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성강희는 한유라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손에 집히는 술잔 하나를 들어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오히려 성강희의 뒤를 따라 다가온 이율이 한유라의 말을 듣고 잔뜩 충격받은 얼굴로 물었다.“너... 여자친구 있었어? 나한테 사랑한다고 했잖아. 나만 바라볼 거라면서.”‘오올, 재밌는데?’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상황에 한유라와 소은정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성강희를 바라보았다.이 난처한 상황에 성강희는 말없이 애꿎은 술만 들이키고...말없는 성강희를 애타게 바라보던 이율이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마주한 소은정의 서늘한 눈빛에 이율은 순간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고 말았다.꽤 충격을 받은 듯 살짝 휘청이기까지 하던 이율은 켕기는 게 있긴 한지 바로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드디어 이 막장드라마의 남자주인공, 성강희가 입을 열었다.고개를 돌린 그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짜증으로 가득했다.“야, 들러붙지 말고 꺼지라고. 말귀를 그렇게 못 알아먹냐? 나 너 안 좋아한다고. 왜 갑자기 나타나서 나한테 이러는 건데. 내가 너한테 플러팅을 했냐 뭘 했냐. 뭘 하고 이런 소릴 들으면 억울하지나 않지.”한편, 소은정과 마주쳤다는 충격에서 겨우 벗어난 이율은 다시 애절한 눈빛을 장착했다.“아니잖아. 그땐... 내가 다른 여자랑 다르다면서!”그 말에 성강희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그래. 다르긴 하지. 살다살다 너 같이 뻔뻔하고 끈질긴 애는 처음이니까.”그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이율의 얼굴이 다시 하얗게 질렸다.이런 상황에선 웬만하면 뺨이라도 날려줄만 한데 모욕감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율을 바라보던 소은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다른 의미로 참 대단하네.’소은정은 찬찬히 이율을 훑어보았다.드라마 단역을 전전하는 여배우에게 유명세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힘있고 돈있는 사람과 사귀는 것일 테니 이렇게까지 목숨을 거는 것도 나름 이해가 갔다.“야, 성강희. 여기 보는 눈들 많은 거 안
자리를 옮기고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신 한유라는 여전히 성강희 쪽을 힐끔힐끔 바라왔다.“쟤도 은근 연애운이 꽝이라니까. 어쩜 걸리는 여자마다 다 이상하냐. 그리고 저딴 거머리 하나 못 떨쳐내는 쟤도 참... 찌질하다, 찌질해.”“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달려드는데 무슨 수로 떨쳐내. 저 여자 눈 돌아간 거 안 보여?”김하늘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때 휴대폰 진동을 느낀 소은정이 고개를 숙이고... 문자를 확인한 소은정은 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약 20분쯤 지났을까?파티홀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형적인 껄렁대는 재벌 2세의 모습, 다들 이 파티에 초대된 사람이겠거니라고 생각하고 별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곧이어 홀 쪽에서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반응한 한유라가 바로 술잔을 내려놓고 소은정의 손을 잡았다.“야, 싸움 났나봐. 얼른 가보자. 구경은 싸움 구경이지.”한유라의 손에 이끌려 걸어가는 소은정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실렸다.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충 예상이 갔으니까.구경꾼들이 잔뜩 모인 현장의 중심에는 차가운 표정의 성강희가 서 있었다.서늘한 눈빛으로 두 남녀를 노려보는 성강희는 옷매무새가 약간 흐트러진 모습이었지만 또 그 나름대로 섹시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방금 전 홀연히 모습을 드러낸 남자의 정체는 임진호.그는 짐승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사정없이 이율의 뺨을 내리쳤다.“살려주세요... 제발...”이율은 정신없이 오열하며 사람들을 바라보았지만... 그나마 그녀를 구해 줄만한 사람인 성강희는 도와주긴커녕 쌤통이라는 눈으로 지켜보고만 있으니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이 난장판에 끼어들 리가 없었다.그리고 이미 분노로 인해 미쳐돌아간 임진호는 이율의 뺨을 때리고 또 때렸다.“말해. 친구랑 밥 먹으러 간다면서. 여기서 뭐 하고 있냐? 어? 내가 저번에 헤어지자고 했을 때 너 뭐라고 그랬어.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앞으로 나한테 잘하겠다며. 나만 바
