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해의 말에 충격을 받고 한참을 멍하니 있던 은사랑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왠지 모를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에 은사랑은 본능적으로 이상함을 느꼈다.뭐야? 두 사람 곧 약혼할 거라고 세연 언니가 직접 말해줬는데. 그리고 박대한 회장과 아버지가 함께 찍은 사진까지 보여줬잖아!은사랑이 나지막하게 함세연의 이름을 불렀다.“세연 언니...”한편 함세연은 그녀의 망신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표정의 박수혁을 바라보았다. 집요하게 달려드는 기자들보다 침묵으로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더 무서웠다.살짝 고개를 떨군 그녀는 겨우 핑계를 생각해 냈다.“어른들 사이에 오해가 있으셨나 봐요. 진지하게 받아들이실 필요 없어요.”“뭐야? 거짓말이었어? 이런저런 사칭은 다 들어봤지만 약혼녀 사칭은 처음이네.”소은해가 비아냥거렸다.사칭... 함세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행여나 이 사실이 기자들 귀에 들어간다면...다시 변명하려던 그때, 소은정이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했다. 이에 소은해는 바로 핸드백을 들더니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가자. 약혼을 하든 파혼을 하든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잖아?”소은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소은정은 김하늘을 바라보았다.“너도 갈래?”“당연하지.”김하늘도 핸드백을 챙기고 함께 파티장을 나섰다.세 사람이 자리를 뜨고 함세연은 어떻게든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박수혁에게 다가가 머뭇거렸다.“수혁 씨 그게... 집안 어른들이 결혼에 대해 말씀을 나누시니까... 전 당연히 수혁 씨도 아는 일인 줄 알고...”“그럴 일 없으니까 기대하지 마요.”하지만 박수혁은 단호한 거절로 일말의 희망마저 전부 짓밟아버렸다.명분뿐인 결혼이 서로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뼈저리게 느낀 박수혁은 다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모든 기대가 물거품으로 사라진 함세연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소은정의 뒤를 쫓았다.소은정... 다 너 때문이야.“세연 언니, 왜 그렇
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차 안, 한참을 가만히 있던 김하늘이 입을 열었다.“은정아, 아무리 생각해도 박수혁 좀 이상한 것 같아. 설마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김하늘의 질문에 소은정은 박수혁이 임춘식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그럴 리가? 함진그룹과 결혼 얘기가 오갔다는 그 말,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말은 아닐 거야.”함세연이 아무리 뻔뻔하다지만 빌미 없이 박세혁의 약혼녀를 사칭할만큼 멍청하진 않을 테니까.“하긴. 그런데 태한그룹이 왜 굳이 함진그룹이랑 정략결혼을 하려는 걸까?”김하늘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알 게 뭐야.”조용히 운전을 하던 소은해가 피식 웃어다.김하늘을 집까지 데려다준 뒤 소은해와 소은정은 본가로 향했다.다음 날 이른 아침, 1층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목소리에 소은정이 부스스 눈을 떴다.“너, 너 도대체 뭐야? 네 동생 혼사길 막으려고 작정했어? 저, 저 로봇보다도 못한 놈!”소찬식이 소은해를 혼 내는 소리였다.눈을 비비적거리며 내려온 소은정이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러세요?”소찬식이 대답하기 전에 집사 아저씨가 태블릿을 건넸다.“소은정이 소은해의 스폰서?”“톱스타 소은해, 재벌 2세에게 스폰을 받다?”자극적인 기사 타이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너 같은 걸 요즘 애들 말로 관종이라고 한다더라. 아주 인기 좀 얻더니 점점 막 나가고 있어!”아버지의 분노에 소은해는 잔뜩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아빠, 기사 제대로 보신 거 맞죠? 지금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건 저거든요?”“이 자식이 뭘 잘했다고. 그러니까 진작 친동생이라고 말했으면 될 걸. 뭘 꽁꽁 숨기고 있었어!”거친 숨을 몰아쉬던 소찬식이 다시 입을 열었다.“분명 누군가 일부러 루머를 퍼트린 거야.”“이렇게 된 이상 루머를 밝힐 수 있는 방법은 오빠랑 제가 남매라고 밝히는 수밖에 없어요.”소은정이 한숨을 쉬었다.“하이고, 잘 됐네. 이제 다들 네가 집안 배경 덕분에 톱스타가 된 걸 알게 되겠네?”“아빠, 전 제 실력으로 당당하게 된 거거
