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은 원래 미남이나 미녀를 좋아했다.하지만 그녀와 눈을 마주친 상대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뭔가 복잡한 감정을 담은 눈빛이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거부반응을 느끼고 재빨리 뒤돌아섰다.어쩐 일인지 저 잘생긴 남자가 거슬리고 거북하게 느껴졌다.그런데 몇 걸음 가지도 못했는데 누군가가 그녀의 팔목을 낚아챘다.소은정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고 뒤에는 아까 본 그 남자가 서 있었다.“은정이 너 맞구나. 저기….”소은정은 재빨리 손을 빼고는 차갑게 물었다.“당신 누구야?”그녀는 모르는 사람이 접근해 오자 더욱 큰 불쾌감을 느꼈다.남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슬픈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마치 거대한 무언가를 참고 있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남자의 뒤에서 누군가 달려오며 말했다.“대표님, 회의 곧 시작합니다. 아… 소은정 씨.”그 경호원은 두 사람을 보고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소은정은 인상을 쓰며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역시 모르는 사람이었다.그녀는 이제 와서 혼자 나온 것을 조금 후회했다.그래서 인상을 쓰며 말없이 걸음을 돌렸다.남자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은정아, 아직도 내가 미워?”그는 그녀가 바라던 대로 그녀의 세상에서 사라졌다.하지만 날이 거듭할수록 괴로움에 울부짖었고 그녀가 떠났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했다.그리고 고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해졌고 미련은 커져만 갔다.그녀를 놓아줬지만 잊는 것은 불가능했다.소은정은 그를 힐끗 보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에게 되물었다.“글쎄? 그쪽이 느끼는 거랑 비슷하지 않을까?”비록 기억도 나지 않는 사람이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이 사람에게서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이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지고 싶은 느낌이었다.소은정의 말투가 너무 차가웠던 건지, 남자는 대답을 하지 못했고 소은정은 이 기회를 틈타 그곳을 빠져 나왔다. 박수혁은 저도 모르게 뒤따라가려고 했지만 이한석이 그를 말렸다.“대표님, 퇴원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더 자극하면 안 좋을 것 같아
이한석의 말이 끝나자 차 안에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박수혁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고 눈빛은 혼란스러웠다.잠시 후, 그는 하얗게 질린 입술로 입을 열었다.“그 여자가 나를 잊었다고?”박수혁은 누군가가 둔기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치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고 마비가 오는 것 같았다.하지만 가슴의 통증은 여전히 생생하게 느껴졌다.조금 전 백화점에서 만났을 때 그녀가 보였던 차가운 눈빛과 태도가 떠올랐다. 마치 자신의 인생에서 박수혁이라는 사람을 완전히 도려내고 새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그는 어떤가?그에게 남은 건 끝없는 후회와 절망뿐이었다. 이게 그녀를 저버린 벌일까?서로 사랑했던 기억으로 버틸 수 있었는데 그 모든 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그녀가 했던 네가 그렇게 느끼면 그런 거라던 말이 그를 못 견디게 만들었다.조금 전까지도 그는 그녀가 자신을 잊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그래서 그녀의 차가움도 그냥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그런데 완전히 잊었다니!그는 뒷좌석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으며 헤어나올 수 없는 고통에 사로잡혔다.그녀의 말이 저주처럼 귓가를 계속 맴돌았다.물론 그녀가 기억한다고 해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비겁하게도 용서를 바라고 있었다.그래서 그녀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회사 일을 핑계로 멀리서 날아왔다.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느낀 허전함과 아픔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과거가 진짜 다 사라졌고 박수혁은 소은정의 인생에서 흔적도 없이 소멸되었다.박수혁은 하늘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기회도 안 주고 다 빼앗아갈 수 있나 싶었다.운전기사와 이한석은 서로 눈치만 보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박수혁은 침묵 속에서 홀로 아픔을 견디고 있었다.이한석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백미러를 힐끔거렸다. 해외로 출국하면서 소은정과 전동하를 못 보면 조금은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안타