그녀의 말에 구경꾼들이 다시 술렁대기 시작했다.방금 전까지 이율이 성강희에게 들러붙던 모습이 선한데 어쩜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나 싶었지만 괜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그저 자기들끼리 수군댈 뿐이었다.하지만...!우리의 오지라퍼 한유라는 달랐다.화사하게 웃으며 그녀가 말했다.“에이, 그건 아니지. 아까 강희한테 죽어라 들러붙던 사람이 누구더라?”그 말에 바로 반박하려던 이율이 험악한 임진호의 눈빛에 겁을 먹고 다시 움츠러들었다.“따라나오라고.”임진호의 호통에 이율은 결국 고분고분 일어서는 수밖에 없었다.이때, 파티장을 나서려던 임진호가 뭔가 생각난 듯 발길을 돌려 소은정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고맙습니다. 소 대표님 아니었다면 이 꽃뱀한테 제대로 물릴 뻔했네요.”“별말씀을.”소은정이 어깨를 으쓱했다.애초에 임진호가 아니라 성강희를 위해 한 일이었으니까.그리고... 옆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이율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아직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얼굴로 미친듯이 달려오던 이율이 소은정을 향해 소리쳤다.“너야? 우리 자기한테 꼰지른 게 너냐고! 왜 그런 거짓말을 했어! 이 사기꾼아!”어떻게든 소은정을 때려보려는 듯 이율이 팔이며 다리를 마구 휘둘렀고 마구잡이 공격을 피해 소은정이 한발 물러서는 사이, 성강희가 다가와 거칠게 이율의 손목을 잡아 바닥에 내팽개쳤다.그 동안 온갖 모욕스러운 말을 아끼지 않았지만 한번도 손을 대진 않았던 성강희까지 거칠게 나오니 이율은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아무리 재벌 2세들이라지만 이렇게 갑질해도 되는 거야? 두고 봐. 내가 인터넷에 다 까버릴 테니까!”이때 성강희가 손을 젓고 경호원이 다가왔다.“이 여자 당장 내쫓으세요. 네.”“네.”경호원 두 명은 울고 불고 난리를 치는 이율을 한쪽 팔씩 잡고 성큼성큼 걸어갔다.혼잡하던 파티홀이 드디어 조용해졌다...성강희가 임진호를 힐끗 바라보았다.“멍하니 서서 뭐 해. 너도 얼른 꺼져.”
이때 옆에 있던 문상아가 살짝 끼어들었다.“성 대표님. 다음 번에 그런 배우 필요하시면 저한테 연락하세요. 제가 아는 동생들 소개해 드릴게요. 페이는 비싼데 A/S는 확실해요.”진심인 듯 농담인 듯 애매한 문상아의 말에 다들 꺄르르 웃음을 터트리고 그 덕분에 어딘가 굳어있었던 분위기도 자연스레 풀어졌다.“좋죠. 다음엔 무조건 상아 씨한테 연락할게요.”그 뒤로는 다행히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졌고 파티의 막바지, 촬영팀에선 성강희를 위한 케이크 자르기 이벤트까지 준비했다.솔직히 다들 흥미가 떨어지긴 했지만 생일자를 위한 예의이니 다들 억지로나마 참여하는 수밖에 없었다.조명이 어두워지고 생일 축하노래 흘러나오니 성강희의 입가에도 미소가 스쳤다.노래가 끝나고 감독을 선두로 모두가 그를 향해 외쳤다.“얼른 소원 비세요.”쑥스러운 미소를 짓던 성강희가 두 눈을 꼭 감은 채 진지하게 소원을 빌고 소은정과 그 친구들은 왠지 감개무량한 기분에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아직 처음 만났을 때 앳된 얼굴이 눈앞에 선한데 언제 이렇게 컸나 싶으면서도 그만큼 나도 나이가 먹었겠지라는 생각도 들었다.그리고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이 우정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잠시 후, 고개를 든 성강희가 입을 열었다.“다 빌었어요.”그 순간, 누군가 빠르게 다가오더니 성강희의 머리를 눌러 케이크에 박아버렸다.다음 순간 조명이 다시 밝아지고...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무리 생일파티라지만 누가 감히 이런 짓을 하나 싶던 찰나.한유라가 꺄르르 웃으며 외쳤다.“성강희, 생일 축하한다!”이미 크림 범벅이 된 성강희가 고개를 들더니 한유라를 째려보다 어이없다는 듯 픽 웃었다.그리고 그녀가 성강희의 꼴을 비웃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 얼굴에 묻은 크림을 떼어내 그녀의 얼굴에도 확 묻혀버렸다.“야, 너 진짜 치사하게!”한유라의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두 사람의 유치한 전쟁에 끼고 싶지 않았던 김하늘과 소은정은 슬금슬금 멀어졌다.이때 어느샌가 옆으로 다가온 문상아가 물었