태한그룹요즘 따라 연예 기사를 살펴보는 데 맛을 들인 박수혁은 오늘도 태블릿을 살펴보고 있었다.역시 소식을 접한 이한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 어쨌든 라이벌이 하나 줄어든 셈이니 기뻐하시겠지?하지만 박수혁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기만 했다.“저기, 대표님?”이한석의 생각과 달리 지금 박수혁은 그야말로 후회막심이었다.다시 생각해 보니 오랫동안 연예인으로 일하면서 스캔들 한 번 없던 사람이 굳이 소은정에게만큼은 다정하게 구는 게 이상하긴 했다. 게다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표정도 마음에 걸렸었고.그런데 남매 사이였다니.이혼을 하지 않았다면 형님이라고 불렀을 사람. 그런 사람에게 어제 참견하지 말라는둥 하는 말을 건넸으니...가뜩이나 밉보인 상태에서 또 점수가 깎였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했다.물론 박수혁의 생각을 알 리가 없는 이한석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안 나가? 왜 서 있어?”“아, 함진그룹 함웅진 대표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들어오라고 해.”“네.”이한석의 안내로 사무실로 들어온 함웅진은 아들 뻘인 박수혁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었다.“박 대표, 저번 서해안 프로젝트에 대해서 생각해 봤나?”이번 프로젝트만 따낸다면 적어도 1년 동안 매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빅 프로젝트, 풍전등화인 함진에게는 꼭 잡아야 할 기회이기도 했다.하지만 박수혁은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알아봤는데 서해안 프로젝트는 SC그룹이 이미 진행 중이던데요? 함진이 무슨 수로 다 넘어간 프로젝트를 빼앗는다는 거죠?”박수혁의 질문에 함웅진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박 대표, 자네가 오케이만 하면 프로젝트는 결국 우리 게 될 거야. 박 대표는 아무 걱정 하지 말고 앉아서 돈이나 세면 돼.”“대표님. 그러니까 무슨 수로 빼앗으실 거냐고요.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투자부터 할 만큼 무모하지도 멍청하지도 않습니다.”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끝까지 물어질 듯한 눈치에 잠시 망설이던 함웅진이 결국 모든
함웅진이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뭐? 무슨 일이야?”“저는 그냥… 인터넷에 소은정과 소은해에 관한 소문을 퍼트렸는데 소은정이 저를 신고해 버렸어요! 아빠, 빨리 무슨 방법을 쓰든지 이 사건을 덮어야 해요. 저는 연예인이라고요… 제발…”소은정이 이렇게 대처할 줄은 꿈에도 몰라 놀란 함세연은 아빠에게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였다. 심지어 소은해가 소은정의 친오빠일 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음이 조급해진 함웅진은 박수혁에게 바로 달려갔으나 이한석에게 의해 저지당했다.“함대표님, 박태표님이 지금 화상 미팅 중이시니 이만 돌아가 주시길 바랍니다.”이한석의 공손하고도 단호한 태도에 함웅진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함웅진은 이내 석동우에게 연락해 SC그룹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함웅진과 석동우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인제 와서 감출 필요가 없었다.함웅진은 이 프로젝트를 자신이 포기하기만 하면 함세연의 실수는 눈감아 주겠다고 생각하고 찾아온 SC그룹이었는데 이게 웬걸! 소은정은 그들을 만나주지도 않았다. 조급해진 함웅진은 문 앞에서 초조하게 배회하였다. 석동우도 옆에서 아쉽다는 듯 한마디 하였다. “함대표님, 이렇게 물러서는 건가요? 무려 30%의 이윤이예요…”“조용히 해!”어두컴컴해지자 퇴근한 소은정과 우연준이 로비에 나타났다. 돌아가려 했던 함웅진은 소은정을 보자마자 헐레벌떡 그녀에게 다가갔다. “소 아가씨…”소리를 들은 소은정은 일부러 고개를 돌려 그를 못 본 체하였고 석동우에게 인사를 건넸다. “석대표님 아닌가요, 이분은 아마 항진그룹의 함대표님이시겠죠?”소은정이 자신을 한눈에 알아본 것에 대해 적잖이 놀란 함웅진은 문뜩 이 협상이 자신한테 그렇게 큰 승산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함웅진이 입을 열었다.“소대표님, 함세연은 저의 딸입니다. 부디 은혜를 베풀어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못난 딸이지만 연예인의 신분이라 경찰에 잡히면 안 돼요.”“함대표님이 자식을 곱게 키운 덕에 경찰에 잡힐 수밖에 없겠네요. 공인인 만큼 더욱
