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하는 소은정을 번쩍 안아들어 사무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소은정은 당연하다는 듯 그의 공주 대접을 즐겼다.한편, 방금 전, 스킨십으로 괜히 갈증만 더 깊어진 전동하는 다시 묘한 눈길로 소은정의 온몸을 훑었고 그녀가 찌릿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본 뒤에야 어색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돌렸다.‘누구보다 점잖은 사람이... 이럴 때 보면 참 엉큼하다니까...’전동하가 먹여주는 밥을 아기 새처럼 받아먹고 나니 어느새 퇴근 시간, 그 사이에 비서가 몇 번 들락거리긴 했지만 짧게 대답을 마친 전동하의 시선은 항상 소은정에게 꽂혀있었다.소은정이 식사를 마친 뒤에야 몇 숟가락 후다닥 뜬 전동하는 먹은 그릇들을 정리하고 소은정의 입가까지 닦아주는 등 자상함의 끝을 보여주었다.어차피 급한 일도 없겠다, 전동하는 소은정의 손을 잡고 사무실을 나섰다.한도 초과의 달달한 모습에 직원들은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며칠 뒤, 엄지환에게서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하지만 추가된 조건 한 가지, 바로 지금 창업팀 멤버에 대한 인사권은 자기가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하, 타고난 장사꾼이라니까.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네...’하지만 딱히 심한 요구도 아니고 소은정은 기꺼이 동의했다.정일테크 인수 추진은 SC그룹에도 분명 좋은 일이었다.특히 기획팀 직원들은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2년 넘게 준비한 프로젝트를 드디어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실력만큼은 최고인 엄지환과 그 팀원들까지 얻게 되었으니 말 그대로 일석이조였다.한편, 소은해는 소은정의 발빠른 대처에 놀라면서도 남은 일들은 또 자기가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익숙하지 않은 회사일 때문에 데이트할 시간도 없는 오빠를 위해 소은정이 준비한 선물이 있었으니, 바로 김하늘의 회사 방문이었다.물론 김하늘은 소은해가 일하는 회사까지 찾아가는 것에 꽤 부담감을 느끼는 모양이었지만 디저트를 먹고 싶다는 소은정의 막무가내 떼질을 못 이겨 결국 발걸음을 옮길 수밖
회사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부장급 이상의 임원들은 이미 다들 한번씩 욕을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의 사무실을 연 김하늘을 마주한 것도 소은해의 웃는 얼굴이 아닌 그가 던진 기획안이었다.“다들 꺼져! 지금 이딴걸 기획안이라고! 이런 식으로 할 거면 회사 때려쳐!”오늘도 소은해의 불호통에 당한 직원들이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사무실을 나서고 김하늘은 움찔하며 옆으로 물러섰다.잠시 후, 한참이 지나도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그제야 소은해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머릿속에 렉이라도 걸린 듯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소은해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어? 이게 누구야?”그녀만 보면 항상 먼저 다가와서 안아주고 뽀뽀부터 해주던 남자가 이런 반응을 보이니 김하늘도 왠지 당황스러웠다.어색한 얼굴로 코를 만지작거리며 다가간 김하늘이 디저트를 건넸다.“본부장 달더니 워커홀릭이라도 된 거야? 며칠째 집에도 안 들어오고. 열심히네?”‘하, 내가 집에 안 들어간 건 알고 있었네?’한집에 같이 사는 사이끼리 며칠째 외박한 걸 알아채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임에도 김하늘이 먼저 알아주니 소은해의 꽁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렸다.“넌 촬영 때문에 한달씩 집 비우기도 하잖아. 그래도 의외다? 내가 어디서 자든 말든 넌 모르고 있을 줄 알았는데...”‘윽, 하여튼 귀신 같네.’정곡을 찔린 김하늘이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다.솔직히 소은정이 그녀를 회사로 부르지 않았다면 아마 정말 까맣게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그래도 와이프인데 내가 너무 심했나?’김하늘은 진심으로 자신의 행보를 반성하기 시작했다.그 동안 드라마 몇 편은 거뜬히 나올 정도로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결국 무사히 혼인신고까지 올린 부부가 되었다.연인에서 부부가 되었지만 딱히 달라진 건 없었지만 김하늘은 나름 이 자유로운 분위기의 결혼생활을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그렇다고 사랑이 식은 건 결코 아니었다.입에 올리기도 끔찍한 사진들과 루머들이