싱긋 미소 짓던 성강희가 차키를 다시 주머니에 챙겨넣었다.“아, 술 마셨잖아요. 그래서 기사 불렀죠.”잠시 후, 두 사람이 나오는 모습에 기사 역시 흠칫 놀란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대표님, 어디로 모실까요?”성강희가 말없이 문상아를 바라보고 그녀는 자연스레 주소를 얘기했다.하지만 당연히 집으로 갈 것이라는 성강희의 예상과 달리 문상아가 얘기한 주소는 방송국이었다.“촬영... 다 끝난 거 아니었어요? 방송국엔 왜요?”성강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 질문에 좌석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던 문상아가 부스스 눈을 떴다.“아, 내일 또 촬영이 잡혀있거든요. 그냥 그 근처 호텔에서 자려고요.”잠 기운이 가득한 몽롱한 눈빛, 순간 누군가의 눈이 생각나며 성강희의 가슴이 살랑였다.“그렇게나 바빠요?”“쉴 틈 없이 일할 수 있는 게 복이죠 뭐. 대중들이 아직 절 원한다는 걸 의미하니까요.”문상아가 싱긋 웃었다.이 세상에 돈 버는 일 치고 쉬운 일 하나 없다지만 배우와 같은 연예인들은 대중들의 관심이 성과에 대한 유일한 평가 잣대가 되는 일이라 더 가늠키 힘들었다.그리고 한때 누구보다 잘 나가다가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배우들이 한, 두 명이 아니었기에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문상아는 고마웠다.집에 누워서 한물 간 게 아닌가 불안해 하느니 촬영장에서 피곤함에 쓰러지는 게 낫다라는 것이 문상아의 신조였다.문상아의 대답에 말없이 웃은 성강희가 전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술을 마셔서일까? 방금 전 그 눈빛이 집요할 정도로 그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약 10분 뒤, 차량이 방송국 앞에 멈춰 서고 차에서 내린 문상아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데려다주셔서 고맙습니다.”“별말씀을요.”“탁.”차문이 닫히고 잠깐 동안의 정적을 깬 건 기사의 목소리였다.“댁으로 모실까요?”“그래요.”짧게 대답한 성강희가 미간 사이를 꾹꾹 눌렀다.‘정말 취한 건가? 아까 왜... 갑자기 은정이가 생각난 거지? 두 사람 솔직히 하나도 안 닮았
소은정의 얼굴에 충격이 그대로 드리웠다.“제대로 본 거 맞아요?”전동하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그날 파티에서 이상준 대표 파트너는 분명 문상아였어요. 내가 잘못 기억했을 리가 없어요.”‘헐, 뭐야...’할말을 잃은 소은정은 도저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주위에 막장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막힌 일들이 많고도 많았지만 자기 언니 남편과 어떻게...게다가 오늘 저녁 봤던 문상아는 아무리 봐도 그런 배덕한 짓을 저지를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그리고 사생아라는 말을 듣는 순간 왠지 모르게 전동하가 생각나며 묘한 호감까지 생길 정도였는데.‘역시 사람 얼굴로 판단하는 거 아니라더니. 뒤에선 그런 짓을 저지를 줄은 정말... 몰랐네.’착잡한 표정의 소은정을 힐끗 바라보던 전동하가 물었다.“밀크티 마실래요?”소은정이 고개를 저었다.“어떻게 이런 일이...”“됐어요. 어차피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잖아요.”“그렇긴 하지만...”소은정이 한숨을 내쉬었다.“설아 걔는 아무것도 모를 거 아니에요. 투자를 그렇게 말아먹더니 이젠 남편까지 말아먹으려고...”요상한 비유에 전동하가 웃음을 터트렸다.“만약 문상아, 이상준이 정말 그렇고 그런 사이라면 차라리 정리하는 게 맞지 않나요?”어쨌든 문설아와 친분이 더 있는 소은정은 그녀에게 마음이 갈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문설아의 순진함과 멍청함은 이미 이 바닥에 소문이 쫙 나있는 반면 그 여동생은 침착하고 똑똑해 보이는 이미지였다.‘설아가 당해낼 수 있는 그런 레벨이 아니라고...’잠시 후, 소은정의 본가.새봄이는 소찬식과 마이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전동하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자기가 요즘 보고 있는 물리 교재를 들고 와선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는 마이크. 그 얘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얌전히 앉아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새봄 때문이었다.‘아직 말도 못 배운 애한테 물리학이라니...’하지만 이미 눈에 콩깍지 필터