소은호는 전동하만 들을 수 있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전동하는 눈썹만 살짝 치켜올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물론 소은해 역시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지만 소은호에 비하면 아직도 거리가 있었다.그러니 소은호가 이런 말을 해도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게다가 그냥 지나가는 농담일 뿐이었다.소은해는 소은정과 가장 잘 놀아주는 오빠였다. 그와 같이 다니면 소은정도 즐거워했기에 전동하는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투자건에 대해 의견을 교류한 뒤, 사람들과 인사하러 다녔다.이 파티가 중요한 이유는 신도시 개발 추진 프로젝트에 공개 되지 않은 투자항목이 있기 때문이었다. 군수물자 관련 사업이었다.이윤이 꽤 남는 사업이었고 정계 인사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정치인들이 힘을 실어주면 그 기업의 가치는 수직 상승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소은호가 바쁜 일을 제쳐두고 직접 참석한 이유이기도 했다. 기회만 잘 잡으면 SC그룹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소은호는 중요인사들과 술잔을 부딪치며 대화를 나누면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전동하를 바라보았다. 대범하면서도 예의 바른 몸짓과 말투,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했다.그를 보고 있자니 조금 전에 만났던 누군가가 떠올랐다.그는 성격이 괴팍하고 차가워서 사람들에게 중압감을 주는 인물이었다.전동하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하지만 그래서 소은정을 시름 놓고 그에게 시집 보낸 이유이기도 했다.소은호가 천천히 전동하에게 다가가자 사람들은 눈치 있게 자리를 비켜 주었다.전동하는 술은 별로 마시지 않았고 투자 항목에 큰 관심을 가진 것 같지도 않았다.소은호는 술잔을 내려놓고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흥미가 당기는 항목 있어?”전동하가 웃으며 말했다.“제가 관심을 가진 항목은 다른 사람들도 눈독들이고 있어서요.”관심이 있다고 했지 꼭 투자하고 싶다는 얘기는 아닌 듯했다.“매제도 혹시 그 소문 듣고 왔어?”공개되지 않은 사업, 정계
소은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동하는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그러니까 태한그룹은 이번 경쟁에서 가장 유력한 경쟁자였다.박수혁이 여기 나타난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전동하는 사람들과 섞여 있는 박수혁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또 돌아왔다고?‘정말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나? 아주 대범하게 귀국하셨네. 핑계거리가 있다고.’하지만 아무도 그가 저질렀던 짓을 잊지 않았다.소은호는 그의 표정을 보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막내는 아직 옛날 일 기억하지 못하니까 사람들 입단속 잘 시켜야겠어.”전동하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어차피 그 성격에 남이 뭐라고 해도 안 믿을 거예요.”소은정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이다.하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그에게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둘은 점점 사이가 좋아지고 있었다.그가 조심스럽게 스킨십을 시도했을 때도 거절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다가왔다.박수혁에 관한 기억을 잃은 그녀는 전보다 더 즐거워 보였다.그녀의 요즘 루틴은 그와 닭살행각을 벌이거나 아기와 놀아주거나 아니면 친구들과 쇼핑하고 수다를 떠는 게 전부였다.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전혀 영향이 없었다.병원에서는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했고 한 달 정도 지나면 회복할 거라고 했는데 아직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소찬식도 지금 이대로가 더 좋다고 말했다.예전의 소은정은 일을 너무 사랑해서 극도의 피로감을 느낄 때까지 일하면서 제대로 즐기지 못해서 안타까웠다.요즘은 집에서 아빠와 이거 사고 싶고 저거 사고 싶다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도 좋았고 소찬식은 무척 그런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어차피 딸이 원하는 건 다 사줄 수 있었으니까! 그는 그걸 아주 자랑스럽게 여겼다.전동하가 핸드폰을 꺼내자 소은정에게서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언제 끝나냐는 문자였다.그는 곧장 답장을 보냈다.“오늘은 어디 가서 놀았어요?”소은정에게서 답장이 오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손에 술잔을 든 박수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