김하늘이 티라미수 한 스푼을 떠서 먹여주었다.“달지?”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은 티라미수보다 훨씬 더 달콤했다.한창 신혼을 즐길 때임에도 어딘지 노부부 같은 두 사람이었지만 일단 불이 붙으면 누구보다 뜨겁게 불타는 두 사람이었다.이 세상에 두 사람만 남은 듯 뜨거운 스킨십을 즐기던 그때, 누군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대표님...”소은해의 다리 위에 앉은 김하늘은 머리도 옷도 조금 헝클어진 데다 볼은 빨갛게 달아오른 모습, 누가 봐도 홀릴 정도로 매력적이었다.이곳이 사무실이 아니었다면 아마 진작 더 뜨겁게 불타올랐을 것이다.그런데 노크와 함께 직원이 문을 벌컥 열자 당황한 김하늘은 일단 얼굴을 소은해의 가슴팍에 숨겼다.솔직히 얼굴만 숨긴다 하여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만은... 대놓고 들키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상황이니 급한대로 이런 멍청한 짓을 하게 된 것이었다.‘아, 진짜... 자꾸 흐름이 끊기네. 짜증나게...’한편, 괜히 욱 하는 마음에 소은해는 아직 발을 들이지도 않은 팀장을 향해 꽥 소리쳤다.“꺼져!”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문을 닫은 팀장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그 모습을 발견한 비서가 눈을 커다랗게 떠보였다.“아까 본부장님 화내신 거 맞죠?”잠깐 망설이던 비서가 말을 이어갔다.“아까... 사모님 들어가셨는데 왜 거길 들어가셨어요...”비서의 설명에 팀장의 표정이 확 굳었다.‘윽... 그럼 내가 두 분 데이트 하시는 거 방해한 거야? 가뜩이나 나만 보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신데. 이제 어떡하나...’한편, 다시 사무실.적막에 잠긴 사무실에서 더 이상 방금 전 야릇한 분위기는 이미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어느새 소은해의 무릎에서 내려온 김하늘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와 머리를 정리하고 소은해는 그런 그녀를 여전히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하늘아, 좀만 기다렸다가 나랑 집 같이 가자.”고개를 돌린 김하늘이 그의 귀를 살짝 꼬집었다.“안 돼. 나 바로 미팅 들어가봐야
소은정의 배는 하루가 다르게 불러만 갔다.처음 엄마가 된 소은정은 이 뱃속에 정말 생명이 들어있는 거구나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임신 7개월이 넘어가자 호르몬의 영향 때문인지 하루에도 감정 변화가 12번은 넘게 오르락내리락 하곤 했다.이성적으로 생각할 때면 이렇게 억지를 부려도 되나 싶다가도 때때로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용솟음 치는 화는 도저히 이성으로 누를 수 있는 게 아니었다.전동하와 함께 있을 때면 얼굴만 봐도 짜증이 나고 그렇다고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또 서러움이 몰려들었다.소찬식은 그런 딸이 친정에서 지내면 마음이라도 좀 편하지 않을까 싶어 소은정을 본가로 불러들였고 전동하도 불만 한 마디 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그리고 놀랍게도 한시간이 멀다하고 쏟아지는 집사와 소찬식의 잔소리를 듣고 있자니 정말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소은정의 감성 상태가 안정적으로 변하자 그제야 한시름 놓은 전동하도 조금씩 회사 일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한편, 회사를 소은해에게 맡긴 소찬식은 그저 제발 부도만 나지 말아달라는 마음뿐이었다.흑자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았고 소은호, 소은정이 복귀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버텨만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 결과는 소찬식의 기대를 훨씬 넘어섰다.다혈질인데다 매일 직원들에게 화만 낸다는 소문이 들려오긴 했지만 놀랍게도 매출액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역시 이 소찬식 아들이라니까...’비록 얼굴만 보면 네 손에 우리 회사가 망하겠다느니, 직원들 좀 그만 잡으라느니 잔소리를 아끼지 않았지만 흐뭇함에 조금 올라가는 입꼬리는 감추기 힘들었다.한편, 약속대로 휴가를 낸 김하늘은 그 동안 못다한 내조도 하고 임신한 친구의 곁을 지키는 게 일상이 되었다.평범한 하루의 점심.김하늘과 소은정이 식탁에서 디저트를 즐기고 있다.잠시 후, 소은해가 아직 잠긴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으며 2층 방에서 내려왔다.“식사 약속? 장난해? 나 저번에 그 양반이랑 새벽 3시까지 술 먹다가 위출혈로 입원까지 할 뻔했다고. 그런데 그 인간은 홀랑 다른