역시나. 숙제는 진작 뒷전이었던 마이크가 스르륵 자리를 뜨고...소은정이 짐짓 전동하의 등을 찰싹 때렸다.“자기도 좋으면서 왜 엄한 애 겁을 주고 그래요?”너무나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일상에 전동하의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졌다.그렇게 한 손은 소은정의 손을 잡고 다른 한 팔엔 새봄이를 안은 전동하가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며칠 뒤.임진호와 이율에 대한 소문이 조금씩 퍼져나가기 시작했다.자존심 하나로 살아가던 임진호에겐 그 소문은 치욕 그 자체였다.진심으로 사랑한 여자면 모를까?그저 한동안 데리고 놀고 버리려던 이율이 주제도 모르고 밖으로 나돈 탓에 그는 하루아침에 여자친구 간수 하나 제대로 못한 천하의 찌질이 남자친구가 되어버렸으니 화가 날만도 했다.얼굴, 몸매가 마음에 꼭 드는 건 아니었지만 순종적인 태도와 아양을 떠는 그 모습이 나름 귀여워 돈도 많이 썼는데...이렇게 그를 배신했을 줄이야.‘두고 봐. 내가 그렇게 당하고 가만히 있을 줄 알아...?’임진호가 주먹을 꽉 쥐었다.한편, 이 이야기의 여주인공 이율은 더 죽을 맛이었다.그날 파티에서 성강희 버프로 연예계 인사들에게 얼굴 도장이라도 찍을 예정이었는데 다른 의미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말았다.여배우, 특히 신인 여배우에게 이미지는 곧 생명과 같은 것.앞으로는 그나마 간간히 들어오던 단역 대본들도 뚝 끊기게 될 게 분명했다.하지만 그보다 무서운 건 바로 임진호의 복수였다.‘그 짐승같은 자식한테 걸리면 정말 죽을지도 몰라...’그렇게 이율은 두문불출하며 하루하루를 불안감속에서 살아갔다.며칠 뒤. 새봄이의 돌잔치.백일 잔치는 가족들끼리 소소하게 한 대신 돌 잔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성대하게 치러야 한다는 소찬식의 고집 때문에 장소는 유명 호텔 파티홀로 정해졌고 잔치 현장은 하객들로 북적댔다.게다가 전동하는 파티장 테이블에 놓을 생화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쓰는 정성을 보여주었다.두 남자의 남다른 열정에 소은정은 괜히 왜 이렇게 유난을 떠나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한석이 오기를 원하기만 한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전동하는 미소를 지으며 인사말을 아끼지 않았다.이한석은 웃으며 큰 박스 하나 작은 박스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새봄이랑 은정 씨 선물이에요. 받아주셨으면 해요.”전동하는 차가운 눈빛으로 웃었고 그 상황을 즐기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좋아요. 감사합니다.”이한석은 금방까지도 전동하가 거절하면 어쩌나 긴장했었다.이렇게 쉽게 선물을 받을 줄은 몰랐다.전동하는 손에 들린 술을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눈으로 말했다. “선물 주신 분께도 빨리 건강한 아이 낳으라고 전해주세요.”이한석은 움찔했다.전동하는 진작에 이 물건을 누가 준 것인지 알았다.까놓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는 웃으며 말했다.“네. 꼭 전달하겠습니다.”그는 그 말을 전달할 용기가 없었다.박수혁은 여자도 없는데 어디 가서 아이를 낳는단 말인가?박수혁이 열 받을 게 분명하지 않은가?이한석은 선물을 전해주고 자리를 뜨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전 대표님, 이만 가보겠습니다.”“안녕히 가세요. 멀리 안 나갑니다.”전동하는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고서야 시선을 돌린다. 그가 두고 간 박스 두 개를 보는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다.그가 손을 흔들자, 옆에 있던 종업원이 다가온다.전동하가 감정 없이 말했다.“버려요.”종업원은 깜짝 놀랐다. 얼핏 봐도 보통 물건이 아닌 것 같았다.종업원이 다시 묻기 전에 전동하는 이미 들어가 버렸다.소은정은 새봄이를 안은 채 친구들의 칭찬을 듣고 있었다.한유라가 말했다.“새봄이는 손도 예쁘네. 커서 피아니스트 해도 되겠다!”김하늘이 한술 더 떠 말했다.“손이 예뻐서 돈도 잘 세겠다. 갑부가 되겠어!”성강희도 한마디 거든다.“팔다리도 기네. 국가대표가 돼서 메달 따면 좋겠다!”한유라가 한마디 더 한다.“피부도 어쩜 이리 좋아? 새봄이보다 예쁜 애는 본 적이 없어!”김하늘이 맞장구를 친다.“맞아!”오늘따라 늦게 온 문설아가 웃으면서 걸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