소은호는 박수혁이 아니더라도 정 국장과 인맥을 쌓으려 했다. 두 집안은 이 프로젝트의 라이벌 관계였다. 하지만 누구의 손에 들어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공과 사는 명확해야 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희망을 품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연회장을 들어오는 박수혁의 그림자를 보고 희망의 불씨가 사라졌다. 하지만 소은호는 달랐다. SC그룹은 실력이나 명예 면에서도 태한그룹에 떨어지지 않았다. 소은호가 몸을 일으키면서 전동하를 보고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박수혁과 함께 떠났다. 박수혁은 송화시의 뿌리 깊은 나무였다. 정말 박수혁과 싸우게 된다면 매부인 전동하가 손해를 입게 될까 걱정되었다. 전동하는 떠나가는 박수혁의 뒷모습을 어두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휴대전화의 불빛이 밝아졌다. 소은정의 답장이었다.“백화점에 유라 찾으러 왔어요, 이따가 백화점으로 데리러 와줘요.”전동하의 어두웠던 표정이 풀리고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박수혁의 말이 떠올랐다. 둘이 만났다는… 박수혁이 이렇게까지 낯이 두꺼운 줄은 몰랐다. 소은정의 앞에 나타나다니… 소은정에게 박수혁에 관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지?전동하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소은정은 박수혁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전동하가 박수혁에 대해 소은정에게 묻게 된다면 반드시 꼬치꼬치 캐물을 것인데 어떻게 답을 해줘야 하지? 이렇게 골치 아프긴 처음이다. 잠시 생각하던 전동하는 묻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만약 그녀가 정말로 박수혁 생각을 한다면 질투에 미쳐버릴 것이다. 누군가 그에게 찾아와 인사말을 했지만, 생각에 잠긴 전동하는 듣지 못했다.몇 번이고 전대표님을 부르고 난 후에야 알아차리고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상대방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또 무슨 큰 프로젝트 구상을 하기에 이렇게 골똘히 생각하시는 겁니까?”그는 백운시의 대영그룹 이상준이었다. 그를 알게 된 것은 소은정과 그의 아내인 문설아가 자주 연락을 하기 때문이었다. 가끔 영상통화를
고개를 숙이고 웃던 전동하는 솔직하게 말했다.“제가 투자하는 프로젝트마다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운에 맡기는 편이죠. 그 프로젝트는 이윤이 많은 프로젝트가 아니었어요. 제 아내가 저와 다른 사람이 그 프로젝트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 설아 씨에게 전해준 거예요. 리스크는 저도 얘기해줬어요. 투자라는 건 신중해야 하는 거니깐요.”전동하의 말을 들은 이상준의 마음속에 있던 분노가 사라지는 듯했다. 문설아는 전동하를 투자계의 신화로 추앙하고 있었다. 전동하의 초상화가 있다면 사서 집에 걸어놨을 것이다. 이상준이 말리지 않았으면 휴대전화의 바탕화면을 전동하로 할 여자였다. 얼마나 전동하에게 푹 빠져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빠진 것은 사람 전동하가 아닌 투자계에서의 불패 신화인 전동하였다. 매번 실패만 하던 문설아에게 전동하의 존재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바로 400억을 전동하가 소개해 준 프로젝트에 투자하였다, 이상준이 돈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문설아에게 이 프로젝트에 관한 미래가 좋지 않음을 분석해 주어도 문설아는 이상준의 능력을 의심하면서 이상준을 무시하였다. 화가 난 이상준은 이 자리에서 전동하에게 똑바로 묻고 싶었다. 하지만 전동하에 대해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전동하는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부인께 다시 해석할까요? 아니면 제가 은정씨보고 설명하라고 할게요. 지금 투자금을 빼더라도 늦지 않았어요.”전동하의 태도는 겸손하고 진솔했다. 이상준은 한숨을 돌리면서 살며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자리를 뜨면서 말했다.“아니에요, 끝까지 가보라고 하죠.”그때가 되면 당신을 신처럼 추앙하지는 않겠죠.마음속의 말을 밖에 꺼내지는 않았다. 그렇게까지 전동하를 믿는다면 한번 당해봐야지 덕질을 멈출 것이다. 전동하의 프로젝트가 곤두박질을 친다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알게 될 것이다. 흥! 전동하는 웃더니 강요하지 않았다. 그 프로젝트는 큰 이윤이 나기는 어려웠지만 손해를 볼 일은 없었다. “이 대표님은 왜