얼마 지나지 않아 함세연이 한 짓이 인터넷에서 퍼져나갔다. 큰 사건 사고가 없었던 함세연인지라 모두 놀랐다. 네티즌들을 더 분노케 했었던 것은 함세연이 네티즌들을 멍청이라고 생각하고 농락했다는 것이다. 함세연은 연예계 활동 중단은 물론이거니와 적지 않은 손해 배상금을 배상할 것이다. 어쩔 수 없었던 함세연은 나와서 사과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은퇴선언을 하고 가업을 이어간다고 하였다. 순간 함세연의 집안이 인터넷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온갖 소문이 퍼져나갔다. 함세연이 이렇게 빨리 사과한 것에 대해 소은정도 놀랐다. 눈 깜빡할 새에 성강희의 생일이 돌아왔다. 김하늘과 한유라는 매해 심사숙고하여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선물을 해주었고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소은정은 자신이 무엇을 선물하던지 성강희가 좋아할 것으로 생각하여 딱히 고민하지 않았다. 한유라는 성강희의 선물을 고른답시고 소은정을 끌고 가 온통 자신의 물건만 샀고 어느새 쇼핑백이 양손에 가득하였다. 한유라가 사람을 불러 차에 싣게 하였다. 소은정은 파텍필립의 시계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화려한 것이 성강희와 어울렸다. 시계를 구경하려는 때에 우연히 박예리와 강서진을 만났다. 네 명이 함께 있는 화면이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강서진이 입을 뗐다. “소은정, 너희들도 쇼핑 중 인거야?”“보면 몰라?”한유라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강서진이 소은정을 찾아와 사과를 할 때부터 강서진의 기세가 수그러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소은정이 강서진의 약점을 쥐고 있는 것도 무서운 일이지만 하민호 꼴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박예리는 쓴웃음을 짓더니 팔짱을 낀 채로 소은정을 째려보았다. “여기는 웬일이야?”“여기가 네 것이라도 되는 거야?”한유라가 날카롭게 받아쳤다. 소은정은 그들을 무시한 채 파텍필립의 제일 고가의 한정판 제품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거 주세요.”“잠깐, 이거 우리가 먼저 본 제품이야.”박예리는 소은정한테서 시계를 빼앗으면서 말했다.
“진짜야. 예리랑 같이 있었는데 네가 좋아하는 파텍필립 한정판 남자 시계를 사더라니깐. 선물 받을 준비나 하고 있어.”강서진은 신이 나 자신이 본 일들을 박수혁에게 전했다. 박수혁의 마음속에 놀람과 우울함이 교차하여 지나갔다. 마음속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어. 끊어.”올해는 생일 파티를 준비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소은정을 위해 성대하게 주최하여 소은정을 초대할 거로 생각했다. 원래는 몇 명의 친한 친구들과 함께 소소하게 축하 파티를 해왔었다.이혼전 소은정은 매해 박수혁의 생일이 돌아오면 선물을 준비하고 들뜬 마음으로 생일상을 준비했으나 단둘이 생일을 보내기 싫었던 박수혁이 매해 핑계를 대면서 거절하였었다. 문뜩 이 생각이 난 박수혁이 이한석에게 전화하였다.“내가 전에 받은 생일 선물 어디에 두었지?”예상치 못한 질문에 이한석이 멈칫하였으나 금방 생각해냈다. “대표님, 선물과 같이 귀중한 물건들은 모두 금고거나 서랍에 넣어두었습니다.”소은정이 삼 년 동안 무슨 선물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소은정이 선물 한 것은?”이한석은 몇초간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느 해에 받은 선물 말씀이십니까?”“전부.”이한석은 전화기 너머에서 헛기침하더니 말을 이어갔다.“대표님, 소은정씨가 첫해에 선물하신 반지는 대표님이 잃어버리셨습니다.”이한석의 말에 잊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박수혁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고 어두워졌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이 마음이 아파졌다. 그들이 결혼을 한 뒤 반지 하나 없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이런 형식적인 물건에 의미를 두고 싶지 않았었지만, 그녀가 준비한 것이라니...박수혁은 반지를 끼고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아 불편하여 옷 주머니에 넣었던 기억이 났다. 그 이후로 다시는 그 반지를 보지 못했다. 이한석이 말을 이어갔다. “소은정씨가 2년 차에는 직접 뜬 목도리를 선물해주었습니다. 제가 알기론 대표님이 목도리를 서민영에게 주었고 서민영이 버려 버린 것으로 알고