소은해의 말에 소은정은 할 말을 잃었다.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옆에 있던 김하늘은 웃음을 터뜨리며 소은해에게 말했다.“준호 씨니까 오빠를 도와주지 다른 사람이면 아마 거들떠보지도 않았을걸? 회사 하나 관리하는 게 힘든 줄 이제 알았어?”김하늘의 일침에 소은해는 입을 삐죽이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기분은 많이 풀린 것처럼 보였다.소은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못 말린다는 듯이 소은해를 바라보았다.“우리 막내오빠도 못 하는 게 있었네? 그러다가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아서 쓰러지겠어!”소은해는 동생을 곱지 않게 흘겼다. ‘임신만 아니었으면 혼내주는 건데!’“내가 바보냐?”그는 서운한 표정으로 김하늘을 바라보며 물었다.“자기도 날 못 믿어?”김하늘은 그저 미소를 지었다. 요즘 소은정 따라서 집에서 푹 쉬었더니 피부가 전보다 더 환해졌다.“난 당연히 당신 믿지. 큰 아주버님이랑 은정이가 다 당신 칭찬하잖아. 당신이 몰라서 그래.”소은해는 거만한 표정으로 소은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다른 사람 칭찬 필요 없고 내가 잘난 건 사실인걸?”말은 그렇게 했지만 입은 째지게 웃고 있었다.소은정과 김하늘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잠시 후, 집사가 핸드폰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큰 사모님 출산 임박이래요. 지금 병원에 계시다는데요?”웃고 떠들던 세 사람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소은해는 다급히 일어나서 옷을 챙기며 김하늘의 팔목을 잡아당겼다.“빨리 병원 가야지!”김하늘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은정도 덩달아 일어섰다.“나도 갈래!”집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말렸다.“아가씨는 가지 말아요. 혹시라도 급하게 갔다가 어디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요.”말을 마친 그는 곧장 밖으로 향했다.“회장님께는 제가 알릴게요. 아마 낚시질한다고 핸드폰을 안 챙긴 것 같아요.”하지만 얌전히 기다릴 소은정이 아니었다. 그녀는 꼭 가야 한다고 고집을 피웠다.큰형님인 한시연은
김하늘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몇 달 뒤면 너도 낳을 건데 지금 무섭다고 해도 이미 늦었어!”소은정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심장이 두근두근 세차게 뛰고 있었다.“처음에는 이 정도로 무서울 줄은 몰랐지. 요즘은 조금 후회되는 것 같아.”물론 이런 말을 전동하 앞에서 할 수는 없었다.소은정은 갑자기 전동하가 떠올라서 김하늘에게 말했다.“먼저 가. 나 동하 씨한테 전화 좀 하고.”김하늘은 손을 풀고 병실로 향했다. 어차피 병실 앞까지 왔으니 별일 없을 거라 안심했다.“이런 상황에도 전 대표가 보고 싶어? 출산 임박한 형님 보니까 마음이 심란하다고 말할 거야? 역시 유별나다니까!”소은정은 그러거나 말거나 빨리 들어가라고 손을 휘휘 저었다.김하늘도 더는 말없이 한시연을 보러 병실로 들어갔다.소은정은 전동하에게 전화해서 한시연이 출산 임박했다는 소식을 간략해서 전했다.전동하는 잠시 침묵하더니 한숨을 내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했다.“잠시만 거기서 기다려요. 내가 곧 갈게요.”소은정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자신이 너무 호들갑을 떨었나 싶기도 했다.하지만 공유를 안 하고는 배길 수 없었다.그녀는 임신한 뒤로 전보다 두 배는 예민해졌다.전동하가 보고 싶다고 하면 당장 봐야 하고 기다리기도 싫어했다.병실 안에서 신음 소리가 줄어들더니 소은해가 뭐라고 했는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소은호의 웃음소리도 들렸다.기분이 조금 좋아진 소은정은 안으로 들어갔다.창백한 얼굴을 한 한시연이 그녀를 부드럽게 맞아주었다. 그녀는 좀 지쳐 보였다.“어떻게 다 같이 왔어요?”소은정은 다가가서 웃으며 말했다.“아기 태어나면 우리 가족들 얼굴 다 볼 수 있게 해야죠!”한시연은 웃으며 소은호를 타박했다.“의사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하루 이틀 정도 더 걸릴 것 같다고 했는데 저 사람이 고새를 못 참고 배가 아프다니까 바로 병원에 데려왔지 뭐예요.”소은호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내를 바