파티가 끝날 즈음 소은호와 박수혁의 얘기도 끝나갔다. 서로가 제시할 조건과 우세에 관해도 얘기가 얼추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사적으로 어떻게 경쟁할지였다. 이번 파티는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점차 사람들이 파티장을 떠나갔지만, 전동하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한 사람이 전동하에게 다가가 안부를 전했다. “전 대표님, 소 대표님한테 안부 좀 전해주세요.”전동하는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알겠습니다. 은정 씨도 대표님과 했던 프로젝트를 통해 대표님의 칭찬을 많이 했어요. 언제 시간 날 때 골프라도 치시죠.”“물론이죠!”……다들 허허 웃으면서 파티장을 떠났다. 정 국장이 떠나려고 할 때 전동하도 옷을 정리한 후 따라나섰다. 정 국장이 차에 올라타려고 할 때 전동하가 그를 멈춰 세웠다. “정 국장님…”특전사 출신이라 그런지 적지 않은 나이에도 탄탄한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혁이 뒤돌아서 눈을 끔뻑이었다. 송화시에서 명성이 자자한 전동하였다. 전동하가 투자한 프로젝트는 적지 않았다. 그의 배경 또한 좋았지만 겸손하다고 소문났다. 그리고 또 소은정과의 결혼이라… 소은정과의 결혼식에 참가한 사람은 몇 안 되었다. 가족들과 친구들만 부른 스몰 웨딩이었기 때문이다. 전동하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 소은정때문에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라 떠들어 댈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국내에 없었던 새 프로젝트를 전동하가 가져와 한국 시장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고 유럽 스마트 기술의 문을 연 것은 전동하였다.하지만 전동하가 손을 뻗은 업계는 정치계의 인사와 소통이 적은 부분이었었다. 정 국장과도 안면을 틀 일이 없었다. 특히나 국내에서는 크게 활동이 없었다. 소은정과 결혼한 후에야 전동하의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혁은 고개를 들어 웃더니 말했다.“전 대표님, 시간이 늦었어요. 다음에 다시 만나서 얘기하죠?”전동하가 천천히 정혁의 앞에 걸어갔다. 그의 눈은 다정했고 겸손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정혁에게는 두 기업 모두 괜찮은 선택지였다. 박수혁은 특수부대 출신이었고 여러 면에서 우세하였다. 그리고 태한 그룹에 관해서는 칭찬하기도 입 아팠다.하지만 소은호가 내놓은 시안은 독특하고 건설 디자인에서의 일부 부분은 정혁이 생각했던 것과 일치한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SC그룹은 일부 영역에서 같이 투자한 부분도 있어 우세인 부분이 있었다. 여러 면에서 대등한 부분이 있어 앞으로 더 많이 얘기를 나누고 결정할 것이다. 섣부르게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동하라… 정혁의 말을 들은 전동하가 웃었다. 그의 얼굴에는 큰 기대와 열정은 없었다. 이 태도는 정혁이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예측하기 힘들었다. 잠시 멈칫하던 전동하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관심이 없을 리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제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정혁은 다행이라는 듯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말투에서는 아쉬움이 묻어났다.“사실 전 대표의 실력이야 모두 주목하는 바예요. 만약 기회가 된다면 제가 추천할 겁니다. 하지만…”전동하도 이미 알고 있으니 솔직하게 전동하게 얘기했다.“하지만 군수물자 면에서는 배경 조건이 중요해요. 전 대표님은 미국에서 왔고 미국에서의 명성이 작지 않은 것을 알고 있어요. 미국이 현재 이 면에서 우리나라의 발전에 대해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어요. 자칫했다가는 국제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조심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정혁이 머뭇거리더니 남은 말을 하지 못했다. 전동하는 웃더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정 국장님의 걱정도 이해가 됩니다. 이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저도 무작정 이 프로젝트에 손을 대지는 않습니다. 정 국장님도 이미 생각이 있으실 거니 여러 사람 곤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정혁의 안색이 편안하게 풀렸다.“그러면 전 대표님이 하고 싶은 얘기는 SC그룹과 관련된 겁니까? 이 프로젝트에 SC그룹이 경쟁에 참여는 하지만 위에서 전면적으로 확인한 후 결정할 겁니다.”정혁도 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