말을 마친 소은정이 전화를 끊었다. 박수혁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지도 않았다. 소은정은 속으로 박수혁의 생일이 나와 무슨 상관이지? 라고 생각했다. 박수혁의 마음이 끝도 없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자신의 생일 선물까지 골랐다는 강서진의 말에 그나마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음날, 소은정이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났다. 간밤에 내린 빗소리를 취침 ASMR삼아 듣고 자서인지 개운한 아침을 맞이하였다. 테라스 문을 여니 쌀쌀한 공기가 불어 들어왔다. 일어나자마자 성강희의 전화가 걸려 왔다. “성강희! 생일 축하해 백 살까지 살아.”소은정의 말에 성강희가 웃었다. “이건 할아버지 칠순 잔치 인사말 아니야?”소은정이 입을 삐죽거렸다.“뭐? 오늘 생일이 아니었으면 죽었을 줄 알아.”그녀는 스피커 모드로 전환한 뒤 메이크업하였다. 그리고는 한정판 롱 원피스를 꺼내입고 진주 귀걸이로 포인트를 주었다. 그 모습은 화려하면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하이힐까지 신은 소은정은 여왕의 포스를 풍기였다. “저의 여왕 폐하, 저에게 준비한 선물이 무엇인지오? 궁금해서 잠을 설쳤어...”강서진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며칠 전부터 소은정의 선물을 기대했던 강서진이었다. “뭐가 필요한데?”“여자친구 필요해.”강서진은 망설임 없이 대답하였다. “정식으로 고백하는 거야!”소은정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는 남자친구 필요 없어.”“내 입장에서 말하는거야. 너가 동의하든 말든 상관없어. 나의 사랑은 마치 생명 중에서 끓는...”뚜뚜...뚜...소은정은 주저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미친놈! 준비를 마친 소은정은 회사로 향했다. 우연준이 아침 회의 자료를 그녀의 테이블에 놓고서는 머뭇거렸다. “소대표님...”“왜 그러세요?”“태한그룹에서 박수혁의 생일 파티 초대장이 왔는데요.”우연준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박수혁이 어디서 나온 자신감으로 소은정이 자신의 생일 파티에 참석할 거로 생각하는 것이지? 현재의 둘 사이의 관계는 물과 기름의 관계보다도 더
소리를 들은 박수혁과 강서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 쪽으로 나가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누가 헛소리를 하는 거야?”강서진이 화난 듯 소은정이 왔다고 한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 남자는 머뭇거리더니 박수혁의 어두운 안색을 보고 피식 웃으면서 핸드폰을 꺼내 보여주었다. “내 친구가 보낸 동영상인데 소은정이 여기서 내기하면서 돈 좀 만진다는데?”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수혁이 그의 핸드폰을 낚아채 동영상을 다시 확인했다. 몇 명의 남녀가 둘러싸 앉아 칩 대신 차 열쇠와 다이아몬드를 테이블에 놓은 채 내기를 하고 있었고 어떤 이는 칩 대신 금괴를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포커판의 열기가 생일파티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듯하였다. 모두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옷을 입었으나 한정판 롱 드레스를 입은 소은정에게 눈길이 갔다.그녀의 옆에는 강서진과 김하늘이 앉아 있었고 소은정에게 몰아주기를 해주고 있는 듯 하였고 소은정은 즐겁게 그 자리를 즐기는 듯하였다.“여기 어디야?”박수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친구들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여기 새로 오픈한 그 술집 아니야?”박수혁은 호흡이 가빠오기 시작하였다. 출국은커녕 바쁜 일도 없었다는 뜻이다.포커판에 갈 시간은 있지만 자신의 생일 파티에 올 생각은 없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마침 옆으로 이한성이 지나갔고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던 박수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이한성에게 말했다. “보너스 차감.”“... ...?”이 생일 파티는 주인공 빼고 다들 행복하게 보내고 있었다. 박수혁이 중도에 빠져나가고 다들 어리둥절해 있었다. 그는 자신을 컨트롤하기 힘든 지경에 도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 오픈한 술집에 도착했다. 그가 들어갔을 때 소은정은 이미 떠나간 후였다. 차로 다시 돌아온 박수혁은 마음이 답답하여 미칠 지경이였다. 손가락에 끼고 있던 담배의 불씨가 꺼질 듯 말 듯 하다가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저녁 12시가 되고 핸드폰에 수십 개의 생일 축하 문자가 쌓였지만 정작 소은정은 상투적