴로 물었다.“너... 여자친구 있었어? 나한테 사랑한다고 했잖아. 나만 바라볼 거라면서.”‘오올, 재밌는데?’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상황에 한유라와 소은정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성강희를 바라보았다.이 난처한 상황에 성강희는 말없이 애꿎은 술만 들이키고...말없는 성강희를 애타게 바라보던 이율이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마주한 소은정의 서늘한 눈빛에 이율은 순간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고 말았다.꽤 충격을 받은 듯 살짝 휘청이기까지 하던 이율은 켕기는 게 있긴 한지 바로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드디어 이 막장드라마의 남자주인공, 성강희가 입을 열었다.고개를 돌린 그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짜증으로 가득했다.“야, 들러붙지 말고 꺼지라고. 말귀를 그렇게 못 알아먹냐? 나 너 안 좋아한다고. 왜 갑자기 나타나서 나한테 이러는 건데. 내가 너한테 플러팅을 했냐 뭘 했냐. 뭘 하고 이런 소릴 들으면 억울하지나 않지.”한편, 소은정과 마주쳤다는 충격에서 겨우 벗어난 이율은 다시 애절한 눈빛을 장착했다.“아니잖아. 그땐... 내가 다른 여자랑 다르다면서!”그 말에 성강희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그래. 다르긴 하지. 살다살다 너 같이 뻔뻔하고 끈질긴 애는 처음이니까.”그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이율의 얼굴이 다시 하얗게 질렸다.이런 상황에선 웬만하면 뺨이라도 날려줄만 한데 모욕감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율을 바라보던 소은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다른 의미로 참 대단하네.’소은정은 찬찬히 이율을 훑어보았다.드라마 단역을 전전하는 여배우에게 유명세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힘있고 돈있는 사람과 사귀는 것일 테니 이렇게까지 목숨을 거는 것도 나름 이해가 갔다.“야, 성강희. 여기 보는 눈들 많은 거 안
자리를 옮기고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신 한유라는 여전히 성강희 쪽을 힐끔힐끔 바라왔다.“쟤도 은근 연애운이 꽝이라니까. 어쩜 걸리는 여자마다 다 이상하냐. 그리고 저딴 거머리 하나 못 떨쳐내는 쟤도 참... 찌질하다, 찌질해.”“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달려드는데 무슨 수로 떨쳐내. 저 여자 눈 돌아간 거 안 보여?”김하늘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때 휴대폰 진동을 느낀 소은정이 고개를 숙이고... 문자를 확인한 소은정은 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약 20분쯤 지났을까?파티홀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형적인 껄렁대는 재벌 2세의 모습, 다들 이 파티에 초대된 사람이겠거니라고 생각하고 별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곧이어 홀 쪽에서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반응한 한유라가 바로 술잔을 내려놓고 소은정의 손을 잡았다.“야, 싸움 났나봐. 얼른 가보자. 구경은 싸움 구경이지.”한유라의 손에 이끌려 걸어가는 소은정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실렸다.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충 예상이 갔으니까.구경꾼들이 잔뜩 모인 현장의 중심에는 차가운 표정의 성강희가 서 있었다.서늘한 눈빛으로 두 남녀를 노려보는 성강희는 옷매무새가 약간 흐트러진 모습이었지만 또 그 나름대로 섹시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방금 전 홀연히 모습을 드러낸 남자의 정체는 임진호.그는 짐승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사정없이 이율의 뺨을 내리쳤다.“살려주세요... 제발...”이율은 정신없이 오열하며 사람들을 바라보았지만... 그나마 그녀를 구해 줄만한 사람인 성강희는 도와주긴커녕 쌤통이라는 눈으로 지켜보고만 있으니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이 난장판에 끼어들 리가 없었다.그리고 이미 분노로 인해 미쳐돌아간 임진호는 이율의 뺨을 때리고 또 때렸다.“말해. 친구랑 밥 먹으러 간다면서. 여기서 뭐 하고 있냐? 어? 내가 저번에 헤어지자고 했을 때 너 뭐라고 그랬어.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앞으로 나한테 잘하겠다며. 나만 바