한시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고 그 모습을 본 소은호는 박스를 받아 그녀에게 건넸다.“받아. 거절하면 내가 욕먹을 것 같아.”소찬식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기에 한시연은 더 사양하지 않았다.어차피 소은호도 평소에 선물을 잘해 주는 남편이었고 그녀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았다.하지만 박스를 열어본 한시연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안에는 작은 보석함이 들어 있었는데 에메랄드 액세서리 세트가 들어 있었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액세서리들이었다.일반적으로 이런 보석은 수집 애호가들이나 소장하는 제품인데 그 가치가 몇 억 이상은 될 것이다.보석함 밑에는 10억짜리 부동산 계약서도 같이 들어 있었다.시아버지의 통큰 선물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선물을 확인한 소은호도 적잖이 당황한 얼굴이었다.한시연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시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일반 보석이나 액세서리면 몰라도 너무 귀한 물건이라 받기가 부담되었다.“아버님….”소은정은 옆에서 귤을 까먹으며 말했다.“언니, 우리 아빠 통 큰 거 하루이틀도 아니고. 뱃속의 아기 준다고 생각하고 받아요.”한시연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너무 비싸요. 이럴 것까지는….”“새언니는 우리 가문의 첫아이를 출산할 건데 얼마를 줘도 과분하지 않아요.”소은정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소찬식도 찬성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이 웃으며 말했다.“아기 나오기 전에 이걸 줬다는 건 사내애가 나오든 공주님이 나오든 똑같이 사랑할 거라는 뜻이기도 해요.”한시연은 그제야 눈시울을 붉히며 소찬식에게 꾸벅 인사했다.“감사합니다, 아버님.”사실 소씨 가문 맏며느리로서 부담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소찬식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아도 손자를 바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소은호에게는 이런 말을 할 수 없었기에 혼자서 속으로 끙끙 앓고 있었다.소은정의 한 마디에 그동안 느꼈던 부담감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소찬식은 손자든, 손녀든 똑같이 사랑할 거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만약 그녀가 출산한 뒤
소찬식은 그를 보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자네 회사 출근한 거 아니었어?”요즘 전동하는 줄곧 소은정과 붙어 있었기에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회사로 나간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퇴근하다니?전동하는 소은정을 바라보며 웃고는 말했다.“형수님이 곧 출산하신다고 해서요. 장인어른이나 형님들은 형수님 돌봐야 하니까 은정 씨는 제가 챙겨야죠.”소찬식은 한숨이 나왔다.‘아무리 내 딸이지만 쟤는 너무 유별나!’전동하가 성격이 좋아서 그렇지 다른 남자였다면 진작 짜증냈을 것이다.소은호도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잘 왔어. 막내 데리고 들어가서 쉬어.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소은정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흔들었다.“난 여기 있으면서 지켜볼래. 그래야 내가 나중에 출산할 때도 덜 긴장하지.”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날 밤.소찬식이 돌아갈 채비를 하는데 한시연이 고통스럽게 신음했다.소은호는 바로 달려갔다.잠시 후, 그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뛰쳐나오며 말했다.“의사 좀 불러줘. 이번엔 진짜인가 봐.”잠시 후, 한시연은 분만실로 들어갔다.이제 모두 돌아갈 필요가 없게 됐다.한 시간 뒤, 소은해와 김하늘도 다시 돌아왔다.소은정은 긴장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전동하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전동하는 그런 그녀를 품에 안으며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한참 뒤에야 소은정은 안정을 되찾았다.소은호는 손 잡아준다고 분만실로 같이 들어갔다.저녁 열한 시.아이가 태어났다.남자아이였다. 작고 사랑스러운 아이는 울지도 않고 얌전히 자고 있었다.아이가 밖으로 나오자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갔고 소찬식은 입이 찢어지게 웃고 있었다.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애가 분만실에서 그렇게 크게 울더니 지쳐서 잠들었나 봐요. 아기는 건강합니다.”소찬식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소은해와 김하늘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전동하는 아기를 힐끗 보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큰형님을 많이 닮았네요.”소은정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새언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