그녀의 말에 구경꾼들이 다시 술렁대기 시작했다.방금 전까지 이율이 성강희에게 들러붙던 모습이 선한데 어쩜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나 싶었지만 괜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그저 자기들끼리 수군댈 뿐이었다.하지만...!우리의 오지라퍼 한유라는 달랐다.화사하게 웃으며 그녀가 말했다.“에이, 그건 아니지. 아까 강희한테 죽어라 들러붙던 사람이 누구더라?”그 말에 바로 반박하려던 이율이 험악한 임진호의 눈빛에 겁을 먹고 다시 움츠러들었다.“따라나오라고.”임진호의 호통에 이율은 결국 고분고분 일어서는 수밖에 없었다.이때, 파티장을 나서려던 임진호가 뭔가 생각난 듯 발길을 돌려 소은정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고맙습니다. 소 대표님 아니었다면 이 꽃뱀한테 제대로 물릴 뻔했네요.”“별말씀을.”소은정이 어깨를 으쓱했다.애초에 임진호가 아니라 성강희를 위해 한 일이었으니까.그리고... 옆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이율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아직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얼굴로 미친듯이 달려오던 이율이 소은정을 향해 소리쳤다.“너야? 우리 자기한테 꼰지른 게 너냐고! 왜 그런 거짓말을 했어! 이 사기꾼아!”어떻게든 소은정을 때려보려는 듯 이율이 팔이며 다리를 마구 휘둘렀고 마구잡이 공격을 피해 소은정이 한발 물러서는 사이, 성강희가 다가와 거칠게 이율의 손목을 잡아 바닥에 내팽개쳤다.그 동안 온갖 모욕스러운 말을 아끼지 않았지만 한번도 손을 대진 않았던 성강희까지 거칠게 나오니 이율은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아무리 재벌 2세들이라지만 이렇게 갑질해도 되는 거야? 두고 봐. 내가 인터넷에 다 까버릴 테니까!”이때 성강희가 손을 젓고 경호원이 다가왔다.“이 여자 당장 내쫓으세요. 네.”“네.”경호원 두 명은 울고 불고 난리를 치는 이율을 한쪽 팔씩 잡고 성큼성큼 걸어갔다.혼잡하던 파티홀이 드디어 조용해졌다...성강희가 임진호를 힐끗 바라보았다.“멍하니 서서 뭐 해. 너도 얼른 꺼져.”
이때 옆에 있던 문상아가 살짝 끼어들었다.“성 대표님. 다음 번에 그런 배우 필요하시면 저한테 연락하세요. 제가 아는 동생들 소개해 드릴게요. 페이는 비싼데 A/S는 확실해요.”진심인 듯 농담인 듯 애매한 문상아의 말에 다들 꺄르르 웃음을 터트리고 그 덕분에 어딘가 굳어있었던 분위기도 자연스레 풀어졌다.“좋죠. 다음엔 무조건 상아 씨한테 연락할게요.”그 뒤로는 다행히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졌고 파티의 막바지, 촬영팀에선 성강희를 위한 케이크 자르기 이벤트까지 준비했다.솔직히 다들 흥미가 떨어지긴 했지만 생일자를 위한 예의이니 다들 억지로나마 참여하는 수밖에 없었다.조명이 어두워지고 생일 축하노래 흘러나오니 성강희의 입가에도 미소가 스쳤다.노래가 끝나고 감독을 선두로 모두가 그를 향해 외쳤다.“얼른 소원 비세요.”쑥스러운 미소를 짓던 성강희가 두 눈을 꼭 감은 채 진지하게 소원을 빌고 소은정과 그 친구들은 왠지 감개무량한 기분에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아직 처음 만났을 때 앳된 얼굴이 눈앞에 선한데 언제 이렇게 컸나 싶으면서도 그만큼 나도 나이가 먹었겠지라는 생각도 들었다.그리고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이 우정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잠시 후, 고개를 든 성강희가 입을 열었다.“다 빌었어요.”그 순간, 누군가 빠르게 다가오더니 성강희의 머리를 눌러 케이크에 박아버렸다.다음 순간 조명이 다시 밝아지고...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무리 생일파티라지만 누가 감히 이런 짓을 하나 싶던 찰나.한유라가 꺄르르 웃으며 외쳤다.“성강희, 생일 축하한다!”이미 크림 범벅이 된 성강희가 고개를 들더니 한유라를 째려보다 어이없다는 듯 픽 웃었다.그리고 그녀가 성강희의 꼴을 비웃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 얼굴에 묻은 크림을 떼어내 그녀의 얼굴에도 확 묻혀버렸다.“야, 너 진짜 치사하게!”한유라의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두 사람의 유치한 전쟁에 끼고 싶지 않았던 김하늘과 소은정은 슬금슬금 멀어졌다.이때 어느샌가 옆으로 다가온 문상아가 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